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2. 5. 4. 06:18

요즘 이 녀석들 노래에 빠져있다.

장범준, 브래드, 김형태로 구성된 버스커 버스커.

슈퍼스타K를 할 때는 그냥 단지 신선하고 고집있는 젊은이들이네 했는데

지금 정규 1집을 들으면서 연신 감탄중이다.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극찬을 했을 때도사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직접 노래를 들으니 이유를 조금 알겠다.

풋과일을 한 입 베어문것 같은 묘한 상큼함이 있다.

날것의 느낌과 함께 순수한 무결의 동심까지도 느껴진다.

폭발적인 가창력이 있는 것도,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엄청난 연주로 무대를 장악하는 것도 아니지만

마치 마법처럼 사람의 마음 안으로 직접 스며든다.

"여수 밤바다"나 "외로움 증폭장치"를 듣고 있으면 심지어 극단의 몽환까지 느껴진다.

솔직히 이럴 수가 있나 싶어 놀랍다.

이 어쿠스틱한 느낌의, 심지어 어눌하기까지 한 녀석들에게 완전히 그리고 깨끗히 무장해재됐다.

 

거의 전 곡을 작사, 작곡한 리더 장범준의 감성은 성실하고 조심스럽고 그리고 솔직하다.

미사여구없이 아주 솔직한 가사들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슬몃 미소가 번진다.

어른을 위한 동화같다고 할까?

너무 무뎌지고 잊혀졌던 감성들을 조용히 천천히 일깨운다.

그동안 우리 귀가 너무 화려하고 자극적인 음악에 노출됐던 모양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을 들고 있자니 위로와 휴식이 느껴진다.

이것도 일종의 힐링(heeling)이리라.

23살 장범준(기타), 21살 김형태(베이스),  29살 브래드(드럼)

20대 이 철없는(?) 젊은이들의 패기와 반짝이는 젊음이 솔직히 심하게 탐난다.

이런 관능과 탐욕도 있을 수 있구나 절감하는 중이다.

이 젊은이들 대단한 자유다!

와~ 우!

감탄사를 연발중이다.

 

 

  1. 벚꽃 엔딩

  2. 이상형

  3. 외로움 증폭장치

  4. 골목길 어귀에서 (브래드 드럼 한 판 쉬기)

  5. 전활 거네

  6. 꽃송이가

  7. 향수

  8. 봄바람

  9. 첫사랑

 10. 여수 밤바다

 11. 골목길

 

정규 1집 앨번 11곡을 반복해서 탐음(?)하고 있는데

11곡 중 버릴 곡이 솔직히 한 곡도 없다.

심지어 단백한 연주곡 "봄바람"과 "골목길"도 신선하고 기특하다.

또 다시 이 녀석들 물건이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타이틀곡 "벚꽃엔딩"은 듣고 있으면 정말 흩날리는 벚꽃 나무 아래 있는 느낌이다.

"이상형"과 "꽃송이가"의 가사는 어찌나 귀엽고 솔직하던지...

"외로운 증폭장치"는 가사도 참 좋지만

장범준과 또 다른 의미로 순수한 김형태의 목소리도 듣기 썩 좋다.

이 빛나게 이쁜 젊음들이 앞으로 어떤 음악을 계속 해나갈지가 나는 정말 궁금하다.

이 녀석들 때문에

"여수 밤바다"를 보러 한 번 가게 될 것 같다.

이 녀석들이 내게 없던 로망을 만든다.

신기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2. 1. 4. 05:56
내가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오타쿠도 아니고
하가시노 게이고의 매니아도 아니면서 어쨌든 그의 책을 계속 읽게 된다.
우리 병원에 이 작가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매번 새 책이 들어올때면 꼭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한 권씩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나도 도서관에 예약을 해놓고 순서가 오면 가볍게 읽게 됐다.
치열하거나 기발한 내용은 아니지만 읽기에 나쁘진 않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 사람의 책을 읽었더니
이제 점점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될지 보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결국 내 생각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결론을 만나게 된다.
항간에는 하기시노 게이고의 약발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는 평가도 있다.
뭐, 사람이 늘 충격적인 반전을 계속 만들어 낼 수는 없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스키장이란 곳을 딱 한 번 가봤다.
그것도 남들 열심히 스키탈 때 무서워서 맥도날드에 처량하게 앉아있던 게 전부였다.
가기 전엔 드넓게 펼쳐진 하얀 설원을 보겠구나 싶어 기대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인공의 눈은 어쩐지 현실감이 없어 당혹스럽더라.
오히려 현실감은 그때 눈으로 본 스키장의 눈보다
눈으로 읽은 스키장의 눈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스키장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협박 편지 한 통.
소설의 내용은 지루하게 일반적이다.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도 사실 별로 없다.
읽으면서 유일하게 든 생각은 영화로 만들어지면 그래도 책보다는 괜찮을 것 같다는 거.
(일본에서 영화화 하기로 했다고는 하더만....)

아직까지는 나도 하얀 설원에 대한 로망이 남아있나 보다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도 그 로망의 이끌림이 아니었을까?)
뭐 그렇더라도 설원의 유혹보다는 매번 추위의 기습에 굴복하고 말지만...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
한겨울의  일본 스키장을...
역시나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테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1. 12. 06:01
남자들은 홍콩 영화에 어느정도 로망이 있는 것 같다.
이소룡, 성룡의 액션에 이어
<영웅본색>의 바바리맨 주윤발,
<천녀유혼>의 원조 꽃미남 장국영,
오토바이에 청자켓을 입고 맨날 쌈질(?)하던 <천장지구>의 유덕화.
그리고 왠지 시니컬하고 은근히 퇴폐적인 인상마저 풍기는 <화양연화>와 <색,계>의 양조위까지...
뭐 물론 엽기적인 코메디의 대명사 주성치를 빼놓고 홍콩 영화를 이야기하면 또 서운할거다.
책장을 넘기면서,
과거에 내가 봤던 영화들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라 재미있었다.
따지고 보면 제법 나도 홍콩 영화에 관련된 추억들이 많구나 새삼 신기해하면서...
성룡의 영화는 추석때면 단골로 TV 에서 해줬었고
(마지막에 항상 NG 장면이 있어서 엔딩 크레딧까지 꼭 기다렸던 기억도 난다)
<영웅본색>은 비디오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마 없을 때 동생이란 빌려봤던 영화였고
(솔직히 저 아저씨는 왜 저러고 다니냐... 했던것 같다)
<천녀유혼>은 중간고사를 끝내고 친구네 집에 단체로 가서 옹기종기 봤던 영화다.
<천장지구>는 혼자 봤던 것 같고...
그때 유덕화를 보면서 머리 좀 자르면 멋있겠구만... 옷이 단벌이야... 젓가락으로 밥 참 잘 먹는다...
뭐 대략 이런 생각들을 했던것 같다.
홍콩 영화들을 보면서 내가 감동 받았던가???
지금 떠올려봐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한때 홍콩 영화는 확실히 엄청난 붐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들이 줄줄이 들어와 대한민국의 CF계를 장악했을까!
To you 초코렛을 씹으며 밀키스를 마셨던 인간들 아마도 꽤 있으리라... 



홍콩을 가고 싶은 여행지에 한 번이라도 꼽았던 적이 있던가?
쇼핑의 목적이 아니라면 왠지 마닐라로 도박을 하러 가야만 할 것 같은 도시.
그 도시를 영화와 함께 찾아다닌 주성철은
영화 잡지 <키노>, <필름 2.0>을 거쳐 현재는 <씨네 21>의 기자다.
이 사람...
홍콩을, 영화를... 그리고 그 영화 속 사람들을
너무나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이 옮겼던 그 루트 그대로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도.. 한번도...
홍콩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없던 난데...



홍콩 영화들이 무차별 난사에 가까운 충질을 하면서
엽기적으로 다량의 피를 튀기는 영화만은 아니었다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은 이해했었다.
이 책의 저자...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섬세한 배려도 맘에 들었고
영화 속 장면과 자신이 찍은 사진을 함께 보여주는 시선도 다정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는 오래 묵은 정이 담겨있다.
직업탓이겠지만 어쩌면 그렇게 영화의 장면들을 잘 기억하고 있을까 신비로웠고
현지인들조차도 알지 못한 장소를 찾아내 최대한 영화 속 장면처럼 찍어낸 사진도 신비로웠다.
이런 여행이라면...
꼭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만든다. 이 사람.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센트럴 파크 같은 명소들.
<천장지구>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성 마가렛 성당,
<색, 계>와 <성월동화>, <유리의 성>의 촬영지였던 홍콩대학.
(늘어진 나뭇가지 아래 있던 예쁜 둥근 연못은 내 기억에도 아직 선명하다)
<아비정전>에서 유덕화가 장만옥에게 전화하던 캐슬 로드의 공중 전화 박스,
<영웅본색>에서 죽은 아버지의 묘소로 나왔던 성 미카엘 가톨릭 묘지.
이소룡과 장국영의 생가와 쇠락한 시골 마을까지...
눈으로만 쫒아도 가보고 싶은 간절함이 구름처럼 피어났다.
내가 홍콩을 이렇게 간절하게 생각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이 책은 "홍콩"이라는 이물감 느껴지는 도시를 다르게 생각하게 만든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홍콩을 수차례 방문한 저자는 일부러 이런 제목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새롭게 찾아보라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당신들이 아는 홍콩은 단지 첫번째 홍콩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홍콩을 가게 된다면 이 책 덕분에
적어도 다른 시선을 챙겨갈 수 있을테니까...
너무나 몰랐던 도시 홍콩,
내가 가진 홍콩의 선입견을 완전히 부서뜨린 꽤 괜찮은 여행서를 만났다.
비록 눈으로 따라 읽은 여행이었지만
참 괜찮았다. 아주 괜찮았다. 꽤 괜찮았다.



유덕화와 양조위는 1980년대 이후 마치 돈키호테와 햄릿처럼 홍콩영화 남자 캐릭터의 서로 다른 두 유형으로 존재해왔다. 유덕화는 겁이 없고 양조위는 겁이 많다. 유덕화는 비밀이 없고 양조위는 비밀이 많다. 유덕화에게는 의리가 어울리고 양조위에게는 실연이 어울린다. 유덕화는 기회를 만들고 양조위는 기회를 놓친다. 유덕화는 스스로 운명을 선택하고 양조위는 운명으로부터 선택 당한다. 유덕화는 죽어야 멋있고 양조위는 살아야 멋있다. 이렇게 유덕화와 양조위를 곱씹에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홍콩영화의 80~90년대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들은 바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홍콩영화가 보여주었던 과잉과 절제의 두 얼굴이다.                                                         --- 본문 중에서 (정말 깊이 공감했던 부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