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5. 08:24

<황태자 루돌프>

 

일시 : 2014.10.11. ~ 2015.01.04.

장소 : 디큐브 아트센터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팀 (황태자 루돌프)

        최현주, 김보경, 안시하 (마리 베체라)

        최민철, 김성민 (타페 수상)

        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길성원, 이은율 (라리쉬 백작부인), 전수미 (스테파니)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아마도 나란 사람은,..

노블리스한 귀하신 분들의 사랑이야기에 공감지수 전무한가보다.

초연때도 보면서 넘버도 아릅답고,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고, 무대도 괜찮았는데 

스토리에 공감을 못해선지 좀 무덤덤했었다.

그런데 재연도 역시나 그렇더라.

초연의 세종보다 공연장도 작아서 전체적인 뷰도 좀 답답했고

오케 연주도 어딘지 살짝 가볍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라리쉬가 너무 많이 약하니 초연만큼의 임펙트는 안느껴졌다.

(예상은 했지만 신영숙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개인적으론 루돌프와 마리 베체라의 관계보다는

마리와 타페, 마리와 스테파니, 타페와 라리쉬 사이의 긴장감 가득한 팽팽함이 너무 좋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확실히 덜했다.

"증오와 욕망"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최민철 타페는 좋았다.

연기도, 표정도, 노래도 다 나쁘지 않았다.

단지 라리쉬가 너무 약하다보니 최민철 타페까지 묻혀버려 안스러웠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되는건

조연들이 이상스러울만큼 노쇠하게 느껴졌다는거다.

노쇠한데 목소리톤은 또 한결같이 너무 가벼웠다.

이게 뭐지....? 묘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오케의 연주도 가볍고, 배우들의 목소리톤도 가볍고...

특히 빌리 굿맨이 가벼움의 정점을 찍어줬다.

수염도 그렇고 목소리톤도 그렇고 일본 앞잡이 느낌이 물~~~씬!

(초연때 빌리 굿맨은 정말 굿맨이었구나...)

 

최현주 마리는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는데

기대했던것보다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론 <두 도시 이야기>의 "루시"같은 싱크로율을 확신했었는데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

임태경 루돌프는...

정말 좋았다.

연기도, 표정도, 액션도 어색함이 사라졌다.

오히려 살짝 과한 부분이 보일만큼 아주 여유있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첫공때 연출이 무대인사를 하면서 팬들에게 임태경이 은퇴 못하게 말려달라는 말을 했는데

그게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같이 연기하긴 하더라.

지금껏 내가 본 임태경 작품 중 제일 어색하미 없었다.

"내일로 가는 계단"도 초연때보다 단단해졌고

매장면마다 표정에 감정을 그대로 다 담아서 놀랐다.

(물론 가끔 황태자 루돌프가 아닌 황태자 임태경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 ^^)

 

그런데 매번 임태경 작품을 보면 피곤함이 엄습한다.

이유는...

임태경 팬들 때문.

물론 일부이기는 하만 매너라고튼 찾아볼 수도 없고 심지어 경박하기까지한 관람태도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작품과 스토리와 관계없이

임태경의 노래만 끝나면 질러대는 괴성에 가까운 환호성은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지더라.

가끔은 이게 정말 인간이 내는 소리가 맞나... 싶은 괴성도 들린다.

내 옆 어딘가에 돌고래가 앉아있는줄 알았다...

중간중간 옆사람과 다정하게 거침없는 담소도 나누시고,

눈 앞에 황태자님이 계신데 핸드폰 배경화면 황태자님도 틈틈히 확인하시고

심지어는 인터미션에 앞자리 지인을 찾아온 분이 아주 당당하게 말씀하시더라.

뒷자리인데 8열이 비어있는것 같아 그쪽으로 옮겨야겠다고...

헐....!

누굴 탓하겠느가.

2열에 앉은 내 죄라고 자책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내 귀가... 내 귀가 아니더라.

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버렸는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임태경 공연은 절대 앞열에서 보지 않겠노라고!

 

임태경은 정말 좋았는데...

지금까지 중에서 최고였는데...

.............헐!

 

 

Act 1


1 Curtain Up

1A Viennese Specialties
2 An Ordinary Man-Prologue
3 The Men Who We’ve Become-You Never Listen
4 Viennese Specialties
5 Pretty Little War
6 Mary’s Theme
7 Play a Waltz
8 Mary’s Theme Waltz
9 Play a Waltz(reprise)
10 Something More
11 Bird Dog
12 Finish What You Started
13 How Will I Know?
14 The Tra-La-La Ice Skating Song
15 The Moment I Saw You
16 Fear And Desire
17 Only Love

Act 2

 

18 The Master of The Strings(The Way it’s always been)
19 It Will Be Me
20 An Ordinary Man
21 Viennese Specialties(Reprise)
22 New Boy in Town(Fin de Siecle?)
23 The Measure of A Man
24 The Steps of Tomorrow
25 Only Heroes Dare
26 The Writing’s On The Wall
27 It Will Be Me(Reprise)
28 Can I Say Goodbye?
29 Something More(Reprise)
30 Finish What You Started(Reprise)
31 Maintain The State
32 I Was Born To Love You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1. 08:34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배우 임태경.

과거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 그가 들려줬던 연주때문일까!

이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나는 왜 여전히 놓치 못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과거의 그 모습을 놓아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나는 그의 첫뮤지컬이었던 <불의 검>도 비교적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의 연기는 형편없이 어색한 초등 연기였다.

그러나 그가 노래를 부르면 민망한 발연기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의 반전이 있었다.

"그대도 살아주어"에서의 청명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음으로 갈수록 깨끗해지는 그의 소리는 확실히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받았던 충격.

그의 연주는 나를 일으켜세우는 힘이었다.

"You raise me up" 이라는 그의 격려를 들으며

비로소 나는 다시 "Nella fantasia"를 조금씩 그려갈 수 있었다.

확실한 위로였고, 다시 없을 믿음의 격려였다.

그때 알았다.

그의 연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이게 내가 아직까지도 그를 놓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로딩이 많이 늦은 편이라 중반부까지도 사실 불안해서

<몬테크리스토>는 아예 작정하고 후반부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내 선택은 확실히 옳았다!

물론 그의 연기가 탁월했다거나 환상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인물은

오직 메르세데스와 아버지, 그리고 선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은 쓸 줄도 모른다.

글을 모르면 고귀할 수 없다리거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적당히 망가질 줄도 아는 조금은 순박한 인물이여야 하는데

임태경의 에드몬드는 여전히 황태자스러운 고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박철호 파리스와의 감옥 장면이 잘 살지 못했다.

이미 너무나 우아해서 파리스의 교육 따위는 필요없는 귀공자처럼 보였으니까...

이 장면에서 에드몬드와 파리스와는 약간은 과장된 쫀쫀한 텐션을 보여줬어만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박철호 혼자 용쓰는 느낌이랄까!

루이자의 해적선에서도

한 인물이 두 인물 처럼 표현했어야 했는데 별 차이가 없다.

이 장면은 에드몬드가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이 되겠다고 작정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여전히 너무나 우이힌 황태자 포즈다.

과연 언제쯤 나는 배우 임태경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걸 보게 될까?

"황태자"라는 영광스런 호칭은 적어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에겐 하나의 족쇄다.

(제발 과감하게 깨버리길!!!)

윤공주와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함께 부르는 것보다 "언제나 그대 곁에" 처럼 앞뒤로 주고 받는게 훨씬 듣기 편했다.

"지옥송"은 여전히 고음에서 터져주지 못해 좀 답답하다.

("지옥송"은 임몬테보다 오히려 조휘 몬데고가 훨씬 좋았다.)

류정한은 이 장면에서 마이오네트를 조정하는 주술사 같았는데

임태경은 그런 카리스마는 확실히 약하다.

조금은 사악하고 비열하면서 섬득한 복수의 칼날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놈의 기품을 끝끝내 놓치 못한다.

그래선지 2막의 복수 장면도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

음밀하고 은산하게 진행되다 결국엔 통쾌하게 마무리 되길 바랬는데...

(갈듯 갈듯하다 결국 못간다. 왜 그럴까?)

걱정했던 액션 장면은 상대 배우들과 합도 잘 맞았고, 몸을 쓰는 건 예전보다 아주 좋아졌다.

단지 그 장면 뒤에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주셔서 그게 좀...

(이해한다! 불혹을 넘겼으니 그도 힘들긴 했을 거다!)

"ㅅ" 발음의 정확도와 "O자 다리"는 이제 눈감아주기로 했으니까 넘어가고

전체적으로 표정과 눈빛은 놀라울만큼 좋아졌다.

이러니 사람 참 애매할 수밖에...

솔직히 모르겠다.

8년이면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배우로서 그에 대한 결론을 못내리겠다!

게다가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의 그의 연주에 대한 희망은 도저히 못버리겠다.

그는 내겐 지독한 현재진행형의 딜레마다!

 

이번 관람에서는 조휘 몬데고에게 가장 많이 놀랐다.

초연과 재연때는 최민철 몬데고가 훨씬 좋았는데 이번에 완전히 역전됐다.

몬데고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사랑은 세상에 다시 없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다.

연민과 안스러움이 느껴지는 몬데고!

조휘의 표현 속에는 악해질 수밖에 없는 몬데고의 이유와

사랑을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숨겨야만 햤던 지독한 목적이 보인다.

그래서 그의 "지옥송"이 임몬테보다 짧지만 오히려 더 처절하고 강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조휘는 매작품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전하는 배우다.

차기작 <NDP>의 클로팽을 기대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김상아 루이자는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백주희보다 느낌이 좋았고

(그래도 역시 춤은 약하다.)

자코프와 알버트도 예전 캐스팅보다 훨씬 좋았다.

예전 자코프는 대본을 아주 성실히 또박또박 읽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번 자코프는 그래도 연기를 하더라.

알버트는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서은광이라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외형은 살짝 개그맨 양상국을 닮았다.

너무 상꼬마 같은 이미지라 "자네같이 잘생긴 청년이..."라는 몬테의 대사에 혼자 팡 터졌다.

(물론 속으로!)

"오, 여자!" 넘버는 확실히 신현묵 알버트보다 좋다.

뮤지컬 첫데뷔라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 참 이쁘더라.

(보면서 살짝 이모 미소 번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관람은 작품 자체보다 배우들의 표현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JCS>와 <두 도시 이야기>의 여파겠지만

예전만큼 이 작품의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확실히 <몬테크리스토>와 <레미제라블>은 원작이 갖는 힘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범접하기 힘든 고전의 위대함!

이건 절대 무시될 수 없을 것 같다.

 

고전(古典)은 언제나 나를 고전(苦战)케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26. 08:28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류정한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와 출연이 겹쳐지면서 전반부에 10회 공연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렸던 그의 마지막 공연날이었다.

딱 한 번 보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막공을 예매했었다.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다면 또 다시 몇 번씩 보는 기질이 발동됐을테니까.

(제발 <두 도시 이야기>도 제어가 가능해야할텐데...)

 

류정한의 세번째 몬테크리스토.

표정과 눈빛이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였다.

이 남자, 어쩌자고 이렇게 점점 더 세밀해지고 섬세해지나!

이렇게되면 그의 시드니는 또 한 단계 진화를 하게 될텐데...

익숙함은 새로움을 부른다.

적어도 지금의 류정한이라면!

그는 "몬테크리스토"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컨트롤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에드몬의 본모습을 잃지 않는다.

아니 잃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몬테는 강인한 눈빛 속에서도 늘 충돌과 혼돈이 뒤섞인다.

망설임과 단호함.

그 사이에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정확히 옮기겨가 류정한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그의 여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제 근느 배우로서 배역에 편안히게 스며든다.

하지만 연기는 치열해지고 섬세해졌다.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확실히 좀 달라졌다.

이쪽도, 저쪽도 다 좋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길들여졌다.

그의 연기 방식과 변화에.

불만은 없다.

미안한 발언이지만 나는 배우 류정한에 관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공정성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1막 마지막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역시나 류정한 버전이 최고다.

감정몰입의 극대화.

이 넘버는 그렇다.

기교보다는 감정의 폭발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곡인데

(그렇다고 삑사리의 향연이라는 그릇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걸 절대 반대!)

역시나 영리하게 잘 표현했다.

4명의 인물들을 완벽하게 마리오네트화시키는 능력이라니...

게다가 2막 "덫/더 많이 더 높이"는

메이스트로 류가 지휘하는 세기말적인 "악의 교항곡" 같았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처연했고

"과거의 내 모습"은 회환으로 가득찼다.

액션은 좀 힘들어하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보여진 감정연기와 표정, 눈빛은 지금껏 봤던 몬테크리스토 중에서 가장 좋았다.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한 배우의 진중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은근히 작품운이 따라주지 않는 윤공주.

그녀의 메르세데스는 1막보다 2막이 훨씬 좋다.

나 혼자만 느낀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톤과 호흡이 예전과는 어딘지 달라졌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윤공주는 메르세데스를 아주 강하고 단호는 여인으로 표현했다.

옥주현과 비슷하게 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언제나 그대곁에"는 힘이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주는 힘.

무엇으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여자의 힘.

그래선가?

윤공주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에게도 에드몬드에게도 너무 강하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조금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았을텐데...

박철호 아베 파리아는 무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연기, 표정, 타이밍 모두 아주 기막혔다.

자칫 잘못하면 코믹하게만 보여질 수도 있었는데

극의 포인트를 살리면서도 적절한 선을 잘 유지했다.

파리아 신부가 죽는 장면은 가슴이 찡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백주희 루이자는 해적선 장면은 아주 좋았는데

(해적들의 디테일한 연기도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2부 카니발 장면은 좀 밋밋했다.

한지연 루이자같은 섹시함과 은밀함이 없어서였을까?

뭐가 됐든 첫인상이라는 건 쉽게 잊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앙상블은 노래는 전체적으로 좀 약했지만 연기적인 면에서는 디테일이 더 강화됐다.

의도적인 연출이었던 것 같은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복수 장면에서 몬테크리스토의 개입이 더 많아진 것도 훨씬 좋았다.

LERROM international이 "morrel"이라는 의미였다는 것 이번에 보고야 알았다.

예전 버전에서도 좀 그렇게 해주시지...

(나, 예전에 이게 도대체 뭔 뜻인가 싶어  lerrom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더랬다.ㅋㅋ)

알버트와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없어진 건 좀 아쉽다.

억박(?)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래선지 둘의 비중도 예전보단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이 둘은  에드몬드와 메르세대스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 몬데고.

최민철의 몬데고는 단연 최고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에서 반전처럼 변하는 그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나쁜 놈 소리가 절도 나온다.

(당글라스와 빌포트보다 훠~~얼~~~씬 더 나쁜놈!)

몬데고 버전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몬테의 버전과는 또 완전히 다르다.

다 잃은 자의 처연함과 끝을 내겠다는 극단의 복수심이 뒤섞인 최후의 일격!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민철의 캐릭터.

 

지방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류정한의 몬테는 이걸로 끝이다.

본인은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아무래도 류정한에게서 몬테를 떠나보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EMK가, 그리고 관객들이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의 다음 "지옥송"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

 

* 류정한 막공이라 넘버가 끝날때마다 관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류정한 팬들은 깔끔하다.

   이들의 매너는 정말이지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 중에는 적정선의 환호를 보내고

   커튼콜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 갈채를 쏟아 붓는다.

   (사진 찍는 사람도 없고!)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특정 팬들의 과도한 환호성이 작품의 흐름을 깨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어쩔수없이 눈살을 찌푸려진다.

   그런데 적어도 류정한의 팬들에게선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문득, 임태경 몬테 관람이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

   (경험상 여기 관크가 제일 쓰나미급이다... 벌써부터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22. 08:28

<살짜기 옵서예>

일시 : 2013.02.16. ~ 2013.03.31.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각색 : 이희준

연출 : 구스타보 자작, 김민정

음악감독 : 권혁준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 E&M

출연 : 김선영(애랑) / 최재웅, 홍광호 (배비장)

        송영창, 박철호 (신임목사) / 김성기, 임기홍 (방자)

        김재만, 원종환 (정비장), 박범정, 진상현 외

 

2월 프리뷰 관람이 너무 좋았었다.

김선영은 단연코 갑(甲)이었고, 최재웅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고, 김성기는 기는 노련미로 한바탕 신명났고, 원종환은 다재다능했다.

오랫만에 프리뷰를 보면서 재관람 의욕이 불끈불끈 솟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홍광호 배비장에 임기홍 방자, 박철호 신임목사로 캐스팅을 바꿔서 관람했다.

"미친 가창력"이라는 홍광호가 보여 줄 배비장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고.

솔직히 말하면 홍광호는 나랑 참 안 맞는 배우다.

그런 배우군이 몇몇 있다.

최정원, 남경주, 차지연, 임혜영, 강태을, 문종원...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나 오해는 마시길!)

어쨌든, 작품 자체가 워낙에 좋기도 했고

<맨 오브 라만차> 이후 홍광호의 변화도 좀 살펴보고 싶었다.

그동안 배우 홍광호의 이력을 보면서 너무 앞서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대작의 주인공을 주로 하다보니 "미친 가창력"은 어쨌든 인정은 하겠는데

섬세한 연기나 강약 조절을 못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런 홍광호가 어디까지 와있는지가 궁금했다.

(내 선입견을 깨부숴줬으면...) 

 

김선영 애랑은 정말 원숙미와 노련미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 했다.

그녀 스스로도 이 작품이 앞으로 자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원없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 진정으로 만개했다.

"양반의 상투'를 부를 땐 표정과 시선이 너무 좋았고

수포동 폭포에서의 춤은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그 김선영이 맞나 싶을 정도다.

배비장과의 2인무에서는 살짝 모던발레스러운 것이 고급스러운 은근함도 느껴진다.

개구멍으로 들어온 배비장과 정을 나누려는 찰나,

배비장의 진심을 알고 난 후 애랑의 감정이 반전되는 장면 표현도 정말 압권이었다.

그녀만큼 이 역할을 이렇게까지 잘 표현할 배우가 과연 있을까 싶다.

매 장면마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애랑을 보고 있으면 배비장도 아니면서 주책없이 마구 설렌다.

배우 김선영!

확실히 현명했고 탁월한 선택을 했다.

 

홍광호 배비장.

사람들이 늘 말하는 것처럼 정말 노래 잘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성량으로 승부수를 띄워 "미친 가창력"이라는 기존의 찬사를 고수하는 것보단

감정적인 측면에서 더 세밀하게 접근했어야 할 것 같다.

때론 그에게 붙는 이 수식어가 그의 한계처럼 느껴진다.

너무 가창에 신경을 써서 은근한 맛이 제대로 살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껏 홍광호가 해왔던 배역보다는 편안해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최재웅 배비장보다 전체적으로 느낌이 덜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대작보다는 중극장이나 소극장 규모의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연기적인 부분이 일취월장할텐데...

임창정과의 <빨래> 이후 전무하지 않았나?

배우가 자기 나이대의 배역을 한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그도 분명 알고 있을텐데...

그럴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행운이기까지 한가!

항상 선배들과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라 어딘지 애늙은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한 시기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도...

(이해될까?)

 

임기홍 방자는 나쁘진 않았지만

(나쁠리가 있겠는가! 멀티맨 조연계의 최고봉 임기홍인데!) 

개인적으론 김성기 방자가 훨씬 좋았다.

임기홍은 개인기 위주로 좀 깨방정스런 연기를 보여줬고

김성기는 더 능청스럽고 맛깔나는 방자를 보여줬다.

방년 19세 방자를 연기하는 48세 김성기라!

이 설정 자체가 이미 해학이고 골계미(?)다.

연륜과 경험은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스킬이다.

원종환은 정비장도, 춘홍이도 너무 맛깔스럽게 잘했고

(성별을 넘나들며 두 배역 전부를 그야말로 떡주무르듯 주무른다.)

앙상블은 프리뷰때보다 훨씬 단정해지고 안정적이다.

의상과 무대, 조명의 색감은 역시나 활홀했고...

정성껏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게 너무 여실하게 보인다.

두고두고 꼽아봐도 짧은 공연기간이 영 아쉬운 작품이다.

이쁘고 몹시 사랑스럽다.

"살짜기"가 아니라 대놓고 자주 와줬으면 좋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