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 23. 08:47

 

<로미오와 줄리엣>

 

일시 : 2016.12.09. ~ 2017.01.15.

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원작 : 세익스피어

연출 : 양정웅

출연 : 박정민(로미오), 문근영(줄리엣), 손병호(로렌스 신부), 양승리(티볼트), 김찬호(페리스), 김성철(벤볼리오)

        서이숙, 배해선 (유모) / 김호영, 이현균 (머큐쇼)

제작 : 극립극장 달오름극장, SEM Company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2017년 내 첫 관람작이 됐다.

이 작품을 보겠다 작정한 이유는,

첫번째가 양정웅 연출에 대한 믿음이었고

두번째는 영화 <동주>에서 너무 인상깊게 본 배우 박정민 때문이었다.

문근영은 예전에 <클로저>라는 연극을 봤었는데 나쁘지 않았었고

박정민, 문근영 두 동갑내기의 연인 연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가 무색할 정도의 민망한 작품이었다.

문근영의 줄리엣의 딕션은 불안하고 어색했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은 한결같았으며

손발을 부들부들 떠는 연기는 보는 내가 다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박정민 역시 너무나 가벼워서 고뇌에 빠진 로이오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고

몸 안에 바람이 가득 담긴 풍선처럼 시종일관 붕 떠있었다.

게다가 김호영이 이렇게까지 딕션이 형편없었나...

혹시 설정인가 싶어서 계속 주의깊게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설정은 아닌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페리스 김찬호의 활용도 너무 아쉬웠고

이럴바에야 김찬호가 페리스가 아닌 로미오를 했다면 훨씬 좋았겠다 싶었다.

"정형시 형식의 소네트로 구성된 세익스피어 작품 특유의 화려한 수사와 언어유희를 최대한 활용하여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작픔을 이끌어낼 전망" 이라고 사전 인터뷰 내용을 봤었는데...

안타깝게도 전망도, 노력도, 결과도 그에 미치진 못했다.

 

카메라와 무대 연기가 얼마나 다른지 절감했고

그 간극을 좁히기에는 문근영, 박정민의 노력이 미약했다.

배우 스스로는 갑정에 몰입하긴 했으나

그걸 관객이 공유하게 만들어내진 못했다.

아.. 문근영, 박정민이 연기를 하는구나... 정도. 

극 자체도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웠고

무대도 의상도 균형감이 없었다.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은건 아이러니하게도 로미오도, 줄리엣도 아닌 유모 배해선이었다.

배해선이 유모에 어울리긴 할까 의심했는데 의심이 미안할 정도였다. 

나중에는 배해선을 주인공으로 한 <유모외전>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세상에나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그래도 로미오와 줄리엤인데

유모를 주인공화 하다니...

세기의 연인에게 이런 웃지못할 비극을 선사하게 될 줄이야...

참 여러모로 면목이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2. 22. 08:31

일요일 아침 7시 30분에 영화 <동주>를 봤다.

지금까지 나온 이준익 감독의 작품은 거의 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그 중에서 <동주>가 가장 좋았다.

흑백은 확실히 신의 한 수였고

흑백 특유의 느낌이 암울한 시대와 맞아떨어지면서 뭔가 고요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더다.

게다가 흑백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영상미가 느껴졌고

중간중간 나오는 음악도 너무나 좋았다.

강하늘이 부른 엔딩곡 "자화상"도 너무 좋아서

오랫만에 엔딩크레딧이 끝날때까지 자리에 앉아있었다.

사실 영화 제목이 "동주"긴 한데 개인적으론 "몽규"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연기도 강하늘보다는 박정민이 좋았고

특히 마지막 취조 장면에서 동주와 몽규를 교차시킨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게 한스러워서 서명을 하겠다는 몽규와

그렇게 하지 못한게 부끄러워서 서명을 못하겠다는 동주,

두 사람의 마음이 다 아프고 절절했다.

 

 

감히 말하건데 좋은 영화다.

상영관과 상영횟수가 적은게 한스러울만큼...

(일요일도 조조 7:30분과 저녁 늦은 시간 2번 뿐이었다.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에 대해

나같은 이가 감히 뭐라 말 할 수조차 없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시대를 처절하고 아프게 살아냈던 그분들의 삶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한 장면 한 장면 진심을 다해 연기한 배우들의 조심스러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됐다.

지금을 사는 내가...

참 많이 초라하고 송구했다.

나라는 인간은,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나라를 생각하고, 기억했던 적이 있나...

대답할 말이... 없다.

 

 

아우의 인상화

 

붉은 이마에 싸늘한 달이 서리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발걸음을 멈추어

살그머니앳된 손을 잡으로

"늬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아우의 설은 진정코 설은 대답이다.

 

슬며시 잡았던 손을 놓고

아우의얼굴을다시 들여다 본다.

 

싸늘한 달이 붉은 이마에 젖어

아우의 얼굴은 슬픈 그림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