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8. 07:44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26. ~ 2013.06.0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이 작품, 정말 기다렸다.

2004년 11월에 푹 빠져서 본 후에 무려 9년 만의 관람이다.

그때 이 작품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임펙트가 강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을 주축으로 박완규, JK 김동욱이 예수와 유다로 분했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지방투어까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지킬 앤 하이드>와 이 작품 덕분에 나 또한 공연관람이라는 몹쓸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두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부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진실로 진실로, 진심이다!)

  

예수가 십자가가 못박히기 전 7일간의 행적을 담은 이 작품은,

파격과 경이, 그리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리가 아는 기독교적인 신의 아들 예수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진 예수의 모습과

배신을 강요당한 유다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절망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받았던 충격은

종교와 믿을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1971년 미국에서 초연됐을 때도 그 반향이 엄청났단다.

예수를 "슈퍼스타"라 지칭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득이라며 데모를 일으키고

심지어 일부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이 곡 자체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단다.

이게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발휘했는지 작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 작품만큼 원작에 수정이 가해진 작품도 드문 걸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경기도 공연 첫 날에 마지막 장면을 자체 수정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마도 예수의 부활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다 RUG의 반발로 다시 원상복귀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4년도에 이 작품을 여섯 번 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앙상블의 파워에 엄청난 감동을 느껴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만들어낸 "The Temple"과 "Make Us Well"은 엄청났다.

특히나 "Make Us Well"은 바닥에서 병자들이 예수를 향해 한 명씩 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었다.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주는 공포는 생생하다)

이 작품은 나에게 참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모든 장면들이, 심지어는 김문정 지휘자의 손끝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다.

가야바 최병광의 땅을 파고드는 엄청난 저음도,

안나스 주성중의 찌르는듯한 날 선 고음도,

이연경과 유미의 조심스럽던 마리아도,

빌라도 김법래의 묵직한 저음과 조상원의 천진난만한 헤롯도 다 기억난다.

락커 박완규의 엄청난 허리꺽기와 JK 김동욱의 웅웅거리던 불분명한 딕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2007년에 다시 공연됐을 때 관람하지 않았던 건,

캐스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다.

그래선지 이번 공연이 개인적으론 너무 반가웠다.

게다가 마이클리와 박은태, 윤도현, 한지상, 정선아가 캐스팅됐단다.

두말할 필요없이 "Must See!"하기에 충분했다.

 

박은태 지저스는,

얼굴과 표정, 액팅이 참 비장하고 거룩하고, 좋은 의미로 고집스러웠다.

워낙에 고음이 좋은 배우라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상하게 고음으로 갈수록 목소리톤이 더 가늘어져서 오히려 여성스런 느낌이 강했다.

특히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 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 죽이소서! 지금 내 맘 변하지 전" 이 부분의 표현은 좋았다.

원망섞인 체념과 누구도 꺽을 수 없는 확고한 신념이 느껴져서...

그리고 이 부분부터 박은태의 지저스가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39번의 채찍질과 십자가 처형 장면은 본인도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겠지만

보는 나도 너무 많이 힘겨웠고 섬득했다.

(이 작품을 하루에 2회 공연한다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

정말 기이하다!

매번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때마다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대만큼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가 못한다는 건 아닌데 여전히 인물보다는 박은태가 더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엘리자벳>의 "루케니"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건 박은태가 뮤지컬배우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유다로 돌아온 윤도현은 이날 공연의 진정한 갑이었다.

개인적으론 역대 최고의 유다라고 말하고 싶다.

딕션과 연기, 표정도 너무 좋았고 넘버 소화력도 정말 엄청났다.

아마도 정재일 음악감독의 편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 유다가 아닐까 싶다.

(편곡자 정재일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선아 마리아와 조권 해롯도 좋았다.

특히 조권은 등장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정말 짧은데

그 짧은 장면을 완벽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헤롯타임이 아니라 완벽한 조권타임!

게다가 자신에게 시선이 쉽게 가지 않는 39번의 채질질 장면에서도

무대 제일 위에서 열심이 연기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특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헤롯처럼 임팩트가 강한 역할을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조권은,

확실히 영리한 아이돌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과 비교해보면,

무대와 조명, 편곡은 지금이 훨씬 좋았고

번역과 앙상블은 2004년도가 훨씬 좋았다.

가사의 일부를 영어 그대로 사용한 건 나쁘지 않았는데

번역 자체가 좀 투박하고 라임에도 잘 맞지 않는다.

쏭스루 뮤지컬인데 가사가 너무 성급하거나 느리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빌라도 지현준은 딕션이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고

39번의 채찍장면에서는 예수보다 본인이 훨씬 더 괴로워하면서 바닥을 기어다녀서(?)

시선을 산만하게 분산시킨다.

가야바, 안나스는 사실 좀 참혹한 정도였다.

최병광의 비현실적인 저음과 주성중의 간교한 고음이 참 많이 그리웠다.

2막 첫 장면에서 최후의 만찬 장면이 좀 상징적으로 변한 것도 조금 아쉽다.

2004년도에 예수와 유다가 긴 테이블위에서 서로 대적하는 장면을 꽤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유다와 앙상블의 "Superstar"도 느낌이 확 달라졌다.

예전엔 쇼걸같은 천사들이 검은 옷과 흰옷을 나눠입고 무더기로 나와 쇼뮤지컬같은 느낌을 줬었는데

지금은 도입부분은 유다와 4명의 뽀글머리 코러스걸이 나와서 약간 코믹하게 변한 것 같다.

2004년도에 이 장면이 주는 파격적인 표현과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선지 유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이번 무대세트는 삭막하고 극도로 건조한 사막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다.

(2004년도에 웅장한 성곽을 느낌의 무대 셋트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이지나 연출.

그녀의 작품에서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첫장면부터 시작해서 <바람의 나라> 오마주를 여러번 목격했다.

솔직히 이게 이지나가 그렇게 연출을 시도한건지,

아니면 워낙에 수정을 꺼려하는 RUG라 오리지널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올 해 <JCS>가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혹시라도 실망을 하게 될까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기대중인  마이클리 예수로 두 번의 관람이 아직 남아있다.

마이클리가 보여줄 예수!

이번 주말에 드디어 확인할 수 있다.

 

좀 설랜다.

사실은 아주 많이...

 

 

 

Act I.
1. Overture
2. Heaven On Their Minds (유다)
3. What`s The Buzz (지저스, 마리아, 제자들)
4. Strange Thing, Mystifying  (유다, 지저스, 제자들)
5. Everything`s Alright (지저스, 마리아, 유다, 제자들)
6. This Jesus Must Die (가야바, 안나스, 앙상블, 사제들)
7. Hosanna (가야바, 지저스, 제자들, 군중)
8. Simon Zealotes (시몬, 제자들)
9. Poor Jerusalem (지저스)
10. Pilate`s Dream (빌라도)
11. The Temple/Make Us Well (지저스, 상인들, 환자들)
12. Everything`s Alright - Rprise (마리아, 지저스)
13.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마리아)
14.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제들, 사자들)

Act II.
15. The Last Supper  (유다, 지저스, 제자들)
16. Gethsemane- I Only Want To Say (지저스)
17. The Arrest (유다, 지저스, 베드로, 제자들, 가야바, 안나스, 군중)
18. Peter`s Denial (베드로, 마리아)
19. Pilate and Christ (빌라도, 지저스, 안나스, 군중)
20. King Herod`s Song (헤롯)
21. Could We Start Again, Please? (마리아, 베드로, 앙상블)
22. Judas` Death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자들)
23. Trial Before Pilate / 39 Lashes (빌라도, 가야바, 안나스, 지저스, 군중)
24. Superstar (유다, 코러스걸)
25. Crucifixion (지저스, 앙상블)
26. John Nineteen; Forty - One 요한 19장 41절 (오케스트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17. 06:22

결국 또 다시 보게 됐다.
얼마전 열렸던 뮤지컬 어워즈에서 <미스 사이공>의 킴, 김보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정작 본인은 기대하지 못한 일이라 호명되자 많이 감격스러워하며 당황해하더라.
그녀가 연기하는 킴을 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과 진심은
뮤지컬을 보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독하게도 만든다.
그녀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고 또 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그녀는...

고양시와 성남을 거쳐
이제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까지...
긴 시간을 참 자기관리 잘 하는 배우들의 프로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함께 대장정을 하고 있는 나 역시도 ^^


김보경 킴, 마이클리 크리스, 김성기 엔지니어.
이 트리플의 조합을 나는 매번 고집했다.
다른 캐스팅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이 세 사람이 나오는 날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날도 류정한의 새로운 소극장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 예매를 과감하게(?) 취소하고
이 트리플을 선택했다.
(솔직히 정말 고민 무지 많이 했다...)
그런데 보고 난 후의 느낌은...
포기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 트리플의 무대는.
정말이지 완전 소중하다.
"엔지니어" 김성기는 외국 스탭들조차도 완벽한 엔지니어라며 칭친이 자자하다는데
볼수록 그 말뜻에 공감하게 된다.
힘들텐데도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매번 참 잘 이끌고 간다.
그리고 요즘들어 나는 김성기의 "레미제라블"을 점점 더 상상하게 된다. (상상이 이뤄졌으면... )
김보경 킴과 마이클리 크리스가 부르는
"sun & moon"과 "last night of the world"는 정말 매번 감동적이게 아름답다.
그 두 사람의 조화는 지금까지도 내겐 여전히 환상적이다.
연달아 100번쯤 들어도 반복해서 다시 100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이쯤되면 확실히 중독이다)
김보경 킴과 김선영 엘렌의 "I still believe" 역시도.



무대는 고양시와 성남보다 약간 작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1막 Dream land 장면에서는 조명이 조금 더 어두워진 것 같다.
2막에서도 춤 추는 bar-girl 들이 약간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 있었다.
선정성 운운하는 게 염려됐던건가???
(뭐, 나쁘지니 않다. 아무도 잘 모를테니까...)
그 사이에 "지지" 역이 더블 캐스팅으로 바뀌어있었고 이날은 구민진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 (이름이 잘...)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건 그 사이에 "탬"이 너무 많이 커버렸다는 사실.
이날 공연에서는 3살이라고 하기에는 발육상태가 너무 남다른 아이가
기어서 등장해 깜짝 놀랐다. (정말 아이들은 금방, 그것도 쑥쑥 큰다. ^^)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볼 때마다 음향이 항상 이상했었는데
이날 공연의 음향은 깨끗했다. 
워낙 딕션이 좋은 배우들이 모여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대사며 노래가 아주 선명하게 잘 들렸다.
그리고 "투이" 역의 이경수는 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한다.
이 사람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매번 나를 그 현장 속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헬리콥터 장면.
이날도 여지없이 무너뜨리더라.
이상하다.
그런 상황들이 나는 너무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참 많이 힘들다.
서로를 찾는 크리스와 킴을 보는 것도,
자신들을 데려가달라며 철조망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들을 버리고 헬리콥터에 오르는 미군을 보는 것도
그대로 현실이 된다.
어떻게 매번 이 장면을은 나에게 이런 감정을 고스란히 옮길 수 있을까?
그냥 보고 있으면 너무 아프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화가난다.
내가 너무 깊게 빠져버렸나???

사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느날 나한테 조용히 선물하게 될지도...
혼자서 많이 울고 싶어질 때,
아마도 그런 때가 오면 선물하게 될지도...


                     김보경, 김선영의 <I Still Believe> - 뮤지컬 어워즈 실황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