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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8 <열하광인 1,2> - 김탁환
  2. 2010.01.29 <아버지의 편지> - 정민, 박동욱
읽고 끄적 끄적...2010. 2. 8. 06:07
김탁환의 역사소설들은 재미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시대를 담고 있고
그리고 몰랐던 그 시대의 한부분들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스스로를 소설 노동자라고 말하는 김탁환,
그가 만들어가는 허구의 세상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얼마전에는 유명한 사진작가 강영호와 함께 흡혈귀에 관한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 책 역시도 특이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책.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 그 세번째 이야기란다.
김탁환은 "'혁신'이라는 기치를 반성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 ...... 수구와 혁신에서의 양자택일은 이미 낡은 도덕적 틀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더 깊이 따져 보아야 한다 ......"
개혁 군주를 표방하던 정조가 문체반정과 함께
돌연 절대 군주를 꿈꾼 아이러니의 시대를 만날 수 있다.
정조의 문체 반정!
1792년에 개혁 군주 정조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전통적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으라는 명을 내린다. 
뒤이어 당시 젊은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조선의 문풍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금서로 규정한다.
이 일로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의 싹은 짓밟혔고,
정조는 점차 개혁 군주의 면모를 버리고 절대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조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던 백탑파 (이명방, 명은주, 덕천대사, 조명수, 홍인태, 이덕무)
그런데 이들이 이 <열하일기>에 빠져 독회까지 결성한다.
임금의 눈을 피해 마지막 독회를 시도하려는 그들.
한 사람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열하광인들...



각 장의 시작 페이지에 번갈아 나오는
정조의 <홍재전서>와 박지원의 <연암집>, <열하일기>의 한 부분들이
마치 서로 대담을 나누는 것 같아 그 부분만 따라 껑충껑충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조선 후기 젊은 지식인들은 그랬단다.
<열하> 이전에 <열하>와 같은 서책이 없었고 <열하> 이후에도 <열하>와 같은 서책은 없었다고...
이 꽉 짜인 동어반복에 숨이 막혀 오는 서책, 그것이 바로 <열하>라고...
사람을 굴복시키게 만드는 책!
책을 읽다가 숨이 막히고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 앞에 무릎 꿇었던 책!
열하가 바로 그런 책이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이 말하는 굴복의 세계가 부럽고 질투나 어쩔 줄 몰라했다.
매번 굴복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세계가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29. 06:21
이황, 백광훈, 유성룡, 박세당, 안정복,
이식,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무려 10명의 조선 대표 선비들의 글을 만날 수 있는 책.
그것도 아들에게 보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당부의 편지글들.



정민 선생(?)이 저자이기에
사실 은근히 기대를 하기도 했다.
다 읽은 지금은
좀... 실망스럽다.
조선의 대표 선비 10명의 글이라지만
그 편지글들의 내용은 전부 똑같은 내용뿐이다.
집안을 잘 챙기고, 공부하는 데 게으름 피우지 말고 때를 기다려라.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비 걱정은 하지 말아라...
좀 더 살가운 것들을 기대했는데
역시 우리네 아비들은 참 무뚝뚝하고 그리고 한결같다(?)



책을 읽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백광훈.
아무리 많이 읽은들 일일이 따져봐 의문이 생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냐고
아들을 다그치는 유성룡.
책 보기를 그만두지 말라며 이것이야말로 인간 세상의 지극한 맛이라고 말하는 이식.
이 맛을 알지 못한다면 장차 세상을 피해 산속에 들어가더라도 근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자뭇 심각한 경고를 하기도 한다.
마음이 가벼운 사람이 놀라고
마음이 허약한 사람이 두려워하는 법이라며
항상 마음을 움직이고 성품을 눌러 마음이 제멋대로 나대는 것을 구하라고 가르친 안정복.
자식이 남을 업신여겨 허물을 즐겨 말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놀라고 비통하여 죽고만 싶노라 말하는 백광훈의 편지.
직접 고추장을 담가 보내고 간장 담글 때를 알리는 아비의 글들은
가슴이 쨍하긴 하다.
책과 종이를 빨리 보내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아비의 귀염성들도 웃음을 짓게 한다.
생계를 벗어나 있는 아비의 글들은
생계를 짊어지고 있었을 어미의 팍팍함을 떠올리게 해 문득 아득해지기도 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고아한 삶 속에서
어미의 치열함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원문인 한자 편지를 풀어쓴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굳이 각 편지마다 해석을 집어넣은 게 영 책 맛을 떨어뜨린다.
똑 같은 내용을 2번씩 읽어야 하는 불편함은
오히려 책을 수다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