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0. 5. 6. 06:29
사실 나비축제를 찾아가면서 조금 걱정스러운 게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부지라고 들었는데 그 곳을 전부 나비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싶었다.
하루 종일 나비만 보게 된다면?
처음엔 신기하고 예쁘겠지만 곧 지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 ^^
성공한 지역문화 축제에 나비로 신물이 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솔직히 품고서 축제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제법 귀엽성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거대한 곤충 구조물들은
섬뜩하기도 하고 어쩐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있는 실버봉사대의 모습도 정감있다.
나이를 불문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많은 자원봉사자가 곳곳에서 안내와 시연을 보이는 모습도 특별했다.


맨 처음 들어간 곳은 <나비그림전시실>이었다.
작가 한 분이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다정하다.
그녀의 설명 속엔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나비"라는 테마가 주는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벗꽃 송이 하나하나로 큰 나비 그림을 형상화한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꽃과 나비"라.
궁합으로 따지자면 이것보다 완벽한 궁합도 없으리라.



<다육식물관>에서 만난 선인장들.
마치 소인국 테마파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거대한 선인장 전시실은 그래도 몇 번 봤는데
작은 선인장들이 주가 된 전시관은 또 나름의 멋이 있다.
다정하고 소박하고 그리고 소꼽놀이 하는 듯한 경겨움까지도 느껴진다.



<자연생태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들꽃들이 풍성해서 또 바빠졌다.
꽃뿐만 아니라 테마를 정해서 옆에 함께 설치한 인형들이 만든 한 세계도
어린 시절을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해 흐뭇한 순간이 여러번이었다.



작은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느낌!
어쩌면 이런 세심함이 성공한 지역축제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지역민이 이 축제에 사할을 걸고 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짜증내고 피곤해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역주민이 한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다른 곳을 찾아
go~~go~~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5. 12:27
지난 주말에 1박 2일(5월 1일 ~ 5월 2일)로 함평을 다녀왔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팀에서
<나비의 꿈>이란 책을 읽고 계획한 여행이었다.
출발할 때는 워낙 먼 거리라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역시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책으로만 읽은 것과
실제로 내가 눈으로 보고 온 것과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체감(體感)이라는 거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온 동네가 전부 나비로 뒤덮여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략 6시 시간 정도 걸려 드디어 도착한 팬션.
"황토와 들꽃세상"
폐교를 중심으로 한옥식으로 지은 작은 황토방이 주변경관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자연학습장처럼 꾸며놓은 팬션은
옛스런 정취와 함께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천지다. 더불어 초보자의 카메라도 무지 바빠진다)
가족 단위로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따뜻하고 흐뭇했다.



함평은 나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곳들이
보랏빛 패랭이꽃 천지이다.
바닥에 납짝 엎드러있는 겸손한(?) 패랭이꽃 무더기를 보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팬션 안에도 역시 패랭이꽃과 여러 종류의 작은 들꽃들로 가득하다.
제비꽃, 할미꽃, 초롱꽃...
허리 굽은 할미꽃이 지면 민들레와 비슷한 모습이 된다는 걸 이곳에서 처음 봤다.
녹조로 가득한 연못이며 키 큰 대나무 숲과 산책로.
고요한 마음으로 찬찬히 할 걸음씩 걸을 수 있는 평화를 선물받은 느낌.



팬션 주변을 다니면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늦어 나비축제에 입장할 순 없었지만
팬션의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다.
이런 풍경들...
얼마나 오랫만에 두 눈에 담아 보는지...
혼자서 많이 애뜻하고 다정해했다.



여행의 첫 날,
작은 꽃들과 평온한 풍경과 인사하느라 내 눈은 바빴다.
피로와 낯섬과 고단함이 슬며시 자리를 물러난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은
성공한 축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가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비 = 희망"
그들이 만든 키워드는 그렇게 시간을 두고 가꿔지고 숙성되고 있는건지도...
풍경에 빠져 나는 그만 마음이 후해지고 말았다.



내게 에피타이저의 유혹은
이렇게 강렬하고
그리고 아주 은밀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