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27. 08:52

 

<Murder for two>

 

일시 : 2017.03.14. ~ 2017.05.28.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2관 라이프웨이홀

극본 : 켈렌 블레어 (Kellen Blair)

작사, 작곡 : 조 키노시안 (Joe Kinosian) 

음악감독 : 허수현

연출 : 왕재헌

출연 : 제병진, 안창용 (마커스) / 박인배, 김승용 (용의자들) / 강수영 (루, 피아니스트)

제작 : 오디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예 처음부터 연습에 올인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다는 조건이었단다.

그래서 캐스팅 제안을 고사한 배우도 꽤 많았다고.

대한민국에서 한 작품에 올인하겠노라 나설 배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생계에 지장이 없는 배우라면 모르지만

"출연료= 생계"인 대다수의 배우들에겐 이런 결정은 분명 쉽지 않을게 분명하다.

용기있는 배우 4명이 나섰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 많이 됐다.

박인배 배우를 제외하면 Who are you?... 스런 배우들만 있어서...

(박인배 배우도 고정팬이 상당하긴 하지만 폭발적인건 솔직히 아니라서...)

게다가 공연기간도 두 달이 훨씬 넘는다.

미안한 말이지만 흥행은 매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보고 난 느낌은...

확실히 흥행은 힘든 작품이다 싶다.

2인극이지만 등장하는 인물은 10여 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그리그 그 많은 인물 대부분을 1명의 배우(내가 본 회차는 박인배)가 소화해야 한다.

하드트레이닝 배우 육성 프로젝트.

코믹물임에도 불구하고 웃기 즐기는데 쉽지 않았다.

중노동이라는게 눈에 훤히 보이니까...

그래선지 스토리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넘버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박인배 배우를 보면서 느낀 아주아주 솔직한 감상은...

저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죽자고 하는거지... 였다. ㅠ.ㅠ

(박인배 배우에겐 아낌없는 찬사를~~~!)

마커스 역의 제병진 배우는 땀을 비오듯 쏟아서 저러다 탈진하는건 아닌가 걱정됐다.

코믹물이라는데...

이렇게 시종일관 조마조마하게 가슴 졸이며 보는게 맞나 싶다.

 

배우들의 열연 아니 혈연은 눈부시지만

두 번 보기는 너무 힘겨운 작품.

매우 murder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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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5. 1. 27. 07:51

<주홍글씨>

일시 : 2015.01.17. ~ 2015.01.25.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주홍글씨"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 박정아

편곡 : 황호준

음악감독 : 성재

연출 : 서재형

출연 : 오진영(헤스터 프린), 박인배 (아서 딤즈데일),

        박은석 (로저 칠링워스), 김보현, 오찬우, 박지희, 김혜인, 박진아 외

기획 : 극단 죽도록 달린다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의 두번째 창작뮤지컬 <주홍글씨>

두 사람은 콤비플레이는 확실히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첫번째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참 독특한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다행히 나와는 정말 잘 맞는다.

놀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가 맞기도 하고, 전혀 아니기도 했다,

황호준의 국악 느낌을 가미한 편곡도 아주 독특하고 특별했고

서재형 한아름 콤비 작품에서 늘 듣게 되는 바람 지나가는 소리도 이 작품에선 유독 더 묘하게 다가왔다.

사실 원작의 드라마가 너무 강해서 이걸 어떻게 무대 위에서 뮤지컬로 풀어갈까 걱정했는데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마치 영화의 클로즈업 기법처럼 한 명에게 감정의 극한대를 포커싱한 연출 방식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대에 너무 휑하다는 평도 있긴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텅비어 있는 무대가 훨씬 좋았다.

셋트로 가득찼다면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에 이렇게까지 집중하지는 못했을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만으로도 아주 충만하게 채워진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함이 느껴지던 조명도 그런 감정을 한층 더 배가시켜서

관람이 끝난 후 가혹함이 느껴질만큼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배우 박인배.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일부러라도 다 찾아보는 편이다.

지금껏 본 작품 중에 실망감을 느꼈던 작품도 거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서'라는 말을 듣고는 좀 의아했다.

개인적으로 로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그랬는데... 박인배 아서가 나를 결국 울게 만들었다.

"그 악마가 나입니다..."

아서가 된 박인배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

그가 무대 이에서 보여준 모습은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 그 이상의 것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서

일생동안 비난을, 비밀을 견뎌내야 한다는 건...

사람을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만드는 일이구나.

그 뼈를 갂는 참혹한 고통 때문에 아서의 교수형 장면이 나는 오히려 편안했다.

원하던 자유...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다행이었고 안도했다.

배우 박인배는 이 작품에서 아서라는 인물을 통해 내게 엄청난 무게와 감정의 서사를 보여줬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더라.

박인배뿐만 아니라 오진영, 박은석,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진심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받은 감동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게 미안할 뿐이다.

(그러기엔 박인배 배우가 내게 너무 깊게 들어왔다.)

 

인간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결말대로 가는건 참 어렵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 용기를 낸다면, 진실을 놓지 않는다면,

적어도 비겁해지지 않을 순 있다.

그게 마지막까지 끝끝내 지켜주고 싶었던 무언가를, 누군가를 위한 최선의 결말이 될수도 있기에...

삶이 끝났다고 모두 비극으로 돌아서는 건 아니다.

비극 속에서 다시 부활하는 삶도 있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가 보여주지 못한 결말을

서재형, 한아름 콤비의 "주홍글씨"가 내게 보여줬다.

그리고 "박인배 아서"가 그걸 느끼게 했다.

 

꼭 다시 한 번,

박인배 아서 딤즈데일을 만날 수 있다면...

그의 선택에 나도 기꺼이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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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9. 19. 07:48

<Rebecca>

일시 : 2014.09.06 ~ 2014.11.09.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르에 <레베카>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민영기, 오만석, 엄기준 (막심 드 윈터) 

        옥주현, 신영숙, 리사 (댄버스 부인)

        임혜영, 오소연 (나) / 조휘, 박인배 (잭 파벨)

        김희원, 최나래 (반 호퍼 부인) / 허정규, 정의갑 (줄리앙)

        이정화, 김장섭, 이광용, 김지광 외

제작 : EMK

 

얼마전에 포스팅할때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라 한 번 보는걸로 끝내겠다고 썼는데

사람 일이란 당췌 알 수 없는거다.

뭐 그렇다고 직접 예매를 한 건 아니고

동생이 못가게 됐다며 당일날 급하게 연락하는 바람에 또 다시 대타로 공연장을 찾았다.

어찌됐든 확실한건,

어떤 작품이든 첫번째 보다는 두번째 봤을 때가 느낌이 훨씬 좋다는거다.

이 작품도 보는 내내 "어~~~!" 하면서 놀랐다.

이번 관람의 핵은 "민영기"였다.

첫공때는 왠지 약간 어색한 옷을 입은것 같았는데

이날 보니 완벽하게 자리를 잡혀 본인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더라.

"놀라운 평범함"을 아주 스윗하게 불러서 그때부터 놀라기 시작했는데

"하루 또 하루'도 표정과 연기, 노래 다 좋았다.

"신이여"와 "칼날 같은 그 미소"도 이번엔 날카로움과 예민함이 아주 제대로 느껴지고

좀 망설이는 듯하던 연기도 거침없이 표현하니 작품이 확 다르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든

현실성 제로에 다들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 뿐이다.

시종일관 목에 기브스하고 두 눈에 힘 팍 주고 있던 덴베스는 동성애 코드 잔뜩 보여주고,

사고사든 뭐든 범죄를 저지르고 사체유기까지 서슴치 않는 막심은 찌질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그리고 사랑에 눈이 멀어 막심의 범죄를 숨겨주는 동조자인 나.

(이건 너무 old한 신파 아닌가????????)

게다가 "나"는 동조자에도 적극적인 주도자로 변신까지 한다.

그렇게라도 사랑을 지키는게 "여자들만의 힘"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것 역시도 아주 심각한 과대망상이라

줄줄히 적혀진 병력에 진단명이 또 하나 추가되겠다.

개인적으론 결말도 참 맘에 안든다.

그야말로 잭 파벨의 말처럼 한 손이 다른 손을 가려준 셈이다.

 집은 불타고 범죄는 묻혀지고

 막심과 나는 지중해 해변가 작은 호텔에서 천년만년 아름답게 살았습니다~~~~

오히려 덴베스의 결말이 백만배는 정직해보인다.

"난 너를 위해서 모든 걸 다 바쳤는데 넌 나한테 그걸 숨겼단 말이지?

 그래! 그럼 같이 죽자!

 아! 근데 넌 이미 죽었지!

 그러면 내가 여기에 있는 네 흔적 다 불태우고 아주 쿨하게 죽어줄께! OK!"

.....................

.....................

남들이 환호하고 기립하는 작품에

너무 극단적이고 생뚱맞은 감상인가?

뭐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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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1. 9. 08:53

<Agatha>

일시 : 2013.12.31. ~ 2014.02.23.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극본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연출 : 김태형

출연 : 배해선, 양소민(아가사 크리스티) / 김수용, 진선규, 박인배(로이)

        박한근, 김지휘, 윤나무 (레이몬드) / 홍우진, 오의식 (폴&뉴몬)

        추정화, 한세라 (베스&낸시), 황성현 (아치벌드 크리스티)

주최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김수로 프로젝그 여덟번째 작품인 창작뮤지컬 <아가사>

이쯤되면 김수로의 바람은 어느정도 이뤘다고 해도 되겠다.

"김수로 프로젝트"는 이제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기존 인기작만 우려먹는 안일한 운영이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라이선스 초연작에 여엿한 창작물까지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다.

그것도 한 해에 몇 편이나 무대에 올리는 부지런한 행보다.

작품도 지금까지는 다 괜찮았고, 흥행도 나쁘지 않았고

공연장도 배우진도 김수로의 마당발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작품에 맞게 선택을 잘했다.

그냥 잠깐의 외유인줄로만 알았는데

기획자로서 김수로의 근성과 열정에 참 대단하다.

개인적으론 "연극열전"보다 "김수로프로젝트"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아가사>도 일단 배우진이 너무 좋아서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추리의 여왕 "아가사"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김태형 연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1926년 2월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11일 후 시골의 한 호텔에서 발견된 그녀는

그 사이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노라 말했다.

그리고 평생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단다.

그 열 하루라는 시간의 추적!

작품은 그 사건의 언급으로 시작된다.

 

조명이나 무대도 전체적으로 괜찮았고.

"라비린토스(rabyrinthos)"나 "독"처럼 귀에 확 꽃히는 넘버들도 좋았다.

단지 스토리전개가 좀 느슨하다는게 단점!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되기까지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솔직히 좀 지루하더라.

로이의 정체도 너무 쉽게 알 수 있어서

미스터리 특유의 죄어오는 듯한 긴장감도 기대보다는 덜했고

춤은 살짝 엉성하더라.

개인적으론 공연 포스터와 첫곡 "악몽"이 너무 많은 정보를 준 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입구, 하나의 출구..."

공연관람 15년 차가 넘어가다보니 이젠 시놉만 봐도 어느 정도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눈에 보인다.

이 작품도 내가 예상했던 것과 거의 똑같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엇던 건

역시나 배우들 때문이었다.

윤나무 레이몬드가 기복이 좀 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 연기는 다 좋았다.

특히 로이 역의 박인배는 여러모로 돋보이더라.

(매번 느끼지만 박인배는 소리도, 연기도, 딕션도, 눈빛도 정말 좋은 배우다.)

작품 자체에 대한 재관람 의사는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로이 박인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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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5. 6. 08:13

<Next to normal>

일시l : 2013.01.06. ~ 2013.05.0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 (Tom Kitt)

연출 : 변정주

출연 : 박칼린, 태국희 (다이애나) / 남경주, 이정열 (댄)

        한지상, 서졍수 (게이브) / 오소연, 김유영 (나탈리)

        이채훈, 최종선 (헨리) / 박인배 (의사)

제작 : (주)뮤지컬헤븐

 

두번째 <Next to normal>을 관람을 앞두고

심난하고 속상한 일이 많아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디프레션 된 상태였다.

솔직히 공연을 취소할까도 생각했는데

함께 보기로 한 직장 후배때문에 묵직한 마음을 이끌고 공연장을 향했다.

묵직하고 복잡한 마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위로받기를 바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그랬는데... 그랬는데...

다행이다.

덕분에 위로받았다.

상처맏은 마음에 고운 손길이 지나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여준 건 과연 누구였을까? 아니 무엇이었을까?

평범한 그 주변 어딘가에 가기 위해

다들 힘겹게 버티고 싸운다는 앤딩곡 "light"의 가사는,

확실히 내게 약이 됐다.

우리이 삶이라는 게

행복만을 위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만 행복하단다.

그래서 유령에 쫒겨도 가야만 한단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위로는 없다.

적어도 지금의 내겐!

 

 

이번 관람은 박칼린과 한지상만 빼면

지난번 관람과 캐스팅이 완전히 다르다.

재관람을 해도 댄은 꼭 이정열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아 그냥 남경주 댄으로 봤다.

남경주와 최정원!

이미 뮤지컬계의 역사가 된 두 사람이건만

묘하게도 나랑은 이럴 수 있냐 싶을 만큼 정말 징글징글하게 안 맞는다.

아무래도 내게 남경주의 최고작은 <라카지>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라카지> 하나는 건졌으니 다행이다 싶다.

(불행하게도 최정원은 아직까지 한 작품도 없는데....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높다.)

남경주 댄은 힘을 너무 많이 빼서

어떤 부분에서는 성의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내에게 진이 다 빠져버린 남편의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정열 댄은 아내를 향한 일말의 희망을 절대로 놔버리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한지상은 <JCS> 유다와 병행한다는 게 무리였던지

1막에서는 고음부분을 시원스럽게 뽑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두 작품을 같이 한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박칼린 다이애나!

그녀의 정체(?) 뭘까?

그녀는 후반부 갈수록 관객 한명 한명을 다이애나로 만들어버린다.

그 숱한 다이애나들은 또 이 작품을 보면서 각자의 next to normal을 꿈꾼다.

나도 그 숱한 다이내나 중 한 명이었다.

 

김유영 나탈리와 최종선 헨리,

둘의 조합은 나쁘진 않았지만

첫정이라 그런지 오소영, 이체훈 조합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

특히 최종선을 김유영보다 키가 커서인지 무대에서 계속 구부정하게 서있는 게 영 불안해보인다.

프로필 사진 상으로만 봤을때는 좀 가볍고 코믹하게 생겨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작품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이체훈 헨리 같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은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동선과 무대 조명이 정말 좋다.

특히 2막 후반부에

게이브의 동선에 따라 변하는 명암의 대비는 끔찍할 정도다.

그리고 무대 전체 조명의 색감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따라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거!

요즘 heeling이라는 단어가 그야말로 대세인 것 같은데

이 작품이야말로 내게는 진정한 heeling이다.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디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늘 고맙고 예쁘고 다정하고 미안한 작품이다.

엄마의 품같은 그런 작품.

아! 어쩌나.

벌써 눈물나게 그립다.

이제 다 끝났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17. 07:39

<Next to Normal>

일시l : 2013.01.06. ~ 2013.05.0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 (Tom Kitt)

연출 : 변정주

출연 : 박칼린, 태국희 (다이애나) / 남경주, 이정열 (댄)

        한지상, 서졍수 (게이브) / 오소연, 김유영 (나탈리)

        이채훈, 최종선 (헨리) / 박인배 (의사)

제작 : (주)뮤지컬헤븐

 

<Next to Normal>은,

내겐 엄청난 trauma와 같은 존재다.

이 작품 보는 건 너무 아프고, 너무 힘들고, 너무 괴로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다.

꼭 나를 보는 것 같은,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보고 있으면 뼈마디마디가 저리고 살점이 뭉턱뭉턱 잘려지는 느낌이다.

넘버 하나하나를, 대사 한줄 한줄을 전부 알고 있는데도

너무 익숙해서 도저히 익숙할 수 없는 그런 작품.

어쩌나...

아프다.

아무 말도 쓸 수 없을 것 같다.

뭐라도 기록하고 싶은데,

자.신.이.없.다...

지금도 대사와 노래를 떠올리면 울컥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다이애나, 댄, 게이브, 나탈리...

한 명 한 명이 전부 나 같던 사람들.

 

초연때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더 진해지고 깊어졌다.

이 사람들...

자기 배역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고

아주 깊게 그 상황을 현실로 육화하고 있다.

걱정된다.

작품이 끝나면 많이 힘들텐데...

그래도 확신한다.

그들 역시도 "어둠 속 한줄기 빛(Light in the dark)"을 믿으리라는 걸.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넘버들은 그야말로 heeling 이다.

초연때도 느낀거지만 번역이 정말 너무 좋다.

3층의 무대도 의미있고

각 층마다 밴드들이 자리해서 소리를 분리시킨 것도 좋다.

특히 박용호 대표가 말한것처럼 알전구 조명은 환상이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모든 배우들이 보라색 옷을 입고 3층의 무대에서 "Light"를 부를때

그 뒤에 쏟아지는 빛...

나는 그 쏟아지는 빛 속에서 작품의 해피엔딩과는 별개로 나만의 해피엔딩을 꿈꾼다.

바닥을 치고 일어서게 만드는 가장 근원적인 힘.

이 작품은 그 반전의 힘을 믿게 만든다.

 

박칼린 다이애나는 더 간절해졌고 집요해졌고 더 강렬해졌다.

그리고 초연때보다 딕션이 정말 많이 좋아졌다.

그녀 때문에 나는 정말 많이 뭉클했고, 정말 많이 공감했고, 정말 많이 아팠다.

"I Miss the Mountains"은 꼭 꿈을 꾸는 사람 같았고

댄을 향해 "You don't Know'는 외치며 망상 속 게이브에게로 향하는 그녀는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I Dreamed a world"는 너무 힘겨워 보는 나조차도 다 놓아버리고 싶었고

나탈리와의 'Maybe"장면은 그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아팠다.

"So Aayway"의 가사는 견디기 힘든 진실이지만 너무나 처연해서 뜨거웠다.

 

그리고 이정열 댄!

얼마전에 위암 수술을 했다는데...

예전에 비해 많이 마른 몸피를 보니 가슴에 애잔하다.

(빠른 회복과 건강을 기원하며..._

확실히 나는 남경주 댄보다는 이정열 댄에 감정몰입이 잘된다.

"I'e been"도 "Light in the Dar"도 그가 부르면 너무 간절하고 절실하다.

아내와 가정을 지키고픈 댄의 간절함과 의무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에게도 여전히 살아있는 가브리엘,

아들의 망상을 인정하는 "I Am The One" 장면을 보면서는

조울증 호나자 다이애나보다 사실은 댄이 훨씬 견디기 힘들고 아픈 사람이었다는 걸 이해했다.

"How Could I ever Forget'

이정열 댄을 어찌 잊을까....

울음을 참아내며 조용히 통곡하던 그 목소리를... 

 

한지상 게이브.

망상을 현실로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 배우.

초연때도 놀라웠는데 지금은 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게이브를 한지상 이외의 다른 배우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게이브 = 한지상

내 공식을 아마도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 헨리 이채훈.

그의 성장은 정말 눈부실 정도다.

초연때도 물론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땐 왠지 뭔자 조심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정말로 나탈리의 완벽한 짝, 그 모습이었다.

함께 미쳐주겟다는 헨리의 말...

최고의 사랑 고백이었다.

댄과 중첩되는 장면에서도 초연때와는 다르게 존재감이 팽팽하게 살아있다.

<황태자 루돌프>를 보면서 놀랐었는데 이 작품이 다시 한 번 재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멋지다! 이 녀석.

초연때 한지상에게 느꼈던 미래가 이번엔 헨리 이채훈에게 바통터치하듯 넘어갔다.

(한지상과 이채훈, 두 배우 모두 기꺼이 주목하자!)

 

나탈리 오소연!

나는 이 작품에서 나탈리만이 가장 normal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이제서야 알았다.

다이애나의 말처럼 "숨어 사는 엄마와 딸"일 뿐이었다.

엄마에게 투명인간일 수밖에 없었던 나탈리!

그녀가 느꼈을 그 모든 절망과 아픔이 뒤늦게 가슴을 뻐근하고 묵직하게 누른다. .

어깨를 다독이면서 품 속에 꼭 안아주고 싶었다.

오소연의 나탈리는 나를 헨리가 되고프게 만들었다.

1인 2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 박인배.

플레이DB 동영상에 살짝 실망했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본 그는 역시 배우다.

딕션과 목소리톤, 노래와 감정도 정말 좋았다.

진정한 포커페이스.

나는 지금 그의 1인 2역을 두고 말하는 게 결코 아니다. 

이해할 수 있을까?

 

보고 있기에 참 아프고 힘든 작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망상같은 희망을 갖게 한다.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꿈.

포기 못하겠다고...

놓을 수 없다고,..

기꺼이 같이 미쳐주겠다고...

세상의 모든 다이애나와 나탈리의 곁에

댄과 헨리가 함께 있어주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한다.

 

Light (정말 좋은 ending)

 

불을 켜요.

먼저 불을 밝혀요.

어둠 속에 혼자서 있지 마요, 처량해보여

우리 단 둘이 함께 견뎌.

 

수많은 밤,

아침만을 기다려왔어

모든 게 잘 될 거야

우린 너무 돌아왔어

 

매일매일 괜찮기만 기도해

무뎌지려 해봐도 상처는 낮지 않아

유령에 쫒겨도 가는거야, 가야만 해

그럼 살 길은 또 생겨

행복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 행복해

 

매일 내게 구름과 비 내려줘

아픔은 삶의 일부, 느끼기위한 댓가

사랑은 고통임을 다 알지만

우린 사랑해

 

긴 밤이 끝내 지나고 먼동이 뜨면 알게 돼

얼마나 멀리 어둠 속 헤맸던지

안다고 믿던 세상 저 빛이 새롭게 하니

 

매일매일 길 찾아갈 의지를 줘

알잖아 해뜨기 전 칠흑같은 어둠

긴 밤이 지나면 한 줄기 빛

한 줄기 빛

남편, 아들, 딸, 아내

다들 힘겹게 버터 싸워야 올

한 줄기 빛

한 줄기 빛

어서오라. 한 줄기 빛

 

 



 

 

 

<Next to normal 1>
01. Prelude (서곡)
02. Just Another Day (그저 또 다른 날)
03. Everything Else (모든 게 다 사라져)
04. Who's Crazy/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미친 건 누굴까?/ 내 신경 정신과 의사와 나)
05. Perfect For You (완벽한 짝)
06. I Miss The Mountains (난 산이 그리워)
07. It's Gonna Be Good (좋아질거야)
08. He's Not Here (그 아인 없어)
09. You Don't Know (넌 몰라)
10. I Am The One (바로 나)
11.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슈퍼보이와 투명소녀)
12. I'm Alive (난 살아있어)
13.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명확한 생각을 찾아요/나 떨어져요)
14. I Dreamed A Dance (춤을 췄어, 우린)
15. There's A World (그 곳)
16. I've Been (니 곁을 지켰어)
17. Didn't I See This Movie (전에 본 영화같아) 
18. Light In The Dark (어둠 속의 빛)

<Next to normal 2>
01. Wish I Were Here (넌 어딨니)
02. Song Of Forgetting (망각의 노래)
03. Hey #1 (헤이#1)
04. Seconds And Years (몇 초와 몇 년)
05. Better Than Before (과거보다 행복한 과거)
06. Aftershocks

07. Hey #2 (헤이#2)
08. You Don't Know (넌 몰라)
09. How Could I Ever Forget? (그 날을 어찌 잊어)
10. It's Gonna Be Good (좋아질거야)
11. Why Stay?/A Promis (제발 떠나/약속)
12. I'm Alive reprise (난 살아있어) 
13. The Break (박살난 영혼)
14.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명확한 생각을 찾아요/나 떨어져요)
15. Maybe (next To Normal) (어쩌면)
16. Hey #3/perfect For You (헤이#3/완벽한 짝) 
17. So Anyway (뭐 어쨌든)
18. I Am The One (바로 나)
19. Light (빛)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5. 08:07

<Assasssins>

일시 : 2012.11.20. ~ 2013.02.03.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연출 : 황정민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제작 : 샘 컴퍼니

출연 : 최재림, 강하늘 (리 하비 오스왈드/발라디어)

        박인배 (존 윌크스 부스), 황정민, 박성환 (찰리 귀토)

        남문철, 정상훈 (세뮤엘 비크), 최성원 (주세피 장가라)

        윤석원 (레온 출고츠), 이승근 (존 힝클리)

        이정은 (사라 제인 무어). 김민주 (리네트 스퀴기 프롬)

        이상준, 김현진, 박영주, 유인혁, 김태민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미국 뮤지컬의 거장 스디븐 손드하임.

손드하임의 <Assassins>이 벌써 우리나라에 세 번째 공연된다.

 

2005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초연,

(그때 캐스팅 정말 어마무지했었지!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최재웅, 박호산, 최민철 ...)

2009년 신촌의 소극장 The stage에 이어 2012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초연부터 챙겨서 봤던 그 <어쌔신>이,

그것도 대선이라는 기막힌 시기와 딱 떨어지는 이때 다시 세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괜히 혼자 무지 의미심장해하면서 흐뭇해하고 있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껏 본 <어쌔신> 중에서 제일 좋았다.

이 멋진 블랙코미디를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의도는 충분히 파악될 수 있게 잘 다듬었었다.

가사와 대사들도 정리가 훨씬 더 잘 됐고

이야기 구성과 장면도 적절하고 이질감없게 수정이 잘 됐다.

초연과 재연때보다는 훨씬 이야기 이해하기가 쉬웠고

에니메이션 활용과 무대, 조명도 훨씬 좋아졌다.

이 작품, 딱 이 정도 무대 규모에서 올리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이 모든 변화가 어디서 온걸까?

황정민 연출의 힘이었을까?

개인적으로 황정민이 연출로서 이 작품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황정민의 첫번째 밥상,

제대로 잘 차린 것 같다.

 

 “그동안 배우로서 진수성찬을 많이 얻어먹었는데 연출가로서 밥상을 차리려니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배우와 팀의 힘을 믿고 함께 만들었다. 연극으로 처음 배우를 시작할 당시 공동작업 하던 때가 생각나 행복했다. 상을 많이 받으면서 스스로 변했음을 느꼈다. (연출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고 싶다”

 

존 윌크스 부스 박인배, 세뮤얼 버크 남문철, 사라 제인 무어 이정은, 찰리 귀토 황정민.

네 배우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나머지 배우들도 쥬세피 장가라 최성원과 리네트 스쿼키 프롬 김민주  제외하고는 다 좋았다.

최성원의 장가라는 좀 느끼했고

(근데 어느틈에 최성원이 이렇게 아저씨가 됐지?)

김민주는 연기는 좋았는데 노래가 많이 불안했다.

특히 존 헝클리와의 듀엣은 참 용감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안했다.

 

존 윌크스 박인배는 역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박인배의 또 다른 모습을 목격하자는 의미였다).

일단 목소리 정말 너무 좋았고 연기도 훌륭했다.

다만 숨소리는 좀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오스왈드 최재림과의 후반부 장면은 거의 두 사람의 숨소리가 80%를 차지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의 박빙의 숨소리 대결때문에 솔직히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최후 승자는 최재림이라고 생각한다. ^^)

최재림은 긴장을 많이 했는지 약간 어색했고

특히 발라디어 때는 좀금 과하다 싶을만큼 가볍다.

오스왈드는 최재웅, 장가라는 박호산(그때는 박정환)이 그래도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세뮤얼 버크 남문철!

오만석, 한지상이 세뮤얼 버크를 연기할 때는 과대망상 환자처럼 느껴졌는데

남문철은 슬픔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와! 정말 간절하고 절절하더라.

그러면서도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웃음코드도 적절히 활용하고...

정말 부라보였고 너무나 멋졌다.

이정은의 제인 무어도 홍은희, 최혁주보다 훨씬 좋았다.

맛깔스러웠고 정말 막무가내 아줌마 같았다.

조증 환자같았던 황정민 찰리귀토 너무 좋았고...

황정민이 불굴의 마라토너, 제럴드 포드로 나왔을 때는 객석이 제대로 빵 터졌다

 

멀티맨처럼 주연배우들을 계속 활용하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조명과 무대 연출도 좋았다.

의상도 대체적으로 좋았는데 호두까기 인형같던 발라디어 의상은 좀...

그래도 전체적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초연, 재연보다 훨~~~씬!

 

이 작품,

임기 얼마 안남으신 그분께서

꼭 챙겨보셨으면 정말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24. 08:1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창용, 이훈진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박인배 (닥터 까라스코), 이영기 (신부) 외

 

돈키호테가 극 중에서 부르는 "impossible dream"은

정말 dream을 꿈꾸게 하는 넘버다.

<라만차>란 이름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이 노래가 줘던 감동과 가슴 먹먹함이라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될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김성기, 류정한, 조승우, 정성화에 이어

2012년 서범석, 황정민, 홍광호까지 참 많은 배우들이 이 강렬하고 몽상가적인 돈키호테를 연기했다.

분명 <지킬 앤 하이드> 만큼이나 매력적이고 탐이 나는 배역임에는 틀림없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돈키호테의 타이틀까지 거머 쥔 배우 홍광호!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언제쯤에 쉬겠다는 결심을 할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닥터 지바고>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까지

쉼 없이 이어진 배우 홍광호의 여정이 관객 입장에서도 참 숨가쁘다.

최연소의 타이틀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 제발 조금 쉬었으면 좋겠다.

완숙하고 노련한 배우로 성장하기 전에 지쳐서 너무 노숙한 배우가 될까봐 걱정된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에 불과한데...)

 

홍광호의 세르반테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어린 홍광호가 표현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고 어설프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얼굴과 겉모습은 어떻게 분장과 카메라 기술, 연기로 그럴듯한 나이로 보이게 만든다해도

목소리에 담긴 젊은이의 음성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박해일의 적요.

영화를 보면서 답답하고 막막했던 심정이 홍광호의 돈키호테를 보면서 또 다시 찾아왔다.

아! 이 역할은 연기력과 성량으로만 할 수 있는 배역은 아니구나 절감했다.

서범석과 황정민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홍광호는 특히 대사할 때 나이들어 보이게 하려고 너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어차피 돈키호테도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에 불과할 뿐인데...

그러다 보니 넘버가 두동강이 나버리고 만다.

처음 도입부는 노인의 음성으로, 그러다 클라이막스나 후반부에서는 홍광호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 좀 혼란스러웠다.

그냥 처음부터 세르반테스로 불렀다면

아마도 그의 장점이라는 "미친 가창력"을 속시원하게 만끽할 수도 있었을텐데...

정확하게 두 동강 나는 "impossible dream"을 들으면서

소리의 빈틈이 공간의 여백까지 막막하게 만들어서 참 안따까웠다.

물론 홍광호에게도 돈키호테 캐릭터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역할이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가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한 10년 후에 이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모습까지도 보여 본의 아니게 코믹요소까지 더해진다.

턱을 쭉 빼고 "운명이 이끄는데로~~~~", "주여~~!"를 연발할 때마다 나는 사실 많이 난감했다.

"ㅏ"를 "ㅓ"나 "ㅡ"로 발음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홍광호는 아마도 돈키호테라는 인물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고민한 모양이다.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돈키호테가 아닌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 말이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는 CCM 풍으로 부르지 않아서 그 점은 개인적으로 좋았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출판했을 때 나이가 58세였다.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작품의 무게는

개인적으로 코믹이 아니라 풍자, 위트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는 조금 안타깝다.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던 영주님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그렇고 너무 과하게 코믹하다.

(특히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는 코믹의 정도가 더 쎄다)

그래서 닥터 카라스코와 노새끌이 사내들이 진중하고 심지어 비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쓰면서도 나 역시 참 난감히다...) 

아마도 이번 관람이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의 마지막 관람이 되겠지만

(50% 파격 할인이 아니라면 다시 찾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박인배 조정은, 두 배우의 새로운 발견은 꽤 알찼고 괜찮았다.

조정은의 다음 작품 <레미제라블> 판틴도 참 궁금해졌고

그리고 박인배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이창용 산초도 의외로 귀엽고 괜찮았다.

산초의 터줏대감이라고 할만한 이훈진과는 확실히 다른 표현이었고

(개인적으론 참 지적이고 똑똑한 산초라고 생각했다)

특히 액팅과 표정이 참 좋았다.

 

그나저나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은 참 의외다.

(정성화 - 장발장, 문종원 - 자베르, 조정은 - 판틴, 이주스 - 고제트, 김우형 - 앙졸라 ...)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주연부터 앙상블까지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전원이 직접 한국에 내한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된다.

그런데 참...

배우들이 너무 젊다.

그래서 솔직히 걱정된다.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달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멍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6. 08:2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훈진, 이창용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닥터 까라스코 (박인배), 이영기 (신부) 외

 

뮤지컬 <Man of La Mancha>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소위 제대로 꽃히고 말았었다.

그때 김성기와 류정한이 세르반테스를 했었고 나중엔 인터미션이 생기긴 했지만

초반에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터미션 없이 그냥 진행했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뮤지컬 넘버가 주는 감동은 엄청난 충격에 가까웠었다.

원래는 작년 OD 공연작이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 밀려(?) 올 해로 드디어 공연에 올랐다.

impossible한 노인네가 돌아오니

절로 dream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캐스팅이 공개되고 난 후 쾌재를 불렀던 건 드디어 서범석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서범석 스스로도 꿈의 배역으로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제작발표회때 그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살짝 감격했단다.

이해가 됐다.

그 작품은, 이 배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니까.

알돈자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다 오랫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혜경이,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산초는 이훈진과 이창용.

(오~~호! 이창용도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럽고 가녀린 역을 주로 했던 조정은이 산전수전 다 겪은 알돈자를 한다?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범석, 조정은, 이훈진.

일찌감치 중앙열 제일 앞자리를 잡아놓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다.

(샤롯데를 찾아가는데 심지어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서범석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이 역이 배우 서범석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랐던 그 배역임에 분명한가보다.

매 장면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감동과 감격이 살짝 넘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쩡쩡한 다리와 황망한 눈동자 설정은 코믹하면서도 인물에 적절하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았고.

배우 자신이 갖는 감동과 감격이 연기에 자주 투영되는 것 같았고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도 순간순간 보인다.

그래도 9월겨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나를 제일 많이 놀랍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알돈자의 조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구석에 조정은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까지 전체적인 태(態)가 곱고 사랑스러운 조정은이었는데...

그녀의 알돈자는 거침없었다.

그때까지 알돈자 역은 역시 김선영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틀을 조정은이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조정은 작품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은이 아니라 알돈자 그 자체였다.

확실히 조정은은 배우다!

(이제 점점 경지에 오르려는 모양이다. 그녀, 정말 멋지다!)

노새끌이들과의 험난한(?) 폭행장면도 너무 실감났고

폭행을 당한 후 돈키호테에게 쏟아붓는 장면도 너무 절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멍한 느낌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여우같은 조정은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산초 이훈진은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산초였고,

(그래도 가끔은 해오름극장 초연때의 맛깔스런 김재만 산초가 그립다.)

닥터 카라스코는 내내 이세창에 익숙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인배의 표현도 너무 좋았다.

좀 더 이지적이고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특히 목소리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박인배는 배우말고 아나운서를 했어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연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정도로 딕션이 정확했다.

"난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으니까..."

서영주의 깨방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도지사와 여관주인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돼서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

도지사는 전작 <닥터 지바고>의 코마로브스키 느낌 그대로였고

여관주인은 대사에 코믹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성기 정도의 표현이 딱 좋았던 것 같다)

아, 참!

4분 가량의 프롤로그 인트로가 끝난후 바로 이어지는 구음은 참 좋았다.

(난 정말이지 맨 오브 라만차의 인트로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불친절한 여관 안주인으로 나오는 배우 오은미인데

소름끼치는 울림이었다.

 

맨 앞 줄에서 관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가 전체적으로 높아서 깊이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선지 좀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편해졌다.

여관 입구도 중앙이 아닌 살짝 왼편을 바라보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객석 왼편에 앉는 게 아무래도 덜 답답할 것 같다.

이상한 건,

처음에 세르반테스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으로 나가는 장면이 좀 밍밍해졌다.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대 셋트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 아쉽다.

(나 혼자만 터무니없이 그렇게 느꼈을수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살짝 낯선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거 참 괜찮은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 참.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