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2. 12. 08:31

 

<홀연했던 사나이>

 

일시 : 2018.02.06. ~ 2018.04.15.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작,작사 : 오세혁

작곡, 음악감독 : 다미로 

연출 : 김태형

출연 : 정민, 박민성, 오종혁 (남자) / 유승현, 박정원, 강영석 (승돌) / 임진아, 임강희 (홍미희)

        박정표, 윤석원 (황태일) / 백은혜, 하현지 (김꽃님) / 장민수, 김현진 (고만태)

제작 : (주)두번째 생각

 

헐~~~~

정말 오랫만에 할 말 없게 하는 공연을 만났다.

초연이라 검증이 안 된 상태였지만

그래도 김태형 연출과 출연배우들을 믿고 관람했는데...

이건 재앙 수준이다.

맨 앞 줄에서 관람했는데 까무룩 까무룩 김기는 눈 때문에 참 힘겨웠다.

2012년에 연극으로 올라왔을 때도 이렇게까지 지루하고 재미없었을까 싶더라.

스토리도 재미없고,

캐릭터도 특색 없고,

귀를 사로잡는 넘버도 없고.

그렇다고 <난쟁이들>처럼 탁월하게 병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대나 소품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배우들은 어쩌자고 그렇게들 열심히 하는지...

보는 내내 저 좋은 배우들이 아깝다는 생각.

공연 시작 전 박정표의 안내 멘트가 무색할 정도다.

마음껏 웃으라고 했는데...

웃음을 참으면 지붕이 열리고 몸이 튕겨져 나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이 멘트가 작품 전체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까.

(대략 난감 ㅠ.ㅠ)

아무래도 홀연한 사나이는 이대로 홀연히 사라지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5. 08:33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나는 강태을의 차정학을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강태을은 무슨 작품이 됐든 캐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내겐 피해 가야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돈주앙>, <어쌔신>, <렌트>에서 연타로 실망을 해서 그런지

좀처럼 믿고 볼 수 없는 그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인터파크 씨크릿 티켓 담첨 날짜의 차정학이 강태을이라는 걸 알았을땐 맨붕모드였다.

솔직히 그냥 날려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강태을과 최재웅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1년 내내 <그날들>만 했으면 좋겠다"

강태을의 말이 마음을 당겼다.

그래서 관람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안 봤다면? 아마도 관람을 안 했을거다!)

만약 이 작품에서까지 강태을에게 실망하게 된다면?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결단코 보지 않겠노라 비장한 작정까지 했다.

 

그렇게 만난 강태을의 차정학은!

지금껏 내가 본 강태을 작품 중 단연코 최고였다.

1년 내내 이 작품만 하고 싶다는 강태을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고 뜻밖의 반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강태을을 배우로 보기로 작정했다.

그날 무대 위에는 강태을이 아닌 경호부장 차정학이 서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과거의 정학도, 현재의 정학도 너무나 정확히, 그리고 명료히 잘 표현했다.

천진하면서도 순수한 과거의 정학,

20년 전 "그날"의 일들로 냉철한 원칙주의자로 변한 현재의 정학.

강태을은 목소리와 얼굴 표정, 액팅까지 완전히 다르게 표현했다.

마치 둘이면서 동시에 한 명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다르면서도 일관된 모습.

강태을은 차정학이라는 인물이 갖는 이 모든 혼란과 미묘한 차이를 아주 멋지게 자기 것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보여지는 비쥬얼도 완벽한 경호원의 그것이었다.

배우 강태을은,

이 작품과 깊은 사랑에 빠졌나보다!

무대 위 강태을의 표정 속에 이 모든 진실이 전부 담겨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목격했다.

배우로서 그는 진심으로 멋졌다.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

그가 부르는 "그날들"과 "이등병의 편지", "꽃"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았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이등병의 편지"가 좀 생뚱맞는 선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이 곡이 왜 들어갔는지 이해됐다.

1막 도입부도 느낌이 너무 좋았고!

 

4월 6일 첫날 저녁 공연을 보면서는 어딘지 정돈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중반 이후를 넘어서니 확실히 작품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수발같은 무대는 여전히 가벼워보이긴 하지만 무대 영상은 보완이 된 것 같다.

최재웅의 박무영은 역시나 좋았고

방진이는 목소리에 피로감이 묻어난다.

다행히 이런 피로감이 어떤 장면에서는 프러스 효과를 발휘했다.

운영관은 예상한대로 서현철이 이정열보다 훨씬 좋았지만

이정열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꽤 뭉클했다.

과거와 현재를 둘 다 깊게 생각케 만드는 노래였고 음색이었다.

그리고 2막 마지막 곡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도

이정열이 더 웅장하게 감동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경호원들의 군무에서 힘이 안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꽤 잘 만들어진 절도있는 군무였다.

확실히 2층은 1층보다 무대와 조명, 배우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기가 훨씬 더 좋다.

 

고김광석의 노래로 대형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늙깍이로 한창 "김광석앓이"를 하고 있던 나는 정말 많이 궁금해하고 기대했더랬다.

그런데 첫날 공연을 보고는 사실 조금 실망했었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재관람하길 정말 잘했다.

예정에 전혀 없던 강태을 차정학을 만난 건 더 다행이다.

커튼콜에서 본 강태을의 표정은 정말이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깊고 깊은 사랑에 한창 빠져있는 사람의 표정.

그의 모습이 그랬다.

너무나 흠뻑 빠져 있어서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

배우 강태을은 참 좋겠다!

이렇게 마음을 아낌없이 온통 다 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나도 참 다행이다.

이제부터 그의 다음 작품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게 돼서!

아무래도 뮤지컬 <그날들>이

나와 그에게 잊지못할 "그날"이 된 모양이다.

참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2. 06:06

<모범생들>

일시 : 2012.02.03. ~2012.04.29.
장소 : 아트원 씨어터 3관
출연 : 이호영, 정문성, 김종구, 박정표, 김대종, 황지노,
        김대현, 홍우진
대본 : 지이선
연출 : 김태형

2007년 초연된 이래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워낙 탄탄하기로 입소문이 난 작품인데 이번에 새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단다.
그전에 공연된 걸 못봐서 어떻게 변화가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공연되는 모습은 참 괜찮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힘과 조화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조명과 무대, 배우들의 의상과 음향, 음악도 눈에 띈다.
비틀즈의 Let it be, 영화 대부의 주제곡, 사랑의 찬가 등...
아마도 학벌 제일주의인 대한민국이기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교육열의 개념이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게 자리잡은 것 같다.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은 단 하나!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잘 산다는 건 또 뭘까?
돈이 많아(그냥 많아서는 절대 안되고) 노블리스한 상위 3% 안에 들어가는 게 잘사는 거다.
멋지다.
그들만의 세상!
연극은.
그런 현실을 그대로 까발리고 있다.



명준 정문성, 수환 박정표, 민영 홍우진, 종태 황지노.
네 명의 배우들의 열연은 진심으로 싸나이답게 멋졌다.
흡사 뮤지컬 <빨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캐스팅이라 좀 걱정스러웠지만
(그나저나 <빨래>도 한 번 봐야하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선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지닌 정문성의 연기에 감탄했다.
밉지 않게 깐죽거리는 수환 박정표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그리고 무옷보다 대사들이 좋다.
너무 잘 썼다.
내가 남자는 아니지만
내 학창시절과 비슷한 광경이 펼쳐져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학력고사라... ^^
참 오래된 이야기다.

 


배우들의 감정과 딕션, 표정 전부 좋다.
뮤지컬을 많이 한 배우들이라 그런지 퍼포먼스 동작들도 자연스럽고 강약표현도 잘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과장된 연기가 나올법도 한데
경계선을 잘 지키면서 무리없이 네 배우가 잘 끌고 간다.
젊은 배우들인데 참 용키도 하다.
(진심으로 이들의 건투를 빈다!)

사실 연극을 보면서는 좀 무서웠다.
민망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노골적이어서...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명준의 대사.
그렇구나.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그런거구나.
모든 죄를 종태에게 덮어씌우고 명준과 수환의 선량한 눈빛과 모범적인 대사가 등골을 후려친다.
"아시쟎아요!
 저희 모범생들인 거!"
모범적인 사람들이 모범적으로 만든 모범적인 나라에 소리없이 작은 칼날이 꽃힌다.
모든 모범은 성실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만의 방식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