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6. 29. 06:11
이미지컨설팅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고 고급스러워 보이던 그녀를
간혹 TV에서 볼 때 마다 "복 많은" 여자의 한 명 쯤으로 생각했었다.
꼭 부티나는 강남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전형적인 "강남여자" 쯤으로 여겼는지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미지컨설팅 교육을 받으면서
그 필요성과 의미를 알게 되면서도
직업의 이해가 높아졌지 그녀에 대한 이해가 높어진 건 아니었다.
책을 읽은 지금은?
글쎄. 그래도 아주 조금은 선입견이 벗겨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아프리카 속담에 있는 말이란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책은 그녀의 사람들,
그녀가 마음을 주고 서로 마음을 나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사람이라는 게 우리네같은 일반인은 만날 기회조차 없는
기업의 CEO들이 대부분이지만
책의 내용들은 소박하고 따뜻하다.
세상을 얻는 방법은 사람을 얻는 방법이라던가!
책을 읽어갈수록 이종선이라는 사람의 감성이
나와 아주 유사하다는 반가움과 함께 묘한 연민까지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렇게 사람과 함께 멀리 가고 싶어하니
혼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 대책없이 힘들어 하겠구나 싶어서...



"배려가 몸에 밴 사람"
내가 늘 되고 싶었던 모습인데 점점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걸 느낀다.
마음 상하는 일을 당했을 때,
"-구나, -겠지, - 감사하다"는 3단계를 직접 실행해보라는 그녀의 말은 많은 막막한 내가 많은 도움이 됐다.
1단계 '그가 내게 이러는구나' 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
2단계 '이유가 있겠지' 하며 양해하는 마음을 갖는다
3단계로 '~하지 않는 게 감사하지'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하란다.
유치해보이지만 이 방법은 상당히 효과적이고 꽤나 유용하다.
사람에게 다가가고 날마다 젊게 사는 방법은 "몰입"에 있다는 말도...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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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老化)와 '늙어 가는 것(get old)' 이고, 노립(老立)은 '자라나는 것(grow old)'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판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3A'
즉, 외모(appearance), 능력(ability), 태도(attitude)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좀 더 친밀한 표현으로 바꾸어 보면 순서대로 '꼬라지, 싹수, 싸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노동(Emotional Labor)'에 시달리며 병들어 간다.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하듯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고객의 감정을 맞추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통제하는 일을 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게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감정이 그야말로 노동 수준으로 우리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 문제는 육체노동 이상으로 무서운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데 있다.
감정노동 스트레스의 핵심은 바로 '감정불일치'다. 근로자가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고객을 웃음과 친절로 대해야 하는 직무상의 요구로, 실제 느끼는 감정과 외부로 표현하는 감정이 서로 달라 충돌하면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다 드러내고 살 수야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중노동이 매일 반복된다면 겉은 웃지만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 머지않아 정말 불타버릴 것이다.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로 커지고 고객만족이 기업생존의 화두가 되면서 '감정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산업 구조의 변화보다 더 큰 원인은 바로 사람이다. 일하면서 기본적인 스틀스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우울증과 대인깊증, 홧병의 주범은 다름 아닌 사람인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9. 00:09


일시 : 2010.02.05 ~2010.02.21
장소 : 아크코 예술극장 소극장
원작 : 데이비드 해어
연출 : 최용훈
출연 : 윤소정(에스메), 서은경(에이미), 김영민(도미닉), 
        백수련(이블린), 이호재(프랭크), 김병희(토비)


이 매력적인 연극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할까?
윤소정, 김영민의 캐스팅만으로도 나는 탐이 났었다.
오랫만에 온 몸이 제대로 호사를 누리겠구나 기대하며 기다렸고 그리고 확실히 그랬다.
연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성껏 꾸며 놓은 무대를 보면서 나는 혼자 "이쁘다!"를 연발했다.
확실한 뭔가가 있으리라는 떨리는 예감까지....


연극 <에이미>는 전부 4 막으로 되어 있다.
짧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각각의 막은
시간의 변화를, 세대의 변화를 그리고 논쟁과 원초적인 다툼을 담고 있다.
제목만으로는 참 순한 연극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참 치열하고 아프고 그리고 정곡을 찌르는 연극이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연극은 모녀간의 논쟁, 그리고 사위와 장모간의 논쟁이다.
원만한 관계가 펼쳐지지 않으리란 건 상황만으로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표면상의 치열함보다 극의 내면이 담고 있는 치열함이 훨씬 더 치명적이고 날카롭다.
폭로와 논쟁, 그리고 결별.
예술가의 용기와 평론가의 질투.
장모님(에스메)을 연극에 빗대 고상하고 우아하게게 포장하지 말라며
연극의 종말은 운운하는 평론가 사위 도미닉.
천박하고 비열한 성공과 권력을 혐오하는 예술가 장모.
선입견과 편견으로 이루어진 대화는 피가 튀는 전쟁터보다 오히려 더 살벌하다.

 

뭐랄까?
처음엔 분명 연극으로 바라봤었다.
그런데 연극이 다 끝난 후엔 도저히 연극으로만 보여지지가 않았다.
연극 안에서 도미닉은 비난한다.
"연극이라는 자폐적인 작은 예술세계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철저히 유리되어 있다"고.
연극으로 대변되는 고전적 예술 매체를 통해 자신을 은근이 경멸하는 어머니를 비난하는 말이었지만
이 말은 지금의 공연예술을 향한 일침인 동시에
공연물 속에 빠져 살고 있는 마니아를 자처하는 자폐적인 관객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를 향한 말이란 뜻이다. 나 역시도 자폐적 성향이 너무 다분하기에...)
에스메와 도미닉의 관계는 극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 차례 뒤집힌다.
(그 둘 사이에서 에이미만 정말 죽어라고 죽어난다. 급기야는 실제로도...)
은근히 치명적으로...
그러나 그 역전은 또 아니러니하게도 도저히 화목하게 지낼 수 없다고 믿었던
두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한 하나의 열쇠이기도 하다.



에스메와 도미닉으로 대변되는 영화(영상매체)와 연극의 대립과 반목.
그리고 과거와 현대의 충돌은
어딘가에서 결국은 만나게 될 몰입 혹은 화합의 길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모든 예술적 행위는 어쨌든 "몰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그 둘은 어쩌면 에이미의 바람처럼
결국은  다른 시선(Amy's view)를 갖게 될른지도 모른다.
도미닉이 에이미를 배신한 게 인생의 한 장이었고
이제 그 장도 모두 끝났듯이,
다른 세대(매체)의 시작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세상에 이런 화해도, 이런 예고도, 이런 시작도 있을 수 있구나 싶어 눈이 매웠다.



누군가는 이 연극의 네 개 막을 "맛"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1 막은 봄나물로,
2 막은 단단한 육질이 느껴지는 고기로,
3 막은 진한 커피로,
그리고 마지막 4 막은 박하사탕으로...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아주 적절하고 그리고 동시에 아름다운 비유다.



윤소정, 김영민, 이호제, 서은경, 백수련.
그들이 만들어 낸 무대는 아름다웠고 풍성했다.
(나는 소위 젊은이로만 가득한 무대가 싫다. 
 그곳엔 어쩐지 시간도, 사람도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제 나이에 맞는 배우들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는 건
 오랜 가업을 이어 받은 솜씨 좋은 장인의 맞춤옷을 소유하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들에게서 정성스런 위로를 받았노라 고백하는 중이다.
극의 마지막 세례의식을 연상시키는 장면.
극중극의 형태였지만 그 차갑고 조심성 가득한 물줄기 속에서
묘한 안도감과 씻김을 느낀다.
에스메의 마지막 대사가 지금도 내 귓가에 멈춰있다.
"시작하는거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28. 13:56


우리나라 컴퓨터 안티바이러스의 대가 안.철.수
의사에서 벤처기업의 사장으로 자신의 길을 바꾼 사람.
그의 책을 읽다.



그의 건강한 생각들,
그리고 믿음과 동료애와 끊임없는 자기교육
그리고 영혼이 있는 기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핵심가치와 존재의미에 대한 생각들



비록 좀 오래전에 출판된 책이긴 하지만
도움이 되는 구절들이 있어 옮겨본다.
책은 항상 어떤 방법으로든 길을 열어준다.



세상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든 없든,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면 우리가 좀더 잘 되겠지"라는 판단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런 마인드로 제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시장에 접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모든 결정에는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기준을 적용하였다.

영혼이 없는 기업은 그 회사 사람들에게 단지 개개인의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영혼이 있는 기업에서는 전 사원들이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기업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간다. 그런 가운데 기업은 영속하는 우량기업으로 자라날 수 있다.

핵심가치는 기업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관이자 신념이며 존재이유이다. 핵심가치가 분명하게 정립되고 신념화된 기업은 조직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 유무형의 성취감을 줄 수 있으며 지치지 않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또 이상적인 핵심가치는 생계수단 이상의 가치를 개개인에게 줄 수 있으며, 기업이 위기에 처할지라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영원한 힘이 된다.

리더십과 관련해 아무리 회사가 변화하더라도 바뀌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있다. 그것은 내가 어떤 리더로서 인식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나는 사원들이 동료의식을 느끼는 CEO가 되고 싶다.



<영혼이 있는 기업을 위한 핵심가치>
1. 구성원들이 진신심으로 믿어야 한다.
2. 일관성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3. 제도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안철수 연구소의 핵심가치>
1.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2.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3.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존재의미>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
우리는 연구소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 노력한다.
우리는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선도적인 제품을 만들기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고객의 욕구와 시장의 변화를 신속하게 수용하여 이에 맞는 기술과 제품을 만든다. 고객의 요구가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거나, 또는 기술적으로 아주 힘든 일일지라도 이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자각한다.
우리는 선량한 다수의 사용자들이 쉽게 그리고 부작용 없이이러한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익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

<리더의 변화 과정>
1. 1단계 :  중재자(mediator)
2. 2단계 : 실무형 리더 (operational leader)
3. 3단계 : 전략적인 리더 (strategic leader)

<CEO가 경계해야 할 것>
1. 고집과 애착
2. 감각적인 판단
3. 자신에 대한 칭찬을 경계
4. 성장의 속도에 정신이 팔려 직원들의 소외감을 잊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신뢰의 구성요소들>
1. 직원들을 이용하지 않는 마음이 직원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2. 직원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3. 리더가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4. 솔선수범 (한국의 리더십 문화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
5. 신뢰를 받기에 앞서 신뢰를 하는 태도이다.

<벤처기업의 속성>
1. 고위험성(high Risk) : 벤처기업은 큰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담보로 미지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기업
2. 과정성 : 좋은 아이디어와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가 목적. 여기에 곁들여 결과적으로 돈을 버는 일이 생겨야 한다.
3. 절박성 : "잘돼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문제와 결부시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

열심히 일한 결과물로 벤처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흐름이며, 기업 설립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깨어 있는 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연한 겸손이 아니라 분명한 사실이다.

<배려의 여러 모습들>
1. 이해하는 마음
2. 남에게 피해 안 주기
3. 다양성 인정하기
4.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5. 사심없이 대하기

<인간 우위의 요소들>
1.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
2.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
3. 서로의 발전을 생각하는 문화
4. 동료의식

<문제를 해결하는 몇 가지 방법들>
1. 평생 공부
2. 꾸준히 발전하기
3. 최선을 다하기
4. 목적의식
5. 방심을 경계함
6. 새로움에 대한 적응
7. 몰 입
8. 장기적으로 생각하기
9. 원칙 중심의 판단과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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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4. 15. 23:19
 
그가 말했다.

"열심히 하고자하는 성실함보다 절박함이 더 큰 동기가 됐다" 라고....
그는 그때 한창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강마에"라는 도무지 비현실적인 인물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살아내고 있을 때였다.

일부러 기억하겠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보게 된 인터뷰 기사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담겨있다.

엄청난 이슈와 함께 "강마에 신드롬"을 만들어낸 <베토벤 바이러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까지도 했다.
전적으로 나라는 인간 때문에.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책을 손에 드는 편에 속한다.

그리고 확실히 책은 거의 모든 TV 방영물보다 훨씬 더 나를 웃게 만들었고, 그리고 내게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환상적이었기에...


그런 나를 늦지 않았을까 조바심치며 TV 앞에 주저앉게 만들고, 시간이 맞춰 귀가하게 만들고, 행여 놓쳤을 땐 기를 쓰고 다시 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그의 이름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하얀거탑>의 천재 외과 의사 "장준혁"을 연기했을 때도 난 한 번도 그 드라마들을 찾아보지 않았다.

이후에 그가 출연했던 <불량가족>, <꽃보다 아름다워> 두 편의 드마라 역시도 전혀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감히 그에게 열광한다.
그리고 나는 그 열광앞에 당당히 "감히"라는 말을 붙인다.

배우 김명민!
거기 없는 배우, 김명민!

그를 나 역시도 말하고 싶다.
2001년도 장진영과 함께 주연했던 <소름> .
내가 그를 배우로 처음 알게 된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덕분이긴 해도 <소름>을 보고나서 궁금했다.

“뭐지? 저 사람...”
그런데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단다.
그리고 그의 불운은 잘 짜여진 극본처럼 배우를 향한 그의 노력들을 무참히 강타했다.
도박같은 삶...
어쩌면 배우들은 도박처럼  “단 한 번” 그 한탕의 희망에 목숨을 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은 엑스트라, 카페 손님, 행인 1에 불과할지라도 언젠간 그래도 잭팟을 터뜨리게 될거란 은밀하고 처절한 희망 그리고 질투.
혹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여지없이 파괴되는 육신과 그리고 육신보다 더 피폐해지는 정신의 소유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
누군들 절망하는 삶을 꿈꿀까?
그게 배우의 삶이라면 누군들 그걸 원할까?
배우의 업은 평생을 떠도는 "유목민의 업"이란다.
나는 그 떠돔이라는 게 정처없는 방황이나 헤맴을 뜻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정착하여 일구어내는 생명력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배우의 책임감은 "정착",
바로 그곳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에 대한 다큐를 봤다.

무...서...웠...다....

한번도 그를 두고 무서움을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그는 이제 내가 아는 최고의 공포가 됐다.

차이가 있다면 그가 주는 공포의 밑바닥에는 깊고 숙연한 존경심이 내재한다는 사실...

배우를 깊게 존경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제 알게 됐다......

 <내사랑 내곁에>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지금 루게릭병으로 몸이 마비되가는 "백종우"가 되어 있다.
그의 얼굴은 푹 꺼져 초췌했으며, 그의 육신은 힘을 잃었으며, 그의  눈빛엔 이미 그늘이 가득했다.
그의 모습에서 더이상  누구라도 이순신을, 장준혁을, 강마에를 떠올리진 못할 것이다.
정말 그는 완벽히 실종되버렸다.
단지 "백종우"만 있을 뿐....
그렇다면 그는 왜 매번 실종을 택하는가???

급기야 이제 나는 그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왜  그는 매번 현실에서 사라져버리는가?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똥덩어리”를 외치는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들조차 너무나 현실적으로 변해버리는데 그는 왜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가 현실적이면 그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비현실의 세계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영화를 찍고 있는 박준표감독은 말한다.
"미친 것 같아요....연기에"
미친듯이 그를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자의 길을 그는 떠나려고도 했단다.
과거의 기억을 말하는 그의 눈가는 이미 젖어있다.


50:50의 법칙!
나는 이걸 밑바닥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50:50의 상황을 뒤집은 건 단지 1% 노력뿐이라고...
일단 49:51의 상황으로만 만들어 놓으면 그게 추진력이 되어 100:0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에 내 깃발을 꽂게 될 것이라는 믿음...
밑바닥에 내려온 사람은 겁이 없단다. 
더이상 나빠질 것이 없기에.
그러나 내 두 발로 그 밑바닥에 차고 다시 튀어오른다면 그 곳에서 반전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
마치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정말 많이 말랐다"
지금 그와 함께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배우 김여진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글을 남겼다.
얼마전 찍은 응급실 씬에서  그는 정말 환자 같았다. 온몸에 핏기라곤 하나도 없었고 추위를 탔다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몇번이나 '괜찮으세요?'라고 진심으로 묻게 되었다고 말한다.
57kg 그는 말한다.
"이건 무조건 말려야돼요!"
그의 최종 몸무게는 54kg이란다. 180에 가까운 그의 키를 생각할 때 그쯤 되면 그는 정말 앙상한 종우가 될 것이다.
또 다시 두렵다.
자신의 몸을 이미 백종우에게 그대로 다 내준 그가 아무렇지 않게 무조건 말려야 된다고 말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마저도 감동하게 만들고 숙연하게 만드는 그가.... 
어떻게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람,
어쩌면 연기를 통해 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조차도 나는 이제 그와 관련을 시킨다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것 같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습하는 건 정말 강심장을 가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자기는 그러지 못해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거라고.
그가 말하는 그 "연습"이라는 곳에서 허구에 불과한 인물이 디테일을 갖는 실제 사람으로 변해 현실 속을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다니게 되는 건가....
아니면,
우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을 한명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혹, 그가 정말 괴물일지라도
나는 그를 위해, 그가 입김을 불어 살려내는 캐릭터들을 위해 괴물같은 응원을 보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영원히 거기 없는 배우가 되어 줄 것이기에...

김명민!
그는 확실히 거기 없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