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11. 08:00

<뜨거운 여름>

일시 : 2014.11.01. ~ 2015.01.11.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본, 연출 : 민준호

안무 : 심새인

출연 : 진선규, 신의정, 유연, 김대현, 조원석, 이지선, 차용학.

제작 :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극단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 <뜨거운 여름>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대장전이 이제 끝이 보인다.

퍼레이드의 마지막 작품이 민준호 연출의 신작이라는 소식을 듣고 어떤 많이 궁금했느 시놉상으로는 솔직히 크게 매력적이진 않았다.

유치하거나 혹은 식상하거나...

그런데 공연 포스터가 나를 잡아당겼다.

물살이 살아있는 파란 바닷속에 새겨진 "뜨거운 여름"이라니...

마냥 뜨거운 이야기만은 아니겠구나... 짐작했다.

이 이야기...

차가운 불같고 뜨거운 얼음같았다.

너의 가장 뜨거운 때는 언제였나며 내게 말을 건다.

이미 뜨거움이 져버린 나에겐 해답이 없는 질문이라 막막했다.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할 수 있었던 때.

그런 뜨거운 때가 과연 있기는 했을까?

난데없이 뒷통수를 후려치는 질문에 한동안 정신이 멍했다.

젠장... 이런 연극이었으면 모른척 했을텐데

또 다시 confrontation이라니...

 

무대를 하나의 프레임 안에 넣은 발상은 아주 뛰어났다.

흥분하지 않고는 도저히 지낼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장면과 장면들이

마치 시간순으로 정리된 앨범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던 신체 언어들은 모든 대사와 감정을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슬로우 모션과 마임, 그림자극, 현대무용까지

참 적재적소에 배치를 잘했다.

거기에 내 학창시절을 그대로 소환시킨 80년대와 90년대의 가요들.

때때로 재희의 기억이 아니라 내 기억 때문에 힘들었다.

그렇구나...

추억을 감당하는게 고통이 되는 나이가 됐구나.

지워야한다고 믿었지만 품고 가야만 하는 기억들.

끝끝내 찾아내서 돌아봐야 하는 기억들.

몰랐었는데...

나의 청춘도 뜨거운 "간다"의 청춘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아팠다.

HaHaHa.

웃음으로 얼버무릴순 도저히 없겠더라.

 

압도적인 장면들이 꽤 있었다.

극중 대훈(조원석)이 비가 내리는 거리에서 행인들과 춤을 추는 장면과

꿈 속에서 재희(진선규)와 대훈이 함께 춤추는 장면은 정말 아득했다.

특히 배우 조원석의 몸놀림이 애사롭지 않아 찾아봤더니 역시나 상명대 무용과 출신이더라.

현대무용을 했다는데 몸을 뻗는 선과 움직임이 문외한이 내가 봐도 뭔가 달랐다.

그리고 그런 조원석과 듀엣을 보여준 진선규도 너무나 대단하다.

10년 전 <거울공주와 평강이야기>때 한 눈에 알아보긴 했지만 진선규는 정말 몸언어의 귀재다.

1977년생이라는게 무색할 정도!

민준호와 진선규.

이 작품을 보면서 세상 어디에도 두 사람의 열애(熱愛)만큼 뜨거운건 없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연극판에선!)

그러니까 이 작품은,

10년 간다의 뜨거운 청춘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민준호와 진선규 두 사람의 뜨거운 청춘,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이라 하겠다.

진선규는 이게 민준호와의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의 열애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지금보다 더 뜨거운 청춘이었으면 좋겠다.

 

바닷물은 3%의 소금때문에 썩지 않는단다.

민준호라는 바다에는 진선규가, 진선규라는 바다에는 민준호가

그 3%의 소금이라는걸...

나는 믿는다.

그러니 청춘아... 아직 더 많이 뜨겁게 타올라라!

 

* 배우들 연기가 너무나 좋아 간탄하며 봤다..

  특히 차용학과 조원석은 저알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

  결말이 너무 뻔한 신파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로 인해 충분히 아름답고 뜨거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7. 23:43

<올모스트 메인>

일시 : 2013.11.11. ~ 2014.01.19.

장소 : 예술마당 4관

대본 : 존 카리아미 (John Cariani)

번역 : 이상우 

연출 : 민준호

출연 : 박정민, 한슬기 / 차용학,서태영 / 윤여진, 김지현

        오의식, 박민정 / 조현식, 안정윤 / 윤여진, 차용학

        오의식, 서태영 / 박정민, 백은혜 / 조현식, 박민정 

제작 :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가 모여서 2004년에 만든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올해로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10주년 기념 페레이드로 신작과 기존 작품들을 공연할 예정이라는데 그 첫번째 개막작이 바로 연극 <almost main>이다.

almost... almost...

그러고보니 사는 건 항상 "almost"인 것 같다.

완벽하게 이룰 순 없지만 "거의" 그 근처에 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애쓰며 사는 사람들.

그게 삶이든, 가족이든, 사랑이든, 우정이든, 그리고 과거의 그 혹은 그녀이든.

우리는 항상 "almost"에 주저앉고 때로는 일어선다.

절망적이면서도 딱 그만큼 희망적인 단어 almost!

 

좀 따뜻해지고 싶었다.

추운 겨울에 난로 앞에서 차갑어 얼어버린 손을 녹이는 그런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다.

"almost maine"에 가면,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면 그렇게 될거라 기대하면서.

 

9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연극 <Almost Maine>은

조금은 지루하고 나른했다.

이게 코믹인지, 감동인지 결정하기 애매한 에피소드도 있어 당황스러웠다.

특히 에피소드4 "Getting is back'은 개그콘서트를 보는 느낌이다.

에피소드별로 그날그날 출연 배우들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

매번 신선한 공연이 보여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무래도 일관된 느낌을 전달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다.

변수가 참 많겠다는 걱정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그래도 에피소드와 출연 배우의 싱크로율이 잘 맞는 날을 골라서 보면 9편 모두 꽤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오늘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3편 정도

에피소드1 "Her heart"와 에피소드6 "Where it went"

그리고 에피소드8 "seeing the thing"

이 세 편은 배우들과 에피소드가 잘 맞았고 그래선지 보면서 편안하고 따뜻했다.

가장 좋았던건 "seeing the thing"

한밤중에 오래전에 헤어진 남자의 집 앞을 찾아간 여자.

담담하게 말하던 백은혜의 연기가 기억에 담긴다.

나고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결코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

혹 그게 너무 오래 전에 헤어져 과거의 모습이 전혀 남아있지 않는 그 사람이라고 해도.

때론 독백같은 대화가 새로운 "hope"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건 "기억"이다.

하루하루를 산다는 건,

어쩌면 기억을 하루하루 밀어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한걸음 한걸음씩 애써 멀어졌는데

에필로그의 두 연인들처럼 결국 한바퀴를 돌아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멀어지는게 사실은 가까워지는게 될수도 있다는 말.

"거의" 옳은 말이다.

"almost......!"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