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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1 <달려라 아비> - 김애란
  2. 2009.09.1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 05:55
몇 달 전에 읽은 기사가 있다.
"지난 10년, 문학은 이들 때문에 행복했노라"
이런 제목이었던 것 같다.
그때 평론가들이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작품과 작가의 리스트도 있었다.
거기서 중, 단편 부분과 작가 부분에서 상위에 있던 사람이 김훈, 김연수, 김애란, 박민규 였다.
그 기사를 보면서 김애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순서가 좀 뒤바뀌긴 했지만 그 당시까지 내가 읽은 책은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가 전부였다.
그때 놀랐었다.
작가의 눈이라는 것에,
그리고 그걸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운운하기에는 더군다가 그녀의 나이가 너무 젊다.
신경숙, 은희경, 정경린에 익숙한 사람에게 분명 김애란은 상당히 특별하고 독특한 "다름"으로 다가오리라.
그녀의 단편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이지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평범하고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한 "침"이 주는 "특별함"이라니...
침도 약이라고 엄마는 가끔 말씀하셨는데
적어도 내겐 김애란의 "침"은 확실히 약발 잘 받는 약이다.



<달려라 아비>는 개구진 표정의 그녀 사진이 실린 첫번째 소설집이다.
사진으로 만난 김애란은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시킨다.
두 눈에 가득한 똘망똘망한 장난기,
 그 천진함이 너무 맑아 나조차도 킥킥 웃게 만들만큼...
그녀의 표정 속엔 어쩐지 개그적인 속성이 있다.
(오해마시라, 지금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니라 표정을 말하는 거다,)
가끔은 책을 읽으면서 허풍이나 객기처럼
"이 정도쯤은 나도 쓰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김애란의 소설집 두 권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나라면 이렇게 못 썼을거야..."
자괴감이 들긴 했지만 그게 비굴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작가다.
1980년 인천 출생.
2003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 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고
(<달려야 아비> 제일 마지막에 실린 이 단편은 읽으면서 섬득하고 처연했다)
2005년 25살의 나이로 최연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애란.
확실히 그녀는 현대 한국 문학의 젊은 화두다.



달려라, 아비
나는 편의점에 간다
스카이 콩콩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영원한 화자
사랑의 인사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종이 물고기
노크하지 않는 집


실려있는 9편의 이야기 모두가 다 황홀할만큼 특별해서
이 중에 한 편만 선택하라고 누가 강요한다면
나는 기꺼이 선택을 포기하고 그렇게 말한 사람을 지독히 원망하리라.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
어떤 평론가는 그녀를 두고 이런 표현을 썼다.
나 역시나 그녀의 소설때문에
불면증이, 편의점이, 포스트잇이, 스카이 콩콩이 특별해져 버렸다.
심지어 분홍색 야광 팬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쉼없이 달리고 있는 아비도
하반신을 이불에 묻고 내내 TV만 들여다보는 아비마저도
기꺼이 입양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 말이다!!)
일 났다!
나는 그만 또 사랑에 뼈져버렸다.
내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의 글들이
너무 너무 미워 죽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9. 16. 06:26
신혼의 어느 날,
가령 아내가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자.
"내가 아주 못생긴 여자라면... 그래도 날 사랑했을까?"
남편은 아내에게 어떤 대답을 했을까?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시작은
아내의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단다.
너무 못생겨서 땅만 보며 걷는 한 여자,
항상 타인의 시선과, 학대, 격리, 혹은 놀이의 표적이 됐던 여자.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한 남자
"저랑 친구하지 않을래요?"



저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도려낸 여자입니다.
저는 한 번도 스스로의 인생을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로지 스스로의 태생만을 평가받아온 인간입니다.
세상은 못생긴 여자의 발버둥을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여자가 이별을 전하며 남자에게 남긴 편지는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유효하다.
(아마도 영원히 유효하지 않을까?)
지독히 못생긴 여자의 마음엔 타인의 "장애"가 차라리  눈부시게 부럽다.
동정도 연민도 호의도 받아본 적이 없는 한 여자의 고백이 아프다.



Dark side of the moon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이면(異面)
결국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
그의 특이한 외모와 이력만만큼이나 소설은 특이하고 낮설고
혹은 재미있기도 하다.
7080 세대에 대한 오마주.
음악, 영화, 그림, 그 시대에 유행했던 CF까지
비틀즈나 밥 딜런의 노래와 함께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읽기에 딱 좋은 책(?)
켄터키 치킨의 추억....



오랫만에 책의 뒷장에서 선명하게 붙어있는
작가의 도장을 보다.
요즘엔 거의 없어졌거나 혹은 그대로 프린트 된 게 많은데...
비록 빨간 인주의 도장은 아니지만 가끔 생각한다.
저 작은 한장 한장의 도장이 작가에게 그대로 현실로 계산되던 모습을.
어느 날은,
이런 모습도 정말 죽은 왕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럼 그때는 나도 파반느나 레퀴엄 같은 걸 틀어야 하는 건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