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9. 2. 05:36


<Rent>
일시 : 2011.08.28 ~ 2011.10.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 : 강태을(로저)/브라이언(마크)/김지우(미미)/ 김경선(조앤)/
        조진아(모린)/박주형(엔젤)/이든(콜린)/서승원(베니)
연출 : 박칼린
대본, 작곡 : 조너선 라슨

참 대단한 뮤지컬을 보고 왔다.
내 기억 속의 <Rent>를 속속들이, 무참하게, 구석구석, 샅샅히, 아낌없이 완벽하게, 예의도 없이 망쳐버린 2011년 <Rent>.
이건 어느 것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Rent>가 공연된다고 했을때 걱정스럽긴 했는데 그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거대하게 현실화되니 참 암담하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지금 공연되는 <Rent>를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다.
(다시 대동맥이 파열될지도...)
이게 정말 내가 젊은 시절을 다 바쳐 만든 그 작품이 맞냐고...

2002년부터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던 박칼린이 연출로 나서면서 말했다.
“전에 표현하지 못했던 스토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의 배경과 그 친구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깊은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연출과 배우가 완벽하게 따로 노는 뮤지컬을 만들어놓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욕심이 과했거나,
<Rent>를 너무 잘 안다고 과신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Next to normal> 연습에 너무 치중했거나다.
아! 무지 화난다.
<Rent>의 그 주옥같은 넘버들을 단 한 곡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자니
어이 상실을 넘어 분노 게이지 상승이다.
어쩌다 <Rent>가 코믹버전의 막장으로 재해석(?)되는 비운을 겪게 됐을까 싶어 애도의 심정마저 생긴다.





박칼린 연출은 캐스팅 당시 역대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자신했지만
미안하게도 보고 난 느낌은 역대 최악의 미스 캐스팅이다.
그나마 봐줄 수 있는 인물은(정말 "그나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더 김지우(미미)와 조진아(모린) 정도.
역대 <렌트>와 따져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지금껏 공연된 <렌트> 중에서 최고의 고령화 <렌트>가 탄생됐다.
가난에 찌른 젊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젊지도 않고 예술가도 아닌 그냥 찌든 사람들, 그 자체다.
(<렌트>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가능해?)
 
브라이언(마크)의 발음은 김조한이나 박정현을 떠올리며 억지로 참아준다고 해도
(그런데 자막 넣어줬으면 정말이지 골백번 감사하겠다)
강태을(로저)의 안스럽던 노래와
본인은 시크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시종일관 변함없이 한 우물을 파던 일관된 표정은
저 사람이 과연 배우가 맞나 의심스럽게 한다.
경력이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볼 때마다 한결같이 나를 어이없게 만드는지...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나보다. 기본기부터 어떻게 다시 안 되겠니???)
김호영 엔젤과 성기윤 콜린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커플이었는지
박주형과 이든을 보면서 골백번 느꼈다.
엔절이 죽는 장면은 또 어찌나 사이버틱하던지...
어제 공연이라면 앤절은 요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죽은거다.
(몰라! 알 수가 없어!)
김경선 조앤도 대략 난감이다.
역할 자체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수시로 당황스러웠다.
김경선과 조진아가 김선영 모린과 김영주 조앤의 1/10 만큼만 해줬어도 이렇게 암담하고 당황스럽진 않았겠다.
미미의 시원하다못해 천박한 옷은 또 어떻고...
정말이지 쓰고 있는 나도 미치겠다!
어떻게 눈에 보이는 게 다 "아! 옛날이여~~"를 읊게 하는가 말이다.
(정말 이러기도 힘들다)

 

내가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의 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무대에 올렸는데 기본은 해줘야하지 않나?
그것도 <렌트>인데....
2007년 조승우 로저 <렌트>를 보면서도 2%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2011년 <렌트>에 비교하면 2007년 아주 훌륭하고 완벽하다고 칭찬할만 하다.
앉아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박수를 칠 수가 없더라.
(심지어 <랜트>를 보면서 졸기까지 했다)
어쩌면 주연 배우들 사이에 발란스가 그렇게 안 맞던지...
오히려 앙상블이 백배는 더 잘하더라.
그리고 앙상블을 돋보이도록 연출한 박칼린의 연출력은 인정!
(이것 하나만!)
런 로저에 조형군 마크, 윤공주 미미가 이날 공연자들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투껑보고 놀랄까봐
도저히 두 번은 못 보겠다.
도대체 이들은 <렌트>를 어쩌자고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아이고~~~
정말 막막하다!
"탄탄해진 스토리와 강력해진 음악으로 돌아왔다"는데
돌아온 애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혹시 렌트해줬나???



- OST

1. Seasons Of Love 
2. Rent
3. One Song Glory
4. Light My Candle
5. Today 4 U
6. Tango: Maureen
7. Out Tonight
8. Santa Fe
9. I'Ll Cover You
10. La Vie Boheme A & B
11. I Should Tell You
12. Take Me Or Leave Me
13. Without You
15. What You Own
16. Finale B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5. 06:28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이 있었던 날이다.
만 원의 행복 티켓이 있어서 빗 속을 뚫고 대학로를 찾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거리 응원을 하나...
괜한 노파심도 있었지만 대학로는 빗 속에서도 이미 그 준비가 한창이더라.
(확실히 젊다는 건 좋은 거다...^^)
예전에 박정환이 출연했을 때 보려고 했었는데 여의치 않아서 놓쳤다.
콘서트 뮤지컬 <Wait for you>
몇 년 전에 봤던 <오디션>은 그룹 싸운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Wiat for you>는 길거리 공연 가수에 대한 이야기다
빌리와 루아.
(주인공 이름이 살짝 애견스럽다...)



기억할라나 모르겠지만 아역배우 출신 김수용이 남자 주인공 "빌리"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TV 드라마 <간난이>이에서 간난이의 동생으로 나왔던 배우.
그런데 벌써 34살이란다.
이 사람이 아역배우 라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처럼 늙수그래한 사람이나 알지...ㅋㅋㅋ)
김수용 본인도 그러더라.
"어린 연령층의 관객은 제가 아역 배우인 줄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라고...
큰 작품들도 꽤 여러 편 해서 이젠 제법 팬층도 두터워진 상태다.
<뱃보이>,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헤드윅>, <로미오와 줄리엣>, <남한산성>
만년 간난이 동생으로만 생각했었는데 34살이라고 하니 참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김수용은 한동안 비극만 한 것 같아 이번 작품을 선택했단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의 직업이 거리 가수, 그것도 통기타 가수인데
그가 기타를 칠 줄 모른다는 사실 ^^
아주 급하게 속성으로 기타를 배웠다는데
실제로 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어색하거나 초짜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보기에는 꽤 잘 치는 것 같았다.
밝고 경쾌하고 신나는 소극장 뮤지컬.
스탠딩이 힘겨운 나로써는 마지막 커튼콜이 이제 점점 부담스러워진다.
자꾸 무릎에 힘이 풀리고 마냥 앉고만 싶으니...
("오디션" 때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쩝!)
노래도 그닥 나쁘지 않고 연기도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내가 공감하며 즐기기엔....
(어쩌랴... 내 나이가 그런 걸....)
여자 주인공의 루아(유하나)의 연기는 좀 어색하고 불안정하더라.
커튼콜만큼만 했어도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그녀의 본 공연은 커튼콜이었던 모양이다.
멀티맨 역할을 한 강대종 씨,
참 힘들겠다.
<어쌔신> 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멀티맨을 할 내공은 아닌 것 같다.
최고의 멀티맨 "임기홍"을 보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시 보게 되지는 않을 듯 ^^



연기를 하는 배우도 인정했듯
잘 짜여진 드라마가 있는 공연은 아니다.
그러나 젊음을 발산할 수 있고.
발산된 젊음을 보면서 흥겨워할 수 있는 공연이다.
타인과 함께 미친듯이 방방 뛸 수 있다는 거...
그것도 이젠 부러움이다.

You remember that I steel wait for you!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30. 05:51
첫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오스트리아 비엔나 뮤지컬 <모차르트>
조성모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동방신기 시아준수의 캐스팅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뮤지컬 <모차르트>
서울 14회 공연에 지방 공연 몇 번을 포함한 시아준수 출연료가 4억 5천만원이란다.
게다가 시아준수 공연날은 3층 구석자리 티켓까지 오픈 몇 분 만에 바닥났고
심지어는 같은 공연이지만 티켓오픈 시간까지도 차이를 두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왠지 빈정 상하는 소식들만 가득했지만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것 같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VIP 좌석의 압권이라니?
이러다 1층 객석 전부가 VIP 좌석이 되는 날이 조만간 오겠구나 싶다.



특히나〈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극장협회에서
해당 국가의 최고 역사와 권위가 있는 극장에서의 공연만 라이선스를 허가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THEATER AN DER WIEN)에서 세계초연 후
독일, 스웨덴, 일본, 헝가리에서 공연 된 대작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8년간 매출 1위를 고수해온 뮤지컬〈엘리자베스>의 기록까지 돌파했단다.
(그런데 <엘리지베스>는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오게 될까???)



네 명의 모차르트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김준수
개인적으로 박은태의 모차르트를 보고 싶었지만
어쨌든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심정으로 그의 공연을 선택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자 세계적인 극작가로 유명한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작품.
짧지만 굴곡 많았던 모차르트의 인생을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시켜
천재 음악가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이란다.
그런데...
라이센스 공연을 보고 이런 걸 느끼기에는 좀 많이 안습이다.
(공식 홈피에서 이 부분를 읽고 혼자 몹시 황당했다...)
모차르트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는 경사진 무대,
오선지를 의미하는 다섯 계단, 음표 모양의 별,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장치들.
세세한 디테일들이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와는 반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던 의상들과 가발들.
눈의 볼거리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28인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과 락이 융합된 음악도 색다른 경혐을 선사한다.
그런데?
왜 모차르트의 의상만 유별난거지?
다른 인물들은 18세기 바로크 의상인데
모차르트만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자유로움과 천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게다가 임태경 모자르트는 묘한 이질감까지 준다.
마치 짜집기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
개인적으로 사람 무지 많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금껏 본 그의 뮤지컬 인물은 냉정히 평가해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모차르트에서 나는 그동안 임태경이 거쳐간 모든 배역들의 종합판을 본 것 같다.
산마루이기도 하고, 지저스이기도 하고, 안소니이기도 하고, 로미오이기도 하고.
(햄릿은 내가 못 봐서.... 쩝!)
그래서 지금 무지하니 머리가 복잡하고 뒤숭숭하다.
어쨌든.
탁월한 노래실력으로 숱한 캐스팅에 안전한 낙하산으로 안착했던 그가
첫 오디션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다.
일단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개인적으로 그의 선택에 대해
"성급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 속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일장춘몽, 설왕설래, 풍비박산...)



1막에서 그는 또 다시 방황(?)하면서 종종 앞서거나 혹은 뒤처졌다.
그에게 부담이 있었던걸까?
너무나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의 속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정확한 음을 내겠다는 연주자로서의 욕심 또한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을 자주 잃게 한다.
"아~~ 빌어먹을!"
"똥이나 싸시지!"
삼십대 후반의 특히나 반듯해 보이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빠~~"라는 대사는 몹시도 생경하게 느껴졌고
그 스스로 어색한 듯 이질감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그는 충분히 극 속에서 모차르트가 되지 못한 셈이다)
지나친 조심성이 보헤미안적인 모차르트를 순간순간 엄청난 찌질이로 변모시키기까지 한다.
어른 "볼프강"과 함께 등장하는 어린 ‘아마데’의 행동이 오히려 더 성숙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가 했던 어떤 배역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내가 혼란 상태가 되버렸다...) 
1막과 2막의 배우 임태경의 어마어마한 간극.
뮤지컬 배우로서 계속 무대에 서겠다면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숙제다.
그리고 제발 해결해주길 정말이지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서범석.
이 뮤지컬의 제목을 개인적으로 <레오폴트 모차르트>로 바꾸고 싶다.
Bravo ~~!
100%의 감정을 담은 그의 노래는 또렷했으며 그리고 언제나처럼 확실한 딕션을 자랑한다.
(임태경의 대사 부분에서는 "재 뭐래니?"를 연발했는데 서범석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잘 들린다)
신을 버렸다고 말하는 그가 집을 떠난 아들 모차르트 때문에 다시 신께 기도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의 그의 목소리 톤의 간절함이 선명하다.
(배우는 정말 이래야해~~)
콜로레도 대주교역의 윤형렬.
사실 절대 신뢰 배우 "민영기"가 아니라 서운했지만 콰지모도의 변신 또한 눈부시다.
코믹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역할을 적절히 오가며 균형을 잘 잡는다.
1막에서 이 사람의 노래를 듣고서야  첫 박수를 쳤던 것 같다.
그동안 무지 방황하며 꽁하게 있었는데 윤형렬 콜로레도가 한 방에 날려버린 셈 ^^


모차르트에게 아버지와의 이별을 충고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의 신영숙.
개인적으로 동물을 싫어해서 "캣츠"를 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러번 봤다.
무거워보이는 의상에 엄청난 가발.
멋지게 "황금별"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황홀했다.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역의 배혜선 역시 보증수표같은 배우 ^^
(그런데 1막 시장 장면은 좀 그랬어요~~~)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정선아.
뮤지컬 <렌트>에서 매력적이고 육감적인 미미였던 그녀.
살이 많이 붙기는 했지만 목소리 하나는 역시 화통(?)하니 든든하다.
시아준수와 연기할 때가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유한 마담의 숨겨둔 꽃미남 연인 같지 않을까 싶어서...
좋은 뮤지컬 넘버들로 귀가 즐겁고 행복했다.
1막과 커튼콜에 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그리고 1막 엔딩곡인 "내 운명 피할 수 없어"는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같다.
한 번 들으면 그대로 귀 속에 쏙쏙 들어온다.
대사 번역은 맘에 안 들지만,
가사 번역은 지금까지 봤던 라이센스 공연 중에서 그래도 제일 괜찮았다.
(돈주앙과, NDPK의 악몽이 지금 마구 떠오른다...)

극 자체는 중간중간 끊기지만
(아무래도 지금 공연이 아직 보완할 게 너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게 내 느낌.
기회가 된다면 임태경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연도 한 번 보고 싶다.
가령 박은태 모차르트라면...
아마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필요 없어 난 더이상  그 누구도 필요 없어
난 더이상 저 하얀 가발도 필요 없어
난 진정한 인생 살리
부드러운 붉은 입술 와인 향기 내 몸을 덥히고
날 향해 속삭여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나는 과연 누구인가 더 이상 날 구속하지마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어
날 울렸던 교향곡 화려한 여인의 살결처럼
내 몸에 닿으면 몸을 떨고 말지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모두 포기해
어떻게 양심 배반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어떻게 사나 자신의 길에서부터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숨막히는 두려움 짓누르는 어깨
질문에는 침묵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구나
볼 수 없는 찰나 숨막히는 순간
날 따라오는 그림자 언젠간 날 죽이고 말거야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을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어떻게 사나
그저 내 운명 받아들일까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절대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

난 시인이 아냐 또 시인 처럼 말도 못해
그저 떠오르는 대로 그저 내 마음 가는 그대로
난 화가도 아냐 빛과 어둠 아름다움도 그려내지는 못해
난 꿈속에서만 희망 그리지

난 배우도 아냐 난 연기할 줄 몰라
난 가식없이 살고 싶어 있는 그대로
있는 내 모습 보이기를 원하는 이런 나의 모습을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음악, 나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난 철학자 아냐 아무것도 난 모르지
웃고 떠들썩한 그 곳에 난 항상 거기 있지
예의도 몰라 무례하다는 말 듣더라도 지루한 건 정말 질색이야 싫어
난 평범한 삶 따위 필요없어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나 자유와 영혼 찾아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난
떠나가기 두려워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난 음악, 있는 그대로 내 모습 날 사랑해줘

 
                                       -  박은태의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7. 9. 00:21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한국어 공연

When  : 2009.07.04. ~ 2009.08.02.
Where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Cast   : 로미오 (임태경, 신성록) / 줄리엣 (김소현, 박소연)
           벤볼리오 (이건명) / 머큐시오 (정재헌, 에녹) / 티발트 (김승대, 김보강)
           몬테규 부인 (강효성) / 케플렛경 (김진태) / 케플렛 부인 (신영숙)
           유모 (김현숙) / 신부 (류창우) /  영주 (임현수, 심재현) / 죽음 (김윤경, 최승희)




7월 7일 예술의 전당을 찾다
예전에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왔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다미앙 사그리의 로미오를 봤던 기억이 새롭다.
궁금증 반, 그리고 우려와 걱정 반
정확히 그런 심정으로 찾은 오페라 극장

최고의 목소리로 연주하는 사람
나의 nella fantasia!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
73년생인 그가 이번에 살아내야 할 인물은
17살 로미오! 
(왠지 막막하다.... ^^;;) 
그가 무대 위에서 조심성을 더 빨리 던져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1막과 2막의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
연주와 연기가 조화되는 그 순간을,
지금보다 더 일찍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줄리엣과 더블로 부르는 노래들은 역시나 "임태경"스러웠다.
함께 노래하는 사람을 거의 완벽하게 서포트해주는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그, 임태경!

신예 박소연의 줄리엣은 괜한 걱정을 했다 싶게 좋았다.
목소리도 예뻤고 그리고 딕션도 훌륭해서 앞으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마도 기라성 같은 대선배 박소현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그래도 임태경의 로미오만큼이나 김소현의 16살 줄리엣도 좀 민망한 상황이긴 하다. ^^ ;;

언제나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주는 이건명의 벤볼리오~~!
<렌트>, <유린타운>, <맘마미아>, <갬블러>, <틱틱붐>의 이건명.
<나생문> 연극으로의 외출이 그에겐 분명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도 당신 목소리의 청춘(?)은  여전했답니다. ^^

브로드웨이에 우리 공연 <마리아 마리아>를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슈퍼 히어로 강효성!
분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 카리스마는 여전하시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난  강효성씨의 딕션이 만족스럽지 않다.
감정이나 표현력, 연기도 너무 좋은데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내 귀가 이상한건가????

티발트에 의해 죽음을 맞는 머큐시오역의 정재헌이란 배우는 처음 공연을 본 건데 괜찮았다.
죽는 장면이 약간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듯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리고 미안하지만,
티발트 김보강은 좀 많이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
1막과 2막의 솔로곡 듣는데 내가 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

<캣츠>의 신영숙씨는 뭐 여전히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레이디 케플렛을 보여줬고,...
신부역의 류창우씨는 몸이 아팠던 걸까?
목소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1막 후반부 <사랑으로>의 도입부가 순간 무너져버렸다.
속상했다. 많이....

죽음....
존재감에 혼란이 왔다.
어떤 장면에서는 푸닥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이 역할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순간순간 강한 임펙트를 남겨야 하는데
집중과  풀어짐이 너무 모호했다.
특히나 1막에서 로미오와의 장면은
그를 부축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로미오의 운명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섬뜩하고 서늘한 죽음은 어디로 간거지?



라이센스 공연을 보면,
가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이 늘 따라온다.
혹시 모두 똑 같은 사람에 의해 번역된 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마저 들 정도로.
애써 운율을 맞춘 것도 아니고, 음절에 딱딱 맞게 단어를 넣은 것도 아니고....
때로는 이런 것들을 교정해주고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다.
이런 오류에 대한 피드백조차도 안 된다는 게 심지어 너무 화가 난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진심으로???


 

우리 공연과 오리지널 공연의 같은 장면이다.
왠지 우리 공연이 많이 어수선하다는 느낌.
<증오>를 부르는 두 가문!
그 노래에 맞춰 댄서들은 오랜 가문의 증오와 미움, 분란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쩐지 한 사람씩 무대에 나와서 학예회 발표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치열했으면... 더 치열했으면....

 

아직 공연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겠지만
음향의 균형이 좀 안 맞는 것 같다.
배우들의 소리를 때때로 잡아먹고 있다는 느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라이센스 공연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공연을 보는 내내
민영기, 조정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났다.
이쁜 가사들, 대사들, 그리고 노래들...
그들을 다시 보고 싶다....

 


지금보다
미치도록 치열하고, 눈부시게 아름답기를....
그래서 미스테리한 상태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건
정말 너무 힘들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