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7. 10. 08:35

<Ramin Karimloo LIve>

장소 :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기간 : 2013.07.03. ~ 2013.07.04.

주최 :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과 라울!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와 앙졸라! 그리고 대망의 장발장! 

스토리가 완전히 막장주말드라마(?)라는 혹평이 쏟아졌던 <러브 네버 다이>의 초연 팬텀까지!

(뭐, 이 작품의 혹평은 라민 탓은 아니니까...pass!)

그가 왔다!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

서울에서 단 이틀 동안의 공연.

그것도 큰 공연장도 아닌 자그마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티켓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무지 어렵더라.

다행히 겨우겨우 뒷 자리를 하나 예매했다!

그러다 어찌어찌 양도로 나온 티켓을 구해서 나쁘지 않은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원래 예매했던 티켓은 수수료 빼고 양도글을 올렸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양도 받는 사람이 살짝 놀라더라.

다른 사람은 커미션까지 요구하는데 수수료까지 빼고 양도한다고!

(그동안 연락된 사람들이 가격을 높이 불렀단다! 나쁜 사람들...)

사실 우리나라에 라민이 이렇게까지 유명할 줄 정말 몰랐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 외에 이 매력적인 이란계 캐나다 배우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예매상황과 현장에서 목격한 바로는 완전히 대형스타다.

나는 오히려 아주 늦게 라민을 알게 된 축에 속한다.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콘서트 영상을 보고 놀았었다.

장발장이보다 앙졸라가 더 눈과 귀를 잡아 끌어서!

라민만큼 한 작품 안에서 모든 남자 역할을 다 연기한 배우도 드물겠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작품에 대한 시각이 다른 배우들보다 훨씬 더 넓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마치 <JCS>의 마이클리처럼 ^^)

한국에서의 콘서트가 끝나면 9월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발장으로 다시 무대에 선단다.

나도 라민의 장발장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참 좋겠는데...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배우 라민 카림루!

그가 몇 년 전에 밴드를 만들고 앨범을 발표했는데

그 앨범의 곡들과 자신이 출연했던 뮤지컬 넘버를 가지고 국내외에서 열심히 공연중이다.

혹시 절친 하들리도 함께 와서 "Losing"을 불러주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오웬, 스티브, 세르지오, 알란 4명의 브로드그래스밴드만 함께 내한했다.

세계적인 대형 뮤지컬 스타의 내한공연이란 타이틀만 보고 온 관객은

본공연을 보면서 조금 실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초반에는 라민의 목소리 상태도 좋아 보이지 않았고

마이크도 볼룸이 좀 왔다갔다했다.

그런데 나는 참 좋았다.

아주 단백한 어쿠스틱 공연이라 아직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그날 비가 많이 내렸던 것도 센치한 기분을 up 시키는데 한몫 했으리라)

나란 사람이 흔히 말하는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미친 성대 운운에 감동을 잘 안하는 타입이기도 하지만

그날 자신의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에서 과장과 두려움없이 최선을 다하는 무대를 보는게 개인적으론 훨씬 좋다.

역시 나는 skill 보다는 feel에 더 많이 끌리는 모양이다.

 

- 라민 카림루 내한공연 레파토리

 

Rainy skies

From grace

Place called

 

Traveler's eyes

Anthem (Musical chess)

I dreamed at dream  (Musical Lemiserable)

Cathedral 

Show me light  

Oh, What a beautiful morning (Musical oklahoma)

Bring him home (Musical Lemiserable)

Losing

Broken

Will the circle be unbroken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Musical Lemiserable)

Ladames' Letter (Musical AIDA)

Music of the night (Musical Phantom Of The Opera)

Coming home

 

Hallelujah

Constant ange

Down to th river to pray

Good riddance

Do you hear the people sing? (Musical Lemiserable)

 

10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주옥같은 22곡을 들을 수 있는 아주 풍성한 무대었다. 

밴드 멤버 알렌이 첫무대에서 3곡을 연속으로 불렀는데 목소리톤이 정말 좋았다.

한곡씩 끝날 때마다 밴드 멤버가 한 사람씩 무대에 들어오고

화음도 한명씩 추가되면서 울림이 점점 달라지는 걸 목격하는 것도 퍽 인상적이었다.

알렌의 소개로 드디어 라민이 등장!

(객석의 폭발적인 환호성... 내 뒤에 있는 여자분도 바로 내귀에 대고 엄청난 소리를 질러댄다.

 깜짝 놀랐다. 사람의 입에서 그런 괴성이 나올 수도 있구나...)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라민이 정말 사랑하긴 하는 모양이다.

18곡 중에서 레미 넘버를 무려 4곡이나 불렀다.

판틴의 그 유명한  넘버 "I dreamed at dream"을 남자버전으로 들으니까 그 느낌이 또 완전히 다르더라.

라민이란 싱어,

참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해맑은 아이 같기고 하고, 성숙한 남자 같기도 하고, 비장한 전사같기도 하다.

(아마도 뮤지컬의 영향을 무시할 순 없겠지!)

"Will the circle be unbroken" 과 "Down to th river to pray" 두 곡은

오웬, 스티브, 세르지오, 알란의 아카펠라 화음도 너무 아름답고 예뻤다.

(건장한 남자 다섯이 이런 소리를 낼 줄이야...)

엥콜무대에 부른 "Hallelujah"는 정말 감동이었다.

텅빈 무대 위에 라민과 건반 하나.

이걸로  무대 전체를, 공연장 전체를, 관객 전체를 빈틈없이 꽉꽉 채우더라.

벤조를 포함한 기타연주도, 건반 연주도 참 수준급이었다.

뭐랄까?

라민 스스로 무지 즐거워하면서 feel을 따라가는 그런 모습이었다.

사회자나 통역없이 라민이 직접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하는 방식도 맘에 쏙 들었다.

(뭐 다 알아들어야할 필요는 없으니까! ^^)

번잡하거나 요란스럼지 않은 아주 단백한 공연.

마지막 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관객 거의가 따라 불러서

라민도 많이 놀라했다.

열광적인 한국팬들의 반응이 신기했던지 밴드맴버들도 객석을 핸드폰으로 열심히 찍더라.

그 모습도 꽤 재미있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마이크상태가 좀 더 좋았다면,

공연장이 조금 더 좋았다면,

그리고 공연이 조금 더 길었다면... (기간도, 시간도)

그래도 이날 공연을 보면서 확실히 알게 된 건,

이 남자, 다시 한국에 오겠구나 하는 거였다.

9월 캐나다 <레미제라블>때문에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번 공연이 확실히 끝은 아닐 것 같다.

다시 내한하게 된다면 지금처럼 단백한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참 좋겠는데...

폭발적인 성량보다 은근한 감성이 나는 훨씬 더 좋은데...

 

* 유투브를 폭풍검색해서 내한공연에서 라민이 불렀던 노래들을 전부 다 모아봤다.

  아마도 한동안 이 페이지를 자주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3. 6. 4. 07:55

회를 거듭할수록 말도 많고 탈도 점점 많이지고 있는

그래서 공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의구심을 품게되는 뮤지컬 어워드가 어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됐다.

벌써 7회인데 왜 이리 잡음이 끊이지 않는지...

몇 주 전에 발표된 후보자들을 보고 좀 많이 황당했었다.

한 작품에 두 명이 같은 수상후보에 올라오고

한 배우가 다른 작품으로 같은 타이틀에 후보자고 올라오고

연출이나 안무 후보자들도 거의 몇몇의 사람들이 여러번 반복해서 올라왔다.

발표된 후보자들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상을 안 줄래야 안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냥 좀...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올해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창작 뮤지컬상: 그날들
남우주연상: 정성화(레미제라블)
여우주연상: 정선아(아이다)
남우조연상: 문종원(레미제라블)
여우조연상: 옥주현(레베카)
남우신인상: 지창욱(그날들)
여우신인상: 박지연(레미제라블)
극본상: 장유정(그날들)

인기스타상 : 제시카, 규현
작곡·작사상: 윌 애런슨, 박천휴(번지점프를 하다)
연출상: 로버트 요한슨(레베카), 로렌스 코너, 제임스 파우웰(레미제라블)
안무상: 서병구(라카지)
음악감독상: 정재일(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상: 정승호(레베카)
의상상: 유미양(살짜기 옵서예)
조명상: 잭 멜러(레베카)
음향상: 김지현(레베카)

 

<레미제라블>과 <레베카>, <그날들>은 예상됐던 거고

<레미제라블>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신인상, 연출상 등 5개 부분을

(정확히 말하면 연출상을 2명이 수상했으니 4개 부분)

<레베카> 역시도 여우조연상, 연출상, 무대상, 음향상, 조명상 등 5개 부분을 수상했다.

초연 창작뮤지컬은 <그날들> 뭐 살짝 구색을 맞춰준 것 같긴 하지만

창작뮤지컬상, 극본상, 남우신인상 등 3개를 수상했다.

한 마디로 대충 잘 나눠가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예전같으면 좀 정성껏 포스팅을 했을텐데

이번 뮤지컬 어워드는 그럴 맘이 별로 안 생긴다.

그저 간단히 기록하는 정도로 해두자!

(나름대로의 보이콧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인정할만한 수상자는

여우주연상, 여우신인상, 음악감독상, 의상상, 작곡작사상, 안무상 정도!

참 내가 써놓고도 민망하다.

연말쯤에 있을 뮤지컬 대상 시상식이나 좀 기대해볼까!

그래도 몇몇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특히 <JCS>의 음악감독 정재일.

당신은 나를 9년 전의 나로 되돌려놨다.

그러기 정말 쉽지 않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3. 1. 9. 08:27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

현재 내게 엄청나게 중독과 탐독을 자극하고 있는 스페인 작가

<천국의 수인>을 계기로

몇 년 전에 읽었던 <바람의 그림자> 2권을 다시 읽게 만들었고,

뒤이어 <천사의 게임> 2권까지 찾아 읽게 만들었다.

너무나 간절히 찾아가고 싶은 그 곳.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잊혀진 책들의 묘지" 4부작.

그 중 3부작이 우리나라에 출판된 상태다.

마지막 작품은 아직 스페인에서도 출판되지 않은 모양인데(어쩌면 번역이 아직 안 됐을지도...) 정말 미치게 궁금하다.

"잊혀진 책들의 묘지"

어느날 나는 허기진 눈(目)에 핏발을 세우고 이곳을 찾기 위해 스페인 거리를 헤매고 다닐지도 모르겠다.

이런 짜릿하고 황홀한 느낌!

예전에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이라는 알게 됐을 때와 흡사하다.

참 사람 좌절시키게 만드는 작가들.

스토리텔러는 하늘이 내는 것 같다는 절망감을 또 한 번 되새기게 한다.

(그러나 이런 류의 좌절! 나는 절대적으로 환영한다....

 사실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고작 내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오르한 파묵은 내가 터키를 꿈꾸고 했고 급기야 실제로 터키로 향하게 만들었는데

루이스 사폰 역시도 내게 스페인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무자비한 폭격처럼!

궁금했다.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가 왜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고는 작가로서 그가 갖는 자부심에 또 한 번 놀랐다.

...... 루이스 사폰은 왜 영화 제작 러브콜을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의 작품들이 소설이라는 문학의 영역을 벗어나 다른 형식으로 변형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영화나 TV 시리즈 등이 시각적 재미를 선사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신에게 생소하고 이질적인 미디어이며, 독서를 위한 언어로 이루어진 책이야말로 자신의 작품이 마땅히 있어야 할 세계라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다 ......

이유있는 항변이고 충분히 긍정할 수 있는 멋진 자존심이자 곤조(?)다.

때론 책에서 혼자 상상했던 장면이 화면으로 다 보여지면 왠지 까발려지는 듯한 불편감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더 많이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눈 앞에서 정형화되면서 뭔가를 차단 혹은 금지시키고 있는 것만 같아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읽는다는 지극히 우아하고 지적인 행위는

자기 영혼을 향해 열리는 문을 탐험하는 즐거움이자,

허구와 언어의 신비함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

아름다움과 상상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이다.

 

우리나라에 출판된 순서가 좀 모호해지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천사의 게임 -> 바람의 그림자 -> 천국의 수인 순으로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이야기 전체가 큰 그림으로 그려지면서

그 큰 그림 속 세부묘사가 점점 눈 앞에 현실로 그려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거다.

아쉬운게 있다면,

이 책들이 모두 한 사람에 의해 번역됐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거다.

그랬다면 아마도 더 일관성있고 촘촘하게 문장을 읽을 수 있었을텐데...

(<바람의 그림자> 정동섭 번역 / <천사의 게임>  송병선 번역 / <천국의 수인> 김주원 번역)

 

"잊혀진 책들의 묘지"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모든 책에는 영혼이 있다.

 책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 책을 읽고 그 책과 함께 꿈을 꾼 사람들의 영혼 말이다."

이 문구는 개인적으로 영원한 헌사처럼 간직하련다.

빅토릐 위고의 <레미제라블>, 알렉상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가스통 드루의 <오페라의 유령>

"잊혀진 책들의 묘지" 를 읽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이 작품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대가들의 위대한 작품을 이렇게 멋지게, 이렇게 새롭게 새겨넣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끝끝내 주인공에게만 밝혀지지 않고 다른 모든 사람들(심지어 독자까지도)이 알게 되는 비밀.

(나 이 비밀 정말 훌리안에게 알려주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불에 타 허물어진 얼굴로 자신이 쓴 책의 악마가 되어

한 권 한 권 책을 찾아내 불태우는 훌리안.

그야말로 소설을 불태우기 위해서 소설 바깥으로 나온 사람.

그런 훌리안의 생애를 추적하는 셈페레 책방의 아들 다니엘.

그런데 추적하면 할수록 다니엘 역시도 홀리안과 똑같은 사건 속에 휘말린다.

뫼비우스의 띠.

그리고 감옥에서 탈출하면서 작가 마르틴과의 약속대로 다니엘의 수호천사(?)가 되는 페르민.

 ...... 너와 훌리안은 서로를 찾고 잇었던 거야, 다니엘. 그는 너의 순수함이 그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구원하리라는 걸 믿고 싶어했어. 그는 자기 책들을 찾아다니는 걸, 자기 삶의 흔적을 불태워 없애려는 욕망을 그만두었지. 그는 네 눈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어. 네 안에서 한때 자신의 모습이었던 소년의 모습을 되찾음으로써 말이야 ......

신비롭고 환상적이었다.

인물들이, 사건들이, 과거와 현재의 시간들이, 그곳과 이곳이

이 다섯 권의 책 속에서 끊임없이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다.

(그래서 이 다섯 권을 다 읽어야만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급기야 이 책들이 정말 생생하게 살아 있어 지금까지도 계속 이야기를 만들내고 있을것만 같다.

이런 류의 책.

정말 끔찍하게 환상적이다.

뭔가 여지를 남기는 책.

 

이 매력적인 작가때문에

언젠가 나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 스페인 골목을 헤매고 다니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타 모니카의 아르코 델 테아트로, 그 좁은 골목길을 말이다.

혹시 모르지!

람블라스 거리에서 커다란 목조 대문을 보게 될지도.

그렇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노커를 두드릴 것이다.

내 인생의 단 한 권 뿐일 그 책을 찾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잊혀진 책들이 묘지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그가 누구나라도 책을 한 권 골라야만 한다.

이게 이곳의 관습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면 이제 시작이다.

책을 선택한 사람은 그 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그걸 자기 양자로 삼야야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 약속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난 기꺼이 내 목숨을 그 책에 걸겠다.

그것도 아주 단번에!

그러니 제발 문만 열어주시길... 

 

* 루이스 사폰의 안개 3부작도 빠른 시일 안에 읽어봐야겠다.

  <9월의 빛>, <안개의 왕자>, <한 밤의 궁전>

  또 다시 탐욕. 탐독의 발동되려 한다.

  확실히 그의 글 속에 뭔가가 있다!

  (그가 쓴 책은 아니지만 <이집트 사자의 서>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16. 09:18

<Les Miserables>

일시 : 2012.11.03. ~ 2012.11.25.

장소 : 용인 포은아트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알랭 부브릴,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곡 :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사 : 하버트 크레츠머

연출 : 트러버 넌, 존 케어드

협력 연출 : 크르스토퍼 카

가사 : 조광화

국내 연출 : 최용수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정성화(장발장), 문종원(자베르), 조정은(판틴),

        임춘길(떼나르디에), 박준면(떼나르디에 부인), 앙졸라(김우형)

        조상웅(마리우스), 박지연 (에포닌), 이지수 (코제트) 외

 

세계 4대 뮤지컬 중 우리나라에 공연되지 않았던 마지막 작품 <레미제라블>.

드디어 한국어 공연의 대장정이 용인에서 시작됐다.

내년 4월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장기공연이 잡혀있긴 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용인 포인아트홀을 찾았다.

(멀어도 정말 너~~~무 멀~~~~어!)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

개인적으로 동물들 나오는 건 싫어해서 <캣츠>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미스사이공>이 제일 좋았고 가슴에 오래 담겼었다.

그래서 <레미제라블>이 더 기대가 됐던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주연배우들도 오랜 <레미제라블>의 관행(?)에 따라 아니라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솔직히 좀 걱정된다. 이 장기간의 공연이 원캐스팅으로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레미제라블>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지만

일부러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DVD를 보거나 공연평을 검색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뭐랄까 아무 사전 지식없이 보고 싶었다.

예전에 <미스 사이공>를 봤을 때처럼 느껴지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너무 기대가 컸었나?

공연 초반부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정성화 장발장이 너무 감정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의 감정이 아니라 장발장을 하고 있다는 배우의 감격이 아무래도 컸던 모양이다.

노래도 좀 불안했고 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역대가 왔다갔다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감정을 조금씩 추스르면서 점점 장방장이 되가는 것 같아 후반부 갈수록은 좋았다.

(정확히 말하면 코제트가 성인이 된 부분부터)

장발장을 하기에 정성화가 너무 젊은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젊은 장발장보다는 나이든 장발장을 훨씬 더 잘해서 좀 놀랐다.

이쁜 조정은에게 판틴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슬프고 아프게 표현해서 먹먹했다.

문종원 자베르.

나랑 문종원이라는 참 안 맞는 것 같다.

늘 연기가 변화가 없이 비슷한 것 같고

특히나 그의 딕션은 그닥 믿음직스럽지 않다.

나는 조금 더 강직하고 조금 더 단단하게 표현하길 바랬는데...

(그의 메트리스 연기는...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페나르디에 부부 임춘길, 박준면의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 이 작품에 확실한 액센트를 준다.

그리도 두 사람, 정말 너무 잘한다.

페나르디에 부부일때도, 다른 역할일 때도..

오랫만에 공연무대에서 박준면은 정말 완전 브라보다!

어린 에포닌과 코제트와 나오는 장면은 가히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 급이다

페나르디에 딸래미 에포닌 박지연의 "On My Own"도 너무 슬프고 불쌍해서 가슴이 아팠다.

(전체적으로 페나르디에 가족은 캐스팅 good이다.)

 

앙졸라 김우형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탁월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극 작품을 많이 한 배우답게 노련함과 몰입의 정도는 엄청나다.

아마도 이 작품 통틀에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날 내가 본 느낌으로는...)

시작되는 1막 마지막 곡 "On day more"은 각자 파트를 부를 때는 아주 좋은데

웅장하고 비장한 느낌을 줘야하는 합창일 때 가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노래와 배우들의 감정, 느낌 자체는 참 좋았는데

음향때문에 감동을 충분히 주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지수 코제트는 고음이 너무나 절망적인 상태였고

마리우스 조상웅는 노래와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비쥬얼이 좀 어색하다.

이런 표현 좀 미안하지만 게임 케릭터 슈퍼마리오가 자꾸 떠오른다. 

아! 정말 멋졌던 아역들에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품을 보면서 당연하겠지만 <미스 사이공>이 많이 생각났다.

(두 작품 모두 클로드 미셀 숀버그가 작곡에 참여했다)

ABC 카케에서 마리우스가 앙졸라에게 사랑에 빠졌다 고백하는 장면은

크리스가 전화로 존에게 킴과의 사랑에 빠졌노라고 고백하는 장면과 거의 흡사했고

마리우스 품에서 죽는 에포닌은 크리스의 품에서 죽는 킴을,

바리케이트 접전은 헬리콥터 장면의 이비규환과 절망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는 감동이 적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먹먹하고 가슴이 아파와서 좀 힘들었다.

내년 4월에 서울 공연때 다시 관람하면

그 깊이와 감정이 확실히 더 깊어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난 후의 <레미제라블>이 궁금하다.

기다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1막 (ACT 1) 
 

01. Prologue/look Down
02. Valjean's Soliloquy
03. At The End Of The Day
04. I Dreamed A Dream
05. Lovely Ladies
06. Fantine's Arrest
07. The Runaway Cart
08. Who Am I?
09. Fantine's Death
10. The Confrontation
11. Castle On A Cloud
12. Master Of The House
13. The Bargain-the Waltz Of Treachery
14. Paris/look Down
15. The Robbery
16. Stars
17. Abc Cafe/red And Black
18. Do You Hear The People Sing?
19. In My Life
20. A Heart Full Of Love
21. The Attack On Rue Plumet
22. One Day More

2막 (ACT 2)

01. Building The Barricade
02. On My Own
03. The Barricade
04. A Little Full Of Rain
05. The First Attack
06. Drink With Me
07. Bring Him Home
18. The Second Attack
19. The Final Battle
10. The Sewers/dog Eats Dog
11. Javert's Soliloquy
12. Turning
13. Empty Chairs At Empty Tables
14. A Heart Full Of Love Reprise
15. Valjean's Confession
16. The Wedding
17. Beggars At The Feast
18. Epilogu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7. 05:48

드디어 <Elisabath>이 우리나라에 공연됐다.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라이센스 공연을 기댜려온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연이 결정되고 캐스팅이 발표나기 전까지 나 역시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렸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정확히 20년만에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뮤지컬 <Elisabath>
1994년 버전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몇몇 장면의 순서만 바뀌었지 변한 게 전혀 없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엄청나긴 한 것 같다.
<Wicked>의 오리지널 무대와 <레미제라블> 라이센스 공연도 지금 대기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국과 프랑스의 왠만한 작품들은 거의 소개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유럽 작품으로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 보니.

<Elisabath>
뮤지컬 역사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란다.
캐스팅 발표후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쩌나 싶을 만큼 뮤지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배우들 거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까지.
원작 공연에서도 무대 장치에만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다는데 과연 헛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주,조연을 망라하고 거의 고음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듣고 있으면 감탄의 연속이다.
엄청난 화려함과 계속되는 고음의 페레이드가 이 작품의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중 회전무대는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과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엘리자벳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대효과중 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공연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흐트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초반에 조명, 음향 등 무대효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토드가 서있는 크레인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할 때는 줄이 끊어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 등이 눈의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면
주,조연을 망라하고 계속되는 고음의 향연은 감탄을 넘어 귀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다.
솔직히 현재는 첫번째 관람이라 피로보다는 경의로움이 크다.
드디어 류정한과 민영기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Elisabth>라는 작품이 충분히 의미있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박은태 루케니 - 류정한 토드
류정한 토드 - 김선영 엘리자벳
류정한 토드 - 전동석 루돌프
류정한 토드 - 민영기 요제프
민영기 요제프 - 김선영 엘리자벳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관람은?



엘리자벳 김선영.
40이 넘은 김선영이 16살부터 61살까지의 나이를 연기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극 속에서는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배역 자체가 워낙 고음의 곡들이 많아서 노래 잘하는 김선영에게도 힘겨워 보였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곡 자채가 워낙 높아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김선영은 누가 뭐래도 김선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역보다 엘리자벳이 트리플 개스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겨워 보인다.
회전하는 무대에서, 그것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게 보기에도 안스럽다.
회전무대의 속도도 관객이 보는 것 보다 상당히 빠르다는데...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는 머리와 의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전혀 쉴 짬이 없단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신영숙을 사람들이 많이 원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김선영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 넘버들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류정한과 많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둘의 호흡과 하모니는 끔찍하다.
솔직히 저릿저릿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듯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프란츠 요제프 민영기.
신념 강한 왕(정조)이나 영웅(이순신, 삼총사)을 주로 연기해서 그랬을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민영기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배역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2부 후반부에 류정한 토드와 함께 '엘리자벳~~~"을 외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두 배우 모두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륜과 경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
김선영과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생각보다 애절하지 않아 아쉽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박은태.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엄청난 칭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는 말엔 나역시 이견이 없다.
루케니의 넘버 대부분이 박은태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다행스럽다.
지금껏 내가 본 박은태 모습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해설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좀처럼 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충실하게 해설자 역할만 담당한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루케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게 오히려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중간중간 본인이 너무 흥에 겨워하는 것도 약간은 이물스럽다.
흥없는 방관자보다는 흥있는 방관자가 100배쯤 낫지만 
이 작품 속에서 루케니는 방관자이기만 해서는 안 될텐데...
어찌보면 루케니가 토드의 대리인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충실한 해설자,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milk보다 Kitsch를 부를 때가 더 실감(?)나고 극적이다.
NDP에서 그랭그와르를 할 때는 그래도 꽤 극 속에 개입했었는데...
어쩐지 작정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박은태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입 속에서 오래 머물려 웅웅대던 대사도 많이 개선된 것 같고..



루돌프 전동석.
요즘 한찬 뜨는 뮤지컬 배우다.
(하반기에 공연될 뮤지컬 <루돌프>에 강력한 후보라는 설이...)
분량이 너무 적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솔직히 어렵지만 노래는 꽤 괜찮다.
류정한 토드와 부른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는 용호상박이다.
좀 대견스럽다 ^^ 
개인적으로 어버지 요제프와 대면하는 장면은 좀 더 완강했으면,
어머니 엘리자벳에게 도와달라는 장면은 더 간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대공비 소피 이정화.
<해어화> 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그녀를 무대에서 봤다.
엄격하고 냉정한 대공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본 건 고집장이 심술꾼 시어머니 모습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대공비 같지는 않더다)
나이 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딕션이 조금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초반에 루케니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불러낼 때 이정화의 소리는 들리지만 목소리는 거의 묻힌다.
좀비스런 느낌이지만 정말 멋진 장면인데...
(예전 DVD를 보니까 이 장면이 공동묘지처럼 연출됐던데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론 좋다.)



토드(tod) 류정한.
할 말 많은 이 사람을 어찌할까?
영화 <기적>이 촬영 자체가 무산된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역을 하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이 영화 때문에 류정한은 <몬테크리스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류정한!
사실 루케니에게 소개된 토드의 첫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대에서 언제나 영리한 여우였던 류정한이 너무 오랫동안 무대를 비웠나 싶어서...
지금까지 그가 낸 소리와 확실히 다른 소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늬들끼리 어디 한 번 잘 해봐라 하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실망감 비슷한 당혹감은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류정한은 역시 여우일수밖에 없구나 절감케 한다.
이야기 전체를 토드가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랄까!
늬들이 아무리 배후와 동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이 모든 건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거만하고 완벽한 handling.
류정한의 토드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이라기보다는
질투와 본능에 의해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handling에 가깝다.
그리고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이다.
넘버 중간중간 웃는 웃음소리라든가
(그 웃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쫒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다)
성마르면서도 관능적인 그의 노래는 순간순간 전율을 일게 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깐이라도 무대 위에 서면 여지없이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토드>로 변한다.
아마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본인의 흥분과 감격 지수도 상승됐겠지만
3월 중반 이후에는 좀 다른 표현의 토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예상해본다.
(반갑다! 류정한! 당신만큼 당신 무대를 기다린 사람들 정말 많다!)
솔직히 나는 배우 류정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포기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러기에 배우로서 그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배우를 드디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황홀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가 특유의 발음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마다
당치않게도 내가 엘리자벳인냥 대답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주겠다는데...
영원한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이 유혹적인 부름에 누군들 감히 마다할까?
무한 애정의 정도가 깊다고 손가락질 한대도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는데
어찌 죽음을 따르지 않으리요...



캐스팅 보드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이날 루돌프 아역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역까지도 잘하더라.
침대위에서 "엄마 어디 있어요"를 부르는데 깜찍하면서도 너무 안스러웠다.
아직 어린 꼬마인데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 같아 놀랐다.
<해품달>에 이어 아역이 아역이 아닌 시대가 뮤지컬계도 오려나보다.
긴장해야겠다. 성인연기자들 ^^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사본지 백만년이나 돼서 찾아보지 못했는데 
번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음악감독 김문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깔끔하다.
EMK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건데 번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은 느낌도 없고
적절한 단어를 잘 찾아 귀신같이 잘 사용한다.
덕분에 넘버의 리듬도 살고 가사의 내용도 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대극장 뮤지컬을 보게 된 게.
덕분에 갈증이 조금 해갈됐다.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 서너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전 캐스팅 크린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창의, 김준수 토드는 보고 싶다.
이들이 표현하는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옥주현 엘리자벳도 궁금하고,
3명의 루케니도 궁금하다.
(자제하겠다더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건데...
궁금해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17. 06:22

결국 또 다시 보게 됐다.
얼마전 열렸던 뮤지컬 어워즈에서 <미스 사이공>의 킴, 김보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정작 본인은 기대하지 못한 일이라 호명되자 많이 감격스러워하며 당황해하더라.
그녀가 연기하는 킴을 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과 진심은
뮤지컬을 보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독하게도 만든다.
그녀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고 또 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그녀는...

고양시와 성남을 거쳐
이제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까지...
긴 시간을 참 자기관리 잘 하는 배우들의 프로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함께 대장정을 하고 있는 나 역시도 ^^


김보경 킴, 마이클리 크리스, 김성기 엔지니어.
이 트리플의 조합을 나는 매번 고집했다.
다른 캐스팅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이 세 사람이 나오는 날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날도 류정한의 새로운 소극장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 예매를 과감하게(?) 취소하고
이 트리플을 선택했다.
(솔직히 정말 고민 무지 많이 했다...)
그런데 보고 난 후의 느낌은...
포기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 트리플의 무대는.
정말이지 완전 소중하다.
"엔지니어" 김성기는 외국 스탭들조차도 완벽한 엔지니어라며 칭친이 자자하다는데
볼수록 그 말뜻에 공감하게 된다.
힘들텐데도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매번 참 잘 이끌고 간다.
그리고 요즘들어 나는 김성기의 "레미제라블"을 점점 더 상상하게 된다. (상상이 이뤄졌으면... )
김보경 킴과 마이클리 크리스가 부르는
"sun & moon"과 "last night of the world"는 정말 매번 감동적이게 아름답다.
그 두 사람의 조화는 지금까지도 내겐 여전히 환상적이다.
연달아 100번쯤 들어도 반복해서 다시 100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이쯤되면 확실히 중독이다)
김보경 킴과 김선영 엘렌의 "I still believe" 역시도.



무대는 고양시와 성남보다 약간 작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1막 Dream land 장면에서는 조명이 조금 더 어두워진 것 같다.
2막에서도 춤 추는 bar-girl 들이 약간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 있었다.
선정성 운운하는 게 염려됐던건가???
(뭐, 나쁘지니 않다. 아무도 잘 모를테니까...)
그 사이에 "지지" 역이 더블 캐스팅으로 바뀌어있었고 이날은 구민진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 (이름이 잘...)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건 그 사이에 "탬"이 너무 많이 커버렸다는 사실.
이날 공연에서는 3살이라고 하기에는 발육상태가 너무 남다른 아이가
기어서 등장해 깜짝 놀랐다. (정말 아이들은 금방, 그것도 쑥쑥 큰다. ^^)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볼 때마다 음향이 항상 이상했었는데
이날 공연의 음향은 깨끗했다. 
워낙 딕션이 좋은 배우들이 모여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대사며 노래가 아주 선명하게 잘 들렸다.
그리고 "투이" 역의 이경수는 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한다.
이 사람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매번 나를 그 현장 속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헬리콥터 장면.
이날도 여지없이 무너뜨리더라.
이상하다.
그런 상황들이 나는 너무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참 많이 힘들다.
서로를 찾는 크리스와 킴을 보는 것도,
자신들을 데려가달라며 철조망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들을 버리고 헬리콥터에 오르는 미군을 보는 것도
그대로 현실이 된다.
어떻게 매번 이 장면을은 나에게 이런 감정을 고스란히 옮길 수 있을까?
그냥 보고 있으면 너무 아프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화가난다.
내가 너무 깊게 빠져버렸나???

사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느날 나한테 조용히 선물하게 될지도...
혼자서 많이 울고 싶어질 때,
아마도 그런 때가 오면 선물하게 될지도...


                     김보경, 김선영의 <I Still Believe> - 뮤지컬 어워즈 실황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8. 06:26
2010. 04. 03. PM 2:00 Casting
앤지니어 : 김성기 / 크리스 : 마이클 리 / 킴 : 김보경
존 : 김우형 / 엘렌 : 김선영 / 투이 : 이경수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이 중에서 <레미제라블>만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모두 라이센스 공연이 이루어졌다.
(조만간 <레미제라블>도 라이센스 공연이 성사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4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센스 국내 초연됐을 때 참 많이 관람을 망설였던 작품이다.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에..." 였다. 
그때 주연배우들의 기자회견 장면이 아마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 투이 역으로 데뷰했다는 그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경악했다.
그런 그가 한국어로 노래를 해야 하고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장난"처럼 느껴졌다.
<미스 사이공>의 희극 버전이 탄생되는구나 싶었다.

 
                                                                              <미스 사이공 킴과 크리스>

그리고 뒤늦게 "마이클 리"가 부른 뮤지컬 넘버를 듣게 됐다.
"Why god why?"
솔직히 고백하는데 전율이 일었다.
그의 한국어 발음은 분명 문제가 많았지만 감정이 그대로 담긴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했다.
킴과의 듀엣곡 "Sun and Moon"과
"The last night of th world"를 듣고는 후회했다.
4년 전에 그래도 한 번쯤은 보지 그랬느냐고...



고양 아람누리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또 놀랐다.
너무 작은 체격이라서...
그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힘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를 엎드리게 해서 등판을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루루 쏟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할만큼 ^^) 
맑고 깨끗하고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목소리. 
그의 고음은 불안하지도 힘겹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타고 난 목소리다.
그런 그가 원래는 스탠퍼드 대학의 우등생이었단다.
의대생이었던 그는 3학년 때 뉴욕으로 건너가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봤고
투이 역으로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에 무대에 서게 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렌트, 왕과 나 ...
브로드웨이 대표작에서 한창 활약하던 그는 우연히 친구를 통해 한국에서의 미스 사이공 공연 소식을 듣게 됐단다.
그래서 싱가포르 투어 중 하루를 비워 오디션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단다.
미국에서는 백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크리스.
그는 크리스가 되어 그렇게 4년 전 한국 뮤지컬 무대에 섰다..
<미스 사이공>이 그의 뮤지컬 무대 첫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마이클 리.
2005년 초연가 달라진 점이라면,
그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1살짜리 아들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더 성숙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 후 무대 밖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모습은
참 귀엽고 그리고 순수해보였다.
(젠틀한 꼬마 신사 같았다고나 할까? ^^)



킴의 "김보경"!
작은 몸의 그녀가 나를 얼마나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지...
그녀에게 제대로 휘둘리고 난 후의 느낌은 황홀할 정도였다.
그녀에게도 운명이 되어 버린 <미스 사이공>,
4년 전 그녀는 뮤지컬 <아이다>의 앙상블이었다.
한국 오디션 당시 외국 연출자는 한국에는 `킴`이 없다는 소리까지 했을 정도로 캐스팅에 난항이었다고 한다.
오디션에 지원조차 하지도 않았던 그녀는 <아이다>를 본 연출자에 의해 오디션 기회를 잡았고
수백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앙상블에서 주연이 되는 신데렐라의 행운을 얻었다.
모든 뮤지컬 여배우들이 꿈꾸는 역할 "킴"으로...


전쟁의 화염 속에 가족을 잃고 창녀가 되야 했던 17세 킴의 여리고 순수한 목소리부터
떠난 크리스가 돌아올 것을 굳게 믿으며 부르는 노래  "I still believe"
3살 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리라 다짐하는
"I'd give my life for you"까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시간도, 희망도, 그리고 절망도 묻어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킴" 그 자체였다.
헬기장 장면에서 나는 그녀 때문에 가슴이 찢어졌고
호텔에서 크리스의 아내 "엘렌(김선영)"과의 만남에서는 함께 가슴이 무너졌다.
킴의 대사처럼 나 역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저 철조망을 뚫고 그녀를 헬기 안쪽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미스 사이공>은 동일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더 가슴 아파하면서 감동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전쟁을 비록 겪지 않은 세대라고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전쟁의 절망을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정하고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도 그렇게 될까?
<미스 사이공>이란 작품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나는 여기에 두고 싶다.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전 속 의미로만 남기를 희망하면서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라도 그 절망을 조금이라도 가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게 구닥다리같은 억지처럼 들리더라도 말이다.
작품 속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전쟁"의 참혹성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솔직히 말해서,
<미스 사이공>을 보면서 내가 감동받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고전"이라고. 지금 시대에 전쟁물이 말이나 되냐고...
그래도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 보기나 해보자고...
참혹하게도,
나는 완전히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KO패를 내내 감사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보게 된 김성기씨는
역시나 독특한 존재감을 주는 자신만의 앤지니어를 만들어냈다.
한때 그의 목소리를 내가 얼마나 깊게 깊게 사랑했었는지... (^^)
그의 건강하고 날씬한(?) 모습이 마냥 반갑고 그리고 정답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멋진 배우 김성기.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리웠겠다. 특히나 <미스 사이공>은 더더욱.
그의 앤지니어를 볼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게도 그에게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The American Dream - 앤지니어 "김성기">

마이클 리, 김보경, 김성기, 김선영, 김우형.
그들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계를 직접 보고
<미스 사이공>이 세계 4대 뮤지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나는 충분히 이해했고 그리고 인정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4대 뮤지컬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덕분에 혼자 무안해지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과 놀라운 무대 셋트들.
(3D 헬리콥터 장면은 정말 사람이 그 속에 타서 신기했다.)
철조망 신의 긴박감과 절망감,
퇴폐적이고 끈적거리는 클럽의 불빛,  피난민들의 허름한 수용소.
커다란 호치민 흉상 앞에서의 군무들까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전부 기억에 선명하고 그립다.



어쩌나...
또 다시 깊게 절망하고 싶다. 
너무 그리워서 이제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3. 24. 06:28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신작
<Love Never Dies>가 3월 9일 드디어 공개됐다
그가 <The Phantom of The Opera>의 속편을 완성했고 곧 무대에 올려질거란 기사는
작년 말에 이미 읽어서 알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뉴욕의 <팬텀> 공연이 작년에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초로 9천회를 달성했다,
분명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상업적으로 다른 뮤지컬이 밟아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웨스트엔드에선 <레미제라블>이 최장기 공연 기록을 '팬텀'에게 넘겨주지 않고 있지만, 브로드웨이에선 이미 '팬텀'이 <캣츠>가 가지고 있던 최장기 공연 기록을 넘어섰고, 이제 22년간 9천회 이상의 공연 기록을 세우게 된 영광도 맛보게 되었다.

1988년 1월 초연 이래 '팬텀'은 브로드웨이에서만 약 74억 달러를 벌어들였고, 전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5십억 달러라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는 역사상 단일 엔터테인먼트로는 가장 성공한 예로서, 영화사상 가장 큰 흥행을 거두었던 '타이타닉'의 수익이 약12억 달러였음을 상기할 때 현재 진행형인 '팬텀'의 상업적 가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팬텀은 죽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도 전세계를 누비며 열심히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 2009년 10월 8일 목요일 11시(런던 시각)에 그 속편에 관한 공식적인 중대한(?) 발표를 한다는 편지를 전세계에 발송했었다.

이제 무대는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뉴요커들의 휴양지이자 놀이 공원이었던 20세기 초의 코니 아일랜드(Coney Island)로 옮겨지게 되고, 팬텀이 사라진 지 10년 후로 설정된 속편에서는 성공한 크리스틴이 남편 라울과 아들 구스타프와 함께 코니 아일랜드로 초대되어 팬텀의 계획에 휘말리게 되는 스토리를 예정하고 있다. '팬텀' 속편의 공식적인 공연은 2010년 3월 9일 로이드 웨버 소유의 아델피 극장이며, 더불어 뉴욕에는2010년 11월 11일, 호주에서는 그 다음 해인 2011년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 하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로이드 웨버의 60세 생일 콘서트 말미에서 로이드 웨버 자신이 밝혔듯이 팬텀 두번째 이야기의 공식 제목은 다소 촌스러운(?) <러브 네버 다이스, Love Never Dies>이다.

홍보 마케팅의 달인 로이드 웨버


사실 로이드 웨버가 우리에게는 뮤지컬 작곡가로서 잘 알려져 있지만, 어쩌면 그의 뮤지컬 분야에서의 탁월한 마케팅, 홍보 기법은 그가 곡을 쓰는 능력보다 더 인정 받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남다른 사업 재능은 초창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에비타> 의 경우 공연을 선보이기도 전에 컨셉 앨범을 발표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던 일화로도 유명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TV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로이드 웨버가 고안해 낸 새로운 뮤지컬 마케팅 기법의 총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효과적이었고 그 효과는 막대한 공연 수입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런 마케팅, 홍보의 대가 로이드 웨버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는지도 모르지만 그 동안 '팬텀' 속편에 대한 여러 가지 뉴스거리와 루머들이 꾸준히 웨스트엔드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었다. 로이드 웨버의 고양이가 디지털 피아노에 작곡해 저장해 놓았던 '팬텀2' 곡들을 모두 지웠다는 동화같은 이야기에서부터, 작사가, 연출 그리고 주인공인 팬텀과 크리스틴을 누가 맡게 될 지에 대한 여러 추측성 기사와, 공연의 타이틀도 로이드 웨버가 제목을 직접 밝히기 전까지는 여러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

거기에다가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팬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팬텀2'의 초기 홍보는 요새 넷상에서 인기있는 트위터(Twitter)를 통해 이루어졌었다. 팬텀이 어두컴컴한 지하 작업실에서 넷북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모습을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숨 고르기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자문해 보자. 우리는 '팬텀1'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을까? (아니면 로이드 웨버 자신이 만족하지 못했던 것일까?) 지금까지 속편을 제작해서 성공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었나? 팬텀의 크리스틴에 대한 집착이 노마 데스몬드의 조 길리스에 대한 집착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팬텀' 속편에서 진정한 러브 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더불어 로이드 웨버의 주위를 둘러봐도 영화로 제작된 '팬텀'은 기대만큼의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그가 리바이벌 공연 외에 가장 최근에 만들었던 신작 뮤지컬 <우먼 인 화이트, The Woman in White>도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뜬금없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원고를 쓰면서 '팬텀'의 이미지와 함께 뇌리에 중첩되었던 뮤지컬이 있었는데 바로 <시카고>였다. <시카고>에서 록시와 벨마의 변호를 맡은 능력있는(?) 변호사 빌리 플린은 세상은 쇼 비즈니스와 같은 이치라고 노래한다. 그가 법정에서 ‘래즐 대즐(Razzle Dazzle)’을 부르며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은 대중들은 추악한 진실을 원하기 보다 화려하고 신기루 같은 매직과 서커스에 현혹당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중들이 원하는 그것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만큼 제공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성공’하는 사람인 것이다.

정말 그렇다. '팬텀2'와 같이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는 어쩌면 작품이 얼마나 완성도 있고 훌륭해야 하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중들에게 홍보하여 그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가가 관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감동받고 공연을 사랑하게 된 팬들의 진정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 무대 위에 펼쳐진 현란한 눈속임의 마술쇼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보다 나은 속편을 기대하며

결국엔 '팬텀' 속편이 얼마나 완성도 있는 뮤지컬로 탄생할 지는 내년 공연이 시작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로이드 웨버 자신의 행적이나, 주변의 여러 편린들을 퍼즐 끼워 맞추듯 종합해 살펴보면 공연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공연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로서의 공연 완성도를 말하는 것이다. 사실 <오페라의 유령>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텍스트는 많이 빈약한 편이다. 단지 그러한 단점들이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과 대규모의 자본으로만 가능한 볼거리로 살짝 가려졌을 뿐)

아무튼 이 글마저도 어쩌면 '팬텀2'의 홍보에 일조하는 기사의 운명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기회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런던에 살고 있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세계 4대 뮤지컬이니, 최고의 로맨스니 하는 제작사의 어설픈 마케팅 홍보기법에 현혹되어 꼭두각시처럼 휩쓸려 다니지 말고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균형감 있게 작품을 함께 바라보자는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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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려성의 이 기사를 읽었었다.
그리고 실제로 <Love never dies>는 3월 9일 그 모습을 공개했다.
등장인물들은 전편과 동일하다.
팬텀, 크리스틴, 라울, 구스타프(크리스틴과 라울 사이의 아들), 마담 지리, 맥 지리.
일부에선 막장 드라마란 평가도 있긴 하지만 초연은 역시나 대성황을 이루었고
현지의 평가 또한 <The Phantom of The Opera> 못지않게 일단은 합격점이다.
다시 한 번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괴물성과 천재성이 입증된 순간이기도 하다.
 
  

뮤지컬 <Love Never Dies>는 팬텀이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취를 감춘 10년 후,
유명스타가 된 크리스틴이 공연을 위해 남편 라울과 아들 구스타프와 함께 코니 아일랜드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팬텀과 재회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팬텀역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역으로 유명한 라민 카림루(Ramin Karimloo)가
크리스틴은 뮤지컬 "인어공주"의 신예 사에라 보게스(Sierra Boggess)다.
(항간엔 잘생긴 라만 카림루의 얼굴에 가면을 씌우는 건 가혹한 처사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가면만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던 팬텀은 미국으로 건너가 건축가로 성공하게 된다.
그가 디자인한 놀이공원 "코니 아일랜드"가 개장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상황.
팬텀은 크리스틴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미스터 와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코니 아일랜드에 크리스틴의 3가족이 도착하면서 극은 본격화된다.
<The Phantom of The Opera>가 상들리에가 떨어지는 다소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면
<Love Never Dies>는 첨단의 놀라운 디지로그 방식이란다.
미국 뉴욕의 대규모 놀이 공원이 배경이니 어느 정도 예상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인데...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도 이 작품의 OST에 참여해서 동명의 곡 "Love Never Dies"를 11일 발매했다.
물론 100%로 좋은 작품이란 것도, 100%로 나쁜 작품이란 것도 없겠지만
개인적으론 많이 궁금하고 꼭 보고 싶은 작품이다.
뮤지컬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거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이니까
내 예상으론 조만간 누군가에 의해 라이센스가 수입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열심히 기다려보자...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