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3. 08:52

<심야식당>

일시 : 2014.11.16.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중극장

원작 : 아베 야로 "심야식당"

대본, 작사 : 정영

작곡 : 김혜성

연출 : 김동연

출연 : 송영창성기윤 (마스터) / 조진아, 소정화 (마릴린)

        임춘길(타다시), 임기홍(코스즈), 정의욱(류), 김지훈(겐)

        이지숙(미유키), 차정화, 한보라, 김아영 (오차즈케 시스터즈)

주최 : 적도, 달 컴퍼니

 

겨울이 왔다.

그리고 <심야식당>도 돌아왔다.

2012년 초연때 별기대없이 보러 갔다가 너무 큰 위로와 온기를 받았던 작품.

마치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밥상이 나를 위해 차려진것 같았다.

뱃 속보다 맘 속 포만감이 더 컸던 작품.

2013년 겨울에도 기다렸었는데 이랗게 2년이 지나서야 심야식당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왜 이렇게 리모델링이 오래 걸렸어요... 허기진 배를 잡고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다시 찾아간 <심야식당>의 음식맛은...

여전하더라.

다정했고 따뜻했고 속깊은 다독거림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 다독임에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

저 식당 한구석에 내가 앉을 자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보는 내내 그 욕심은 점점 더 간절함으로 바뀌더라.

나도 저 사람들 틈에 앉아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툭툭 아무렇지 않게 개워내고 싶었다.

한바탕 웃거나 혹은 한바탕 울거나...

그러다 출출하면 마스터가 직접 만들어준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와 달달한 계란말이를 먹고

아침 7시까지 지치지 않고 수다를 떠는거다.

7시에는 갓지은 따뜻한 밥에 버터를 올려놓고

버터가 녹기 시작하면 간장 한숟가락을 넣어 쓱쓱 비벼 한 입 크게 버터 라이스를 삼키며 출근 걱정을 하는거다.

와~~! 상상만으로도 그동안 쌓인 삶의 무게가 스르륵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먹고 싶은게 많은건,

꼭 배가 고파서만은 아니라는 심야식당 마스터의 말.

그래,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느날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게 아픔이라는 말도,

누구에게나 마음을 채하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 있다는 말도,

다 절감한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게 된다는 것도.

 

때로는 참 많이 살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참 오래 살았다...가 아니라 많이...)

그건 그리움이나 외로움과는 완전히 별개의 감정이다. 

무기력과도 다른 텅 비어버린 허전함.

마치 세상 그 무엇으로도 절대 채워지지 않을 커다란 빈 공간이 몸 속 어딘가 숨어있는 느낌이다.

웅.웅.웅...

여기저기 부딪치는 공명음에 익숙한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전부 낯설어지는 그런 때.

그런 날에 내게도 이렇게  찾아갈 "심야식당" 하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니까 이 뮤지컬은,

내게 판타지를 꿈꾸게 하는구나... 

그래도 좋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판타지일지라도 그걸로 난 충분하다.

위로받았으니. 따뜻했으니, 온기를 느꼈으니...

아, 참 배부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28. 08:06

<심야식당>

일시 : 2012.12.11. ~ 2013.02.1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아베 야로 "심야식당"

대본, 작사 : 정영

작곡 : 김혜성

연출 : 김동연

출연 : 송영창, 박지일 (마스터) / 서현철, 정수한 (타다시)

        임기홍, 김늘메 (코스즈) / 박정표, 최호중 (겐)

        한채윤, 백은혜 (치도리 미유키) / 박혜나 (마릴린)

        정의욱 (켄자키 류)/차정화, 배문주, 김아영 (오차즈케 시스터즈)

 

원래는 계획에 없던 관람이었다.

책장 넘기는게 귀찮아 만화를 워낙에 안 읽기도 하거니와

특히나 일본만화는 이상하게 공감하기가 쉽지않아 더 안 보게 된다.

(나, 그 유명하다는 슬램덩크, 초밥왕 이런 것도 안 봤다.)

아무리 출연진들이 좋다고 하더라도 인터파크에 미리크리스마스 이벤트 30% 할인이 뜨지 않았다면 아마도 외면했을 작품.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이 창작인줄도 몰랐다.

그런 작품이 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는데

첫 장면과 대면하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쏙 빠져버리게 되는 그런 작품!

창작뮤지컬 <심야식당>이 내겐 그랬다.

작고 소박한 음식점 앞으로 박지일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서는 순간,

느닷없이 퍼지던 따뜻한 훈김.

그건 마치 이제 막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을 눈 앞에 둔 느낌이었다.

2시간 동안 지독한 허기와 신기한 포만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어느새 내 빈 속은 꽉 채워졌다.

문어모양으로 자른 베엔나 소시지를 볶은 소리,

달콤한 계란말이 부치는 소리,

전기밥통 여는 소리, 차

밥 위에 차를 따르는 소리,

재료를 손질하는 경괘한 칼질 소리.

음식을 준비하는 이 모든 소리가 그렇게나 다정하고 따뜻할 수 없었다.

(이런 소리들을 작품속에서 그대로 들려주겠다는 생각, 누가 맨 처음 했을까?)

 

저녁 12시 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변변한 간판도 없는 심야식당.

메뉴라고는 된장정식 하나뿐이지만

손님이 주문하는 음식은 그때그때 만들어주는 마스터가 있는 그 곳.

사람들은 심야식당 문을 열고 말한다.

"마스터! 늘 먹던 걸로 주세요~~~"

비엔나소시지, 달콤한 계란말이, 고양이맘마, 버터라이스, 모시조개술찜,

달걀후라이를 올린 소스 야끼 소바, 감자셀러드, 오차즈께...

음식과 함께 하나씩 꺼내지는 추억과 사연들에 나는 여러번 뭉클하고 아련했다.

추억에 제대로 채한 사람들.

외롭고 지친 세상에서 나를 알아봐주고 위로해주는 단 하나의 음식.

마스터가 해주는 음식은 "괜찮다, 괜찮다"라며 어깨를 또닥이는 깊은 위로 같다.

(그치,그치,그치,그치~~~~ 네~~~!) 

마스터 역의 박지일은 정말 최고의 스토리텔러였다.

대사와 노래가 많은건 아니지만 작품 속에서의 존재감은 정말 엄청나다.

그 목소리라니...

누구라도 박지일 마스터 옆에 있으면 그동안 꽁꽁 싸매고 있던 깊은 트라우마도 술술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절로 위로가 되는 백만불자리 음성.

늙은 게이 코스즈 임기홍도 신주쿠 뒷골목 역사책 타다시 서현철도 역시나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이 두 배우가 내게 일말의 실망을 안겨줄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배우 최호중은 놀라운 발견이다.

이 배우 주목받기에 정말 충분하다!

노래도 괜찮고 그 많은 배역을 정말 완전히 다른 감정과 모습으로 연기했다.

임기홍과 또 다른 부류의 멀티맨 탄생을 예고한다.

매실, 연어, 명란젖 오차즈께 시스터즈는 정말 환상적이었고

작품의 구석구석을 정말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등장하는 10명의  배우들 전부 대단했다.

번잡하지 않은 무대도 너무 좋았고 뮤지컬 넘버들도 하나하나 다 좋았다.

(요즘 공연되는 창작뮤지컬들 정말 대단하다. 정말 만세다~~!)

 

정말이지 이 식당 어떻게든 찾아내서 꼭 한 번 가고 싶다.

찾아내면 문을 드르륵 열고 호기롭게 말하는거다.

"마스터! 늘 먹던 걸로 주세요!"

 

나는...

진심으로 위로받고 싶다.

내 텅 빈 마음속 그 깊은 곳까지

포만감 가득한 위로를 꾹꾹 채우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