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0. 13. 08:27

<Gutenberg>

일시 : 2014.09.17. ~ 2014.12.07.

장소 : 수연재씨어터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각색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장승조, 허규 (버드 대븐포트) 

        정원영, 김종구 (더그 사이먼)

        에이브, 최희영 (피아노)

제작 : 쇼노트, CJ E & M(주)

 

뮤지컬 <구텐버그>

2014년 초연때 송용진,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었는데 그때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그래서 재공연되면 한번은 다시 보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재공연이 됐다.
살짝 캐스팅을 고민했는데 그냥 초연배우 장승조, 정원영 캐스팅으로 관람했다.

초연의 송용진, 정상훈의 잔망지고 노련한 케미까지는 아니었지만

장승조와 정원영의 케미도 아주 재미있었다.

순발력과 객석을 쥐고 흔드는 힘은 전자쪽이,

재기발랄함과 신선함은 확실히 후자쪽이 더 있었던것 같다.

이미 한 번 본 작품이라 재관람할 때 혹시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만큼 아주 유쾌하게 관람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명 뮤지컬과 영화, 노래 패러디를 찾는 재미도 꽤 솔솔했고!

엘사의 "비스켓"과 임재범의 "고해"에서는 정말이지 객석 전체가 제대로 빵 터졌다.

두 번을 봐도 역시나 너무 기발한 작품.

도대체 리딩공연이라는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은 누가 먼저 했을까?

등장인물을 모자로 해결하는 이 엄청난 발상은 또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이 기발함 하나만으로도 이미 애정지수 쑤~~~욱 올라간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이야기를 끌어 가는 방식도 아주 참신하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뮤지컬 넘버들.

악마를 보았다, 뜬소문, 차라리 지옥에 갈거야, 오늘밤 이순간, 글자주도 좋고

마지막 엔딩곡 "모두 함께 꿈꿔요"도 뻔한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참 좋다.

재미있는건, 초반에 버드와 더그의 당부한것 처럼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마구마구 동원된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1막 엔딩곡 "오늘밤 이순간"은

더그와 버드의 장면 설명과 특수효과(?)를 같이 상상해보니 꽤 근사하고 스펙타클하더라.

높은 지붕위에서 슐리머 마을을 내려다보며 수도사와 헬베티카, 구텐베그가 부르는 3중창.

아주 임펙트있는 엔딩곡이 되기에 충분했다.

굳이 흠(?)을 찾자면,

엔딩에서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유명 프로듀서님께서 너무 과하게 떠시는 바람에...

혼자 풋! 하고 웃어버렸다.

초연봤을 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그때 내가 앉았던 자리 옆이 문제의 프로듀서 자리였다.

공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가 옆자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얼마나 놀랬던지...

근데 그 아저씨... 목소리 정말 좋았었다.

이번에 보면서 이 프로듀서역을 유명 게스트들이 깜짝 출연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마지막이 엄청난 이벤트가 됐을텐데...

(제작진이 나도 하는 생각을 못했을리는 없을테고...)

 

솔직히 말하면 장승조를 기대하고 갔던건데

의외로 정원영이 노련하게 잘 끌고가서 놀랐다.

캐릭터 표현력도 아주 좋았고 표정도 참 좋더라.

이 작품 관람의 가장 큰 수확은,

아무래도 배우 정원영을 재발견이지 싶다.

그러고보면 배우와 배역의 궁합이라는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6. 08:12

<Gutenberg>

일시 : 2013.08.31. ~ 2013.11.10.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용진, 장혁덕 (버드 대븐포트) 

        정상훈, 정원영 (더그 사이먼)

        에이브 (피아노)

제작 : 쇼노트

 

뮤지컬 <구텐버그>

이 작품 정말 대박이다.

원작자 안소니 킹과 스콧 브라운은 어떻게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하고 깜찍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가벼움과 무거움, 재미와 감동, 유머와 진지함, 역사와 픽션의 절묘한 공존!

이건 정말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그냥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껴봐야만 한다.

그 어떤 대작과 겨누어도 뒤지지 않을 거대한 판타지가 이 작품 속에는 있다.

게다가 단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감각케한다.

도저히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

이 작품이 산만하다고?

내 대답은 Never! 다.

Never! Never! Never!

송용진과 정상훈은 완벽한 연기자였고 아름다운 창작가였다.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땀에 푹 젖은 송용진의 등과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내던 정상훈의 모습을...

객석과 무대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애드립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찰스 에이브(AEV)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이지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였고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멜로디에, 윈드차임, 트라이앵글까지... 와우!

노련한 연주자와 연기자가 보여준 다양한 모습은 나를 잠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굳이 heeling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과 몸이 충분히 위로받았다.

 

이 작품은 연기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재치도 있어야 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머러스한 감각,

순간적으로 변하는 역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역량에

노래실력까지...

배우의 역량을 모두 총동원해야만 하는 작품.

그것도 단 둘이서!

정상훈과 송용진은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진수를 보여준다.

넘버도 너무 좋았지만 두 배우의 넘버 소화력은 더 좋았다.

항상 코믹한 감초역으로만 익숙한 정상훈였는데

"구텐버그"로 연기할 때와 넘버를 부를 때 목소리가 정말 너무 좋아서 그걸 보는 것도 좋았다.  

첫장면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세계에 나는 완벽하게 빠져버렸다.

급기야 두 사람이 중간중간 "구텐버그"라고 소리치며 특유의 동작을 할때마다 복사기처럼 저절로 따라했다.

그렇다!

난 그들에게 완벽히 인쇄되버린 거다.

그들의 프레스는 나를 완벽하게 압착했다.

그들은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 캐릭터 창조에 대한 설명과 용어들을 해석해주는 좋은 길잡이였고

1인 다역을 완벽하게,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해낸 멀티맨의 진수였다.

와인은 심장을 뛰게 하고 글자는 세상을 뛰게 한다지만

그들은 지치고 무너진 나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정말로 절망속에서 희망을 꿈꾸게 했다.

꿈이라니... 꿈... 꿈...

이 낯선 단어가 백만년만에 구체적이고 든든하게 다가왔다.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이고 아주 기발한 작품!

모자 하나로 등장인물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발상은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그걸 이렇게 잘 표현한 두 배우 역시도.

(동선과 액팅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체력소모 엄청나겠다. 두 사람...)

지치고 힘들때면

나는 아마도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리고는 "엄지척~~!"을 하기 위해 그들의 backer's audition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버그와 더그의 리딩공연장으로 달려가보라.

당신이 바라던 모든 위로가 바로 그곳에 있다.

자유롭게 맘껏 취하고나면 당신의 마음속엔 어느새 꿈과 힘이 가득 충전되어 있을거다.

분명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