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10. 20. 08:24

"Libertas(자유)"

두브로브니크 여름 축제가 시작되면 

"Libertas"라고 쓰여진 깃발이 여기 저기에 내걸린다.

이 단어는 두브로브니크를 대표하는 문학가 군돌리체바와 관련이 깊다.

그가 그랬단다.

"신은 우리에게 세상의 보물인 자유를 주었다.

 자유만이 두브로브니크를 빛내는 유일한 장식이다.

 세상의 모든 금을 주어도 아름답게 빛나는 자유와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는 자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자유...자유...자유...

간절한 말이고, 결정적인 말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말이다.

 

 

여름축제때는 이곳 로브리예나츠 요새에 야외 무대가 설치되고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공연된단다.

혼자서 대체 어디쯤에 무대가 설치되는걸까 찾아다니다

머리 위에서 바다를 향구 총구를 내밀고 있는 대포를 봤다.

그제서야 실감이 됐다.

여기서 요새라는게...

그래, 이렇게 아름다움 풍광을 뺏기지 않으려면 요새를 쌓을 수밖에는 없었겠다.

아름다웠던 풍경이고, 아름다운 풍경이고,

앞으로도 계속 아름다울 풍경이니까

지켜내야만 하는게 맞다.

누구라도!

 

 

요새 꼭대기에서 조망한 구시가지 성벽의 아웃라인.

이 모습은 몇 번을 보고 또 봤는데도 지치지 않고 아름답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감할까?

풍경이 주수입원인 사람들.

이쯤되면 밥벌이는 지겨움이 아니라 황홀함이 되겠다.

(현지인이 들으면 남모를 소리한다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이곳에서 미국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촬영하는데 올 해 시즌 6까지 방영했고

2018년 시즌 8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단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이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라고!

올 시즌이 방영되기 전에도 HBO측에 미리 DVD를 살 수 없느냐는 요쳥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티리온 라니스터라는 등장인물 때문인데

왜소증이라는 약점을 딛고 탁월한 지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자신을 닮은것 같아서란다.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살아가는게 그리 쉽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거리...라는게 그렇더라.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의 간극이 하늘과 땅 차이다.

그 차이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

그게 삶이고, 정치고, 사랑이고, 행복인것 같다.

그렇다면 두브로브니크는 성공한 생(生)이다.

하늘빛과 물빛이 저렇게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으니...

 

그렇게 내내 잡은 손 놓치 않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10. 19. 09:28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찾은 로브리예나츠 요새.

이곳은 서쪽으로부터 쳐들어오는 적을 감시하기 위해 11~14세기에 만들어졌다.

절벽의 높이는 무려 37m.

사실 이곳에 요새를 세울 생각을 맨 처음 한 건 베니스공국이었다.

11세기 초에 막대한 부로 해상왕국을 건설한 베니스는

두브로브니크를 자신들의 속국으로 만들기 위해서 요새를 세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자유"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두브로브니크인들이 그 계획을 알아채고 먼저 요새를 세워버린다.

그것도 무려 3개월 만에!

베니스인에게 보란 듯이 저렇게 멋지게!

(두브로브니크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밥을 먹고 바로 출발했더니

이번에서 역시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그래서 한동안 주인행세를 할 수 있었다.

와! 그런데... 진심 주인이었음 싶더라.

이건 뭐 눈돌리는 곳마다 그림 그 이상이다.

창문 앞에 서면 그대로 액자속 풍경화를 눈 앞에 펼쳐놓고

밖으로 나오면 보석같이 빛나는 아드리아해의 푸른 바다가 코 앞까지 다가온다.

나른해지고 몽롱해지는 느낌.

꿈이라고 해야 믿어질 풍경.

 

 

어설프게 찍은 사진마다 다 그림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건만,

카메라가 테러리스트다.

 

렌즈 좀...

닦아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10. 13. 08:18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는 로브리예나츠 요새까지 올라가야 완성된다.

이곳은 성벽투어 티켓이 있으면 24시간 이내에 입장이 가능하고

만약 티켓을 분실하면 다시 입장권을 구입해서 들어가야 함다.

그러니까 티켓보관도 잘하고  시간 계산도 잘 해야 한다는 뜻!

로브리예나츠 요새를 가기 위해서는 일단 필레문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오면 바로 왼쪽에 "나우티카(NAUTICA)"라는 레스토랑이 보이는데

그 바로 아래에 요새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있다.

여기에 와서야 비로서 알았다.

오후 7시 30분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는걸!

헐~~~~!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는건 아닌것 같아서

예행연습이라 생각하고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늦게 간 이유는,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다고 해서 그걸 보려고 일부러 늦게 갔던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곳도 성벽의 일부분이니 열리고 닫히는 시간도 당연히 같을텐데 그걸 놓친거다.

나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은지 닫힌 입구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래도 덕분에 혼자서 호젓한 산길도 만끽했고

로브리예나츠 요새에 있는 멋진 성 블라호 조각도 눈여겨 봤다.

(두브로브니크에서 지금까지 본 성 블라호 조각 중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다웠다.)

저 멀리 성벽의 아웃라인이 그리는 유려한 곡선미를 만끽하다

외벽 한쪽에 숨어있듯 앉아있는 블라호 조각상을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앉아 있는 조각상은 처음 본 것 같다.

다행이다.

뒤돌아서 바로 가버렸다면 이 모든 것들 다 못보고 지나갔을 텐데...

확실히 걷는 시간과 거리만큼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것 같다.

비록 나 혼자 하는 보물찾기지만 ^^

 

 

내려오는 길,

저 위 스르지 산에는 석양을 보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눈 앞에는 에어콘을 수리하려고 지붕 위를 오르는 아저씨가 보인다.

그리고 눈 아래로는 바다에서 하나 둘 돌아오는 카약들의 행렬.

위도, 앞도, 아래도 보이는건 다 그림이고 평화다.

그리고 BGM처럼 점점 푸르게 고요해지는 바다,

하루종일 뜨거운 햇빛에 달궈진 담벼락엔 물에서 올려진 옷들이 차곡차곡 내걸린다.

재네들... 참 따뜻하겠다는 생각.

확실히 바람이 조금씩 차갑긴하다.

서둘러 내려오는데 카약 데스크에 있는 아저씨가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조각같은 상체였다면... 참 좋았겠으나 낯선 이방인을 반겨주는게 고마워 발걸음을 멈췄다.

매우 익싸이팅하니 내일 카약타러 오란다.

"Maybe...OK!"

내가 생각해도 참 어정쩡한 대답이다.

(죄송하지만 나란 인간이 물을 무지막지하게 무서워해서...)

 

혹시 내일 이 아저씨 다시 만나는건 아닐까?

설마... 아닐거야.

여기 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텐데 ...

그래, 나는 그냥 흔하디 흔한 잠재고객일 뿐이야.

아저씨의 지나가는 말에 잠깐이지만 혼자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여행은 이런 착각마저도 유쾌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정말로 날 기억하고 아는척을 한다면,

그까짓것 카약!

내가 타고 만다~~~!

매우 익싸이팅하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9. 2. 09:02

두브로브니크 성벽 위.

보카(르) 요새에서 성 이반 요새 가는 길.

이곳은 어디서 보든 로브리예나츠 요새가 잘 보인다.

하늘빛 아직 옅은 색이지만 바다빛은 깊다.

성벽 아래 무너진 건물의 담벼락 위에 한 무리의 비둘기가 소풍중이다.

총총총.

음악같을 발자국들...

 

 

성곽을 보수하는 인부들의 손길은 분주하고

어제의 노동은 빨래줄 위에 고스란히 널려있다.

세상에나...

이제는 빨래들에게까지 질투가 생길 판이다.

혼자 웃으며 걷는 성벽 위 산책길.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성곽의 윤곽은 그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무심하게 고요하다.

고요한 풍경 속에 햇빛만이 분주하다.

시종일관 게릴리차럼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하는 태양.

 

이 모든게,

몽(夢)이고 환(幻) 같다.

두 눈 크게 뜨고 꾸는 꿈.

 

꿈 속에 길이 있고, 길 위에 내가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