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3. 19. 00:08
<엘리자벳> 첫번째 관람은 1층 오른쪽 R석 관람이었고
김선영, 류정한, 박은태, 민영기, 이정화, 전동석 캐스팅이었다.
이번엔 tod만 빼고 전부 다른 캐스팅을 선택했고 일부러 3층 맨 앞 줄을 예매했다.
블루스퀘어 3층이 하도 악명이 높아서 대체 어느 정도길래 싶어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날 캐스팅은 옥주현, 류정한, 최민철, 윤영석, 이태원, 김승대였다.
일단 블루스퀘어 3층 관람은 생각했던것보다 꽤 괜찮았다.
LG아트센터나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대극장보다 오히려 경사도는 훨씬 덜하다.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음향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괜찮았고
배우들의 대사도 1층에서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들려서 은근히 놀랐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무대가 너무 과하게 화려해서 피로했는데
3층에서는 화려함말고도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져 좋았다.
특히 토드가 등장할 때 아우라같이 표현되는 스크린 효과는 1층 관람에서는 완전히 놓쳤던 부분이다.
1막 마지막 부분 엘리자벳이 욕조 안에 머리를 늘어뜨리고 누워있는 모습도 1층에서 안 보였었는데...
(더 비싼 돈을 주고 봤는데 안 보인 부분들이 있었다니 어쩐지 기분 좀 찜찜하다)
조명의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중회전무대도 3층에서 보니까 오히려 덜 산만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앞으로 종종 3층에서 <엘리자벳>을 관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1층에서도 내 시력으로는 배우들의 표정이잘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
별로 미덥지 않은 시력과 광클릭에 영 재주가 없는 손을 가졌으니 뭐 별 수 있나!
(솔직히 말하면 고가의 티켓가격때문이기도 하다)
암튼, 블루스퀘어 3층 관람!
소문처럼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중앙 맨 앞 줄만큼은.




옥주현 엘리자벳.
개인적으로 나는 김선영 엘리자벳이 더 괜찮았다.
16살 엘리자벳과 나이든 엘리자벳의 목소리는 나이를 표현하려고 너무 노력했는지 만들어 낸 소리가 좀 부자연스럽다.
아이를 돌려달라고 소피에게 말할 때는 너무 칭얼대고
좀처럼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운 여성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당시 엘리자벳의 미모가 유럽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서 여성성이 극대화된 인물이 맞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강인한 모습이 점점 자라나는 게 보여야 하는게 그 부분이 아무래도 옥주현 약하다.
옥주현에겐 대사할 때 뭐랄까 약간 성우같은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참 싫다.
"보세요! 지금 전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중이예요"
꼭 이렇게 느껴져서...




류정한 토드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니 어느 누가 감히 죽음으로 따르지 않을까!
류정한 토드가 등장하면 무대는 판이 바뀌면서 완벽하게 토드에게 장악된다.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면 나조차도 순간 난감해진다.
이쯤되면 반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뮤지컬 <엘리자벳>을 자꾸 뮤지컬<토드>로 빠궈버리는 거...
장악하되 싹쓸이하지 않는 기술적인 기교를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하게 아름다운 배우다.
(이러니 내가 여우라 할 수밖에...)
요제프는 민영기보다 윤영석이 더 좋았다.
워낙에 민영기가 성군, 영웅의 이미지가 강해서 찌질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는데
윤영석의 유약한 모습과 목소리는 듣고 있으면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명성황후>에서 부부였던 이태원이 여기선 어머니로 나오네 ^^)
대공비역도 이정화보다 이태원이 더 좋았다.
이정화는 약간 고집불통 심술쟁이 시어머니 같았은데
이태원을 강인하고 실세를 쥐고 있는 권력욕이 느껴졌다.
김선영과 이태원이 정말 제대로 한 판 붙으면 불꽃이 튀겠구나 싶었다.
뒤에서 인터미션 시간에 어떤 남자분이 그러더라.
이거 완전히 우리나라 정서에 딱 맞는 뮤지컬이라고.
고부갈등을 주제로 한...
(맞아! 맞아!)



루돌프 김승대의 발전은 놀랍다.
플레이 DB에서 공개한 송창의 토드와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봤었다.
목줄에 핏줄이 서도록 열심히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암담함과 막막함이 가득했는데
의외로 류정한 토드와의 모습은 괜찮았다.
노래는 전동석보다 약하지만 연기는 확실히 전동석보다는 낫다.
엘리자벳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장면은 절절했다.
어린 루돌프 탕준상도 너무 잘했고.
(목소리를 들으니 첫번째 관람때도 이 녀석이었다)



루케니 최민철!
개인적으로 루케니 3인 중 무지 기대했던 배우다.
일단 비쥬얼 자체가 무정부주의자 같이 생기기도 해서
마초적인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짐작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최민철은 루케니를 코믹하고 다소 가벼운 인물로 표현했다.
장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마초가 아닌 장돌뱅이 스타일이라고 해두자!
애드립인지 계산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하지 않는 대사로 극에 개입하는 모습은 적잖히 당황스럽다.
자꾸 극 속에 코믹하게 개입해서 필요치 않은 웃음을 유발하려는 노력도 안스럽다.
그래선지 연기가 많이 과장되고 노래 역시도 너무 불안하다.
목소리도 많이 갈라지면서 뭉개지는 발음도 있다.
(최민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영화? 천변카바레?)
그가 조금 마초적으로 루케니를 표현했줬으면 하는 원망섞인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오스트리아 주언어가 독일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럼 최민철 루케니가 대사 중간중간에 시종일관 씹어 내뱉던(?) 정체불명의 말이 독일어가 맞나?
(어딘지 좀 이상해서...)



짧게 쓰려고 작정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다시 길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엘리자벳>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은 모양이다.
다행히 아직 이 작품은 내게 아름답고 여전히 탐미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두고두고 좀 지켜볼 작정이다.
이제는 나름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캐스팅을 선별해서 관람해야겠다.
주로 3층 관람이 되겠지만...
다음 관람은 3월 28일 김준수 토드다.
어쩌다 보니 표가 있어서 예매했다. 
물론 3층이다.
바람이 있다면 사생팬이 많이 안 왔으면 하는거다.
그들이 설마 3층에서 관람하지는 않겠지만 생각만해도 무섭다.
아마도 그날은 <엘리자벳>을 보면서 또 다른 공포를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벳을 소유한 토드조차 두려워할 사생팬.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17. 05:49
<도가니> - 공지영 

 

도가니

 

아직도 너무나 열혈청년(?)인 이 시대의 슈퍼우먼 아줌마 작가 공지영!

(왠지 공지영이란 작가 앞에는 이런 버라이어티한 소개말이 꼭 붙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또 한 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참 많이, 그리고 쉬지 않고 각종 책을 출판하는 그녀의 저력(?)은 일단 누구라도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2008년 11월 26일부터 2009년 5월 7일까지 Daum에서 연재됐던 인터넷 소설 <도가니>는 다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출판돼 지금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때 “공지영 신드롬”이란 말이 있었더랬죠.

마초적이며 돈키호테같은 그녀의 글들을 잘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고인이 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공지영 신드롬”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기만 알고 편한대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아무렇게나 사는 걸 반성하게 만드는 착한 소설이라는 뜻이 담긴 이 말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라고...


이 소설의 출발은 2005년 TV에서 방영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고발이 바로 이 소설의 시작이죠.

우리게 알게 되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은 진실과 거짓,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범한 자 혹은 평범한 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분명 흥분이나 감격 같은 게 마구 들끓는 “도가니”같은 사건들을 수없이 만나게 되는 거구요.


늘 안개에 쌓여 있는 몽환적이고 희미한 도시,

그래서 가끔 현실조차도 몽롱하게 흐려보이는 도시, 무진(霧津)!

안개 속에 농밀하게 섞여있는 비밀스러움, 숨김, 비도덕적이고 불쾌한 냄새들. 책의 표현대로 야만의 냄새를 풍기는 무진의 한 청각장애인학교로 한 남자가 부임합니다.

아내의 인맥을 붙잡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불쾌감 가득한 무진시 자애학원에 기간제교사로 내려온 강인호.

학교발전기금으로 작은 거 5장을 당당히 요구하는 행정실장(그것도 다른 사람이면 큰 거 한 장을 받아야 하는데 당신 아내 덕에 그 반만 받겠다는 엄청난 은혜를 내리면서 말이죠), 청각장애인 위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수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33명의 교사들, 그리고 첫날부터 느껴지는 학생들의 눈에 담긴 노골적인 노기와 분노들.

불과 한달전 한 여학생이 운동장 끝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어제는 어린 남학생이 달리는 기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한 곳.

그 아이의 주머니에선 교장 이강석과 생활지도교사 박보현의 이름이 적힌 피묻은 쪽지가 발견됩니다.

그러나 두 사고 모두 짙은 안개로 인한 실족사로 처리되죠.

중2 담임으로 부임한 강인호와 반 아이들과의 첫 만남,

분노로 가득한 학생들 중 한 아이가 망설이다 필담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누가 그애를 죽였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퇴근길에 여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명확하지 않은 비명소리....

학교 관계자는 강인호에게 말합니다.

“우리와 얼굴 생김새는 같지만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쓰는 이방인, 다른 민족”이라고요.

그러면서 거짓말도 그들 민족의 풍습이라고 덧붙입니다.

자, 이 학교에 뭔가가 있긴 한 것 같네요.

강인호. 이 사람은 이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 거의가 다 그렇듯 그저 몇 달만 이곳에서 버텨내면 서울에 번듯한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 선택을 해야겠네요.

모로는 척 외면할 것인가, 아니라면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그런데 중요한 건, 상황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분명한 “개입”의 의지를 표명한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결정을 했든 혹은 상황에 의해 그렇게 됐든 간에 말이죠.


자애(慈愛)학원!

학교의 이름과는 달리 이 학원의 실상은 기숙하고 있는 학생들을 철저히 자해(刺害)하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것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소리치지 못하는 청작장애인들을 상대로 야만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이 자행되는 그런 곳이죠.

참 더럽고 추잡한 이 충격적인 이야기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학원의 원장 이강석, 행정실장 이강복(두 사람은 쌍둥입니다), 그리고 생활지도교사 박보현, 이 세 사람은 학교의 학생들을 초등학생 때부터 성폭행해온 인물들입니다.

청각장애가 지적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에겐 심지어 한 번 관계할 때마다 과자를 사먹으라며 천원씩의 돈을 주기도 했죠.(완전한 형태의 매춘이죠)

심지어 어린 남자 아이도 예외는 아닙니다.

강인호와 무진시 인권운동센터 서유진은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자애학원을 고발하고 매스컴에 알리는 듯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합니다.

법정에 선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진술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구체적이며 너무나 끔찍하기만 하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렇게 점쟎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이건 누군가의 음모라고.....”

누군가의 음모?

이 표현만큼 현실성 없고 막무가내인 말도 없을 겁니다. 이 단어 자체가 그저 “소설”이죠.

그런데 이 소설같은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음로론”이라는 그럴싸한 테두리를 달고서요...

음모론까지 나왔으니 또 누군가는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의 해묽은 약점을 들춰내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내겠군요.

“내가 널 이렇게까지 해집어 놨는데 어디까지 버티는지 한 번 보자”

이 소설 <도가니> 속엔,

지금 자행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추잡한 일들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불쾌하고 더럽고 추잡한 인간의 모든 행태.

단순히 장애인의 성적학대, 성폭력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야만성에 대한 이야기죠.

소유한 자의 야만성, 소유하지 못한 자의 야만성.

밟는 자의 야만성, 밟히는 자의 야만성.

숨기는 자의 야만성, 드러내려는 자의 야만성.


작가 공지영은 이 소설을 쓰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거짓말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전부 진실을 말해야 무섭지 않는 세상이 될텐데 진실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그게 몹시 게으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자주 너무 늦게 도착하게 되죠.

진실을 참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결국 하나씩 지쳐서 포기하게 되고 급기야는 잊는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에게 “인권”을 외면했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습니다.

“인권”이라는 거, 어쩌면 스스로가 가진 인간의 “야만성”을 억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지...

“학원 원장의 인권과 장애아들의 인권이 같은 줄 알았어요?”

어쩌면 우리 내면의 일부도 이 말에 분명 동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라면 이제 어떻게 하렵니까?

모른 척 외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개입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선택에 따라,

이 책의 결말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펄펄 끓어오르는 <도가니>가

지금 여기서 당신을 선택을 기다립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