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4. 7. 06:29


지난 달에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페어를 보고
박은태 몰리나와 김승대 발렌틴이 궁금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박은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일단 외형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비쥬얼과 싱크로율이 나오겠다 싶었다.
정성화 몰리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와 체격때문에
어쩐지 측은하고 안스럽긴 했지만
군데군데 코믹하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최재웅의 발렌틴은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사람 다시 <헤드윅>을 한단다. 또 다시 말근육을 드러내는 쫄바지를 입고서...^^)
늘 생각하고 느끼는 거지만 최재웅은 정말 좋은 톤을 가진 배우다.


박은태의 몰리나...
어쩜 그렇게 여자일 수 있을까?
여성적인 게 아니라 박은태는 그대로 여자의 모습이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앉아 있던 모습이며
그 가려린 손끝의 움직임과
새초롬한 얼굴 표정과 말투에 담기는 여성 특유의 뉘앙스...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그가 게이가 아닐까를 의심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솔직히 왠만한 여자보다 그의 몸이 드러내는 선은 확실히 곱다.
무대를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위해 박은태라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져 찡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였는데
이제 정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몰리나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승대 발렌틴.
최재웅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틴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는 여러가지로 어려보인다.
외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혼자 자꾸 비장해지려 하는게 관객들으리 충분히 끌고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언젠가 배우 김승대에게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면
그의 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김승대와 박은태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딱히 과장되거나 함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을 한 무대 위에서 우연히 보는 것 같은 난감함!
이 정체불명의 난감함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
박은태의 아우라 때문이었나?
무대에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박은태 몰리나에게만 고정된다.
발렌틴이 교도소장처럼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발렌틴의 독백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이 주는 당혹감이랄까?
암튼 난...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재웅 발렌틴, 박은태 몰리나 페어가 꽤 궁금하다.
왠지 그림만으로도 싱크로율이 100% 일 것 같아서...
아! 한 가지만 더!
박은태가 몰리나를 조금 더 도도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
고민끝에 일부러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대사 마지막을 묘하게 올렸다 내리는 톤은 좀 마음에 안든다.
진짜 여자는 그렇게 안한다.
정말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1. 06:02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1.02.11. ~ 2011.04.24.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출연 : 정성화, 박은태 (몰리나) 
         최재웅, 김승대 (발렌틴)
연출 : 이지나
원작 : 마누엘 푸익


"무대가 좋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가 드디어 무대위에 올랐다.
지난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영웅>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성화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정성화가 게이 역을?
미안하지만 솔직히 비쥬얼상으로는 좀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반면 몰리나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박은태 역시도 연극 데뷔작이긴한데 그의 게이 역은 괜찮아 보인다.
가녀리고 야리야리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서...

정성화의 몰리나?
다른 역할도 아니고 민족의 영웅 "안중근"이었던 사람이 아닌가?
물론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런척을 하는거고 이 작품에서 몰리나는 스스로를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정성화를 캐스팅하면서 이런 반전효과를 일부러 노렸던 건 아닐까?,
거기다기 <헤드윅>과 <쓰릴미>로 동성애 연기 전문배우(?)라고 할 수 있는 최재웅과 페어를 이룬다?
일단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조합은 성공적인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무대가 좋다" 최고의 흥행작이자 최대의 수입작이 되지 않을까?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공연기간도 짧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개인적으로 최재웅의 발렌틴에 기대가 많이 됐다.
그의 대사톤과 표정을 나는 심하게 좋아하기에...
특히 작품 속에서 그가 "아니!"라는 대사를 하게되면 그 느낌이 참 묘하다.
단순한 이 단어가 이상하게도 그대로 가슴에 꽃힌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반정부혁명가 발렌틴의 대사에도 "아니!" 라는 단어가 적쟎게 등장한다.
솔직히 그걸 누가 알아채기나 하겠는가 말이다만,
아무튼 나는 그가 "아니!" 라는 대사를 할 때가 참 좋다.
(사람들이 그러겠다. 참 이상한 사람이야.... )



공연을 보기 전에 일부러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원작을 읽었다.
뒷부분의 보고서 부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100% 대사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작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이 연극이 원작을 따라오기에는 확실히 부족하다.
연극은 "사랑"에 촛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원작은 "이해"의 부분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D동 7호실.
동일한 두 곳을 나는 지금 약간은 다른 두 곳으로 이해하는 중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묘하게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따지고보면 그들은 언제나 위험한 상황에 소위 던져진 사람들인데...
"결코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이제야 알겠어"
연그에서는 없었지만 원작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대사다.
두 주인공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극 대사에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몰리나가 끝없이 이야기하는 영화들!
원작에서는 4편의 영화가 등장하고 연극에서는 "표범여인" 영화만 나온다.
이 많은 영화를 어떻게 다 말할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기우였다.
만약에 원작대로 했다면 아마도 산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재웅의 연기는...
엔딩부분이 너무 감상적이었던 걸 제외하면 역시나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엔딩부분은 참 맘에 안 든다.
뭐랄까. 좀 천박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림자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성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발렌틴에 의해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는 몰리나의 최후가...
원작에서는 발렌틴이 몰리나의 죽음을 알았을까?
나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발렌틴에겐 몰리나가 살아있는 거미여인으로 남겨지지 않았을까?
그게 몰리나의 소원이기도 했으니까...
"난 너와 함께 남아 있고 싶어. 지금 내 단 한 가지 소원은 너와 함께 있는 거야"



정성화의 몰리나는 너무 과하게 코믹했던 것 같다.
그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나와 털퍼덕 바닥에 주저앉으면
찜질방에 퍼져있는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 웃음이 났다.
나름대로 역할에 몰입하고 있고 감정표현도 좋은데 어쩐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박은태의 몰리나가 지금 상당히 궁금해졌다.
(4월 3일에 박은태, 김승태 페어를 예매했다.)
개인적으로 박은태, 최재웅이 만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이 둘의 조합이 있긴 한데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자신을 완벽하게 여자라고 생각하는 몰리나를
볼록하고 후덕한 정성화의 모습으로 보는 건 일종의 비극이었다.
외형적인 걸 말하는 게 맞긴 한데 좀 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매력적은 여성의 모습이 아닌 소위 아줌마 몸매의 몰리나.
그래서 정성화 몰리나의 코믹한 모습이 더 비극적으로 보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된 건 아니라서
참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

 

참!
무대의 느낌은 참 좋더라.
전형적인 감옥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사실 상당히 괜찮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