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3. 20. 14:02

<디너>
원작: 도널드 마글리즈(Donald Marguiles)
연출: 이성열
공연기간: 2011. 3. 4 ~ 4. 3
공연장소: 대학로 예술극장3관
출연: 이석준, 정승길, 우현주, 정수영


작년에 산울림 소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꼭 보자고 생각하고 어이없이 놓쳐버린 연극이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는 도널드 마글리즈(Donald Margulies)의 "Dinner With Friends’가 연극의 원작이다.
이 작품은 1998년 휴마나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이후 2000년 퓰리처 희곡상을 비롯해 루실 로르텔 상, 드라마티스트 길드 상, 미국 평론가 협회 신작희곡상 등을 수상했단다.
(참 모르는 이름의 상들이 많기도 많다...^^)
이후 미국 여러 도시에서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단다.
물론 이런 이력들이 작품의 질을 전적으로 말해주는 건 아니겠지만(특히나 그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경우엔...) 제목만 들었을 때도 느낌이 좋았었다.

거기다 박정환을 오랫만에 뮤지컬이 아닌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어서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놓쳤다!
그의 게이브를 놓친 건 아무래도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보게 될 것 같다. 
 순전히 박정환 때문에...
 그가 부르는 이영훈의 노래들이 무지 궁금하다. 윤도현이나 송창익, 김무열 보다도 더...
 옛날 가요를 부르는 박정환의 모습은 참 좋다. 
 생각해보니 뮤지컬 <동물원>을 본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12년 차 부부 이야기!
산전수전에 공중전, 그리고 원수같은 지겨움과 묘한 동지애 등등등...
참 설정 자체만으로도 할 말 많기도 그리고 할 말 없기도한 구조다.
신선함도 떨림도 흥미진진함도 난해한 숨은그림 찾기 처럼 점점 찾기 어려워지는 시간의 경과!
사랑이라는 거, 부부라는 거, 가족이라는 거...
더불어 개인이 갖는 인관관계 전반에 대해 되집어 생각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들을 소처럼 우직하게,
그리고 꾸역꾸역 되씹게 한다.

벌써 다섯 번째 커플 연기란다.
이석준과 정수영의 탐과 베스.
추상미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두 사람, 정말 부부같다.
그것도 징글징글한 부부!
그러면서도 이 부부의 관계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된다.
분노가 최고의 최음제가 될 수 있다는 탐(이석준)의 대사도 어떤 의미인지 알겠다.
10년 이상 된 부부들을 보고 있으면
일상이 싸움같과 그 싸움은 또 어이없는 슬랩스틱 코미디스럽다.
끝장과 새로운 시작!
뫼비우스의 띠처럼 참 오묘한 관계다.

 

게이브 정승길.
예전에 남산에서 <내 심장을 쏴라>에서 철학자로 나온 모습이 그와의 첫 대면이었다.
그때도 참 느낌이 좋았었는데
<디너>에서는 정말 맞춤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정승길의 <루시드 드림>을 봤어야만 했었다... 또 다시 때늦은 안타까움이라니...)
사실을 고백하자면 작품을 보면서
공감이 가장 많이 됐던 인물도, 그래서 위태로움을 가장 많이 느꼈던 인물도 게이브였다.
끝장을 선택하는 부부보다 피아노를 배우는 걸 선택한 게이브가 나는 더 측은하고 안스럽다.
그래도 그런 선택이 부부를, 가족을,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탐과 베스, 게이브와 카렌.
두 부부 중 누구의 가치관과 선택이 옳은 건지는 알 수 없다.
또 옳다 한들 꼭 그게 정답이 될 수도 없다.
막막하지만 그게 삶이고 일상이다.
함께 식사를 하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놀라고 괴로워하지만
다시 또 다시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밥을 넘기게 되는 게 일상이다.

사랑과 음식!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많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적당한 장식으로 시각적인 즐거움도 줘야하며, 유쾌하게 함께 나눌 이야기도 한두개쯤은 꼭 생각해둬야 하고, 그리고 결국엔 꽉 찬 포만감으로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다 유효기간이 지났음을 알게 되면,
선택이라는 것도 해야 한다.

‘사랑이...어떻게 안 변하니?’
영원히 함께함의 공포!
포스터의 문구들은 순간순간 그 선택이라는 걸 섬득하게 만든다.

부부라는 건,
그리고 부부로 산다는 건,
더 이상 남자와 여자라는 생물학적인 성의 결합이 아니다.
어쩌면 부부는 제 3의 성(性)으로 새롭게 분류되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탐의 선택도 게이브의 선택도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으련다.
그리고 베스와 카렌도...
문득 차가운 물을 벌컥이며 사납게 마시고 싶어진다.
왠지 목구멍으로 달게 넘어갈 것 같다.
그들의 식탁속에 내가 잠시 끼어 앉아있었던 게
잘 한 짓이었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많은 생각을 두서없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부부(夫婦)라는 인간관계의 접경지대가 문득 불모지처럼 황량하다.
불모지엔 생명이 없으리라는 확신은,
그러나 매우 위험하고 옳지 않은 믿음이다.
뜻밖의 일은,
어느 곳이라도 의외의 모습으로 파고들 수 있다.
그러니 확신은 끝장보다 더 황폐한 불모지다.

* 암전 속에서 끊임없이 그러나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무대 크루들의 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소음에 유난히 민감한 몹쓸 귀를 가진 나지만,
  이들이 내던 무지 조심스럽고 정성이 담긴 소음은 달콤한 디저트 같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7. 06:02
1월에 영상의학과 워크샾을 하기로 했다.
4개로 조를 나누고 각 조에서 한 권씩의 책을 주제발표하기로 했다.
그 책들을 요즘 고르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뭔가 의미를 주는 책.
그러면서 길지 않은 그런 책들



<펭귄을 날게 하다>는 폐원 위기의 동물원을
관람객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동물원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변화와 그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동물원 가족들은 영업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선 "창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창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발명과 혁신
그리고 창조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한다.
고객은 감동, 즉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원한다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3가지를 기억하라고 말하다.
1.  따뜻한 마음(고객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마음)
2.  따뜻한 지식(업무 이외의 풍부한 지식) 
3.  따뜻한 시선(고객 위주의 눈)
거기에 직원이 경험에서 나온 한 가지를 더 제안한다.
4.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

노인성 치매보다 더 무서운 게 업무 치매라는 예리한 지적과함께.



동물원 원장은 시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위기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선
"창조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창조경영을 위해선 구성원 모두가 창조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면서
창조적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말한다.
1. 비전 제시
2. 조직 내부에서 창조 아이디어가 생성될 수 있는 여건 조성
3. 창조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 제공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펭귄을 하늘을 날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하늘을 배경으로 터널식 수족관을 만드는 방법!
지금은 대형 수족관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처음 세상에 공개됐을 때 터널 수족관 놀라움 자체였다.
실제로는 결코 날지 못하는 펭귄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이 기발한 방식은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4권의 책 중 한권으로 망설임없이 선택하기로 했다.
이 책이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된다.
우리가 지금 업무 치매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자가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창조 프로세스>
1. 업의 개념을 재검토하여 새롭게 정의하라
2.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라
3. 고객을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하라
4. 창조를 위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라
5. 협력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