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17 <제비를 기르다> - 윤대녕
  2. 2009.08.08 광화문 역사 박물관 그리고 성곡 미술관
읽고 끄적 끄적...2011. 3. 17. 05:46

윤대녕의 글을 읽고 있으면 온 몸이 싸늘해진다.
김훈의 그것과는 또 다른 싸늘함.
김훈의 소설 속에 바람을 읽을 수 있다면
윤대녕의 소설 속에는 폭설을 읽을 수 있다.
쓸어도 쓸어도 집요하게 다시 쌓이는 거침없는 하얀 눈발.
그의 소설은 세상의 모든 길을 묻은 길고 오랜 폭설,
그 하얀 풍경(설경)이 담긴 오래된 묵화같다.
그의 소설 속에는 그 폭설을 뚫고 시간을 천천히 통과하는 사람이 있다.
그쪽에서 이쪽으로 찾아오는 그런 시간, 그리고 그런 사람.
동시에 찾아오는 그 두가지를 대면하는 건
오래오래 침묵하게 하고, 오래오래 집중하게 한다.
그의 글들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그림같을 것인가!!!
내게 그의 글은 바로 "옛날 영화"다.


연(鳶)
제비를 기르다
탱자
편백나무숲 쪽으로
고래등
낙타 주머니
못구멍
마루 밑 이야기


윤대녕의 네 번째 소설집엔 담긴 8편의 중,단편의 그림들.
(그의 소설은 그림처럼 읽힌다. 그것도 아주 또박또박...)
이 그림들을 읽으면서
나는 책 속에 있는 인물들이 다 내 오랜 피붙이같이 마다마디가 저릿했다.
피붙이에 대한 이야기를 풍문(風聞)으로 듣는 건 또 얼마나 괴로운 일이던가! 
인간사(人間史)!
윤대녕의 단편들에도 장편에서처럼 "시간"이 보인다.
그대로 멈춰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간.
혹은 상관있어야 하는데 부러 무시하고 계속 흘러가는 시간.
그 시간속에 그들이 있다
..... 낮에 잠깐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여자처럼 보였다. 이미 굳어버린 콘크리트 반죽처럼 도대체 아무 표정이 없는 ......  그들은
이렇게 삶이 뜻하지 않은 각도로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들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계기로 작용해 생의 전모를 바꿔놓는 수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삶의 원리이자 저마다 이면에 감춰진 속박이자 굴레이기도 하다.

생에는 화해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게 마련이란다.
그걸 인정하면 악마같던 삶이 관대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오래된 작부집의 늙어버린 문희나 고래등을 만든 아버지처럼
많은 시간들이 더 지나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나?
사람은 정화되지 않으면 나이를 먹을 수 없다는데...

윤대녕의 단편 속에 담긴 한 사람의
혹은 한 가정의 전 생애를 들여다보는 일은,
마치 누군가 내 등에 대고 직접 망치를 치는 것처럼 뜻밖의 고통이었다.
어이없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찌할 수도 없는 고통.
윤대녕이 말했다.
...... 나는 '그 모든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그리움을 자주 체험했다. 삶의 정체는 결국 그리움이었을까? ..... 나는 문학이 왜 내게 문학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새삼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들을 밖으로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또한 쓰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삶이 계속되는 한 그리움은 계속될 것이고 또한 누군가 조용히 숨어 글을 바라고 쓰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


그리고 누군가는 조용히 숨어 
시간이 담긴 윤대녕의 그림들을 또박또박 읽어나갈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이쪽과 저쪽의 시간이 서로 만나지는 날이 올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8. 8. 13:47
햇살 좋은 날,
성곡  미술관을 가다 잠시 들렀던
광화문 역사 박물관 앞.



이런 모습이었구나...
마냥 신기하게 바라봤던 전차.



한 낮의 더위 속에
천진하게 물 속을 뛰어 노는 아이들.
햇살보다 더 밝게 부서지며 재재거리던 웃음들,



곳곳에 놓여있는 운현궁 일가 묘소에 있던 석물들
(원래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던 걸 이곳에 옮겨다고 한다)
그리고 눈 부시게 파란 하늘과
송송송 구멍 뚫린 솜사탕 같은 구름들.



이는 망치를 손에 쥔 사람
때론 섬뜩하기도
때론 장해보이기도 하고...



성곡 미술관
이미 고인이 된 쌍용그룹 창업자 성곡 김성곤,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위해 자신의 옛자택에 미술관을 만든 게 바로 성곡 미술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
그곳에서 8월 30일까지 장 미요트 전이 전시중이다.
프랑스 추상의 거장 장 미요트,
그는 말했다.
"그림은 자기 내면에 지닌 몸짓"이라고...
83세인 그는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 될 지도 모를 서울전을 위해
휠체어에 타고 아내 도로시와 함께 최근 내한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춤추는 그림" "몸짓의 회화"로 불린단다.
1980년 마오쩌둥 집권 당시
서양화가로는 처음으로 베이징에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사람.
문득,
거장의 품었을 그 세계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