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3. 4. 8. 08:51

나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꼽씹는 걸 엄청, 무지, 과하게 좋아한다.

(소도 아니면서 꼽씹기는....)

책, 공연, 그리고 사진.

책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배신없는 동반자고

공연은 주말을 함께 하는 애인같은 존재고

사진은 어느 날 느낌에 따라 챙겨서 집을 나서게 만드는 일종의 이벤트다.

여러가지 이유로 좀 줄이자고 작정하고 있지만

뮤지컬과 연극 관람은 특히나 일상의 탈출구이자 쉼표같은 존재다.

블로그에도 여러번 밝혔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꼭 챙겨보는 뮤지컬 배우를 꼽자면

단연코 류정한과 김선영을 들 수 있다.

연극배우는 남명렬과 김영민, 그리고 윤소정이다.

거의 유령회원에 불과하지만 가입되어 있는 싸이트도 몇 개 있다.

가장 오래된 싸이트는 역시나 건승정한!

OFF 모임도 두어번 참석했었고 단체관람에 숟가락 몇 번 올려놓긴 했었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카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가령 예전에는 배우 류정한보다 개인적인 이상형으로서의 류정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무대 위 한 배역을 책임지는 배우 류정한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공연 관람 성숙도와 공연장에서의 예의는 확실히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때때로 정말 어메이징한 성숙도를 보여 현장에서 놀랄 때도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지만

건승정한 싸이트에서 OFF 모임을 소식을 보고 신청했다.

광클릭이라면 영 잼뱅이인 관계로 70명 안에 들 가능성은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다.

어?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우의 수가 발생해버렸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사실 좀 난감하고 난처했다.

이 나이에(?)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그렇고

워낙에 유령회원이고 태생이 비사교적인 성향이라 과연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명단에 올라온 이름 중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양도를 할까 고민하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OFF 모임 장소를 향했다.

 

동승아트센터 1층 카페 "토트"

배우 류정한이 입구에 앉아서 들어오는 70명 전원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서 한 장씩 전해준다.

일종의 티켓팅인 샘인데

아주 참신하고 딱 어울리는 "맞이기획"이라 놀랐다.

이곳저곳 꽤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화려한 건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따뜻함이 담겨있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오랫만에 만난 윤일 오라버니가 반갑게 맞아주셔서 쑥스러우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기댈 곳이 한 곳이라도 있으니까 ^^)

지난 10년간의 시간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혼자 감회에 젖었다.

개인적으론 내게도 좋은 동생들을 많이 알게 해 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이젠 가정을 꾸려서 예전처럼 함께 MT를 가거나 서로 만나기도 힘들어지고

연락도 뜸해졌지만

그 기억들은 여전히 나를 풍요롭게 하고 미소짓게 한다.

(다행이다.)

이들이 있어서 한때 나는 열심히 버틸 수 있었는데...

 

토크쇼 형식을 빌어서 진행된 OFF 모임은 따뜻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함께한 70여 명의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가득했고

사전에 공지된 주의사항들도 꼼꼼히 잘 지켰다.

그야말로 가족들의 모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준비된 식사도 좋았고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의 시간들을 공유하는 모습도 다정했다.

이런 풍경 속에 들어가는 거,

참 낯설고 어색할 법도 한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먼저 나오면서 잠깐이지만 류배우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전 OFF 모임에서 함께 "Dangerous game"을 했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다.

류배우도 나도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내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노라"고...

한때 공연비평을 꿈꿨었노라고,

그러다 알게됐노라고,

이제 더이상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됐다는 걸...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했노라고.

류배우가 답한다.

"어쩌면 그렇게 포기한 게 더 행복한 일 일 수 있다"고...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했고, 완벽히 공감했다.

다행이다.

깨끗이 포기해서!

더이상 꿈꾸지 않아서!

 

사진첩을 뒤적이다 발견한 오래된 사진 한 장!

문제의 "Dangerous game"

기억이 새롭다.

(원래 내 사진 올리는 거 병적일 정도로 싫어하는데... 이번 한 번만은 예외인 걸로!)

나도 변했고, 류배우도 참 많이 변했다.

그래도 두 사람 다 훨씬 편안해졌다는 건 공통점이다.

예전에도 개인적인 사심같은 건 있어본적도 없지만

이번엔 어찌된 게 둘째오빠를 만나고 온 느낌이다.

(큰오빠는 여전히 윤일오라버니시고...)

피붙이에 대할 때 느껴지는 뭉클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참. 이상하지!

 

돌아오면서,

어쩌면... 어쩌면...

"건승하우스"는 결코 꿈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상상해본다.

건승하우스에서 고스프레처럼

어떤 날은 "지킬 앤 하이드" 버전으로

어떤 날은 "영웅" 버전으로

어떤 날은 "두 도시 이야기"나 "몬테크리스토" 버전으로

또 어떤 날은 "맨 오브 라만차"나 "스위니토드" 버전으로 가든파티 같은 걸 개최하는 모습을...

현실 같은 꿈, 꿈 같은 현실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impossible dream이 possilbe 하게 변하는 그런 곳!

참 가슴 뻐근하게 즐거운 곳이 되지 않을까?

 

오랫만이다.

이렇게 좋은 기억과 좋은 추억을

가슴 깊이 함께 담아본 게...

  

* 류정한 배우의 차기작이 결정됐다.

  <몬테크리스토>와 <두 도시 이야기> 공연시기가 거의 비슷해서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예상대로 <두 도시 이야기>를 선택했다.

   (두 작품  모두 출현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 )

   개인적으로 <두 도시 이야기>를 하길 바했는데 다행이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신영숙 캐스팅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참 좋다! 

   샤롯데라니,

   세번째 전관 단관을 꿈꿔봐도 좋지 않을까? 

 

  오! 이런!

  <몬테크리스트>도 특별출현으로 10회 출연한단다.

  류배우의 고민의 정도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두 작품 다 그에겐 특별할테니까.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선택을 했음에는 분명하다.

  건승을 빈다.

  진심으로!  

 

                                                                                                                     - 사진출처 "건승정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6.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DAS musical <Rebecca> 세번째 관람.

두 번 관람을 해서 내용과 노래에는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어쩌면 더 깐깐해질 수도 있는 관람.

같은 작품을 여러번 보게 되는 이유는,

그날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배우만 달라졌을뿐인데 그날 공연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수도 충분히 있다.

하긴, 똑같은 배우의 조합이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공연은 단 한 번도 없다.

눈 앞에서 실제로 보고 있다는 재현성.

실재와 똑같다는 현실성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다.

제 3의 감각을 예민하게 깨우고,

또 다른 이해와 생각을 가능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고 할까?

 

지난 번 두번의 관람에서

확연한 느낌을 못받았던 이유를 이날 공연을 보면서 어느정도 찾았다.

오케스트라 느낌이 다르다!

음악이 풍성해졌고 그리고 연주 자체가 스토리를 주의깊게 말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왜 달라진거지?

피트석을 기웃거렸다.

두번의 관람에서는 분명히 아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봉을 김문정 음악감독이 잡고 있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아우라와 오케스트라를 전두지휘하는 장악력이 그야말로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아우라가 그날 공연을 인상깊게 만든 제1의 이유다.

"두 도시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던 건 그녀 때문이기도 했다.

음악이 깊이가 달랐었다.

클래식하고 웅장해서 마치 음악회에 있는 듯한 감동을 방았었다.

음악감독 김문정!

역시나 거침없이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공연에 집중해서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류정한 막심과 김보경 나의 조합은 최상이다.

류정한 막심은 노련함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 시니컬한 감정들을 잘 표현했고

처음 봤을때보다는 확실히 막심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가 자리를 잘 잡았다.

조금은 어색했던 2막의 "칼날 같은 그 미소"도 좋았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겉은 부드러운 넘버 "놀라운 평범함"도 잘 표현했다.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는 "하루 또 하루"와 "신이여"도 처음 봤을때보다는 훨씬 느낌이 좋았다.

(확실히 배우 류정한은 영리한 여우다.)

그래도 여전히 막심이란 인물은 류정한이 지금껏 보여준 캐릭터의 페레이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해석과 표현이 없다는 게 좀 치명적이다.

그래서 배우 류정한도 막심이라는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게 힘들지 않았을까?

김보경 나는 사랑스럽고 조심스러운 소녀에서 강인하고 현명한 여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단락없이 잘 끌어냈다.

조심스럽게 통통 뛰던 발걸음과 

(정말 사슴같고 겁먹은 양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던 표정과 말투.

그러면서도 2막 옥주현 댄버스와의 베란다 장면은 임혜영 나보다 훨씬 대사도 노래도 강하다.

이 장면에서 "나'가 뭘 어떻게 하든 댄버스와 대등할 순 도저히 없겠지만

김보경은 임혜영 나처럼 존재감이 전무하진 않다.

임혜영은 어쩌지 못해서 눈 감아버리는 외면의 느낌이라면

김보경은 미약하지만 거부, 도전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름대로 "나"의 변화되는 모습을 끄집에서 표현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옥주현 댄버스는 두번째인데도 불편함이 느껴질만큼 여전히 너무나 도도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에서는 불같은 질투심을 강하게 느꼈다.

"나"를 향한 질투심이 아니라 "레베카"를 향한 질투심!

레베카 마님을 모시다 스스로 레베카가 된 듯한 여자처럼 보인다.

(여전히 "내가 바로 레베카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느낌.)

무대위에 보여지는 겉모습이 전혀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데

대사를 너무 나이들게 표현하려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1인 2역의 느낌이랄까?

옥주현의 댄버스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댄버스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가 없다.

그냥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댄버스 언니라고 표현해야 옳다!

그래서 옥주현의 댄버스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최고의 미스터리고 쓰릴러리고 생각한다.

 

확실히 <Rebecca>는 EMK 작품답게 앙상블이 강하고 변역이 전체적으로 좋다.

넘버 가사도 어색하게 들쑥날쑥하는 것 없이 매끈하게 잘 다듬었다.

그래도 무대 영상은 세 번을 봤는데도 여간해서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멘덜리 저택의 화재 장면은 실제로 계단에 불을 붙였어야만 했다.

(나, 불보면 흥분하는 그런 류의 사람 결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최강의 캐릭터 "Rebecca"처럼...

개인적으론 그 장면이 두고두고 제일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5. 08:30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류정한의 출연만으로도 참 많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러지 않으려고해도 어쩔 수 없다.

내게 뮤지컬 배우 류정한은 현빈이고 장동건이고 차승원이다.

더불어 그는 내게 뮤지컬이라는 신세계를 거침없이 일시에 활짝 열어준 원흉(?)이기도 하다.

김선영과 더불에 나의 무한신뢰를 받는 절대지존 류정한!

원작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유투브를 통해서 공연 실황도 여러번 반복해서 봤다.

히치콕의 영화는 일부러 안봤다.

(너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런데 문제는...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당사자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거! 

몸상태가 별로이다보니 집중력도 정말 최악이었다.

횡설수설이겠지만 그래도 봤으니 몇 가지 끄적이련다.

 

류정한 막심.

역시나 믿음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딘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

막심이란 인물을 여우같은 류정한이 아직 충분히 찾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니토드>,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지킬 앤 하이드> ...

지금까지 그가 연기했던 이 모든 인물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등장한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특히 2막 보트보관소에서 과거의 일을 아내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표정과 액션에서 그답지 않게  오버스러웠다.

분노와 증오의 폭발이 아니라

극도의 시니컬과 싸이코델릭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길 바랬는데...

막심이란 역이 그에게 지금 혼란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신영숙 덴버스.

당연히 잘한다. 그것도 너무나 잘!

그게 문제다.

너무 잘한다는 거.

덴베스가 과도하게 강하다.

만약 이 작품이 현실 세계라면  덴버스는 현실 세계 저 너머에 있는 환상이다.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세계가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완전히 다른 사람.

덴베스라는 인물 자체가  레베카의 세계만 인정하고 그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서...

2막 초반 "레베카"에서 신영숙이 보여준 연기는

이정현의 "와!"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였다.

노래는 정말이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였는데 액팅때문에 코믹하게 보여졌다.

눈동자가 그려진 부채를 떠올린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막심도 그렇지만 덴버스 역시도 너무 젊게 설정한 건 정말 아쉽다.

(어쩌나, 옥주현은 더 젊고 게다가 어찌됐든 더 예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건 한 집안의 집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여왕이 갖는 포스다.

만약 내가 멘덜리의 집주인이라면 이렇게 도도하고 안하무인한 집사는 절대로, 절대로 안 쓴다.

개인적으로 덴버스라는 인물이 여자 자베르 같은 느낌이길 살짝 바랬었는데...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다르더라.)

 

"나" 김보경은 나(극중의 "나"가 아니라 정말 나)처럼 컨디션이 엉망이라게 단번에 보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 정도의 연기를 보일 수 있었다는 건

배우로서 엄청난 집중력을 가졌다는 뜻이라라.

김보경의 "나"는 확실히 사랑스럽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하고 단단한 여자가 되는 모습도 잘 표현했다.

그래도  2막 덴버스와의 듀엣(문제의 레베카)에서는

김보경 "나"의 목소리가 한 톨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 불렀는데 립싱크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들려야 했던 거 아닐까?

연출자의 확고부동한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고...

오랫만에 <아이 러브 유>, <해어화> 때의 모습을 보여준 이정화는 보는 건 너무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고

(그녀의 솔로곡과 나와의 듀엣곡은 정말이지 너무 멋졌다)

프랭크 박완의 연기와 노래도 정말 좋았다.

살짝 기대했던 잭 파벨 에녹은,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중요한 장면에서

경박하고 화려한(?) 댄스를 선보임으로써 

스릴러물을 쇼뮤지컬로 탈바꿈시키는 신공을 발휘했다.

금방이라도 무대 저 뒷쪽에서 금발의 코러스걸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올 것 같아 문이 열릴 때마다 매번 불안했다.

최나래 반 호퍼 부인은 의외로 너무 잘 어울려 놀랐다.

이런 류의 연기에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경미를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녀만의 반 호퍼를 확실히 보여줬다.

최나래가 이경미와 더블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혼자 격세지감에 빠지기도 했다.)

분량이 적긴 하지만 선우재덕의 줄리앙 대령도 괜찮았다.

파티 장면에서 그 개구진 표정도 인상적이었고...

"나"의 스케지를 무대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 아주 좋았는데

그걸 제외한 다른 영상 효과는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고 조잡했다.

특히 화재 장면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요즘 무대 효과가 얼마나 발전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아마도 다 내려놓고 백지상태로 다시 봐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니 다음번 관람때는 제발이지 몸 상태가 지금처럼 최악이 아니기만을 바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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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2. 11. 26. 09:13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2.3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미겔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대본 : 에일 와서맨 (Dale Wasserman)

작사 : 조 대리언 (Hoe Dario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서번석,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이혜경 (알돈자) / 이훈진, 이창용 (산초)

        최민철, 서영주 (여관주인), 이계창 (닥터 까라스코) 외

 

뮤지컬 배우 류정한! 그리고 건승정한!

둘 다 대단하다.

샤롯데씨어터 한 회 공연 1200석을 통째로 단관했다.

배우의 팬클럽이 소극장 혹은 중극장을 전관 대관하는 경우는 흔해도

내 기억에 이렇게 대극장 한 회 공연 전체를 단관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경이로움이자 경악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라 이 역사적인 순간을 도저히 놓칠 수는 없었다.

수능을 끝낸 조카녀석들이 "Impossible dream"을 꿈꾸길 기대하며 함께 기사님을 만나러 갔다.

<Man of La Mancha>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뮤지컬 넘버와 대사가 주는 울림이 정말 대단하다.

넘버도 대사도 줄줄 외울 정도지만 볼때마다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원작을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상상력에도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고... 

 

배우 류정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하나로 꼽는 <맨 오브 라만차>

이미 여러번 했던 배역이라 잘하리라고는 충분히 예상했지만

자신을 특별히 생각하는 팬들 앞이라서 더 최선을 다했겠지만 정말 멋지게 잘했다.

단순히 기교나 연기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대사 하나하나, 넘버 하나하나를 정말 정성껏,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위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본인도 감회가 남달라서 그랬겠지만 초반엔 그런 감정들이 약간의 떨림으로 보여졌다.

그 떨림이 뭐랄까...

뭔가를 열심히 준비한 아이가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약간의 자부심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뭔가를 선보이는 느낌이었다.

풋풋하고 당찬 자긍심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래서 그 떨림이 참 수줍고 새로웠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점점 stroy를 만드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 같다.

작품 하나를 할 때마다

자신에게도 스토리를 남기고, 보는 관객에게도 스토리를 남긴다.

어쩌면 돈키호테의 대사 그대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숭고하게 남는 노력!

 

"천번을 치시오! 천번을 일어날 터이니!

 아무리 요술로 결과를 흐려보이게 한다해도 노력은 숭고하게 남는 것이라오!"

 

이훈진의 산초는 정말 물이 올랐고.

(언젠가 산초가 주인공인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이 역은 정말  이훈진이라는 배우가 딱일거다~~)

팬심에 기댄 깨알같은 에드립도 재치있었다.

"사랑에 미친 자는... 건승정한이란 말도 있쟎아요"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도 남을 에드립!

둘째 출산 후 한동안 무대를 떠나있던 이혜경을 정말 오랫만에 다시 봐서 반가웠다.

솔직히 예전에 이혜경 알돈자를 보면서는 큰 감동은 받지 못했는데

(그래선지 매번 이혜경 알돈자는 피하게 된다)

이번 시즌은 많이 버리고, 많이 놓음으로서 오히려 더 간절해진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죽음 앞에서 "내 아름은 둘시네아예요!' 라고 말할 때의 범접할 수 없는 당당함이라니!

그야말로 순결하고 고귀한 한 여성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영주가 표현한 여관주인이 너무 가벼워서

도지와와의 괴리감때문에 보면서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미남 도지사 최민철은 적정 선에서 웃음과 절제를 잘 조정한 것 같아 보기에 편했다.

 

2010년 LG 아트센터에서 류정한 <맨 오브 라만차>를 본 후에 또 다시 보게 될까 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이번 시즌에만도 세 번을 봤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아름답고 당당하고 풍성한 작품이다.

 

스페인의 지하감옥,

신성모독죄로 몸종과 함께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늘 이렇게 나를 부른다.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기꺼이 그 지하감옥 속으로 따라 들어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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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2. 10. 8. 07:36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류정한 시드니, 카이 찰스, 최현주 루시, 그리고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최고의 캐스팅!

그래서 선택한 자체 막공이 10월 2일 공연이었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뭐랄까 깊이와 완숙미가 넘친다.

엄밀히 따지면 참 유치한 사랑이야기고 황당무계한 줄거리일 뿐이데...

고전의 힘이란 그런 것 같다.

흔한 사랑이야기라도 깊이가 남다르고 다 읽고 난 후에는 뒤에 잔향처럼 남은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 고전들이 무대 위에 재현됐을 때는

성패와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녀 주인공이었던 최현주와 류정한은 그야말로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아낌없이 각자의 인물에 빠져들었고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담아냈다.

짐심으로 멋있었고, 짐심으로 아름다웠고, 짐심으로 위대했다.

정점을 찍다!

이 작품이 아마도 두 사람에게 한동안은 그런 의미로 기억되지 않을까?

두 사람 모두 노래와 표정, 감정 전달이 너무나 섬세해서 보는 내내 황홀했다.

류정한, 최현주.

이 두 사람이 다시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희망사항 하나를 꿈꾸게 하는 배우들다.

 

배우 류정한은 12월까지 연장 공연되는 <맨 오브 라만차>에 10월말부터 출연한단다.

오랫만에 류정한의 impossible dream을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흐뭇하다.

매니아들의 비난과 외면도 있었지만 류정한은 배우로서 한 고비를 잘 넘긴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의 그동안의 행보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선지 앞으로 그의 행보가 나는 더 궁금하다.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과 불신이 교차했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정말 이랬다.

다행이다.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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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2. 9. 24. 08:18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네번째 관람.

이 작품은 고전적이고 장엄하며 동시에 선하고 착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정화되면서 일종의 씻김굿을 한 듯한 후련함과 맑은 비움이 느껴진다.

Heart to Heart

모든 걸 그저 놓고 순수하게 교감하면서 마음으로 본다는 건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작품.

적어도 내게는 참 장하고 참 착한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또 눈을 뗄 수가 없다.

 

다른 건 다 빼고 오늘은 맘에 오롯이 담긴 넘버 이야기를 해보련다.

"You'll Never Be Alone"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만나서 부르는 루시의 노래.

최현주 루시의 음색은 떨렸고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맘속에 오래 담아놓은 그리움을 그대로 꺼내놓는다.

루시는 그동안 참 아팠고 외로웠지만 정말 잘 견디며 자랐구나.

이 곡을 들으면서 나는 혼자 견뎌낸 루시의 아픈 성장기가 한번에 읽히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떨림의 노래 "Without a Word"

앞의 노래에서 루시의 과거를 읽었다면 이 노래에서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는 최현주 루시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한 곡 안에 상승하는 감정의 변화를 너무나 잘 표현했다.

사랑받는 아름다운 여자가

아내로써, 엄마로써 모든 건 지키고 감내하겠노라 다짐하는 모습은 참 숭고하고 눈물겹다.

최현주 루시는...

감정표현이 정말 아름답다.

그녀가 루시를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녀 자체가 정말 루시같다.

참 대단한 배우다. 최현주는!

 

전동석 다네이와 김도형 마네트 박사의 "The Promise"

아내와 연인을 생각는 두 사람의 심정이 참 절묘하게 교차되는 노래다.

서로의 목소리톤도 상당히 잘 어울리고 뭐랄까 뭔가 따듯하게 보듬는 느낌이랄까?

전동석은 프리뷰 공연때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줘서 관람이 즐거웠다.

전동석은 김도형과의 듀엣곡과 솔로록이 시드니나 루시와의 듀엣곡보다 개인적으로 훨씬 듣기 좋다.

특히 Gabelle의 편지를 받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는 노래 " I Always Knew "는 정말 최고다.

감정표현이 점점 좋아져서 이 녀석의 "젊은 베르테르 슬픔"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Let Her Be a Child"는 깊은 고뇌를 표현하기에 아직 전동석의 나이와 경력이 너무 젊다.

목소리는 참 좋은데...

솔직히 한 번도 이 녀석에게 가능성을 본 적이 없었는데

<엘리자벳>과 <두 도시 이야기>를 보고 난 뒤에는 10년 뒤가 참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뮤지컬 배우로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것 같다.

 

류정한 시드니 칼든.

세번째 류시드니 관람이었는데 점점 감성적으로 완숙해지고 뭐랄까 그윽해졌다.

액팅과 대사가 아니라 감성 자체로 무대를 채운다는 건 또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 시드니는 내게 새로운 기쁨과 충만함을 안겨줬다.

"Reflection"

꼭 사춘기 소년 같았다.

진심으로 좋아하지만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 일부러 아닌 척하면서 혼자 부정하는 모습.

결국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체념하는 모습.

순수하면서도 어리석은 사춘기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I Can't recall"

환희와 기쁨이 가득찬 자심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

과연 사람이 일생에서 몇 번이나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그대로 100% 드러낼 수 있을까?

이 노래는 시드니 인생의 반전이 시작되는 아주 결정적인 노래다.

류정한은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참 벅차오르게 만들만큼 이 한 곡에 이 모든 간정의 변화들을 담았다.

사춘기 소년에서 아예 순진무구한 아이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불혹을 넘긴 배우가 보여주는 순수한 모습은 감동적이었고 신선했다.

"If Dreams Came Ture"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보내야만 하는 시드니의 심정.

그 여인의 곁에서, 그 여인의 행복을 지켜보며 절망하고, 분노하고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

기쁨과 환희에 찬 다네이와 쓸쓸하고 아련한 시드니의 목소리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남자들의 듀엣, 황홀할만큼 정말 멋지다!)

"Let Her Be a Child"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제일 감동적는 노래.

어린 루시의 자장가에 이어지는 시드니와 찰스의 듀엣곡.

가사도 너무 가슴 아프고 멜로디로 그렇고, 두 사람의 음색도 너무 아프다.

같은 기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선택과 결심을 하는 두 사람.

이 노래 때문에 얼마나 여러번 가슴이 무너졌던지...

시드니는 이 노래는 혼자만의 정화(淨化)와 결단의 의식이었다.

참 아픈 노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노래다.

 

칼튼의 편지에서 이어지는 처형 장면.

재봉사 클로단의 노래는 일종의 평온이고 안식이다.

진심으로 모든 걸 놓고 평온해질 수 있었다.

그건 체념이나 좌절이 아니라 완성과 이룸의 완결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정말 사랑이라는 게 불가능을 가능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을, 그의 주변을 위해서 내 모든 걸 다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한 시드니의 죽음은 단지 한 여자를 위한 희생은 아니었다.

"또 그녀의 딸과 그녀의 가족을 위해서..."

이런 삶...

불가능한 이 삶을 어쩌자고 다시 꿈꾸고 싶어진다.

위험한 삶을 기대하게 한다.

비록 잠깐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2. 08:09

<A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두번째 관람.

시드니는 여전히 류정한이었고, 찰스 다네이는 카이, 루시 마테트는 임혜영이었다. (드파르지 부인은 지난번과 같은 신영숙)

첫번째 관람보다는 나도 여유가 생겨서 인물들의 감정선이 훨씬 잘 느껴졌다.

시드니 칼튼에 동화되서 참 여러차례 울컥했고 실제로 눈물도 제법 흘렸다.

시드니 칼튼 류정한은 프리뷰 공연 때와는 또 다른 해석과 설정을 보였다.

1막의 시드니 칼튼의 모습은 술에 확실이 찌든 모습으로 표현했다.

말투도 살짝 혀가 꼬인 듯 발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션은 분명하다)

행동과 눈빛도 프리뷰때보다 훨씬 더 알콜의존적인 인물로 표현했다.

그래서 루시로 인해 변화되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심지어 머리모양도 달라진다.

술에 찌든 칼튼은 소위 말하는 아줌마 파마스런 머리 모양이고

크리스마스밤 루시에게 고백하는 장면부터는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머리로 등장한다.

그런 작은 변화들로 열심히 캐릭터를

류정한은 한 인터뷰에서 공연을 하면서 못 찾은 부분들이 있다면 열심히 찾아가겠노라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아마도 류정한만의 시드니는 계속계속 만들어지지 않을까가 싶다.

그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칼튼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고결하다.

 

"I can't recall"은 물론이고

1막 결혼식 장면에서 부르는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가 어린 루시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면서 파리의 가스파드 장례식 장면으로 넘어가는 "Little one"

2막에서 찰스 다네이와 부르는 듀엣곡 "Let her be a child"는 정말 가슴 아프고 절절했다.

가사가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루시가 이러이러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도와달라며 기도하는 두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하나하나 그대로 가슴에 꼭꼭 박힌다.

아비의 마음과 그리고 모든 걸 버리는 사랑의 마음.

두 마음의 울림은 참 진하고 깊고, 그리고 간절했다

카이와 류정한의 하모니가 주는 여운이 아직까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카이 찰스 다네이는 임혜영 루시 마네트보다 류정한 시드니 칼튼과의 듀엣이 더 멋지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속 남자-남자의 듀엣곡들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찰스 다네이와 마네트 박사가 1막에서 부르는 듀엣곡 "The promise"도 참 좋다.

특히 김도형(김성기)의 음색과 발란스는 정말이지 너무 좋다.

(그런데 왜 이름은 바꿨을까? 동명이인 때문에?)

 

루시 마네트는 임혜영보다는 최현주가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게 훨씬 괜찮았다.

"without a word"를 너무 숨가프게 부른 임혜영을 보면서 좀 답답했다.

최현주 루시는 강인함이 많이 느껴졌는데

임혜영의 마네트는 가녀린 느낌이 더 강하다.

1막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솔직히  2막은 임혜영이 표현하기엔 좀 벅차보인다.

찰스 다네이는 개인적으로 카이의 해석과 표현이 더 좋다.

전동석은 성품 곱게 자란 도련님 느낌이다.

남한테 나쁜짓 같은 거 차마 맘이 약해서 못하고

불쌍한 사람들 보면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꼭 주머니를 털어서 주고 오는 그런 도련님 ^^

반면 카이의 찰스 다네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어떤 결기같은 게 있다.

(카이의 해석을 보면서 찰스 다네이가 혁명가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믹에서 삼촌과의 논쟁도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고

2막 재판 장면에서 사형이 결정된 후에 무릎 꿇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제 끝이구나... 그런 느낌보다는

죄책감과 비애가 느껴졌다.

그래선지 2막에서 시드니와 부르는 노래는 처연하고 그리고 편안하기까지 하다.

이러기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내게 참 묘한 감정을 그것도 여러번 갖게 한다.

서정적이지만 여성적인 작품이 아니라 남성적이고

그것도 남자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된다.

게다가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이 전부 인상적이고 비중있다.

(하다못해 꼬맹이 가스파드까지...) 

도대체 정체가 뭘까 궁금하다.

 

어쨌든 확실한 건,

내겐 묘한 매력과 끌림이 있는 작품이란 사실이다.

참 오랫만이라 반갑다.

이런 류(類)의 뮤지컬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1. 07:50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그래, 내가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스토리.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집중과 이완, 완급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게다가 음악은 장엄하면서 기품있어 마치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A Tale of Two Cities>는

조금씩 무뎌지는 내 오감을 깨우는 일종의 반란같은 작품이었다.

황홀하고 그리고 매혹적이다.

보는 내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끈질기게 매혹적인 작품.

처음엔 분명히 천천히 끌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급격히 쏠리고, 결국에는 어쩔 도리없이 일방적으로 완벽하게 홀리고 만다.

매혹은 위험하다.

매혹당하는 자 뿐만 아니라 매혹하는 자까지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독하다.

이런 매혹은.

정말이지 견뎌내기가 참 힘겹다.

슬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래서 말하련다. 

견딤을 위해...

 

유혹 중 가장 강한 유혹은 닿을 수 없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될 것에 사로잡혀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도 이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과 싸우기를 스스로 포기한다.

아주 당당하고 고결하게...
눈으로 봐야만, 손으로만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사랑은 단수가 낮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고 만지는 마음보다 훨씨 깊고 곡진하다.

오직 그 순간,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생의 연주를 남기고 시드니 칼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사랑인가?

결국 사랑은 어찌됐든 환영(illusionism)이다.

환영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 때에 생겨날 수 있다.

환영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환영을 보는 사람은 환영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삶이다.

나는 결코 환영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늘 저건 단지 극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런 현실이 제발 어딘가에 있어주기를 꿈꾼다.

제기랄!

다시 사랑을 꿈꾸기 시작했다.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광활하고 처연한 비가(悲歌)였다.

놀랐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는 배우였던가!

그에게 일종의 변화가 왔음을 나는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나, 류정한이란 배우를 안지 그래도 나름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대 배우로서 이런 변화가 온 계기가 도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던 그 선택이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표정이 훨씬 풍부해졌고 그리고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배우 류정한을

섬세함조차도 크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큰 표현 속에 섬세함을 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배우 류정한의 표현은

너무나 섬세했고 또 섬세했다.

무대 위 그가 보여준 시드니 칼튼의 감정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성큼성큼 내 눈 앞으로 현실로 느끼게 했다.

얼마나 놀랍던지...

1막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시간의 흐름 따윈 의식되지도 않을만큼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reflection, I can't recall,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 칼튼의 부르는 1막 넘버들은 한결같이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담긴다.

특히 If dreams came true는 눈물이 저절로 흐를만큼 처연하고 슬펐다.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었던 한 여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처연함이라니...

찰스 다네이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칼튼의 목소리는

단 한 곡의 노래로 한 남자의 일생 전부를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아, 참...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아파온다.

결코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참 힘겹고 힘겹다.

이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힐링(heeling)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22인조 오케트라라는 웅장했고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고 격동적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하모니(김도형-전동석. 류정한-전동석)가 주는 울림이 크다.

배우들은 앙상블까지도 너무나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솔직히 이들을 조연이라고, 앙상블이라고 칭하는 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순간들 만큼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주연이었고 완벽한 무대 장악이었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정확히게 셋트를 이동시키는 무대크루들 모습도 감동적이다.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무대 크루를 보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아! 그리고 푸른색(런던)과 붉은색(파리)의 조명도 압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 작품의 첫인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 못한 상태다.

다시 보게 되면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은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원칙을 정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 공연장을 나오는데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귀절이 계속 떠올랐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만 오는 거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9. 05:51

주지훈의 하차로 위기에 빠진 <닥터 지바고>를 티켓 파워있는 소문난 잔치로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순전히 배우 조승우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지훈의 하차는 OD 신춘수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호재로 변한 셈이다.

그리고 확실히 배우 조승우의 유리 지바고는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가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의 한계는 과연 있을까?

나는 지금 인물에 대한 완벽 빙의에 감탄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조승우가 무대에 서면 작품 속 배역보다 그 배역을 연기하는 조승우가 훨씬 더 빛난다.

그렇다면 이 정체모를 괴물을 보는 듯한 기묘한 느낌은 도대체 뭘까?

조승우라는 배우는 기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배역에 대한 애정을 점점 심화시키고 진보시키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키워낼 줄 아는 배우란 의미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도 <닥터 지바고>란 작품은 절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다.

눈에 띄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샤롯데라는 대극장 대관이 민망할 만큼 무대는 황량하고 조악하다.

뭐 시대상황이 격변하는 세계대전이고보면 무대가 화려해도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무대 제작비는 저렴쪽에 가까우리라 짐작된다.

(좀 큰 레고블록 기차와 뜬금없는 스크린 영상은 역시나 다시 봐도 재앙이다) 

솔직히 배우 조승우의 연기와 집중도는

이 모든 재앙을 재앙보다 무시무시한 감각으로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아마도 OD 신춘수 대표는 침몰해서 유령선이 될 뻔한 이 작품을 기사회생시킨 조승우에게

고액의 개런티외에 감사의 보상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지난번 관람한 홍광호, 전미도 페어의 공연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이 있다.

특히 노래와 연기가 불안했던 전미도조차도 훨씬 깊어지고 편안해졌다.

조승우의 서포트였을까?

조승우는 예전만큼 노래에 임펙트가 살아있는 건 아니지만 역시 명불허전의 명성은 여전하다.

그래도 가끔은 추억처럼 떠오른다.

<지킬 앤 하이드> 초연 때 조승우의 그 당당하고 패기넘치던 노래를...

이제 그때같은 노래실력을 듣기는 좀처럼 어렵지만 그래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의 연기는 극도의 세심함과 섬세함으로 숨이 막힌다.

여전히 순간순간 그는 보는 사람을 미칠듯이 숨죽이게 했다.

괴물같은 그가 데뷔13년만에 드디어 드라마 진출은 한단다.

사극의 거장 이병훈 PD의 신작인 <마의(馬醫)>로.

(개인적으로 이병훈 PD의 사극을 무지 좋아한다)

꽤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조승우가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은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구조인 것 같다고...

그런 그가 드라마를 한단다.

그만큼 작품과 연출가에 대한 믿음이 컸겠지만 우려와 걱정이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조승우와 드라마라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얼마전 <러브어페어>로 드라마에 입성(?)한 배우 류정한이 떠오른다.

미안한 말이지만 류정한은 드라마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류정한이 내가 제일 좋아하고 믿는 뮤지컬 배우라고 하더라도 아닌 건 역시 아니다.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지만우연히  케이블 재방송을 봤는데 그의 연기는 너무 심하게 어색했고 단조로웠다.

(잠깐동안, 그것도 혼자 보면서도 손발 제대로 오그라졌다)

차라리 그가 시트콤 연기를 통해 과감하게 망가지기라도 했다면 기꺼이 박수을 보냈으리라.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다.

누가 뭐래도 그의 첫 데뷔작은 초보연기자의 어설픈 불륜연기일 뿐이다.

그는 20여년간의 뮤지컬을 했다는 자존감과 고집을 품위있게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

한동안 이걸 만회하려면 20년 들인 공보다 더 노력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이 드라마가 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새로운 분야의 도전이라고 자위하기엔 참 막막한 드라마고 어이없는 캐릭터고 답이 없는 연기다.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조승우에게도 드라마 출연 결정은 신중하고 위험한 도전이다.

그러나 배우 조승우는 드라마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테고

세간의 이목을 단 한 번만에 집중시킬게 분명하다.

역시 현명하고 영리하다.

배우 조승우의 작품 선택은!

(뮤지컬 <닥터 지바고> 이야기하다 삼천포로 제대로 빠졌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몰입되어있다.

특히 강필석, 서영주, 최현주는 역시나 깊고 확실하다.

예전에는 지루하고 겉도는 느낌도 받았는데 이번 관람은 재관람을 생각케할만큼 좋았다.

그래도 불필요한 스크린 영상 남발과

멀티맨 수준에 가깝게  한 배우를 1인 다역으로 겸치게 출연시킨 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출현하는 배우가 적은 것도 아닌데

(일부러 세봤다. 25명이 넘더라)

배우 한 명에게 너무 많은 배역이 맡겨져 실제보다 출연배우가 훨씬 더 적게 느껴지는 기현상을 경험케하니

이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그래서 전체 스케일도 초라하게 느껴진다.

가득이나 무대로 빈약한데...

홍광호 지바고를 보고 난 후에

조승우라는 배우 하나로 작품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배우 한 명이 작품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았다.

그러나 이건 결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참 비참한 발언이긴 하지만 오직 조승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승우가 괴물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4주 연습 뒤 바로 투입!

어거 정말 극도의 공포와 맞먹는 무시무시한 이력이아닐 수 없다.

 

문득 궁금해졌다.

조승우!

도대체 정체가 뭐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