'돌'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2.14 돌, 얼음, 나무(石氷木) 그리고 결(結)
  2. 2010.11.16 경복궁 + NEX-5
  3. 2009.07.27 달동네 책거리 56 : <메신저>
찍고 끄적 끄적...2011. 2. 14. 06:10
겨울궁이 좋은 이유는
결을  품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대면할 수 있어서다.
코끝이 더 쨍해질수록
손끝이 더 많이 얼얼할수록
겨울궁은 더 많은 숨을 쉬고
그 숨 속에 시간의 흔적을 천.천.히. 발설한다.
차가움 속에도 분명 온기는 있다.
느끼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선택된 권리!
겨울궁 차가운 석물 앞에서 나는 감히 권리를 누린다.
눈으로 쉬어지는 차가운 숨.
손끝으로 물드는 차디찬 돌의 결.







꽝꽁 언 연못 위에 서 있는 경회루는
의연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따뜻해보였다.
그러지 않았을까?
오래전 조선의 임금들도 꽝꽝 얼어버린 연못을 지나
경회루에 올라 차고 두꺼운 얼음 속에 숨어있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생명 얻어 태어나는 번성의 시간을 그리지 않았을까?
가만히 얼음의 결을 내려다보면서
차가운 얼음의 숨을 들으면서
차곡차곡 응집해야할 모든 힘들에 대해 숙연하지 않았을까?
회색 하늘을 이고 있는 경회루 앞에서
잠시 그 목소리를 추억했다.
험난했겠구나...
위로같은 깊은 묵상과 함께.



찬 바람 속에서
푸르게 혹은 잎을 보내고 가지만 꼿꼿히 세운 나무들.
그 결 속에 숨겨진 건 정말 시간이리라.
푸르러 오히려 비현실적인 소나무.
집현전 앞을 지키는 저 소나무는
항상 그렇게 자신의 숨결을 유지했으리라.
배우기 위해선,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만 한다는 독경일까?
경복궁을 찾을 때마다 잊지 않고 한참을 보게 되는 영목(靈木)
이들이 본 시간의 일부라도
우리는 온전히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었다면 나무는 더 이상 지치게 푸르지 않아도 됐을지도...



우스개소리로 그랬었다.
전생에 공주나 황후였나보다고...
그래서 궁궐이 그렇게 눈에 담기는 것 같다고...
그런데 이젠 점점 궁궐을 가꾸고 다듬던 나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더 많이 생각이 기운다.
보는 것만으로 아름답고 고요한 게 아니라
거칠고 힘든 숨과 노고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어깨가 묵직하다.
아마도 아주 오래 전에 이 길을 수없이 쓸고 닦았던 건 아닐까?
그랬더라도...
이제 와 행복하니 참 다행이다.
石氷木...
세도 세도 끝이 없는 결(結)의 세계.
전생과 이생을 그 속에 함께
가.두.고.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11. 16. 06:24
어제에 이어 NEX-5 와의 첫 만남 사진.
포커스가 정확이 안 맞는 느낌인데(내 느낌인가?)
뭐가 잘못된거지?
어쩌면 서툴러서 완전 초보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DSLR과는 여러가지도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카메라다.
세로 사진의 느낌은...



서툰 사진이지만 보고 있으니까
북촌의 골목들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궁궐과 한옥은
하늘을 배경으로 처마나 벽이 서로 맛대고 있을 때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특히나 저렇게 청명한 하늘과 함께 할 때는...
그림같은 풍경을 그대로 사진에 담지 못하는 게
참 멋적을 뿐.



옛 사람을은...
돌과 나무에 생명을 담는 법을 확실히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눈은 돌길과 돌담, 처마밑 단청 색을 보느라 바쁘고 황홀하다.
물론 그게 완전한 옛모습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그 과거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어 다행스럽고 고맙다.
저 돌들과 나무들...
내 손으로 하나하나 쓸어보고 싶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따뜻한 체온이 차가운 손을 녹여줄 것 같아서...
내 맘에 꼭 들었던 수줍은 낮달까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27. 06:25
 <메신저> - 마커스 주삭


메신저


마커스 주삭!

2008년 <책도둑>이란 2권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상당히 새파랗게 젊은 작가! (고백컨대 개인적인 시기심 엄청 심난하게 들어있습니다)

순서가 좀 많이 뒤바뀌긴 했지만 <책도둑>보다 먼저 쓴 그의 책 <메신저>가 뒤늦게 번역돼  우리나라에 소개됐네요.

<메신저>라....

제목에서부터 이미 너무 많을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걱정부터 앞섭니다.

“어라! 이 사람, 도대체 메신저라는 제목을 이렇게 대놓고 정면에 내세우고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 걱정은 역시나 쓸데없는 기우였습니다.(그리고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개인적인 몹쓸 놈의 시기심 등장합니다....)

재미! 

여기서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의 말투를 잠시 빌리렵니다.

“재미요? 그거 안 읽어 봤으면 말을 마세요~~”


에드 케네디.

19년 동안 내내 별 볼일 없이 오히려 한심의 축에 더 많이 몸을 담그고 살아온 불법 택시 운전사를 이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더불어 소위 노는 물이 같은 세 명의 절친들까지도요.

2명의 남자 친구들 리치, 마브, 그리고 1명의 여자 친구 오드리(비록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에드가 짝사랑하고 있는 오랜 친구랍니다 ^^)

우연히 은행 강도를 붙잡아 졸지에 잠시 동네 우상이 된 에드는 어느 날 우편함에서 세 개의 주소가 적힌 다이아몬드 에이스 카드 한 장을 받게 됩니다.

별 볼일 없던 에드가 메신저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네요.

카드에 적힌 주소로 찾아간 에드는 그곳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받게 될 세 명의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게 됩니다.

밤마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는 남자와, 이미 한참 전에 죽은 남편 지미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노년의 밀라, 그리고 매일 아침 맨 발로 달리기를 하는 소녀 소피까지...

어쨌든 이 세 명에게 성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에드. (그 과정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라고 말한다면 좀 얄미울까요? 그래도 그리 하렵니다... ^^)

왠지 모를 평온함과 행복감에 잠깁니다.

매일 밤 엄마가 아빠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딸 안젤리나가 어느날 에드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릴 구해주러 왔나요? 노력은 해줘서 고마워요”

애드가 첫 번째로 전달한 메시지는 아마도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모든 "노력",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집으로 돌아온 에드에게 또 다시 클럽 에이스 카드 한 장과 짧은 편지가 건네집니다.

“고향의 돌에게 기도하라”

에드는 이 일에 선택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소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일이 자신에게 주어졌음을 점점 인정하게 되고 결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렵게 찾아낸 “고향의 돌”에 적혀 있는 세 명의 이름.

토마스 오라일리 신부의 텅 빈 성당을 사람으로 가득 찬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아이스크림 하나로 생계에 지친 어린 어머니 앤지 카루소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리고 비록 온 몸에 멍이 들긴 했지만 개빈 로즈의 금이 간 형제애를 회복시키는데도 성공합니다.

두 번째 메시지는 "관심"이었을까요?


세 번째 카드인 스페이드 에이스도 에드를 찾아 왔네요.

역시나 3명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작가들 이름이네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에드는 책 제목과 책에 표시된 페이지를 연결해 드디어 세 개의 주소를 알아냅니다.

이 메시지 안에는 어쩌자고 에드의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네요.

살짝 금이 간 부분을 애써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

“왜 날 그렇게 미워하세요?”

아들의 질문에 어머니는 답을 합니다.

“왜냐하면 널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거든. 넌 여기 있어. 바로 그게 문제야”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이 이 구질구질한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죽게 될까봐 싫었던 겁니다. 오히려 둘째 아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말이죠.

망연자실해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한 마디 말을 더 남깁니다.

“사랑이 아주 커야만 너를 이렇게 미워할 수 있는 거야”

세 번째 메시지는 이해를 통한 "감사"였던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힘들긴 하겠지만 에드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결국은 감사하게 될 거라는 걸 믿습니다. 다른 두 명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에드는 혼자 생각합니다.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예요. 만일 내가 이곳을 떠난다 해도 먼저 여기서 더 나은 사람이 된 다음에 떠날 거예요.”라고...


네 번째 카드, 에드의 손에 남겨진 하트 에이스에는 세 개의 영화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옷가방>, <캣 벌루> , <로마의 휴일>

어쩐지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런데 이 세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혹은 배우의 이름이 바로 에드의 별 볼일 없는 세 명의 친구들 이름과 일치합니다.

영화 순서대로 리치, 마빈, 오드리까지...

이제 에드는 순서대로 이들의 메신저가 돼야만 합니다.

늘 함께 너저분한 방에 모여 허접한 카드놀이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

항상 너무나 친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고 내내 착각했던 친구들에게서 고백되는 "진실"들.

그러네요. 세상 모든 사람에겐 누구나 비밀이 한 가지씩은 있다는 거.

그 비밀을 폭로가 아니라 고백해야만 비로소 진실이라는 자유와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거.

어쩐지 이 네 명의 친구들이 이제는 우정 그 이상의 울타리를 얻게 될 것만 같습니다.


에드는 이제 마지막 카드가 될 조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길 세 명의 사람은 과연 누가 될지....

그러나 전달 된 마지막 카드 조커에는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3명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주소만이 쓰여 있습니다.

“시핑 스트리트 26번지”, 바로 에드 자신의 집 주소죠.

책의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데 이 이야기는 이제야 진짜 시작되려는 것 같습니다.

에드는 과연 마지막까지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에드의 집,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자신이 준비했다며 그 남자는 에드에게 말합니다.

“내가 그런 건 네가 평범함의 전형이기 때문이야.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 아냐”

에드는 묻습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는 대답합니다.

“계속 살아, 에드! 책만 여기서 멈출 뿐이야”

소설에 나오는 대사 치곤 꽤 독하네요.

그러나 이 책이 환상 혹은 한 여름 밤의 꿈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길 당부드립니다.

왜냐하면 에드가 받은 마지막 카드 조커는, 사실은....

에드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에게도 전달된 메시지니까요.

자, 지금쯤이면 당신은 에드의 메시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준비가 되어있다면 당신이 받은 마지막 메시지는 과연 무얼 품고 있을까요?

이쯤 되면 저 역시도 당신이 받았을 그 메시지가 진심으로 궁금해집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