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2. 27. 08:07

<Trace U>

일시 : 201.02.05. ~ 2013.04.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김대현 (이우빈) 

        이율, 윤소호, 손승원 (구본하)

 

작년 말 3주라는 긴 기간 동안 프리뷰 공연을 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그 프리뷰 공연을 정말 무시무시하게 성공리에 마친 뮤지컬 <Trace U>

이 멋지고 괴물같은 2인극이 본공연으로 돌아왔다.

스탠딩의 압박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작품 <Trace U>

본경연을 앞두고 김달중 연출이 그랬다.

"프리뷰 공연때보다 더 친절해졌다고"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관람하니 이해됐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프리뷰의 불친절한 전개가 훨씬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더 싸이코틱해서...

캐스팅 선택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다.

최재웅 이우빈과 윤소호 구본하!

띠동갑인 이 두 배우의 호흡은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을만큼 환상적이다.

프레스콜에서 윤소호가 그랬단다.

"최재웅 연기학원에 다니는 것 같았다고...."

확실히 윤소호 구본하는 프리뷰때보다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 대담해지고 명확해졌다.

그리고 넘버 소화력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최재웅 이우빈!

심리극의 대가답게 장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터치하면서 드러나지 않게 주도해간다.

매번 감탄을 거듭하게 되지만 딕션은 정말 소름까칠만큼 좋다.

최재웅이 연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대사톤이나 감정표현, 표정, 성량의 조절과 액팅 타이밍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걸 열심히 쫒아가다보면 어느틈에 "황홀"에 빠진다.

2인 심리극에서 최재웅만큼 명확하고 섬세한 느낌을 주는 배우는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누가 뭐래도 최재웅이 단연코 top이다!

 

해리성 인격 장애를 가진 이우빈과 구본하.

프리뷰때부터 누가 주인격인지 고민이 되긴 했는데

주인격이 구본하고 부인격이 이우빈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본공연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혼자 이 엄청난 반전에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극중 이우빈의 대사처럼 불feel요한 feel에 혼자 빠져있었던거다.)

김달중 연출의 "더 친절해졌다"는 표현이 이걸 뜻하는 거였나보다.

그런데 구본하가 주인격이라고 생각하는 관객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이해를 돕기 위해 더 친절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혼란과 혼동을 주는 게 훨씬 <Trace U> 스러우니까!

무대나 영상은 개인적으로 필링때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가령 시작부분은 사족같은 느낌이 들었고

무대위 두 배우를 되비추던 영상도 색감이 너무 화려해졌다.

반면에 우빈의 회상장면에서 빈객석에 홀로 앉아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 건 이번 공연이 더 좋았다.

그리고 밴드가 전면으로 나와준 것도 훨씬 좋았다.

구본하의 의상은 프리뷰 공연때보다 좋아졌다.

공연장 앞에 프리뷰 의상이 전시돼 있기도하지만

구본하의 의상은 너무 화려해서 살짝 밤무대 트롯가수스러웠다.

이우빈 의상은 프리뷰때가 조금 더 좋았던 것 같고...

 

<Trace U>의 넘버들!

이 징글징글하게 멋진 넘버들을 진정 어찌할까!

데스크에 OST 제작 계획을 물었더니 없단다.

(너무 명랑하게 "아직 없다"고 말해서 진짜 참담했다.)

특히 최재웅 이우빈의 넘버들은 압권이다.

곡마다 느낌이 전부 다르고,

그 변화되는 느낌을 따라가면 극의 흐름이 명확히 파악된다.

주인격이 이우빈이라는 것도..

이우빈의 미세한 표정과 그에게 향하는 조명의 명암을 유심히 보는 것도 극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꽤 도움이 된다.

어느 소년 이야기 -> 태양에 눈이 멀어서 ->그 여잔 널 버렸어 -> Trace U reprise

특히 이 네 곡은 이우빈의 표정과 눈빛을 놓치지 말고 봐야만 한다.

그리고 최재웅 이우빈이 표정과 얼굴빛을 싹 바꾸고 구본하를 향해

"나는 너야. 내가 너야, 바로 너!~~"라고 찌르듯 노래하는 장면,

정말 섬득함이 느껴질 정도다.

우빈이 약이름을 되뇌이며 하나씩 세차게 내던지는 모습는

정신착란적인 불안감과 떨림이 그대로 전달된다.

우빈이란 인물을 최재웅이 안 했다면?

글쎄... 아마도 나는 지금같은 강력함을 느끼지 못했을거다.

그만큼 최재웅의 존재감은 이 작품에선 가히 절대적이다!

처음 등장부터 마지막 커튼콜의 깨알같은 재미까지...

커튼콜에서는 까마득한 후배 윤소호를 향해 아빠미소를 지으며 얼마나 흐뭇해하던지.

(윤소호처럼 발전이 눈에 보이는 후배를 앞에 두면 선배로써 기쁘고 뿌듯하긴 하겠다.)

두 배우의 커튼콜 호흡은 본공연과는 또 다른 모습과 느낌으로 환상적이다.

신선하고 재미있고, 에너지 넘친다.

 

이 작품,

확실히 사람을 "또라이"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함이 있다.

그것도 아주 과감히, 그리고 확실하게!

10여분 동안 이어지는 커튼콜 스탠딩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말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작품이다.

특히 최재웅 이우빈 때문에 더욱 더!

다음 시즌에도 최고령(?) 최재웅 우빈을 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 한번쯤은 더 봐야 할 것도 같고.

물론 구본하는 윤소호!

최재웅과 윤소호 페어!

이 둘은 정말 최고라는 표현이 턱없이 부족할만큼 최고다!

이 작품도, 이 두 사람의 호흡도 정말 할 말을 잃게 한다.

정말 최고다!

 

* 나, 이 작품 정말이지 너무너무 사랑한다!

  진정으로 사람을 crazy하게 만드는 본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3. 08:03

<Trace U>

일시 : 2.12.11.03. ~ 2012.11.25.

장소 : 대학로 컬쳐스페이스 엔유

대본, 가사 : 윤혜선

작곡 : 박정아

연출 : 김달중

음악감독 : 신경미

출연 : 최재웅, 이창용 (이우빈) / 이율, 윤소호 (구본하)

 

창작 뮤지컬 <Trace U>

이 녀석 정말 멋지고 대단하다.

그야말로 작은 거인이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가!

이렇게 폐부를 찌르고 심장을 강한 비트로 뒤흔드게 하는 작품을 만난 게!

사실은 좀 망설였었다.

락뮤지컬을 본다는 게 이제는 점점 버거워져서.(아! 스탠딩의 압박이라니~~)

그런데 이 작품은. 정말 정말 잘 컸음 좋겠다.

그래준다면 난 기꺼이 초로의 모습으로도 기꺼이 스탠딩의 압박을 감당하겠다.

 

작품을 보고 제일 먼저 한 일은,

"trace"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송두리째 찾아본거였다.

* Trace   -    1. (동물이 남긴 잇단) 발자국

                  2. (남겨진) 자취, 흔적, 형적

                  3. (경험, 경우 따위의) 영향, 결과, 지색, 증표

                  4. 아주 조금, 미량, 소량, 미미한 조짐, 기미

                  5. 선, 도형

                  6. (지진계, 카이모그래프 따위) 자동 기록 장치가 그리는 선

                  7. (기억의) 흔적

제목 참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

홍대 락클럽 "드바이"의 구본하(윤소호)와 이우빈(최재웅).

둘은 서로의 흔적이고, 서로의 자취고, 서로의 결과이고, 서로의 조짐이고, 서로의 발자국이다.

그리고 서로를 연결하는 선이다.

둘이면서 하나인 존재,

이런 관계는 너무 강력하고 위험해서 서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엄청난 트라우마!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알고있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자신의 고통스런 경험(trauma)을 잊기 위해 둘 또는 그 이상의 누군가를 만들어내

그 고통을 피하고 숨는 극단적인 정신의 이분화 도피방법.

그들은 완전히 다른 인격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

심지어는 목소리조차도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끊임없이 서로를 부정하며 충돌한다.

비록 평화로운 순간에조차도...

(나는 너야! 내가 너야! 바로 너!)

 

그저 신나고 즐거운 락뮤지컬일거라고 생각했다.

공개된 짧은 시놉시스상으로는 조금 뻔한 스토리겠구나 속단도 했다.

물론 이 작품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탁월하게 크리에이티브하다는 뜻은 아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도 든다.

그건 아마도 <Thrill me>, <Stoy of the my life>, <Hedwig>, <Next to normal>의 영향이리라.

(작품을 만든 사람도 이 작품들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너무나 엄청난 뮤지컬 넘버와

모든 걸 그야말로 쏟아붓고 들이붓는 배우들의 투혼때문이기도 하다.

두 배우는 가히 전투적인인 열정을 보여준다.

치열하고 무차별적이었으며,

엄청나게 파괴적이었다.

배우 최재웅은 이런 류의 자기파괴적이고 사이코틱하고 편집증적인 작품에서는

가히 독보적이고 탁월한 존재감인 것 같다.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윤소호와 함께 끝까지 너무나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21살과 동급의 패기였고, 열정이었고, 끈질김이었고, 화려함이었다.

중반 이후부터 수시로 변하는 그의 눈빛을 대면하는 건 일종의 공포였다.

모든 게 일종의 예고된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의 넘버 "Trace U"는

처음은 구본하가, 마지막은 이우빈이 부르는데 가사가 조금 다르다.

내용을 이해하고 들으니 이 노래가, 이런 구성이 문득 섬득하게 다가왔다.

뮤지컬 넘버들의 연결도 상당의 의미심장하고

노래가 시작되고 끝날때마다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두 사람의 실체가 드러나는 모습도 상당히 감각적이고 흥미롭다.

모든 게 사라져도 난 너를 포기못해!

난 너를 찾을거야!

time to trace you!

 

 

어지러운 세상, 깊은 곳에 갇혀있는 나를 꺼내줘!

여기 내가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자유!

띠동갑 최재웅과 윤소호 페어는

최재웅 이우빈의 완벽한 지배와 윤소호 구본하의 혼란, 분열이 부각된다.

뭐랄까, 종의 숨겨진 힘의 주종관계가 서서히 드러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동갑내기 이창용, 이율 페어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좀 더 강하고, 좀 더 대립적이고 좀 더 불꽃 튀게 팽팽하지 않을까?

두 페어의 <trace U>도 기대된다.

(그러니 아마도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게 되지 않을까?)

 

* 11월 3일부터 25일까지 26회차 공연 전체를 프리뷰로 정한 이 작품은

   내년 2월 정규공연을 앞두고 있다.

   감각적인 무대와 조명, 카메라를 이용한 실시간 영상도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이 느낌이 본공연때도 그대로 갔으면 참 좋겠다.

   무대 규모도 컬처스페이스 엔유 정도면 적절할 것 같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배우들이 본공연도 그대로 출연해야만 한다.

   (아마도 그럴테지만... 그래도 '설마'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음반도 나오면 정말 좋겠고. ^^

   노래! 완전 대박이다!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Tradce U> 

   단언컨데, 중독성 마니아들 꽤 많이 양산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