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10. 1. 06:42
 The Winner Stands Alone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의 2권짜리 신작이다.
(예전에 나는 그가 동성애자 아니 적어도 양성애자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의 심리를 무섭도록 정확히 쓸 수는 도저히 없을거라고... ^^)
사랑하는 여자를 되찾기 위해 세계를 하나씩 파괴함으로써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남자.
남자는 슈퍼클래스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어느날 떠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또 다른 슈퍼클레스 디자이너에게로...
남자는 결심한다.
그녀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그녀가 돌아오게 하기 위해 어떤 위험도 무릎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녀게 깨달을 때까지 누군가의 세계를 하나씩 파괴하겠다고.
그가 선택한 장소는
칸영화제가 열리는 현장
남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하는 순간을 파괴하는 자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당신 없이 난 존재하지 않아..."



처음엔 코엘료의 글쓰기가 달라진 줄 알았다.
그런데 다 읽고 난 지금의 느낌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의 전작 <오 자히르>과 <베로니카 죽기를 결심했다>를 떠오르게 한다.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탐정소설, 연예소설인 동시에 아주 심미주의적인 소설
단 하루 동안의 사람들의 온갖 심리와
껍질 속에 들어 있는 본성을 읽어낼 수 있는....
"역시 코엘료 스럽다"



이 소설은 그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네이버에 91일간 전면 연재됐었다.
2009년 4월 13일부터 7월 12일까지...
어쩐지 그와 인터넷 연재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그는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가 닿는다"고...



영화, 패션, 배우, 모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wanner-be
그 실랄한 비판과 내면의 거짓을 순간순간 파헤치기도 한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나니..."
결국 모든 건
한 여름 밤의 꿈.




슈퍼클래스
"세상을 지배하는 소수의 사람들!"
힘은 그들이 가지고 있고
그리고 그 힘은 결코 그 누구와도 협상하지 않는다
.
사실은 세상이 공포스러운 건 바로 이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에 의해서 조정되는 세상...

코엘료의 메시지는 언제나 극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모호하다.
그게 바로 코엘료다.




일과 건강, 그리고 기거할 집과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수백만 정직한 사람들의 삶을 망치는 자들이다.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고,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슈퍼클래스의 유령은 화려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권력이라는 불가능한 꿈들을 팔기 위해 찾아온다. 그렇게 가정은 붕괴된다.

아버지는 며칠 밤을 새가며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 아들에게 최신 모델의 운동화를 사주기 위해 그게 없으면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말없이 흐느낀다. 친구들은 모두 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는데 자기만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십대 자녀들은 신앙과 희망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려 하지 않고 연예인이 되기를 꿈꾼다. 시골마을 소녀들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려 하지 않고 대도시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선망하는 그 보석을 손에 놓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뭐든 해보리라 결심하면서, 정의를 향해 나아가야 할 세계가, 육 개월 후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아무 쓸모없는 물건들 주위를 돌고 있다. 이 따위 한심한 서커스 덕분에 지금 칸에 모여 있는 이 경멸스러운 무리가 세상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클래스.
그들은 모두 교양인이고부자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하루를 마감할 때가 되면 그들은 모두 자문한다.
'이제는 멈춰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 모두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내 인생은 의미를 잃고 말 거야.'
 


권력의 길이란 돌어설 수 없는 길이었다. 그는 자신이 내린 선택의 영원한 노예로 남게 될 테고, 만일 모든 것을 내던지겠노라는 그 꿈을 정말로 실현하게 된다면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될 터였다.

어떤 정신병자 하나가 무고한 사람들을 칼로 찔러 죽이고 다니면 온 세상이 두려움에 휩싸이죠. 하지만 칸을 지배하고 있는 이 지적 폭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지금 저들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자들이 우리의 영화제를 죽이고 있어요. 저들이 하는 일이 뭔지 압니까? 저들은 최고의 영화를 뽑는 게 아니라, 반인류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거란 말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원치도 않는 작품들을 사게 만들고, 패션을 예술 위에 두게 만들고, 시사회는 내팽개치고 런치파티, 디너파티에나 돌아다니게 만들고 있어요. 이건 정말이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그래, 세계를 파괴한다는 게 무슨 뜻이오?

한 생명을 파괴하는 거지. 그 순간 온 우주가 사라지는 거야. 그 사람이보고 느낀 모든 것, 그가 인생길을 걸으며 만났던 좋고 나쁜 모든 것, 그의 꿈들, 희망들, 패배들과 승리들, 이 모든 것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거지

 

워커홀릭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이나 문제해결에 골몰해 있지 않으면 깊은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있다, 우리는 이 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몰라요. 단지 유년기에 겪는 불안전서에 대한 공표, 그리고 현실을 거부하고자 하는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죠. 이것은 마약만큼이나 심각한 의존증입니다. 하지만 마약은 생산성을 감소시키는데 반해, 워커홀릭은 나라의 부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요. 그래서 이걸 국이 치료하려고 애쓰지 않는 거지요. 가장 심각한 결과는 가정생활에 끼치는 해악이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8. 00:24
뮤지컬계와 영화계의 영원한 블루칩 조승우!
그가 군입대 전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가 개봉됐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명성황후 민자영과 그의 호위무사였던 무명과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
어린 시절 천주교박해로 눈 앞에서 어미를 잃은 아이는
스스로 이름을 버리고 무명(無名)으로 살아간다.
그에게 나타난 붉은 꽃 자영(紫英)



조승우!
천가지 표정을 가진 배우.
이 영화에서도 그의 천진한 표정과 개구진 장난꾸러기 표정
한 여자를 위한 아픈 그리움과 사랑, 안타까움을 담은 표정까지
모든 절실함을 다 보여준다.
이런 표정과 눈,
어떤 마음으로 표현한거지?



아무래도 그는 배우로써 한 시대를
이 작품으로 마무리하려는 모양이다.
궁금하다.
제대를 하고 난 후
배우로써의 그의 한 시대는 또 어떻게 시작될지...
(그래도 그 칼은 좀 그랬어.
푸주간을 떠올리게 했거든.
긴 칼과 창들을 감당하기에 그 칼은 심하게 짧았는데 비현실적으로 잘도 싸우던 무명 ^^
그리고 왜 무명의 머리카락만 두발자율화가 허용된거지?
궁궐에서도 휘날리던 웨이브진 그의 머리...
너무 특권이다 싶다 ^^)

 

두 가지에 심하게 감탄하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배경
무명의 집이 있던 창녕의 우포늪과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간 바다 신두리 해안 사구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나온 촬영 장소들...
 부안 내소사,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 파주 소령원, 강골마을, 추원당...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선희가 부른 메인 테마 "불꽃처럼 나비처럼"
너무나 오랬만에 들어본 이선희의 목소리
한때 그녀는 나의 우상이었는데...... 



몇 가지에 많이 실망하다.
뇌전과 무명의 결투장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화려하다 못해 황당한 CG의 압박
(김용균 감독은 말했다. 헐리우드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CG라고... 그런데 난 왜 웃겼지???
 무명과 뇌전의 환상의 페어 스케이팅까지... 제발 헐리우드에 내놓지 말았으면....)
경망스러움까지 안겨줬던 나비의 꿈(결국 이것도 CG)은
급기야 칼 끝에 절단되는 비장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스토리가 붕 뜬다.
무명과 자영의 멜로에만 너무 집중한 듯.
앞과 뒤만 촘촘한 그물망을 보고 있는 느낌.
그 성긴 그물망 사이로 너무 많은 것들이 빠져 나간다.
그래서 그 틈으로 지루함까지도 마구마구 넘나든다. 
순간순간 코믹물과 에니메이션으로 넘나드는 장르 전환까지...
이건 결코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텐데...
배우도, 감독도, 관객도......



눈에 담긴 한 사람.
무사 "뇌전" 역의 배우 "최재웅"
조승우와 고등학교때부터 절친이었다는 그의 첫 영화.
대원군의 절대적인 신복 뇌전은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그리고 그의 딕션은 끔찍하게 명확하다.
감정과 표정연기까지 그는 무사로써의 역할을 너무 잘 해냈다.
총을 온 몸으로 막아낸 그가 자신을 일으켜준 무명에게 칼을 건네며 했던 말
"친구! 너의 칼은 즐거웠다."
그 표정,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모습만큼이나 꼿꼿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이어 그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서도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고종 역의 "김영민"
그는 참 묘한 얼굴의 배우다.
소년같기도 하고, 능청스럽기도 하고, 비밀스럽기도 하고
때론는 야비한 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특유의 눈매와 입매가 영화 속에 잘 스며들어있다.
그의 고종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두려움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명성황후에게 무명이 토해낸 말.
"두려워마시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나만 믿으시오"
정말 그랬었으면 좋겠다.
국모로 일본인에게 비참하게 죽여질 운명인 그녀 앞에 누군가 나타났었다면......
그들에게 말했었다면......
"내가 여기있는 한 더이상 한발자국도 못움직인다"
차마 쓰러질 수 조차 없었던 그의 죽음 앞에
그녀 또한 말했었다면..... 
"나는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두렵지 않다.
나를 잊지 말라. 나는 조선의 국모 민자영이다"



"아무도 찾지 못할 사람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했던 같은 말.
"후께서 찾지 못하시면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아무도 찾지 못할 사람...
사실은 지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일생을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실제로 명성황후의 호위무사였던 홍계훈 장군
그에게 정말 이런 은밀한 사랑이 있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19. 10:38
정말 무지 많이 엄청나게 인내심을 가지고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영화의 개봉소식이 들린다.
2009.09.24. 개봉 예정
(그러나 OTL ---> 아직 한달이라는 긴 시간이 남았다.. 흑흑)
드디어... 드디어....
포스터가 공개됐다.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를 만든 박진표 감독의 세 번째 휴먼스토리
김명민, 하지원 주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마친 김명민이
72kg 이었던 몸을 52kg으로 말려가며 찍은 영화.
이 사람의 집념과 열의가 무섭고 섬뜩하다.
(이건 거의 공포의 수준이다....그렇지 않은가?)



서서히 몸이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 환자를 살아냈던 배우 김명민.
어떤 느낌일까?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이지만
온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 간다는 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 말하는
루게릭병과의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종우"를
배우 "김명민",
그가 살아냈다.



180cm, 72kg의 건장한 그를
앙상한 마른 나무로 만들어 버린 영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라 비틀어질 수 있다는 걸
무섭게 깨달았다.
김명민,
그는 모든 생활과 모든 감성,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전부 "종우"라는 인물에게 완벽히 내주고
자신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 처럼
마치 무명의 그림자로 남아버린 것 같다.
정말...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 없는 그 사람을 다행히 알아볼 수 있다.)



처음에 이 영화의 주인공 "종우"는  한류스타 "권상우"였다.
아마 지금쯤 권상우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 않을까?
그가 아무리 앙상하게 살을 뺀다고 해도 김명민처럼 되진 못할테니까...
물론 이 말은 초대형 한류스타 권상우를 폄하하기 위한 표현은 아니다.
권상우의 엄청난 노력과 열심으로 만든 
비현실적일만큼 조각같은 근육 역시나 그 무엇보다 멋지고 대단한 것이기에...
(권상우 같은 몸을 갖는다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확신하기에... )
그리고 무엇보다 권상우 본인은 six-pack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건장한 six-pack 들은 결코 권상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에... ^^



연예인의 길은 자칫 잘못하면 "마약에 중독되는 삶"과도 같은 길이라고 하는데....
"명민본좌" 그에겐 "그의 연기" 자체가
극도로 독한 "마약"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 중독을 매번 어떻게 살아나올까?
생사를 거는 그의 연기자로서의 삶이
문득 최고의 공포로 다가온다.



그의 지독한 마약성분에 한번 빠져든 사람들은
그만큼의 지독한 "금단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또 사투를 벌여야 한단다.
그런데 배우 김명민,
그에게선 누군들 벗어나고 싶겠는가?
연기자는 오직 연기로 말해야 한다는데.....
할 말 많은 그의 언어를
우리는 아마도 내내 열심히 경청하게 되지 않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7. 5. 16:50
그의 "연산"을 보다
2006년 "공길"이었던 박정환
그가 2009년 "연산"이 되어 그 무대 위에 서 있다.



"박정환"
나는 배우로서 그의 곤조(?)가 좋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는 큰 무대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고.
그런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무대 가까이에서 그의 모습을 한번 제대로 지켜보라고.
뚝뚝 떨어지는 그의 땀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배우 박정환 못지 않는 곤조가 생긴다.
작은 무대조차 채우지 못하는 허접한 배우들이 얼마나 많은데.....
적어도
배우 박정환 만큼 관객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이도 없다는 믿음!
그리고 확신!


     <2009 연극 이 "연산" 박정환>        <2006 연극 이 "공길" 박정환>

그가 이제 "연산"이 되어 산단다.
3년 전 "공길"을 살았던 그가....
배우 "김내하"의 스포트라이트에 어쩌면 그의 "연산"을
연륜의 부족, 혹은 내공의 부족을 따지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연산을 하기엔 그의 목소리가 너무 가늘다는 지적도...
그러나 배우 "박정환"은
내게 있어서는 무한한 신비다.



내가 아는 배우 박정환!
뮤지컬 배우로써의 박정환
그리고 연극배우로써의 박정환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이자 두 얼굴의 사나이,
또 다른 지킬과 하이드다.
그런 이유로 그 역시
천상 "광대"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 그는
자기 놀이판을 잘 찾아낸다.



365일 그에게 잠시라도 쉬는 날이 있을까?
아마도 그의 몸판을 뒤집으면 등쪽 어딘가에 건전지 넣는 곳이 나오지 않을까?
가끔 이런 황당한 공상까지도 하게 만들 만큼
그는 바쁘다. 그리고 치열하다.
그래서 아름답다.
적어도 나는 그가 큰무대를 아쉬워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 한다.
판을 갈고, 판을 열고, 판을 키우는 천상 광대!



그리고 나는 무대 위,
그의 손끝을 읽는다...
"연산"을 말하는 그의 손끝은
섬세했으며 슬펐다. 그리고 너무 약해 공길이 아니더라도
품고 위로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공길을 정면으로 안는 그의 연산은,
왠지 죽은 자의 평온을 보는 것 같아 서러웠다.
공길과 닿은 그 손끝.
그의 "연산"을 그렇게 나는 손끝으로 읽어나갔다.



뮤지컬 배우 박정환은 에너지가 넘쳐나고  탄력 가득한 공을 쥐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연극 배우 박정환은 이상하게 항상 슬프다.
슬픔처럼 잡스러운 게 없다는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잡스러울까???
가끔은 궁금하다.
뮤지컬을 할 때와 연극을 할 때 
본인 스스로도 다름을 느끼는지...



연극과 뮤지컬을 번갈아 가는 그는
왜 지치지 않을까?
특히 그가 초연멤버로 스타트를 끊는 소극장 뮤지컬들을
대견하게도 자리를 잘 잡아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길 위에서> , <오디션>, <형제는 용감했다>, <영웅을 기다리며>
초연맴버는 아니더라도 <미스터 마우스>, <빨래> ...



그리고 그의 연극들
<즐거운 인생>, <아가멤논>, <칠수와 만수>,  <미친키스> , <이> ...
편애는 아니지만
나는 연극배우로써의 박정환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이상하지?
그의 뮤지컬을 더 많이 봤는데도....
뮤지컬 속에서 배우 박정환은 자유롭지만
연극 속에서 배우 박정환은 충실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
뭔가 조심성 있게 근본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그 조심성이 시선이나 손끝 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 묻어날 때면,
이 사람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



"연산"으로 그가 "길을 부를 때면
자꾸 그 연산 안에 담겨 있는 "길"이 보여 서글프다.
그러니 나 또한 함께 잡스러워질 수 밖에...
이제 내가 연산이 되어 그에게 묻는다.
" 길아!, 이상하지?
  돌아서면 이내 늬가 사무치니..."



'배우"란 저주받은 존재란다.
그 위대한 "업"을 알고 그 "업" 위를 끝없이 걸어나갈 그!
배우 박정환!
그가 나는 내내 천상 광대였음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