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8. 12. 10. 08:29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책 이미지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의사 작가입니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이란, 프랑스 등에서 체류했던 그의 가족은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조국이 공산국가로 변하자 이듬해 미국으로 망명을 했다고 하네요.

2003년, 그는 첫 소설 <연을 쫓는 아이>를 발표했고(달동네 책거리에서 지난번에 소개했던 책이기도 하구요) 4년 후인  2007년 두 번째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발표했습니다.

전작이 아프가니스탄 남자의 이야기였다면 이 소설은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말합니다.

“내 글쓰기가 아프가니스탄의 문제에 대한 논의를 일으켜 대중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그리고 그는 충분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단지 두 권의 책만으로도요....)


이 책에는 1959년부터 2003년까지 아프가니스탄의 끔찍했던 현대사를 관통해 온 두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왜냐면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니라 정말 현실이니까요.

자, 그럼 이제 그 두 여자를 만나볼까요?


* 마리암

모계의 지위가 자식에게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

부잣집 하녀였던 어머니와 주인 사이에 태어난 아이 마리암.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라미(후레자식)’란 이름으로 배척받는 아비 있는 사생아. 그것이 그녀의 위치였고 이름이었습니다.

가족에 편입되지 못하고 평생 좌절감에 몸부림치던 어머니 나나는 마리암이 열다섯 되던 해 딸이 아비의 집을 찾아가 그 집 앞에서 밤을 지세우던 날 자살을 합니다.

어머니는 두려웠겠죠. 혹시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리고 딸의 곧 느끼게 될 현실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거부 그리고 말로 표현되어질 수 없는 모든 것들이요...

혼자가 된 마리암은 아버지의 본가에서 잠시 생활하지만, 그들에게 이 아이는 단지 망신스럽고 부끄러운 존재일 뿐입니다.

그들은 마치 엄청난 은혜인양 서른 살 많은 홀아비 구두공 라시드에게 그녀를 시집보냅니다. 마리암의 나이 15살, 라시드는 45살....

남편(이 말의 끔찍스러움이여~~~) 라시드는 처음엔 다정했습니다.

아들을 몹시 바라던 그는 마리암의 유산이 계속되자 점점 본성을 드러내게 되죠.

폭행과 학대의 끝없는 시작...(이 단어는 그러나 절대...절대...절대로 부족한 표현입니다....)

밥을 제대로 짓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는 마리암에게 조약돌을 씹으라고 합니다.

마리암은 눈물을 흘리며 입 안에서 조약돌과 함께 자신의 부러지는 이를 함께 씹게 됩니다.

그녀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전혀 의미가 없는 말입니다.

이게 그녀의 삶입니다. 어쩌면 평생 동안 이어질지도 모르는.....


* 라일라

9살 라일라는 두 오빠가 전쟁터로 끌러가기 전까진 행복한 아이, 그리고 다정한 가정을 가지고 있던 사랑스런 어린 아이였습니다.

두 아들을 읽은 라일라의 엄마는 소련의 몰락만을 희망으로 아무 의미도 가치도 느끼지 않고 살아갑니다. 소련의 몰락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카불을 떠날 준비를 하던 그들의 집으로 떨어지는 로켓 유탄.....

잃어버린 한쪽 청력과 그리고 사랑하는 티리크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그녀의 의식은 점점 흐려집니다. 

마리암과 라시드에 의해 구출되는 라일라는 그들의 집에서 잠시 생활하게 되죠.

그리고 며칠 후 타리크가 피난길에 나머지 한쪽 다리도 잃고(한쪽은 이미 지뢰폭발로 잃어 의족을 하고 있었죠)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은 모두 라시드가 꾸며낸 거짓말이었습니다)

이제 그녀도 혼자 남습니다.

(참고로 1996년 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은, 여성들의 교육 및 취업 기회를 완전히 박탈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집 밖으로 나온 여성들에게는 집단폭행을 가하는 등 극단적인 여성차별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절망한 라일라에게 라시드는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이 되든, 거리로 나가든 선택을 하라고 말합니다. 거리는 강간과 살육이 범람하는 지옥으로 변한 지 이미 오래죠. 라일라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그녀의 몸 속엔 지켜내야 할 생명이 있었으니까요.

15살의 나이에 환갑도 넘긴 남자의 후처가 된 라일라....


증오의 상대로 만나게 된 마리암과 라일라는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남편과 종교 근본주의로 퇴행한 사회와 맞닥뜨리면서 점차 동지적 관계를 맺게 됩니다.

남성의 소유물로 남성에 의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이 달리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없었습니다.

남성들에게 부여된 이러한 우월적 지위가 전쟁의 혼란 상황과 맞물리면서 남성의 가학적 폭력성은 가정 내에서 무자비한 폭력과 학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성들은 그것을 고스란히 당하게 되죠, 즉 이 책의 두 주인공이 그 희생물의 대표적 전형인 셈입니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엄청난 나이차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 여인은 남편의 폭력을 똑같이 감내해야 하는 같은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처음엔 서로 증오하고 미워하고 대면대면했던 그녀들은 점점 같은 상황을 감내하는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인으로 동지애를 느끼게 되죠.

특히 라일라에게 자식이 생기면서 마리암은 그들 모두에게 진한 모정을 갖게 됩니다.

결국 남편의 극단적 폭력과 학대로 죽음 직전까지 몰린 라일라를 구하기 위해 마리암은 남편을 살해하게 되죠. 그리고 자신의 아들딸들을 살리기 위해 라일라를 그녀의 옛 애인 타리크와 탈출시키고 모든 죄를 스스로 감당하며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타리크와 행복한 새 삶을 살던 라일라는 결국 탈레반이 미군에 쫓겨 북부로 달아난 시점에 자신의 고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되돌아옵니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앙상한 뼈다귀만 남겨준 그 폐허의 현장으로요.

아마도 라일라는 자신만의 편안한 삶을 위해 남은 생을 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다시 폭력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길일지라도 그녀를 필요로 하는 많은 아프가니스탄의 아들딸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는 도저히 없었겠죠. 

그녀는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마리암이 자신의 마음속에 심어준 찬란한 사랑을 나눠줄 것입이다.

이제 이 책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라일라의 베품 속에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계속 떠오르게 되겠죠.....

벽 뒤에 숨어서도 떠오를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요...


이 소설을 결코 편하게 읽을 수는 도저히 없는 책입니다.

통곡을 하게 만드는 그래서 솔직히 책을 읽는 중간중간 참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책을 꼭 읽어야 하느냐고 물으면서요...

혹 누가 제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저는,

네, 꼭 읽어달라고, 그리고 제발 제발 제발 읽어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우울해서, 너무 안타까워서, 너무 서러워서, 그리고 너무 아파서 그래서 끝없이 내 온 몸이 침몰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도 꼭 읽어 보라고요....

끝없이 가라앉더라도 그 바닥에 도달하면 마침내는 그 깊은 곳을 차고 올라올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니까요.

그리고 느끼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다행인 존재고, 그리고 행복한 존재고, 그리고 아름다운 존재인지를요...

책 장을 덮으면서,

부르카로 나를 가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어떤 분노에든 약해지지 않겠다고 저 또한 함께 다짐했습니다.

저는 참 행복하고 다행한 사람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1. 05:56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우리나라 시인 고은과 함께 2008년 올 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구요...

생존한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꼽힌다고 하는데, 단지 이 책 한권으로 그 평가를 절감했습니다.(번역된 문체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원문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좀 아찔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2008년 9월)까지도 이화여대 번역대학원 교환교수로 한국에 들어와 1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2001년에는 화순 운주사를 방문한 후엔 “운주사, 가을비”란 시도 발표했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하네요.

일단, 르 클레지오.... 천재 맞습니다.

23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화려하게 등단해서 <황금물고기>, <섬>,  <사막>,  <혁명>, <우연> 등 숱한 화제작들을  발표했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문명에 대해 호기심과 애정이 있는 작가”라는 언급도 있네요.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상을 받는다는 건 시간을 얻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잠시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미 68세의 지긋한 작가가 시간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글을 쓰는 작업에 대한 책임감과 글이라는 것이 주는 문학적, 사회적 의무감에 대한 질책이 아닐 런지...


<황금 물고기>

그리 긴 분량은 아니지만 대서사에 해당하는 인간사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도 하얀 얼굴에 파란 눈을 가진 프랑스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까만 아프리카 흑인 계집아이의 인생사죠.


"오, 작은 물고기여, 작은 황금 물고기여, 조심하라!

세상에는 너를 노리는 올가미와 그물이 수없이 많으니."


물고기처럼 순진무구한 천진성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흑인 소녀 라일라는 어느날 본향에서 인신 매매범들에게 의해 납치됩니다.

7살 유괴 돼 아랍으로 팔린 아이의 인생은 다 자란 어른의 인생이 될 때까지도 그야말로 끝없는 떠돔과 예기치 않은 불시착(?)의 연속이죠.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귀로, 혹은 귀향의 모티브는 하다못해 그 사람의 뒷모습마저도 아름답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은 적어도 길을 잃고 흔들리진  않을 테니까요.

책을 읽는 내내 어린 흑진주 라일라가 흔적을 지우는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끝없는 도망과 탈출의 중간에 라일라는 지하철 거리의 가수 시몬느에 집에 가게 됩니다.

“너도 나와 같은 신세구나, 라일라,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몰라. 우리 몸이 우리 것이 아닌 거야”

그때 문득 그녀는 알게 됩니다.

왜 그녀들이 서로 닮았는지를...

그들이 자신의 육체를 가지지 못한 건, 항상 타인들에 의해 그들의 운명이 결정됐기 때문에라는 것을.


끝없이 떠돌던 그녀를 구원한 건 그녀의 고백처럼 “음악”이었습니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자신이 노래하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녀, 라일라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시점이죠.

“이제 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녀는 말합니다.

그리고 오래 전 그녀가 처음 유괴됐던 그 본향에 도착합니다.

이제 다시 그녀가 떠돌아다닐 일은 없겠죠?

그런데... 어쩐지 저는...

그녀가 이제 본격적으로 떠돌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 떠돔의 내면엔 이젠 평안함이 함께 할 것 같아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다름”에 대한 이해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색의 다름, 성별의 다름, 지역의 다름, 그리고 개인의 다름까지...

“다름”의 본질은 인정이나 이해의 측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의 삶을 다르다는 이유에 빗대 우리가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온전히가 아니라 그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정말 말할 수 있을까요?

백인 성인 남성 작가가 쓴 흑인 여자 아이의 이야기...

백인과 흑인 두 사람의 손을 양 쪽으로 꼭 잡고 황인족인 나 또한 그 길 위를 함께 걷는 느낌입니다....

어쩐지,

평화롭네요.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