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2. 06: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드라큘라>와 <더 데빌>의 반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드라큘라>는 이번주가 끝이라는거!

(예당을 일주일에 몇 번씩 가는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ㅠ.ㅠ)

개인적으로 장르별(?) 드라큘라의 매력도는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 원작 - 뮤지컬 순이다.

특히나 뮤지컬은 지금의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한번 혹은 두번의 관람으로 끝났을 작품이다.

그만큼 류정한-조정은-카이의 세 배우의 힘이 막강했다.

이 세명의 배우와도 막공을 끝으로 이별이라니 한동안 좀 허전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막공까지 본다는 뜻이다. 헐~~~)

늘 100% 이상의 기량을 요구하는 관객들때문에

길지 않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들의 피로도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망감보다는 안스러움이 크다.

특히 원캐스팅 배우들은 참 고단하겠다.

그래도 그 피로도를 더 깊어진 연기가 충분히 보상한다.

이날도 그랬다.

배우들의 감정이... 너무 간곡했고 간절했고 진심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완전히 새롭게 몰입할 수 있었다.

 

류정한 드큘 역시나 너무나 좋다.

목이 약간 안좋아 보이긴했지만 너무 하다 싶을만큼 여전히 좋다. 

그야말로 내 모든 혈관의 피를 멈추게 만들더라.

특히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부르는 장면이 어찌나 아프던지

조정은 미나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내 눈에도 눈물이 떨어진다.

미나의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커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무섭게 절규한다.

그 모습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라고 불리는지 또 다시 알겠더다.

감정을 끝까지 끌고간다는거. 흐름을 놓치 않는다는거,

연기와 현실의 경계를... 정말 진즉에 무너뜨렸다.

류정한이 연기하면 그건 그냥 현실이 되는거다.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이 분은 뭘 드시기에 이 연세(?)에 이런 연기가, 이런 노래가, 이런 표정이, 이런 감정이 가능할까!

"Fresh blood"는 정말이지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J&H>의 변신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변화의 끝이 공포가 아니라 매혹이라 더 그럴까?

단언컨데 "Fresh Boold"는 아시아의 별 김준수 드큘도, 새롭게 부상하는 박은석 드큘도 

류정한 드큘의 표현을 따라오지는 도저히 못하겠다.

앤딩 장면에서 칼을 한 번 더 깊숙이 찌르는 장면도 아주 생생하다.

그러면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길은 미나에게서 절대 떨어질 줄은 모른다.

얼마나 간절라고 또 간절했으면...

극강의 감정몰입이더라.

류정한은...

역시나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limited 그 이상이 되버렸구나...

 

이날은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 감정이 너무나 좋았다.

2막에서 카이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도 너무 아프고 슬펐다.

우는 남자... 너무 찌질해보여서 싫어하는데,

카이의 절절한 음색과 깊어진 감정에 그냥 그대로 무너졌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까지

조나단으로서도, 카이로서도 참 진심이더라.

사실 처음엔 살을 뺀 모습을 보면서 상체를 보여줘야해서 그랬나보다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드라큘라에게 피를 빼앗겨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체중감량을 했다는 카이의 말에 많이 놀랐다.

카이란 배우는 조나단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노력까지 했구나.

그래서 카이 조나단이 내게 이렇게 깊이 다가왔다는걸 알았다.

정말 다행이다. 카이가 조나단이어서...

 

<Dracula>

이런 작품을 내가 만나는구나...

작품보다 배우들이 더 매력적인 작품.

그래서 작품 자체가 좋아지는 작품.

배우들 때문에, 배우들이 배역과 감정을 너무나 잘 살려내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애정이 깊어져버리게 됐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깊고 깊게 사랑했다.

사랑할 수 잇어서.

참 행복했다.

 

9월 5일 막공을 보면서

어쩌면 나는 혼자 깊은 회한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떠나보내는게 뭐가 됐든 항상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9. 07:56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김준수 드라큘라 두번째 관람.

원래 김준수 캐스팅으로는 한번만 볼 예정이었는데 조정은 미나와의 합이 궁금해서 뒤늦게 예매를 했다.

의도한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이번주는 그야말로 드라큘라 주간이 되버렸다.

(덕분에 다크써클이 발끝까지 내려올 판이다.)

김준수 드라큘라.

초반보다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

감정 표현도 풍부했고 표정도 참 좋았고

특히나 조정은 미나와의 장면은 아주 감성적이고 섬세했다.

둘 사이에 뭔가  알 수 없는 라포같은게 느껴지더라.

그런데 넘버들은...

주말에 있었던 해외콘서트의 여파겠지만

김준수 특유의 시원시원한 고음이 충분히 터져나오지 못하고 막혀있더라.

그래도 "She"에서 "Loving you keeps me alive" 이어지는 넘버는 충분히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를 바라보는 간절한 표정과 눈빛도 너무 좋았고..

컨디션은 김준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들 안좋아 보였고.

나중에 들은 말에 의하면 드큘 배우들 사이에서 감기가 유행하는 중이란다.

그렇다고 공연의 질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했던건 아니고

살짝 미묘하게 흔들리는 정도.

배우들 모두가 매회 100%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니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도저히 남아나지 못하겠다.

어느새 애정하는 작품이 되버려서 나도 모르게 자꾸 안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김준수라는 배우가 폭발적인 고음뿐만 아니라 저음까지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배우가 될 것 같다.

아마 본인도 이 작품을 하면서 저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욕심이 있으니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테고!

뮤지션으로서의 김준수는 전혀 모르지만

뮤지컬배우로서의 김준수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

개인적으론 군복무를 마친 이후 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때쯤 김준수라는 뮤지컬 배우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까지 보여주게 될까?

해답은 하나다.

그 시간을 기다려보는 것 뿐.

 

그러니 사라지지 않길, 잊혀지지 않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19. 07:50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과거"는 떠올리는 동안은 더이상 과거도, 멈춰있는 시간도 아니다.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일 뿐.

여기 비탄으로 가득한 과거를 가진 한 사람, 아니 한 존재가 있다.

비탄은... 서서히 그 존재의 시간을 바꿔놓는다.

시간의 길이와 시간의 결, 시간의 기능 모두를!

급기야 그 시간은 공간까지 잠식해온다.

결국은 머릿속에, 가슴속에, 심장 속에 완전히 새로운 지형을 들어선다.

결코 포기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유일한 세상.

불멸의 존재에게 다른 불멸의 세상이 열린다는건,

피할수 없는 비극이다. 

방법이 없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수밖에는...

 

<Dracula>

솔직히 말하면 작품 자체는 내겐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매혹당한 이유는,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있는 "류정한" 때문이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이렇게까지 온 몸과 마음을 다 던져 맹목적으로 헌신한다는건.

작품을 뛰어넘는 감동이고 전율이다.

숨결도, 움직임도, 목소리와 생각까지도

아니 심지어는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까지 드라큘라를 위해 존재하는건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내가 존재하는 이 시간이 이곳 아닌 그곳으로 옮겨지는걸  설명할 길이 없다.

시간과 공간의 틈이...

류정한이라는 배우로 인해 또 다시 열렸다.

때로는 어떠한 저항도 못해보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있다.

지금처럼...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작품을 보면서 자꾸 눈을 감게 된다.

이건 모든걸 다 놔버리는 침몰의 의미일까?

단언컨데 아니다!

다른 모든 것들을 다 배제하고 그의 소리에만 집중해도

신기하게 모든게 보이고, 모든게 느껴진다.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소리가 눈을 대신할 수 있다는 걸 깨끗히 인정하는 중이다.

느닷없이 자리잡은 새로운 감각의 출현!

아... 참 다행이다.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생겨 앞을 못보게 되더라도

류정한의 무대는 지금처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쓸어내린다. 

그의 소리는 가느다란 머리카락의 떨림까지 그려내는 정교한 붓같다.

 

이쯤되면 조금은 무던해질때도 됐건만

나는 또 어쩌자고 매번 경이롭고, 매번 새롭고, 매번 감탄할까!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늘 그랬다..

그 시간동안 류정한이란 배우는 내겐 늘 치명적이고 독보적인 뮤지컬 배우였다.

게다가 그 자리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으로 대체된 적이 없었고

그건 앞으로도 역시 그럴거다.

 

대체라니...

누가 감히 이걸 꿈꿀까!

사로잡힌 자는,

그저 사로잡힌 자의 예의를 다하면 그뿐!

다른 길은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8. 07: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또 다시 <Dracula>다.

평소 공연관람이 워낙 많다보니 좌석에 대한 욕심은 자연스럽게 버리게 됐다. 

공연 관람 하나로 파산을 자초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정말 좋은 작품, 정말 좋은 배우가 하는 공연은  딱 한 번 좋은 좌석에서 관람한다는 나름의 원칙은 있다.

(그게 매번 배우 류정한의 작품이긴 하지만...)

단 한 번 허락(?)된 좋은 좌석에서의 관람.

8월 7일이 바로 그날이었다.

무대가 앞으로 많이 나와서 그런지 예술의 전당 B블럭 4열에서의 관람은... 

배우의 표정과 감정을 아주 세밀하게 읽을 수 있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미 익숙한 이야기인데 마치 처음 보는 이야기처럼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만들만큼..

그리고 다섯번째 관람 중 처음으로,

"she"에서 눈물을 흘렀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장면은 내가 끔찍히 싫어하는 장면이다.

회상장면이라지만 앙상블의 움직임이 너무 산만하고 황당해서 차라리 영상으로 처리를 하지... 내내 그랬었다.

그런데 이날 류정한 드라큘라의 표정을 따라가면서 이 장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에 몰입하게 되더라.

"A perfect life"와 "Loving you keeps me"에서도 여지없이 무너졌지만

그 이후까지도 "She"에서 시작된 감정이 가라앉지 않아 내내 먹먹했다.

 

류정한이란 배우.

예전엔 확실히 그랬다.

가끔씩 결정적인 넘버에서 결정적인 삑사리(?)를 내긴 헸지만 연기보다 노래가 훨씬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노래와 연기 모두 다 너무나 좋다.

매일 레전드를 갈아엎을 정도로...

게다가 요즘엔 삑사리를 들어본게 도대체 언젠가 싶을 만큼 넘버 소화력이 안정적이다.

매번 최상의 상태에서 최상의 소리로 무대에 선다.

딕션은 정말 누구 말처럼 결벽증이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다.

도대체 평소에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무대에서 매번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아마도 일상의 모든 것이 무대에 포커싱 되어 있지 않을까?

<프랑켄슈타인>에서 <드라큘라>로 이어지는 작품이 묘하게 배우 류정한이 아닌 인간 류정한을 걱정하게 만든다.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무대에 있어줘서 많은 이들이 행복하긴한데

매번 다른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그는 과연 어떨까?

폭풍같은 터널 끝에

류정한은 여러 의미로 다른 레벨의 배우가 됐다.

그 터널을 지나오면서...

스스로 포기하고 놓아버린 것들이 참 많았겠구나 싶어 진심으로 안스러웠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류정한과 조정은의 조합을 보면서 언제나 매혹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날 두 배우의 표정과 연기에서는 "고혹"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건 관능을 뛰어넘는 묘한 신비함이었고 떨림이었다.

"Mina's seduction"에서 어제 처음으로 느껴졌던 드라큘라의 두려움.

어쩌면 드라큘라는 자신의 마지막을 이때 이미 선택했던 건 아닐까?

두 연인에게 허락된, 축복받지 못한 마지막 밤을

두 배우는 표정으로, 눈빛으로, 감정으로, 손끝으로 다 표현했다.

너무 아프고, 너무 간절해서 숨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Train Sequence"에서 서로를 보호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은 현실의 간절함 그대로였다.

또 다시 경계가 허물어지는구나..

그건 환(幻)이기도 하고 몽(夢)이기도 했다.

 

아마도 이 모든게 "눈빛" 때문이었을거다.

무대위에서 내내 마주한 배우 류정한의 그 눈빛.

한 번도, 잠시도 미나에게서 떠나지 못하던 드라큘라의 그 간절한 눈빛.

붉은 렌즈 속에 감춰진 그 눈빛에 나는 홀렸고, 멈췄고, 갇혔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알겠다.

완벽한 광(狂)의 세계.

충고하건데...

제정신으로 살고 싶다면 절대로 류정한의 작품에 빠지지 말라!

빠지지 않으려면 모든 호기심을 접고 우연이라도 보려 하지 말라!

잠깐이라도 보게 됐다면,

그랬다면...

빠져나오는건 애당초 깨끗이 포기하라.

 

"It's over"는 따위는

결코 오지 않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4. 08:21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고통과 아픔이 필요했다.

그것도 서서히 스며들다 느닷없이 파고드는 묵직한 통증이...

그리고 가슴을 피빛으로 물들이는 지독한 아픔과 간절함까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드라큘라>를 보기 위해 지난 토요일 저녁 예당을 찾았다.

두번째 관람으로 완벽한 반전을 선사한 <드라큘라>는 결국 내게 드라마틱한 "갈증"과 "열망"이 되버렸다.

또 다시 원칙과 결심은 무너졌다.

(류배우는 매번 거침없이 내 결심을 흔들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드라큘라에는,

이제 막 시작되려는 새벽빛의 신비스러움과

함부러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짙고 깊은 밤의 공포가 함께 공존한다.

집요하고 격정적이고 그리고 장엄하다.

이게 매혹일까? 환상일까? 진실일까?

지금 나는 그가 만든 환상 속에 매혹돼 이 모든 걸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건 아닐까?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소진되면서 스스로 채워내는 모습에 경악했는데

이 작품은 소진하고 소진하고 또 소진한다.

불멸이라 생각한 존재의 소멸(消滅)을 지켜보는 건 참 가혹하더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내내 아픔이고 슬픔인데

그걸 매번 표현하고 살아내야만 하는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무대 위에서 유난히 "죽음"과 가까운 배우이긴 하지만

죽음을 표현해야 하는 그가 지금처럼 안스러웠던 때가 없다.

배우로서 행복하기도 했겠지만 참 많이 힘들기도 했겠구나.....

마음 끝이 묵직하다.

 

류정한 드라큘라와 조정은 미나.

두 사람이 결국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뜨렸다.

마치 드라큘라의 고성(古城)에 있는 조각상처럼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완벽하게 끌어안고 품는다.

"A perfect life"와 "Loving you keeps me"로 이어지는 장면은

말초적인 자극 없이도 보는 사람의 감각을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일깨울 수 있음을 증명한다.

서로를 향하는 눈빛과 소리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했다.

내것이지만 그 순간 심장과 두 눈을 제어하는 건 확실히 그 두 사람이었다.

고통과 아픔으로 일순간 온 몸이 정화되는 느낌.

그야말로 모든게 It's over다.

 

이럴 수도 있는거구나,.. 

한사코 끌어당기니 한없이 끌려가고

간곡하게 설득하니 또 다시 허물어지듯 설득당한다.

 

날마다 새롭고, 영원히 새롭다.

마치 드라큘라처럼...

 

* 처음 앉아본 1층 오른쪽 Box석은 내게 최고의 view를 선사했다.

   특히 드라큘라의 관을 정면으로 볼 수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아득해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미나를 향해 웃어보이던 드라큘라의 희미한 미소.

   위로, 평온, 사랑, 속죄, 미안함, 안식, 절망...

   이 모든 감정이 그 미소 하나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 어쩌나...

   예정에 없는 발걸음은 나를 배반하고 또 다시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겠구나!

   봉인(封印)은...... 해제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30. 08:2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또 다시 <드라큘라>다.

류정한 드라큘라에 이어 바로 다음날 본 김준수 드라큘라.

일부러 다른 배역 캐스팅도 완전히 반대로 선택했다.

류정한- 조정은 - 카이

김준수 - 정선아 - 조강현

개인적으론 이 조합들이 음색도, 연기적인 면도 서로 더 잘 맞는 것 같다.

전자는 상당히 클래식하고 섬세하면서 아주 은밀한 유혹이 느껴지는 조합이고

후자는 괴기스럽고 파워풀한 관능이 느껴지는 조합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

김준수 공연회차는 엄청난 티켓파워로 이해 할인율도 전혀 없어 소박한 4층 자리를 예매했다.

이날도 4층까지도 외국인들이 꽤 많아 보여 JYJ의 위력을 절감했다.

처음 그의 <모차르트>에 출연 소식을 들었을때만 해도 티켓팔이 연예인의 등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누가 뭐래도 한 편의 작품을 온전히 채워내는 어였한 배우가 됐다.

그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행스러운건 현재까지 뮤지컬배우로서 김준수의 행보는 꽤 성실하고 꾸준하고 발전적이었다.

그래서 좋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보고 싶었다.

(4층 2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단 오페라글라스 동반은 필수!) 

 

김준수 드라큘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준수스럽게 잘한다.

류정한과는 넘버해석도, 연기도, 전체적인 표현도 완전히 다르다.

"Fresh Blood'는 <J&H>의 하이드만큼이나 파워풀하고 괴기스럽고 거칠다.

아직 배우로서 감성적인 부분이나 섬세한 표현엔 약하지만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힘과 소리는 제대로 컨트롤한다.

무엇보다 배역에 푹 빠져있는게 그대로 보여서 믿음이 갔다.

저음이 약해 "She"나 "Life After Life"의 시작부분이 임펙트가 없긴하지만

2막 마지막 넘버 "The longer I live"는 선택에 대한 번민과 아픔이 충분히 느껴졌다.

죽는 장면도 두 드라큘라의 느낌이 참 다르더라.

류정한 드라큘라가 "날 구원해줘서 정말 고마워요...사랑해요."의 느낌이라면

김준수 드라큘라는 "잘했어요. 이제 그대 세상으로 돌아가요!"의 느낌.

같은 캐릭터가 연기하는 배우에 의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참 흥미롭다.

정답은!

당연히 없다.

 

뭐랄까 김준수 드라큘라에게는 전체적으로 묘한 신비감이 있더라.

분장도 그렇고, 표정과 움직임도 그렇고...

그래서 반헬싱과의 대결 장면도 환상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노래를 부를때도 템포를 일부러 느리게,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가면서 부르는데

그게 드라큘라의 시간과 속도는 세상의 속도와 무관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꽤 좋았다.

정선아 미나와의 듀엣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공개된 뮤비보다 느낌이 훨씬 더 좋더라.

그리고 정선아 미나는 역시 카이의 클래식한 목소리보다는 조강현의 살짝 쎈 음색과 훨씬 잘 어울린다.

오랫만에 무대로 돌아온 조강현은 예전에 비해 딕션이 좀 무너졌고,

ㅅ발음의 혓소리도 상당히 강해졌다.

정선아와 조강현 조합은 둘 다 센편이라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이틀 연속 드라큘라를 관람한 결과!

개인적인 취향은 확실히 결정됐다.

류정한 - 조정은 - 카이.

아마도 앞으로의 관람은 주로 이 조합이 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9. 07:49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7월 18일 첫공을 보고나서 안타까웠었다.

류정한의 연기와 노래는 나쁘지 않았지만

작품 속의 드라큘라에게 매혹과 관능이 아닌 징징대며 울어대는 찌질한 아이가 느껴져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건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기에!

그래서 더이상의 티켓팅을 없겠구나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나 공연장을 찾으면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조정은 미나와 류정한 드라큘라의 하모니를 보게 됐다는 기대감이 훨씬 컸다.

그랬더랬는데... 그랬더랬는데...

정말 몰랐다.

이 작품이 내게 이렇게까지 엄청난 반전을 안길줄은...

나는... 나는... 드라큘라는 믿지 않는다.

이건 단시 오래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전설이 되버린 저주받은 사랑이야기일 뿐이라고...

 

관능의 불꽃은,

내가 누군가의 앞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낄때 격렬하게 타오른다 

그렇다.

류정한의 드라큘라를 보면서

내 육체는 뜨겁게 타올랐고, 내 오감은 일시에 집어삼켜졌고, 결국 뇌수까지 철저히 파먹혔다.

성적인 감각 그 이성을 뛰어 넘는 관능의 힘은 너무나 집요하고 또 강렬했다.

숨이 저절로 멈춰지는 희열와 맞먹을만큼.

게다가 그 희열는 어쩌자고 거부할 수 없게 매혹적이며 잔인하게  매력적인가!

우습다.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트슨에게도 흔들려본 적 없는 내 심장이

그가 보여준 사랑, 그 불가능의 가능 앞에 빠르게 요동친다.

400년이라는 먼 길을 걸어온 자의 긴 시간이 느닷없이 내 가슴 속을 후려친다.

깊고, 깊고, 깊은 그리움이 만든 불멸의 생,

그 불멸의 생이 지금 내게 묻는다.

그대는 그대의 생이 아직도 찬란하다고 믿는가?

그대는 지금 어떤 기쁨과 어떤 가슴떨림으로 살고 있는가?

내가 감당하지 못할 질문을 던져대는 이 작품을 나는 또 어찌해야하나!

견뎌야할까? 모른척 해야할까?

 

그 격정의 시간 속에...

그러나 류정한은 없었다.

오직 4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온 "드라큘라"만이 있을뿐.

(나는 그 오랜 시간을  결코 "저주"라 말하지 않으련다!)

"신선한 피"는 점점 변화되는 드라큘라의 모습을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그대로 보여준다..

삼엄한 경고를 선언하는 도입부 루마니아어 대사부터 압권이더니

권위적이면서 위압적인 시작과 조금씩 부드러워지면서도 날카롭고 강해지는 후반부의 표현은

넘버 한 곡을 그대로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고백컨데 나는 이 넘버에서 그의 J&H 잔상을 보게될까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confrontation"이 맞긴 하지만 J&H의 confrontation과는 완전히, 확실히, 분명히 다른 또 하나의 "confrontation"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목소리톤의 변화와 높낮이, 섬세한 손끝의 표현과 표정들,

격양되고 확장되는 액팅과 "내 사랑 미나!"에서의 무시무시한 타이밍까지.

내가 본 건 냉혹한 분노였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열망이었다  

그런데 그런 잔혹한 피의 파괴를 서슴치 않는 드라큘라가..

유일한 사랑 미나 앞에서는 너무나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결국 "Loving You Keeps Me Alive" 앞에서 나 역시도 함께 우루루 무너져내렸다.

"그 이름만 속삭여도 심장이 떨리는 사랑"이라니...

(또 다시 내게 묻는다. 너는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사랑을, 그런 사람을 가져본 적이 있느냐고!)

그 마음이 너무 아파 통곡처럼 눈물이 흘렸다.

조용한 울음 끝을 다스린다는게...

이렇게까지 힘들고 고통스런 일이 될 줄은 

정.말.몰.랐.다.

어쩌짜고 뭘 이렇게까지 표현하고 마는가!

스산하고 음산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파열음과 ㅅ발음 강조하던 트란실베니아 성에서의 음색과

미나 앞에서 아이같은 해맑아 오히려 아팠던, 그 묘한 여운이 남던 음색까지.

그는 과연 알고 있을까?

그의 드라큘라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모든 혈관의 피를 멈추게 했다는걸.

"가끔 열정에 휩싸이다보면 스스로 통제가 안돼요..."

그래, 드라큘라의 말은 옳다.

통제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가!

 

 

조정은 미나.

보호본능과 모성애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그녀의 음색은

놀라울정도로 현악기와 흡사했다.

그래서 "Please Don’t Make Me Love You"는

마치 꿈결처럼, 물처럼 스며들어 몽환적인 느낌까지 안긴다.

카이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 의 조용한 흐느낌은 그대로 적막이더라.
류정한, 조정은, 카이.

클래식하고 우아하고 아주 섬세한 조합.

나는 이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드라큘라의 "The Longer I Live"

그 느낌은 감히 표현도 못하겠다.

때로 어떤 것은 설명하려면 할수록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기에...

단지 말할 수 있는 건,

눈과 귀만큼 매혹적이고 매섭고 무서운건 없다는 것 뿐.

 

<드라큘라>

정직히 말하면 이 작품은 완벽하지 않다.

드라큘라의 넘버를 제외한 다른 노래들은 가사번역도 적절하지 않고 운율도 흔들린다.

특히 반헬싱과 드라큘라의 대결 장면의 액션은 에니메이션스러웠고 가사는 너무나 정직(?)했다.

앙상블의 활용도는 심각하고,

그나마 몇 번 나오지 않는 앙상블도 산만하기 그지없다.

곳곳에 지킬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기법과,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 넘버도 많다.

하지만 난 이 작품을,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믿기로 했다.

그의 표현과 연기가 정답이라 주장하려는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와 표현은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가상의 혹은 미지의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현실화하는 일.

배우가 무대 위에서 그걸 보여줬다면 정답 따위는 필요없다.

눈이 보는 것, 귀가 듣는 것.

오로지 그게 전부다.

 

이런 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류정한이란 배우와  동시대를 살아낸다는 건

조나단이 미나를 만난 것보다 더 벅찬 축복이다.

배우로서 그의 끝없는 도전과 원숙함을 지켜보는게 나는 너무나 행복하다.

그건 그의, 그리고 나의 나이듦을 간단없이 무시하게 만들만큼 완벽한 즐거움이다.

한 단 번의 눈길로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엘리자벳을 알아본 드라큘라의 마음을.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백만명이 목소리를 낸다해도 나 역시 배우 류정한의 목소리만큼은 여지없이 알아챌테니까!.

그가 "망각"되는 날들이 과연 올까?

언젠가 그럴수 있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절대 아니다.

아마도 나는 그가 파파할아버지가 돼 백발의 머리로 작품 속에 단 한 장면 출연한다고해도

파파할머니의 모습으로 기쁘게 공연장을 찾게 되리라.

그렇게 그는 언제까지나 무대 위에서 불멸의 생을 이어가리라.

어쩌면 그는...

정말 뱀파이어가 아닐까?

 

나는 이제 내가 한 말에 스스로 반기를 들려고 한다.

나는... 나는... 드라큘라를 믿는다.

어쩔 수 없다.

배우 류정한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대... 불멸의 삶을,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배우 류정한의 무대를 보라.

그곳에 당신이 찾는 불멸의 삶이, 불멸의 사랑이 있다.

늘 그렇듯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에 항상 있었다.

Life After Life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2. 07:52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드라큘라>를 봤다. 그것도 류정한 첫공을...

프랭크 와일드 혼과 데이비드 스완, 그리고 류정한.

이 세 사람만큼 소위 잘 먹히는 조합이 또 있을까?

류정한 벰파이어라...

드디어 온갖 캐릭터를 섭렵하고 벰파이어로 또 다시 정점을 찍게 되려나? 

아주 도도하고 관능적인 드라큘라를 보게 될 것 같은 기대감.

그의 고급스런 목소리로 듣게 될 "Fresh bood"와 "Life after life", "The Longer I Live"가 정말 너무 궁금했다.

혼자 미리 그려본 그림만으로도 기대감은 충분히 올려갔다.

음색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연기력도 그렇고.

아주 클래식하면서 도발적인 작품이 탄생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첫공을 본 느낌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고 엄하다.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일단 류정한 드라큘라와 정선아 미나의 조합은

음색도, 연기도, 전체적인 조화도 생각보다 훨씬 더 어울리지 않았다.

루시같은 미나. 아주 도발적인 미나랄까?

정선아는 아무래도 지고지순한 역는 살짝 비켜가야할 듯.

애절하고 간절하고 절망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

특히 "Please Don’t Make Me Love You"가 깊게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루시를 정선아가 했다면 배우도, 배역도, 작품도 훨씬 잘 살았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정선아 루시는 카이 조나단과도 그다지 어울리지 않더라.

미나에게선 루시가, 조나단에게서는 미나가 느껴져 혼자 혼란에 빠졌다.

조나단이라는 역할 자체는 카이와는 아주 잘맞았고 

조나단의 넘버도 카이의 음색과 아주 잘 어울렸다.

"Before The Summer Ends"는 참 애잔하더라.

1막의 상반신 노출장면 때문에 살을 너무 많이 빼서인지 카이의 얼굴이....

(솔직히 너무 많이 빈해보이더라..)

 

문제의 드라큘라.

데이비드 스완은 왜 드라큘라를 이렇게까지 찌질하게 만들었을까?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안다는 연출가인데 적어도 이번만큼은 살짝 비켜간 모양이다.

한국인이 비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비극에 찌질함이 가미되는건 정말이지 극도로 싫어한다.

거부하지 못한 강한 매혹과 신비스런 공포가 느껴져야 하는 드라큘라가

마치 엄마를 잃은 아이같이 너무 징징댄다.

특히 울며불며 미나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기차역 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드라큘라"의 이미지와 전혀 매칭이 안된다.

(소위 말하는 민폐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개리올드만 주연 <드라큘라> 매니아라 비교를 자꾸 하게되는데

영화와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좀 오래된 영화지만 이 영화 강력 추천한다.

 아주 매혹적이고 은밀하고 아름답고 도도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은 참 좋았다.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초반엔 너무 징징거려 거부감이 있었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류정한 특유의 애절함과 간절함이 가슴 속으로 빠고 들었다.

"The Longer I Live"는 나조차도 온갖 고민에 사로잡히게 만들더라.

아쉬움이 있다면 "Fresh bood"이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달랐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찌질한게 문제지 류정한의 넘버 소화력이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4중 텐테이블 무대와 바닥으로 쓰러지는 관은 시선을 잡아끌었지만 플라잉신은 솔직히 낚시다.

(배우 입장에서는 아득한 높이이긴 했겠다.)

그리고 다른 배역들은 다 괜찮은데 유독 드라큘라 의상이 참...

꼭 그렇게까지 "I'm Dracula"스러운 복장이어야 했을까???

중세시대 백작의 러블리한 모습까지 꼼꼼히 챙겨주시고...

개인적으론 아주 덴디하거나 모던한 의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

프랑크 와일드 혼도 그렇고 데이비드 스완도 그렇고

자신들의 과거 작품들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는 거다.

이 작품도 기시감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

뮤지컬 넘버는 프랑크 와일드 혼의 전작들이 전부 소환됐고

연출은 데이비드 스완의 적작들이 여기저기 출몰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번안은 도대체 누가 하셨는지...

대사 번안은 그런데로 괜찮은데

넘버 번안는 너무 심하게 꾸역꾸역 밀어 넣었더라.

단어나 문장도 최상의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감수를 조금 더, 여러 명이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솔직히 이 작품.

현재까지는 "와! 좋다~~~~"는 아니다.

일단 류정은, 조정은, 카이 조합으로 한 번 더 봐야 분명히 알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미나의 이미지는 딱 "조정은"이다.)

이 세명의 클래식한 조합을 보게 된다면 

확실히 다른 느낌을 받을거라고 생각된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