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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8 <컴백홈> - 황시운
  2. 2011.01.26 삼청동 북카페 <내서재>
읽고 끄적 끄적...2011. 8. 8. 05:58

내가 연식이 좀 된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연식이 오래된 분들께는 죄송 ^^)
창작과 비평, 민음사,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책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라!
어찌됐든 우리나라 문학계를 장시간 꿋꿋하게 지켜온 3인방인 것을...
<컴백홈>이라는 제목과 표지는 좀 비호감이었지만
제 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니 그래도 뭔가가 있으려니 기대했다.
일단 흡인력과 집중력 대단하다.
첫페이지를 열면 어찌됐든 마지막 페이지까지 확인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면 재미?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씁쓸하고 안스러워하면서
참 여러 감정을 가지고 읽게 만든 장편소설이다.
게다가 서태지가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서태지는 확실히 변함없는 문화아이콘이 맞다.
음악계를 장시간 접수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문학계에 비상한 영감을 주고 있다.
여러모로 그는 대한민국 문화를 "컴백홈"하게 만든다.
그것도 열 두 번도 더...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130 kg 거구를 자랑하는 열일곱살 박유미!
서태지가 데뷔했던 1992년 4월 11일에 4.78 kg의 초우량아로 태어난 그녀는
공식적인 왕따에 집안의 패물이라도 훔쳐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삥을 뜯기고,
온몸의 멍을 가실 날 없이 다구리를 당하고,
심지어 친구의 애인이었던 양아치새끼에게 강간까지 당해도 하소연할 곳 하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서태지에게 그랬듯,
세상은 그녀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만 하다.

....... 서태지는 매번 '최초' 혹은 '최악'이라는 수식이 붙을 만한 고난 속에 던져졌지만, 도저한 세계에서 온 특별한 사람답게 그 모든 역경들을 당당히 헤쳐나왔다.
슈퍼울트라 개량돼지에게는 무슨 짓이든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틈에서 내가 여태껏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서태지와 함께 가게 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엇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완벽한 인간으로 거듭난 후, 나느 그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당당히 말할 것이다. 나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이제 언제든 당신과 함께 달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

급기야 그녀는 거식증을 지향하는 프로아나(Pro-ana) 싸이트에 가입한다.
서태지와 함께 달의 뒷편에 가기 위해서 말이다. 
Pro-Ana!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Anorexia가 합쳐진 말로
마른 몸을 지향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란다.
이쯤 되면 주인공를 정신질환자라고 손가락질하고 언덕위의 하얀집이라도 알아보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당신에게 이렇게 고백한다면?

...... 내게 달과 서태지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서태지와 함께 가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는 지난 시간 동안 나를 지탱해온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내게 달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크레이터로 뒤덮인 그 척박한 세계에서 나는 끝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거라는 걸. 하지만 믿고 싶었다. 서태지는 달에서 온 아주 특별한 사람일 거라고,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달의 뒤편, 그 영겁의 어둠속에서 스스로가 빛이 되어 살아가는 위대한 존재들의 세상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머지않아 나는 서태지와 함께 그 도저한 세계로 떠나게 될 거라고,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녀의 환상을 응원한다.
그것도 미치도록, 열렬하게!
그녀는 때가 되면 반드시 자신이 왔던 달의 뒤편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컴백홈을 노래하는 울트라맨 서태지와 함께...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


이 놈의 세상은 참 친절하지 않다.
특히 살찐 여자들에겐 더더욱 친절하지 않다.
살찐 여자들은 그 소외감과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더더욱 먹을 것에 집착한다.
어쩌면 이 세상은 이들을, 아니 우리 모두를 더이상 보호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컴백홈" 해야할까?
작가는 조금만 더 견뎌보라고, 무언가를 찾게 될 순간이 반드시 올 거라고,
그러니 부디 지치지 말라고 위로하기  위해 소설을 썼단다.
돌아갈 집마저 없어졌다 해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달의 이면처럼 당신을 위한 세상이 어딘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사실은,
나도 정말이지 달의 뒷편으로 가고 싶다.
아니 가야만 한다.
꼭 서태지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1. 26. 18:21
눈이 펑펑 내린 지난 일요일,
대학로에서 연극 한 편을 보고 삼청동을 향했다.
우연히 보게 된 북카페 <내서재>
삼청동 시작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보이는 내서재는
지금까지 내가 가본 북카페 중에서 가장 탐나고 포근한 곳이었다.
카페 이름 그대로
누군가의 서재를 옮겨놓은 느낌.
작고 조용조용한게 오래 앉아 책을 읽기에 딱인 곳이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며 눈치주지도 않는 것 같고...
세 분 정도가 함께 일하고 계시던데 틈나는 대로 책을 손에 잡고 읽는 모습도 따뜻했다.



솔직히 구ql된 책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장하준의 최근 베스트셀러에서부터
왠만한 소설책들도 신간으로 다 구비하고 있더라.
그리고 민음사와 창작과 비평 시집들도 한켠에 나란히 꽂혀있고....
박노해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꽂혀있는 걸 보고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종교, 인문, 소설, 미술, 시, 고전...
분야별로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어
가만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주인장의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몇 장은 괜찮단다.
"참 좋은 책들이 많네요" 라고 말했더니
정기적으로 책을 사서 비치하고 오래된 책들은 기부도 하고 그런단다.
흐뭇하게 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까 왠지 모를 부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다.
막무가내로 발버둥치며 우기고 싶어졌다.
이제부터 여기서 살겠노라고...
갑자기 어디선가 굴러들어와 꽉 박힌 돌이 되고 싶은 심정이다.



카페를 감싸는 음악도 너무 좋아 염치 불구하고 또 다시 물었다.
역시 웃으며 CD 케이스 하나를 건네준다.
하지메 미조구치.
귀에 가득 담기지도 않으면서 책을 읽는 집중도를 높이기에 딱 적당한 음악이다.
잊어버릴까봐 CD도 한장 사진으로 담았다.
진한 핫초코 한잔을 주문하고
가지고 있던 은희경의 신작 <소년을 위로해줘>를 펼쳤다.
이런 표현 이해될까 모르겠지만...
꿀같이 달디단 책이 단잠처럼 솔솔 잘 읽혀졌다.
 


아쉬운 게 있다면 차맛이 조금 더 좋았으면 싶은거랑
차 향이 더 그윽했으면 좋겠다는 거.
그리고 조금 더 바란다면 1번 정도 리필이 되면 좋겠다는 거...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카페를 유지하려면 좀 야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책을 볼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도 어딘가 싶기도 하고...
혼자 가서 책 읽어도 절대 어색하지 않을 그런 곳.
정말 내서재로 홀딱 만들어 버리고 싶은 곳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 곳에 찾아가 단잠같은 책읽기 하는 날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서재>
힘들 때 위로 받을 곳 하나 생겼다.
내가 "찜"한 곳. <내서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