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 27. 07:51

<주홍글씨>

일시 : 2015.01.17. ~ 2015.01.25.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주홍글씨"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 박정아

편곡 : 황호준

음악감독 : 성재

연출 : 서재형

출연 : 오진영(헤스터 프린), 박인배 (아서 딤즈데일),

        박은석 (로저 칠링워스), 김보현, 오찬우, 박지희, 김혜인, 박진아 외

기획 : 극단 죽도록 달린다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의 두번째 창작뮤지컬 <주홍글씨>

두 사람은 콤비플레이는 확실히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첫번째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참 독특한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다행히 나와는 정말 잘 맞는다.

놀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가 맞기도 하고, 전혀 아니기도 했다,

황호준의 국악 느낌을 가미한 편곡도 아주 독특하고 특별했고

서재형 한아름 콤비 작품에서 늘 듣게 되는 바람 지나가는 소리도 이 작품에선 유독 더 묘하게 다가왔다.

사실 원작의 드라마가 너무 강해서 이걸 어떻게 무대 위에서 뮤지컬로 풀어갈까 걱정했는데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마치 영화의 클로즈업 기법처럼 한 명에게 감정의 극한대를 포커싱한 연출 방식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대에 너무 휑하다는 평도 있긴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텅비어 있는 무대가 훨씬 좋았다.

셋트로 가득찼다면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에 이렇게까지 집중하지는 못했을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만으로도 아주 충만하게 채워진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함이 느껴지던 조명도 그런 감정을 한층 더 배가시켜서

관람이 끝난 후 가혹함이 느껴질만큼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배우 박인배.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일부러라도 다 찾아보는 편이다.

지금껏 본 작품 중에 실망감을 느꼈던 작품도 거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서'라는 말을 듣고는 좀 의아했다.

개인적으로 로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그랬는데... 박인배 아서가 나를 결국 울게 만들었다.

"그 악마가 나입니다..."

아서가 된 박인배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

그가 무대 이에서 보여준 모습은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 그 이상의 것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서

일생동안 비난을, 비밀을 견뎌내야 한다는 건...

사람을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만드는 일이구나.

그 뼈를 갂는 참혹한 고통 때문에 아서의 교수형 장면이 나는 오히려 편안했다.

원하던 자유...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다행이었고 안도했다.

배우 박인배는 이 작품에서 아서라는 인물을 통해 내게 엄청난 무게와 감정의 서사를 보여줬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더라.

박인배뿐만 아니라 오진영, 박은석,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진심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받은 감동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게 미안할 뿐이다.

(그러기엔 박인배 배우가 내게 너무 깊게 들어왔다.)

 

인간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결말대로 가는건 참 어렵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 용기를 낸다면, 진실을 놓지 않는다면,

적어도 비겁해지지 않을 순 있다.

그게 마지막까지 끝끝내 지켜주고 싶었던 무언가를, 누군가를 위한 최선의 결말이 될수도 있기에...

삶이 끝났다고 모두 비극으로 돌아서는 건 아니다.

비극 속에서 다시 부활하는 삶도 있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가 보여주지 못한 결말을

서재형, 한아름 콤비의 "주홍글씨"가 내게 보여줬다.

그리고 "박인배 아서"가 그걸 느끼게 했다.

 

꼭 다시 한 번,

박인배 아서 딤즈데일을 만날 수 있다면...

그의 선택에 나도 기꺼이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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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10. 27. 08:11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내가 이 연극을 엄청나게, 무지 많이, 몸서리치게,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다는게 하늘에 닿았나보다.

연극 <프랑켄슈타인> 기대평 이벤트에 참여한게 당첨됐다는 문자가 왔다.

(원래 이런 이벤트 거의 참여하지도 않고 참여해도 당첨된적 거의 없었는데...)

기대평 이벤트에 참여한건,

당첨자 2명에게 연극 <프라이드>를 초대권을 준다는데 혹해서였는데

참여하고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당첨될거란 생각을 전혀 안했으니까...

연극 <프랑켄슈타인>도 나를 많이 매혹시켰는데 매혹이 또 다른 매혹을 내게 선물했다. 

내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이.

나는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다.

<프랑켄슈타인>에게도, <프라이드>에게도...

 

정상윤 필립과 박은석 올리버.

이날 두 배우가 보여준 감정의 정도는 정말이지 감당이 안되더라.

여섯번째 관람 중에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뭉클뭉클 쏟아지는 감정들이 전부 내 마음 같아 공연 내내 정말 많이 울었다.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냥 하염없이 다 놓아버리게 되더라.

정상윤 필립이 너무 아팠다.

끝없는 기만 속에서 살아야하는 1958년 필립의 남은 생이 너무 안스럽고 안타까웠다.

필립이 올리버의 말처럼 아프리카로 떠났으면...

그래서 언제가 됐든, 어느 곳이 됐든 그를 기다리고 있을 올리버를 만났으면...

딱 한 번만이라도 용기를 냈으면...

필립이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좀 살겠다.

 

실비아 : 필립을 보나요?

올리버 : 아니요. 연락 안 해요.

실비아 : 누구 생각이죠?

올리버 : 그 사람이요.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아마도 당신 같은 선택을 했을거예요.

실비아 : 나 같은 선택!

올리버 :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실비아 : 그래서 의미있는 생을 사는것. 진실한 삶을...

 

실비아 : 필립은, 행복했나요?

올리버 : 행복이요?

실비아 : 말해주세요. 그 사람 행복해하던가요? 진실로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올리버 : 아, 저는...

실비아 : 그냥 단 한 순간이라도, 있어요? 그냥...

올리버 : 네, 한 번쯤은... 잠깐 엿본 것 같아요. 자신이, 본인 스스로가 ...

실비아 :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행복.

           두 사람의 만남이 궁금했어요.

           아무리 짧게 만나도 그때만큼은 필립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줬을거니까요. 난 절대 본 적 없는...

           그래서 당신이 하루 이틀은 좀 많이 미웠어요.

올리버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실비아 : 알아요. 올리버, 난 진심으로 당신이 원하는걸 찾길 바래요. 당신도 분명히 외로울거니까.

올리버 : 네...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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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10. 22. 08:22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오랫만에 이명행 필립과 박은석 올리버의 <The Pride>를 봤다.

더 깊어졌고, 더 간절해졌고, 더 진실해졌고, 더 짐심이었고, 더 가슴아팠고, 더 슬펐고, 더 행복했다.

눈물은 계속 흐느는데 얼굴엔 미소가 번지는 작품.

한결같이 너무나 내 맘 같은 대사들...

울컥하며 쏟아지는 감정을 추스르는게 매번 더 어렵다.

이 작품을 보고나면 한동안 감정적으로 버텨내가가 너무 힘들다.

특히 1막의 마지막 장에서의 필립과 올리버의 모습은

목을 놓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올리버의 대사가 많이 아파

도저히 삼켜지지 않는다.

 

우리 다시 만나지 않기로 했는데 나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평생을 기다려왔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그 확신이 오면 나는 그것을 밀어낼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와야만 했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필립!

당신을 봐야만 했습니다.

우습네요. 난 내가 아는 줄 알았어요.

외로움, 혼자라는거, 난 그게 뭔지 아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금 알았군요. 외로움이라는거.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었어요.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 얼굴이, 당신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매일, 매순간.

 

1958년의 필립은 불쌍할 정도로 겁장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가득한 끔찍한 삶을 선택했다.

침묵만이 살아남게 할거라는 필립의 말은

올리버의 말처럼 완전히 틀렸다.

 

올리버 :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겠죠

필  립  : 우리한테 꼭 필요한 일이예요.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올리버 :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필   립 : 의미요?

올리버 :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이 멍청하고 고통스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면!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가슴이 꽉 막혀버렸다.

길을, 지도를,

잃.어.버.렸.다.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1. 05:28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감히 말하건데 나는...

이 작품과 완벽히 소통하고, 그리고 완벽히 대화한다.

마치 누군가 내 속으로 들어와 대사 하나하나를 직접 끄집어낸것 같다.

올리버가 고대도시 델포이에서 들었다는 혼자만의 신탁의 소리가,

지금 내게도 선명히 들린다.

먼 과거에 살고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

대답... 해주고 싶다. 간절히... 

이 작품을 앞으로 내가 몇 번을 더 보게 될까?

많이 힘들어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을 때,

진심으로 다가오는 토닥임과 위로가 필요할 때.

포악스런 욕심과 미움으로 망신창이가 될 때.

작은 온기라도 누군가와 기꺼이 나누고 싶을 때.

이 모든 순간들과 닿을때마다 나는 이 연극을 그리워하고 찾게 될거다.

올리버에게 감사하기 위해,

필립에게 감사하기 위해,

실비아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리하여 내가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The Pride> 두번째 만남.

박은석 올리버와 김지현 실비아는 그 사이 더 깊어졌다.

김종구의 2막 첫씬 역시도 여전히 처음처럼 좋다.

25년의 역사...

그래, 그건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들.

시간과 시간이 교차되는 상황들을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표현하는지...

도대체 이 역할들을 매번 어떻게 감당할까!

배우란,

참 위대하고 아픈 직업이다.

 

정상윤 필립은,

초반에 박은석 올리버에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도적이었다는 걸 나중에 이해했다.

그리고 역시나 정상윤의 섬세함과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너무나 간곡하더라.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은,

많이 아팠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광폭한 관계후 올리버를 떠나보낸 필립.

스스로 홀로 남겨진 필립의 눈과 입은,

여전히 단 한 사람만을 부르고 찾는다.

아주 간절히, 그리고 아주 절망적이게...

"올리버..."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들, 그리고 장면들.

필립에게 손을 뻗는 올리버의 그 조심스럽고 간절한 떨림까지.

(이 표현 정말 너무나 좋다. 과거의 모습도, 현재의 모습도 모두)

참 아득하고 아프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

 

"사랑"이라는거.

그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절함의 문제다.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든.

간절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닿을 곳이 결국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려면 "용기" 또한 꼭 필요하다.

모든 사랑의 실패는,

따라서 "용기"의 걸여다.

사랑을 인정할 용기,

사랑을 고백할 용기,

사랑을 지켜나갈 용기,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다독이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거짓된 사랑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실비아"가 바로 그런 용기였다.

실비아의 마지막 대사.

그걸 알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달랐으리라.

필립의 말은...

정말이지 아주 정확했다.

"실비아는 항상 옳아요!"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5. 08:34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연극을 만났다.

내 영혼의 soul mate 같은 연극 <Pride>

깊은 위로같고, 포근한 다독임 같은 그런 보석보다 더 빛나고 찬란한 연극.

180 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끝이 났다는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완벽히 스며들었다.

이 작품...

아주 진심이고, 아주 진실하다.

많이 슬펐고, 많이 아팠고, 그래서 많이 행복했다.

아주 말갛게 행궈지는 기분이었고, 뭔가 하나의 껍질이 벗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이 대사들...

이 진심의 대사들을 나는 최대한 오래 마음에 담고,

최대한 오래 기억하게 되리라.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는 도저히 없으리라.

진심으로 다행이다.

이 연극을 만나서.

이 연극을 봐서,

이 연극이 내 마음에 진심으로 닿아서...

그리고 필립과 올리버를 이명행과 박은석이 연기해줘서 정말 다행이다.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건,

그 사람의 실체를,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는 의미일까?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다.

우리가 느끼고 싶은건, 간직하고 싶은건, 간절히 원하는건,

그 이상이다. 아니 그 이하다.

필립의 말처럼 내가 누군가를 불렀을때 언제든지 나를 위해 돌아볼 준비가 되어있는 한 사람.

간절한건 그 한 사람의 목소리다.

그 사람이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바이든, 스트레이트든 아무 상관없다.

그게 그리운 이유,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다.

 

..... 꿈에서 막 깨거나 막 잠들려고 할 때

갑자기 사는게 무지 시시해지면서 그냥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럴때 있쟎아

사는 이유보다 덮고 있는 이불이 더 포근하게 느껴질 때,

난 그때 누군가를 부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봐.

내가 누군가를 부르거나, 날 불러줄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닿으면서 시작되는 변화,

그게 사는 이유가 아닐까? ......

 

......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야.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 대해, 자신에 대해

그 어렵고 불안했던 순간들을 이해할 것이고

그리고 지금의 잠 못 이루는 밤들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십, 아니 오백 년 후에도 이 시절을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들로 인해 더 행복해지고 더 현명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야.

마치 먼 미래에 이미 모든 것을 거친 내가 나를 다시 위로하듯 다정한 속삭임.

그 위안처럼 목소리가 그렇게 .......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그건 꼭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거다.

내 진짜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지금 나를 부르고 있다면...

나는 1958년의 올리버처럼 모든 걸 던지고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2014년의 필립처럼 다시 또 돌아갈 수 있을까?

1958년, 2014년 실비아처럼 그 둘을 지켜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진심으로 한 번쯤은...

나는 꼭 필립이고 싶다.

올리버이고 싶다.

실비아이고 싶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

남자든, 여자든, 혹은 아무것도 아니든...

나는... 단지 이야기를 갖고 싶다.

그 이야기가 만드는 역사를 가지고 싶다.

필립과 올리버처럼.

그리고 그들을 지켜내는 실비아처럼...

 

이 연극이...

나를 살게 하리라.

나를 숨쉴 수 있게 하리라.

나를 그대로 나로서 존재하게 하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4. 07:25

<수탉들의 싸움-COCK>

일시 : 2014.07.11. ~ 2014.08.03.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극본 :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

번역 : 이인수

연출 : 송정안

출연 : 박은석(존), 김준원(M), 손지윤(W), 선종남(F-M의 아버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헐! 이 엄청난 파이터들 좀 보소!

그 어떤 싸움보다 더 치열하고 사생결단의 끝으로 치닫는 단 한 판의 경기.

하필이면 무대 조차도 사각의 링을 떠올리게 한다.

4면을 빙 둘러싼 객석 한 가운데 어떠한 무대셋트 없이 덩그라니 놓어있는 고집스럽고 일방적인 무대.

객석을 찾아 앉으면서 생각했다.

엄청난 싸움의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증인이 되겠구나... 하고.

누군가는 그러더라.

<수탉들의 수다>라고...

그런데 난 이 표현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말...말...말... 그리고 선택.

등장인물의 계속되는 동어반복들이 나는 그 어떤 폭력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서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존도, M도, W도, 아버지도 참 많이 무례하더라.

그런데 그게 당연하다.

이건 침목회가 아니라 싸움이니까.

싸움에 정의나 예의가 끼어서는 안된다.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하고 때로는 느닷없는 기습이 필요한게 싸움이다.

그게 싸움의 기술이고 싸움에 대한 예의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싸움은 아주 정직하다.

비록 쳇바퀴를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는 제자리 걸음에 불과한 행위일지라도...

연극을 보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존에게 화가 났다.

결정장애자.

존은 지금 정체성 혼란의 문제를 겪고 있는게 아니라 어른이 될 생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애다.

누군가 결정을 내려줘고 퍼미션을 받아야만 그 다음을 할 수 있는 아이.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사람은 절대 "사랑"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선택"하지 못한다면 "사랑"할 수 없다.

그게 맞다.

양 손에 동시에 쥘 수 없는 떡도 분명히 있다.

존은 그걸 알고 있으면서 그걸 피하고 외면했다.

댓가는 참혹하다.

당연하게도 존은 잎으로 계속 쿠션을 챙기고 전등을 끄고 M의 침대로 들어가게 될거다.

선택하지 못한 자의 선택.

존의 결론은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사실 이 작품 박은석 배우때문에 선택을 했는데

김준원 배우에게 매혹돼서 왔다.

박은석 배우는 <히스토리 보이즈>에서는 전혀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발음이 특히 ㄷ과 ㅈ 발음이 부정확하더라.

그래도 표정이나 우유부단한 말투, 전체적인 인물표현은 아주 좋았다.

김준원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작품 속에서 참 압도적인 존재감더라.

작품 속 인물도 그렇고, 그 인물을 표현하는 배우도 그렇고.

M은 표면적으로는 남성적이고 권위적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여성성이 강한 인물이 M이다.

존이 스스로의 존재를 끝없이 확인받고 결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M은 존의 부재에 대해 엄청난 겁을 먹고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헤어졌을때 무너질 사람은 존이 아니라 M이다.

그래서 나는 M이 치즈 케이크를 마지막 무기로 존을 붙잡았을때 참 먹먹했다.

존이 갈팡질팡하고 우왕좌왕 하는 동안에도

M의 선택을 언제나 한가지였다.

승자는...

기쁨을 누려도 된다.

쿠션과 전등을 챙겨도 된다.

 

M을... 이렇게 만든 사람... 확실히 존이다.

아마도 존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앞으로의 삶을

두 사람의 관계를 책임져야만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게 싸움의 룰이다.

그게 패배를 자초한 사람의 운명이다.

 

파이터의 세계는,

언제나 정직하고 명확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9. 08:42

<히스토리 보이즈>

일시 : 2014.03.14. ~ 2014.04.20.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원작 : 앨런 베넷

연출 : 김태형

무대 : 여신동 

출연 : 최용민(헥터), 어명행(어윈), 오대석(교장), 추정화(린톳)

        이재균, 윤나무 (포스너) / 김찬호, 박은석 (데이킨)

        안재형(스크림스), 임준식(럿지), 황호진(팀스)

        이형훈(크라우더), 오정택(락우드), 손성민(악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2013년 3월 이 작품이 초연됐을때 관람을 놓쳐서 많이 아쉬워었다.

솔직히 말하면, 관람 여부를 두고 고민하다 어영부영 공연이 끝나버렸고 그 뒤까지도 솔솔 들리는 입소문에 은근히 속이 쓰렸던 작품이다.

그래서 프리뷰를 예매했다.

고백컨데 요근래 관람 도중에 극도의 피곤이 몰려오는 경우가 꽤 많았다.

보통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번째는 작품 자체가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은 경우,

두번째는 작품은 좋은데 관람 다시 내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그리고 마지막엔 작품도 몸상태도 나쁘지 않은데 의아할 정도로 집중이 안되는 경우.

그래서 이 작품을 보기 전

제발 이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이 작품!

3시간 동안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아주 정직하게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더라.

그러니까 페러독스의 관능에 제대로 빠져버린거다.

어떻게 이런 괴물같은 작품이 있을 수 있을까?

아주 오랫만에 불같은 질투에 빠지게 만들었다.

만약에... 만약에...

나도 학창시절에 어위같은 교사를, 혹은 헥터같은 교사를.

그것도 아니면 포스너나 데이킨, 스크림스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면,

혹은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내 인생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회는 환상과 함께 모든 시간들을 휩쓸어버린다.

폭.풍.같.다.

 

그리고 무대 위 배우들.

어쩌자고 그렇게 모든 순간이 다 진심일까?

프리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배역과 완벽히 몰입하고 있엇다.

배우들간의 신뢰와 결속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다.

세상 종말이 와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신뢰감이 느껴졌다면 이해가 될까?

기본적으로 한 명 한 명 다 좋은 배우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삼승, 사승의 법칙으로도 계산 불가다.

이재균만큼 소년의 이미지가 명확한 배우도 흔치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런 이미지가 이재균 배우의 한계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그저 이재균이 갖는 필모그라피의 장점 하나일 뿐.) 

특히 박은석 배우는 이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노련함과 신선함이 함께 느껴져 정말 놀랐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망설임이 전혀 없다.

중간중간 해설자같은 역할을 했던 스크림스 안재형의 타이밍도 정말 기가 막혔고...

솔직히 이 작품에 출현하는 배우들 연기에 대해 운운하는 거...

참 면목없고 염치없는 짓이긴 하다.

매 순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매 순간 각각의 인물들에게 더 깊이 몰입하고 빠져들었다는 고백이 진실일 뿐!

클라세같았던 영화, 시, 문학작품들.

이 작품 속에는 모든 게 다 있다.

연극도, 연극 아닌 것도 모두 다.

 

가치있는 가르침이 남긴 깊은 울림.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가 내게 붉고 진한 화인(化印) 하나 남겼다.

진심으로 가치 있는 작품이고,

진심으로 가치 있는 배우들이다.

 

 

넘겨주어라.

때로는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다.

받아서 느껴보고 넘겨주는 것.

날 위해서도 아니고

너희 자신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어느 곳 누군가에게 어느날 넘겨주는 것.

난 너희가 바로 그 게임을 배우기를 바란다.

넘겨주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17. 08:48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4.02.03. ~ 2014.02.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문혜원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세종문화회관 8일간의 앵콜 공연 두번째 관람.

마지막 서울 공연이었고, 지방 공연에 개인 스케쥴로 참여하지 못하는 마이클리의 마지막으로 그랭그와르로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솔직히 정말 몰랐다.

내가 오리지널팀이 아닌 라이센스 <NDP>에 이렇게 빠지게 될 줄은...

막공의 클로팽과 에스메랄라가 조휘와 바다였다면 최고의 마무리였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런 캐스팅의 <NDP>가 다시 올라오까 싶어 가슴 끝이 살짝 찡해왔다.

분명 첫관람을 했을 때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보여 실망을 했었는데 어쩌다 내게 이런 반전을 안겨준걸까?

윤형렬 콰지모도.

이 배역때문에 허리까지 망가졌다고 하는데

참 미안한 부탁이지만 할 수 있을때까지 콰지모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정말 절절하고 간절하고 애뜻하다.

게다가 체격까지 커서 홍광호 콰지모도보다 훨씬 괴기스럽게(?) 보여 역할과도 딱 어울린다.

분장도 홍콰지보다 확실히 더 추해보였고

무대 위에서의 표정은 자신을 다 버리고 오로지 콰지모도로만 서있더라.

음색도 정말 좋고... 

그가 부르는 "불공평한 세상"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최고의 넘버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 한곡 안에 이 작품의 모든 내용이 전부 다 들어있는 것 같아서...

단 윤형렬이 불렀을때만!

내한공연 때 제롬이 불렀던 버전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순서가 뒤짚어졌다.

이 넘버만큼은 윤형렬 콰지모도가 진정한 갑이다.

 

목소리 상태가 최악이었던 문종원 클로팽을 제외하면

배우들과 댄서들 모두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더라.

문종원은 연극 <스테디레인>의 여파였을까?

고음이 전멸했고 초반에 무리해서 질렀던 몇몇 부분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참혹했다.

몇 번 시도하다가 본인도 어쩔 수 없었는지 그냥 낮춰 부르더라.

김성민 페뷔스의 악몽이 재현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래도 배역 자체가 솔로파트가 적고 대부분 떼창에 묻히는 부분이라 그런대로 재앙은 모면했다.

반대로 그랭그와르 마이클리의 목소리는 정말 좋더라.

맑음과 청아함도 참 다양하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도 감정이 복받쳤는지 마지막 커튼콜에서 울컥하더라.

근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무대를, 작품을,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몰랐엇는데 막공의 여운이 참 깊다.

어쩌면 한동안 "NDP앓이"를 하게 되지도 모르겠다.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이 추진중이라는 소문도 조금씩 들리던데

성사된다면 참 좋겠다.

가능하면 예전 멤버들 그대로...

리사르와 멧, 나디아와 로랑의 모습도 보고 싶지만

로디 줄리앙의 클로팽과 미쉘 영강님의 프롤로는 정말이지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다.

 

<NDP>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중독.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빠져나오는 건 애초부터 쿨하게 포기했다.

더 깊게 빠지지 않는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것도 점점 힘들어질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10. 09:16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4.02.03.. ~ 2014.02.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문혜원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세종문화회관 8일간의 앵콜 공연 소식을 듣으면서도사실 홍광호 콰지모드도 재관람은 예정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미스 사이공> 25주년 영국 공연에 투이로 캐스팅이 됐단다.

한동안 홍광호를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도 같아 뒤늦게 관람을 결정했다.

덕분에 블루스퀘에에서 좀처럼 인연이 안닿았던 최민철 프롤로와 박은석 페뷔스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됐다.

 

살이 많이 빠진 홍광호는 그래선지 확실히 예전보다 볼룸이 살짝 줄었다.

그런데 그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좋았다.

지금껏 내가 봤던 홍광호 콰지모도 중에서도 최고였고,

지금껏 내가 본 홍광호 작품 중에서도 최고였다.

예전에 홍광호 콰지모도의 "belle"을 듣고 있으면

그가 프롤로와 페뷔스의 소리까지 다 잡아먹어 솔로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날 공연은 발란스가 너무나 잘 맞았다.

최민철 프롤로와 박은석 페뷔스의 소리까지도 아주선명하고 짱짱하게 들리더다.

세 사람의 소리가 합쳐지니 웅장하면서도 참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진정한 Belle이었다.

홍광호 콰지모도는 예전에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거칠고 투박한 모습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아마도 <미스 사이공>의 "투이"라는 역을 준비하면서 소리에 변화가 오지 않았나 싶다.

윤공주 에스메랄다와의 "새장 속의 새"도 발란스가 잘 맞았고

분노뿐이었던 "불공평한 세상"을 부를 땐 드디어 절망의 감정이 드러났다.

확실히 달라졌다... 홍광호가...

그렇다면 그는 영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돌까?

아마도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도 충분히 좋으리라.

(내가 홍광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니... 참 고무적인 사건이긴 하다.)  

 

처음 본 박은석 페뷔스는 김성민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일단 비쥬얼이 군인스러웠고 노래도 깨끗했고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1막 마지막 곡은 김성민의 표현히 더 좋다.

박은석 페뷔스는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민영기때문에 한번도 최민철 프롤로는 본의아니게 항상 선택에서 열외가 됐었는데

드디어 세종에서 보게 됐다.

좋았다.

한동안 최민철의 연기가 밋밋하게 느껴졌었는데 아주 좋더라.

특히 2막에서 에스메랄다와의 감옥 장면은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짱짱했다.

요근래 최민철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좋았던 역할이며 작품.

윤공주는 초반에 소리가 완벽하게 트이지 않았지만

"아베마리아"부터는 괜찮았고 2막으로 갈수록 점점 좋아졌다.

특히나 윤공주는 윤형렬보다는 홍광호 콰지모도와 목소리톤이 잘 어울려서 듀엣이 듣기가 참 좋았다.

조휘는 몸이 살짝 무거워보였는데 "기적의 궁전"에서부터 완전히 자기 페이스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문종원보다는 조휘 클로팽이 더 괜찮다.

자유로운 집시의 느낌도 더 많이 들고 노래도 불안하지 않고 딕션도 좋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귀신같이 잘 아는 배우.

 

댄서들이 일부 바뀌어서 그런지 블퀘만큼의 감동을 받진 못했지만

기존 댄서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좋더라.

어떻게 저런 몸놀림이 가능할까? ... 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저 사람들 등딱지에는 아마도 오래 가는 건전지 "에너자이저"가 수십개씩 끼워져 있을거다.

저건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냐...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마지막 앵콜송을 부르며 무대 위에 서있는 24명의 배우들과 댄서들.

그들은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보고 있는 나에게까지 다 보일 정도로.

진심으로 부러웠다.

살면서 이런 벅찬 감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걸 생각하니 또 맹렬한 질투심에 휩싸인다.

 

<노트르담 드 파리>

이 작품은 정말 사랑이다.

보길 참 잘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