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6. 23. 06:32
새벽에 일어나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봤는데.
어쨌든 정말 다행이다.
나이지리아에 2 : 2 무승부.
그러나 골득실로 우리가 B조 2위가 되면서
1위인 아르헨티나와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가 0:0 상황일테는 얼마나 가슴 졸였던지...)
첫 원정 16강이라 방송도 들썩인다.



물론 남다른 각오로 임했겠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이 초반부터 공에 대한 집착력이 강해 보였다.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움직임도 확실히 빠르다.
축구의 문외한인 내 눈에도 그 속도가 놀랍더라
패스 연결은 우리나라 보다도 훨씬 좋아 보이기도 했다.
너무 일찍 첫 골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왠지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의 첫 골은 그리스전과 똑같은 상황이 만들어낸 세트 플레이
영리한 이영표가 만들어낸 파울.
기성룡이 올린 코너킥이 이정수의 발에 맞고 들어갔다.
마치 그리스전이 리와인드 되는 느낌...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머리가 아니라 발이라는 점)




수비수 이정수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로써 벌써 2번째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한 골 더! 한 골 더!)
홍명보 선수 이후 최고의 "골 넣는 수비수"란 찬사까지 받고 있다.
16강 경기에서도 세트 플레이에 의한 이런 멋진 장면이 자주 연출되면 좋겠다.
이번 월드컵에서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박주영.
후반전에 멋진 골을 드디어...드디어... 선사했다.
(이 골은 정말 너무 너무 멋지고 정확하고 환상적이었다)




함께 뛴 선수들이 모두 축하해주는 모습이 왜지 뭉클하다.
박주영에게 이 경기가 얼마나 절실한 경기였을지...
골을 넣은 이후에도 박주영은 교체되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여러 차례 슈팅을 만들어냈고
꽤 위력적이고 아까운 슈팅도 두어 번 나왔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마음 고생 심했을 또 한 사람.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김남일.
골문 바로 앞에서 상대 선수에게 가한 파울이 PK 상황을 만들었다.
고의적인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이 2:1로 이기는 상황에서 골문 바로 앞에서의 PK라니...
박주영의 자책골보다도 이번 월드컵 통틀어 가장 불운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푹 숙인 고개와 꽉 다문 입술이 모든 걸 대변해주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PK 후 김남일을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어떻게든 만회를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슈팅까지 하면서...
다행히 우리가 16강에 진출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온갖 비난의 화살이 김남일에게 꽃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축을 하거나 수비를 잘 못해서 골을 먹게 되면 나는 그 뒤에 꽃힐 화살과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악플들이 미리부터 걱정스럽고 두려워진다... 그렇게 잘하면 늬가 나가던가...)


2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정성룡 GK의 선방이 여러 차례 보였다.
그리고 우리팀에 행운이었던 상대팀 슈팅도 몇 차례 있었고...
아쨌든 우리나라에서 이번 월드컵으로 정성룡이라는 젊은 GK를 발견해 다행이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달리던 박지성과
재치있게 여러 번 파울을 유도해서 우리팀에게 좋은 코너킥 기회를 마련해줬던
노련한 이영표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역시나 선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은 늘 아름답다.
박지성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가해지던 파울은
내가 봐도 너무하다 싶기도 했다.
상대팀이 밀착수비하는 모습을 보니
박지성이 우리나라 캡틴은 캡틴이구나 싶기도 하고...
세계적인 명성이라는 게 그냥 생기는 건 결코 아닐 테지만,
온 경기장을 누비는 박지성의 모습은 항상 어디서든 돋보이는 것 같다.
만약 박자성의 신발에 물감을 묻힌다면
그라운드는 온통 박지성의 발자국으로 빽빽하게 칠해질 거란 말도 있었는데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



우여곡절 끝에 어쨌든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뤄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긴 하겠지만
16강 우루과이 전을 승리로
8강, 4강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까지도
이렇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열심히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있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작은 축구공 하나에 이렇게까지 열광하고 즐기는 걸 보니
월드컵이 지구인의 축제가 맞긴 한 것 같다.
그나저나 새벽인데도 거리 응원하는 사람들이 엄청나더라.
다들 저기서 밤 새운건가?
대단한 열정들 ^^
부럽다.. 청춘이... ㅋㅋㅋ



경기 끝나고 우리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우라니라 선수들은 창피하게 옷도 없나봐!"
"왜? 엄마?"
"벗어서 쟤네들 도로 주쟎아~~~!"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2. 23:49
2 : 0으로 이겼다.
그것도 너무나 멋지게...
한국의 "속도"가 그리스의 "높이"를 눌렀단다.

마음 같아서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가고 싶었지만 여름 감기가 걸려서...
집에서 정말 손에 땀을 쥐며 봤다.
멋지다.
내가 박지성이 골을 넣을 거라고 말했었는데 그대로 됐다.
박지성은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데,
그 말이 이제 점점 사실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차두리가 눈에 뜨게 수비를 잘 할거라고 했는데, 그것도 맞았다.
그리스 선수들이 번번히 차두리에게 막히더라.
두리 아버님 해설하면서 좋으셨겠다.
(혹시 나 신기있나??? ㅋㅋ)
물론 몇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 승리가 아니라 태극전사 모두의 선전과 노력과 도전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멋지다.




역시나 노련한 초롱이 이영표,
후반전에 교체해서 들어온 진공청소기 김남일도
뜨거운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골문을 지켜야 했던 우리의 새로운 히어로 GK 정성룡도 (정말 너무 잘하더라)
골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중앙에서 수시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킥을 날렸던 박주영도
수비수면서 어느 틈에 중앙으로 들어와 이영표가 만들어낸 코너킥으로 대한민국의 첫 골을 넣은 이정수도
그리고 그리스 선수를 무력하게 만든 최전방 수비수들까지...
특히 미드필더 김정우의 쉬지 않고 뛰던 모습은 인상적이게 아름다웠다.
후~~ 불면 똑 부러지게 말랐던데 어디서 그런 강단과 지구력이 나오는건지...
(죄송하지만 꼭 귀순한 사람같은 체격이다.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얹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그의 플레이를 보고 "살찔 틈 없는 플레이"라고 한단다.
무슨 뜻인지 완전 100% 이해 가능하다.



외신들도 "Great Korea"라며 축하를 보내고 있다.
FIFA는 경기가 끝난 뒤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이 모든 것을 장악했다"고 말했단다. 
그리고 캡틴 박지성을 그리스전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 MOM)"로 뽑았다.
더불어 오늘의 골(Goal of the day)에도 선정됐다.
마치 내가 뭔 일을 한 것 처럼 으쓱해진다.
(약간 정신줄 놓으면서 소리 살짝 질러준 것 밖에는 없는데...)
이 모든 게 태극전사들이 눈부시고 아름다운 승리 덕분이다.
축구에 문외한인 내 눈에도
이게 진정한 "아트 사커"다.
짝짝짝 짝짝!!
대~~한~~민~~국~~!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