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13. 06:52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Thank you, Gracias, Merci, Danke, Спасибо

 

자크의 대사는 이 작품에 대한 헌사다.

원래 올해 계획은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세번 이상은 보지 말자였는데

내 야심찬(?) 다짐을 한큐에 말아먹게 만든 문제작 <프랑켄슈타인>

아직 한 번의 관람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끝나간다는게 마냥 아쉽다.

앞으로 좋은 착장뮤지컬은 많이 나오겠지만

이 작품만큼 내 코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작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물론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뒀기에 재공연이 되겠지만

초연 배우들이 그대로 돌아올거란 보장은 없다.

(개인적으로 초연 이상의 재연 작품이 별로 없더라...)

 

류정한 빅터와 박은태 괴물,

두 배우는 이 작품으로 정점을 찍었고

잔인하게도 매 공연때마다 본인들이 찍은 정점을 무서운 속도로 갈아치운다.

두 배우의 연기와 표현을 보고있으면 이젠 공포심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놀라운건,

관람할때마다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의 관계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속속들이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 이 작품을 속속들이 알기란 나를 아는것 만큼이나 불가능하다)

이번에 관람하면서 알았다.

괴물이... 

빅터의 실험일지에 쓰여있는 모든 내용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단지 자크가 읽어준 마지막 구절만 아는게 아니었다.

괴물은 그 속에서 빅터의 꿈을 봤다.

"난 괴물"이라는 넘버 속 고백이 그 증거다.

자신이 그 꿈 속에서 살 수는 없었던거냐고 절규하는 괴물.

괴물은 빅터를 이해했고 사실 용서까지 했다.

그래서 "복수"가 아닌 "구원"을 선택할 수 있었으리라.

빅터에게 총구를 넘겨준 괴물의 마지막 모습은...

괴물이 아니라 확실히 앙리였다.

반면에 빅터는 아직까지 몰랐을거다.

자기 곁에 있는 사람이 앙리였다는 걸.

그러나 결국은 빅터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그의 곁에 앙리가 있었다는 걸.

그것도 늘, 언제나 항상,

빅터와 앙리, 빅터와 괴물.

서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견디고 버텨야만 하는 이 둘의 관계가

나는 너무 가엾고 너무 간절해서

아프고 또 아프다.

 

툴툴 털어버리기엔

너무 많이, 너무 깊이 빠져버렸다.

헤어나오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세상에 이런 관계 또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7. 05:58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4.03.11.~ 2014.05.11.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극작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연출 : 왕용범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한지상 (앙리 뒤프레) / 리사, 안시하 (줄리아)

        서지, 안유진 (엘렌) / 이희정 (슈테판), 강대종 (룽게)

        최민영, 오지환 (어린 빅터) / 김희윤, 김민솔 (어린 줄리아)

제작 : 충무아트홀

 

한지상 캐스팅을 다시 챙겨보게 될 줄은 몰랐다.

공연 초반에 봤을 때 느낌이 너무 과하고 한지상 특유의 허세 비슷한게 느껴져서 자연적으로 박은태 캐스팅으로만 눈이 갔었다.

개인적으로 폭발하는 것보다는 안으로 품어서 내적으로 소진하는 걸 좋아하는 탓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박은태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요즘 한지상의 작품을 보면 자꾸 입대 전 모습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그리스랑 알타보이즈, 그리고 스위니토드의 토비랑, 돈주앙, 어쌔씬까지...

꼽아보니 정말 거의 다 본 듯...

한지상은 알타보이즈때부터 눈에 들어와서 쭉~~~ 챙겨 봤던 녀석이다.

제대 후 <넥스트 투 노멀> 초연때까지는 안 그랬는데

이상하게 요즘 작품들에선 허세와 과장된 표현들이 자주 목격된다.

(비슷한 캐릭터만 계속 했던 탓도 있겠지만...)

다행히 연극 <레드>에서 어느 정도 복구가 됐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이

한지상에게 배우로서 터닝 포인트가 되주길 아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솔직히 류빅터를 다시 본다는 생각으로 충무를 찾은거라 한지상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한지상이 달라졌다.

박은태의 일본공연때문에 계속 무대에 올라 힘을 빠져서인지는 모르지만

초반보다는 전반적으로 절제하는 모습이다.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이 치쳐있는게 눈에 여실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캐릭터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느낌이 좋았다.

(강하기만 하다는 거... 그거 참 힘든 일이다.)

처음으로, 그리고 드디어 한지상 괴물에게 연민의 감정이 다가가더라.

그런데 2막에서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부르는 목소리는...

미안하지만 여전히 변태(?)스럽다.

천천히~~~ 라는 대사도.

그래도 첫번째 관람보다 이물감이 덜하긴 했다..

 

류정한 빅터.

이 인간 정말 "괴물"이다.

빅터의 넘버는 한 곡 한곡이 다 한 편의 작품이라도 해도 무방할만큼 기승전결과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그야말로 끝없는 탈진을 부르는 지옥의 넘버들. 

그런데 그런 넘버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내내 짱짱하게 무대에 서있더라.

분명히 소진되는모습이 눈 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스스로를 다시 꽉꽉 채우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솔직히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솔직히 말하자.

처음 이 작품을 봤을때만해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건"빅터"가 아니라 확실히"앙리와 괴물"이었다. 

그래서 류정한이 너무 묻히는구나 생각했는데 완전히 역전됐다.

빅터라는 인물,

결코 쉽게 도전하면 안 될 것 같다.

하고 싶다는 바램으로 만들어질 캐릭터가 절대 아니다.

분노와 복수를 밖으로 드러내며 포효하는 괴물은 빅터에 비하면 차라리 평안하다.

무시무시한 캐릭터고 무시무시한 배우다.

섬득한 귀기(鬼氣)

<프랑켄슈타인>의 빅터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의 아우라가 딱 그랬다.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것 같아서

당분간은 조금이라도 수월(?)한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는데

오늘 캐스팅 발표된 OD의 <드라큘라>에 또 다시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도대체 어쩌려고...

기대와 반가움보다는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마치 무대에 한이 맺힌 사람같다.

이 독하고 독한 한풀이는 과연 언제쯤 끝이 날까? 

 

이번에는 일부러 3층에서 관람했는데

무대와 인물 사이의 거리감을 읽을 수 있어 아주 좋았다.

확실히 1층에서 올려다보는 무대와 3층에서 내려다보는 무대는

그 느낌이 이렇게까지 다르구나...

1막 후반부 "너의 꿈속에서"는

앙리와 빅터 두 사람 사이의 공간에 서로 다른 이유의 공포가 떠다니는게 보여 신기했다.

"단 하나의 미래"도 무대를 크게 보니 훨씬 더 그로테스크하고 웅장하더라.

확실히 잘 만든 장면이다.

넘버도, 무대 활용도, 배우들의 동선도, 조명도 그리도 댄서들의 움직임까지도 모두.

보면서 묘한 전율이 일더라.

(아무래도 이 전율때문에 3층에서 또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참 대단한게

무대도, 배우도, 전체적인 느낌도 쉼없이 계속 진화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까지 합세해주면 정말 고맙겠는데...)

그야말로 창조된 생명체의 진화, 그 끝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기는 커녕 이렇게 일방적으로 압도되기만 하니...

외면하려는 노력을 번번히 꺾어버리는

아주 매정하고 비정한 작품이다.

 

정말 옳지 않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