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2. 06:41
오전에 괴레메 야외박물관을 다녀온 후
카파도키아 명물이라는 치킨 항아리 케밥(Pottery Kebap)을 먹고 우치히사르 성채를 향했다.
"뾰족한 바위"라는 뜻을 가진 이 곳은 단 한개의 거대한 바위로 된 성채로
(말이 바위산이지 그 크기가 실제로 보면 어마어마하다.)
로마의 핍박을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살던 곳이다.
예전에는 마을과 연결된 지하 터널까지 있었다니 그 규모와 은밀함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안된다.
괴레메 오토갈에서 네브쉐히르행 돌무쉬(2TL)를 타고 10여분 정도 간 후에 내려서 걸어갔다.
카파도키아의 특이한 지형은 수억 년 전에 생겨난 엘제스 산의 분화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란다.
화산재와 용암이 층층히 쌓이고 그 위에 비바람의 침식작용이 계속되면서
지금과 같은 특이한 모습의 바위산들이 형성됐다.
 



바위 표면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전부 비둘기 집이다.
여기에 있는 비둘기 똥을 모아 포도밭의 비료로 사용했단다.
비둘기 둥지 입구에는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는데 비둘기가 붉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나!
입장료(5TL)를 내고 성채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는 언제 올라가나 싶었는데 막상 오래 걸리지도 않고 별로 힘들지도 않았다.
(카파도키아에서의 3일은 강도 높은 트레킹의 연속이라 이 정도쯤은...)
우치히사르 정상은 카파도키아 일대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유명한 360도 괴레마 파노라마의 비경이란!
(괴레메 파노라마 : 계곡 한쪽 면에 하얗고 매끄러운 바위 표면의 물결이 펼쳐져 있는 곳)
그리고 정상에서 만났던 두 아이.
빨간색 터키 국기 아래 꺄르르 웃으며 뛰어다니는 게 어찌나 귀엽고 천진하던지.
터키의 아이들은 살아 움직이는 인형같다.
여러가지 이유로 카메라가 무지 바빴던 곳.



우치히사르 성채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멋있다는데
저녁에 로즈벨리가 예정된 상태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왔다.
성채 아래 기념품 파는 곳에서 조카녀석에게 줄 터키전통인형 하나도 샀다.
카파도키아가 터키의 다른 지역보다 부담없는 가격으로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무게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파는 전통인형 하나(3TL)로 만족했다.
(여행하다보면 제일 무서운 게 짐이 늘어나는거다.)
괴레메 마을까지 1시간 가량의 길을 걸어서 내려왔는데
땡볕을 그대로 머리 위로 받으며 걸어야해서 힘들긴 했지만
주변 풍경이 황홀할만큼 아름다워서 다 참을 수 있었다.




오도칼에 도착하자 날 맞아주던 정말 이쁜 반달 ^^
생각해보니 터키에 있는 동안 정말 징글징글하게 많이 걸었다.
한국에서라면 아마도 진즉에 다리가 사단이 났을테지만
별로 힘들거나 아프지 않아 스스로도 의아해했었다. 
걸으면서 아무 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같은 사진이 나오던 터키!
(순전히 내 생각에 불과할지라도...)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세세하게 기록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오해 기억하고 싶어서.
최대한 많이 간직하고 싶어서.
이 기록이 끝날때쯤 비로소 내 터키 여행도 끝이 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0. 06:37
국내선 터키항공을 타고 아타튀르크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카파도키아 네브쉐히르 공항에 도착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사이로 반달이 고개를 내민다.
기온은 이스탄불에서보다 뚝 떨어졌지만 오히려 청량감이 느껴졌다.
숙소인 괴레메 이쉬타르 팬션까지 픽업 버스를 타고 가면서
터키의 밤하늘도 참 이쁘구나 감탄했던 기억.



파묵칼레의 석회층, 에페스의 고대유적과 함께 터키 관광의 big 3 라고 일컬어지는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을만큼
눈에 보이는 자연경관 어느것 하나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카파도키아와의 첫 만남은 새벽에 일찍 시작된 Balloon Tour.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100 URO라는 금액은 치명적이지만
이곳까지 와서 망설인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 숙소에 미리 신청했다.
몰랐었는데 이쉬타르 팬션에서 신청한 balloon이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보통은 대략 130~200 URO 정도.
가격에 따라 협곡을 누비는 조종사의 능력이 따르고
유럽 조종사보다 터키인 조종사가 좀 싸다고 하는데
처음 타는 나같은 사람은 그 차이를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어찌됐든 도착 다음날 5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5시 15분쯤에 팬션 앞에서 또 다시 balloon 회사의 픽업차량을 기다렸다.
새벽 바람이 너무 차서 이가 저절로 떨릴 정도였다.
turca balloon 에서 준비한 리셉션 간식과 차로 주린 배와 찬 속를 채우고 드디어 balloon 타는 장소로 이동했다.
100 여개가 넘는 balloon이 불을 뿜으며 몸체를 부풀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4개로 나눠진 각 칸에 6명씩 24명,
그리고 조종사 2명까지 전부 26명이 balloon 하나에 탑승했다.
(여행하면서 느꼈던건데 터키 남자들 정말 잘생겼다 ^^ 특히 눈이 너무 예쁘다)
몇 가지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을 들으면 준비 끝!
밭줄이 하나둘 풀리면서 드디어 땅에서 떠오르는 무수한 balloon들의 모습이란!



거대한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 본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
협곡의 마디 사이사이의 깊이와 높이가 극명한 명암차이와 함께 한 눈에 들어왔다.
낯선 경험과 낯선 풍경이 주는 경이로움에 안겨
하늘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해와의 조우는 전율에 가까운 신비로움이었다.
내가 세상의 일부를 내려다보는 듯한 창조자의 시선!
잠시동안의 착각이었지만 마치 그 시선을 훔쳐낸듯한 기분이었다.
1시간이 넘는 동안 하늘 위에 머무르면서 느꼈던
인간의 초라함과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대립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어우르는 평화로움의 일부였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모든 말 끝과, 모든 생각 끝에 여지없이 이어지는 말줄임표.
그 절정을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불경(不敬) 중의 불경(不敬)이다.



땅으로의 귀환은 기구의 바스켓을 옮기는 트럭 위 착지로 바로 이루어진다.
(이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바스켓을 동여매는 분주한 스텝들의 손놀림을 보면서 한 명씩 거대한 바구니를 넘어 트럭 아래로 내려선다.
와인과 삼페인으로 간단한 축하 파티를 하고 나면
각자 이름이 쓰어있는 확인증 같은 걸 나눠준다.
2011. 09.06. moon
이름이 써있는 종이 한 장이 뭐라도 되는듯
그걸 서울까지 잊지 않고 가져 왔다.
아마도 이 한 장의 종이가 하늘 위에서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그래, 비록 1시간 가량이었지만
나는 분명 하늘 위에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터키의 그 하늘 위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9. 06:17
한.일 문화예술교류를 위한 뮤지컬.
한국과 일본의 뮤지컬 배우들이 한 무대 위에서
각자의 언어로, 혹은 상대방의 언어로 노래하고 대사하는 모습...
낮설다. 그리고 뭐랄까 왠지 촘촘하지 않다는 느낌?



하지만 민.영.기
그가 선택한 작품이었기에
참 많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기다렸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노인 "동진"을 연기했던 일본 배우 카나오.
눈빛이 정말 과거의 어느 한 때에 멈춰있는 것 같다.
대사 없이도 존재감을 주어야 한다는 거,
배우로선 참 힘겨운 작업이지 않을까?



"미와" 역의 일본배우 하츠네...
글쎄 일본에선 어느정도 입지의 배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민영기의 파트너로는 어울리지 않아 속상했다.
두 사람의 듀엣 곡들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보조가 맞춰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



"동진"의 민영기는....
훌륭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훌륭하다고 말하기엔 작품과 무대가 너무 틈이 많이 보인다..)
배우로썬 참 이뻤다.
조명 아래 흘리는 땀 방울들, 그리고 여전했던 소리의 선명함과 열정.
그러면서도 자꾸 궁금해진다.
뭐였을까?
그가 <침묵의 소리>를 선택한 이유가.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노래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동요적인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실제로 이 시로 동요를 만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바램을 갖는다.)
동요 <반달>과  <비행기>의 삽입도 그렇고...
특히 동진의 귀환 편지를 받고 히로시마역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와가 서성이고 있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지기전 아이가 불렀던 동요 <비행기>
일본어로 불렀는데도 느낌이 너무 좋다.
(아무래도 나는 피터팬 신드롬인가보다. 크고 싶지 않는 욕망, 아이로 남고 싶은 욕망....)



꼭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던 한 남자
결국 살아는 남았지만 돌아가지 못한, 아니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 남자는 말을 잃는다.
고향같은 가야금 소리에 의지해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살아내는 그 사람.
90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담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던 뮤지컬.
줄거리는 있지만 명확한 내용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그래서 아직은 부족함이 더 많은 뮤지컬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부족함이 보완될지는  미지수로 남긴 하지만....
그런데 왜 테라피 뮤지컬이지?
(도대체 무슨 치료들을 하신 건지.....)



배경과 조명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코믹하기까지 했던 어머니와 미와의 등장.
90분 내내 거의 변화가 없었던 무대(엔딩에 딱 한 번 옆으로 살짝 움직이더라....)
치열하지도 절박하지도, 그리고 간절하지도 않았던 전쟁 장면.
처음 시작 장면에서 초라히 떨어지는 나뭇잎들,
중간쯤 뒷 배경에 날아다니던 한 쌍의 학을 보여주던 무대 스크린.
좀 충격적이다.(왜 그러셨어요~~~~?)
그것보다 더 완벽하게 충격적이었던 건,
엔딩 장면에서 남여 주인공이 "입고"가 아니라 "덮고" 나온 의상 (이걸 의상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짝이 죽어도 남은 한마리는 끝까지 절개를 지킨다는 학.
국경을 넘은 그들의 사랑을 학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던 건 백만배 이해하겠는데.
한지로 붙인 듯한 상당히 푸닥거리스럽던 옷과
심지어 상당히 깡충하기까지한 길이.
"기억해주세요. 우리 사랑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 덮개(?)를 보는 순간 실소를 머금다.
내겐 분명 확실한 반전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영기가 부르는 노래에 두 번 찡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사람은... 
무대에 서면 이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