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9. 14. 05:54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드디어 베르베르의 9년 동안의 역사가 끝이 났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3부작, 각각 2권씩 모두 6권의 이야기가 말이죠.

(1부 <우리는 신>, 2부 <신들의 숨결>, 3부 <신들의 신비>)

미카엘 팽송, 에즈몽 웰즈, 조제프 프르동... <개미>, <타나토노트>, <신들의 제국>, <신>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오랜 여행도 이젠 정말 마지막이 된 셈입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던 책에 대한 완벽한 페러디이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표절 내지는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불교의 석가모니, 그리고 성경의 모든 중요 모티브들까지 전부 포함하고 있는 집합체이자, 역사와 철학, 종교, 심지어는 심미주의적인 미학적 요소에 과학적 신비주의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백과사전적 종합서적이라 할 만합니다. 

얼마 전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우리나라를 방한했습니다.

한국에 완간된 소설 <신>의 100만부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네요.

다음달에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신작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주인공 남자가 한국인 “김예빈”이라고 합니다. 그 이름은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지금까지 열심히 출판해낸 출판사 “열린책들”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니 이것도 한국적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을 "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해준 나라"라고 말하며 고마워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 세계적으로 약 1천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그의 책은 한국에서만 500만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자국인 프랑스에서보다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오히려 더 많은 열혈독자를 가지고 있는 베르베르. 그의 상상력 무엇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극하고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문득 그의 작품이 매번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때마다 궁금해집니다. 그게 도대체 뭔지가......


올림프스 산이 올려다 보이는 신들의 세계 “아에덴”

이곳에 144명의 신 후보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1호 지구를 모방한 18호 지구를 가지고 Y 게임이라는 걸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직 게임의 우승자 한 명에게만 더 높은 단계인 두 번째 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죠.

각 경기 전에는 올림프스 12신들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고, 강의 후에 후보생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민족을 계속해서 진화, 발전시켜가면서 그 민족을 18호 지구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 남겨야만 합니다.

탈락자는 가차 없이 신들의 세계에서 그대로 제외되고 사라져 버리죠.

어둠뿐인 18호 지구에 드디어 최초 생명체가 탄생됩니다. 그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시 문명을 건설하고, 독창적인 영웅을 등장시켜 역사를 발전시키면 당연히 거기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에 의한 반란과 혁명이 시작되고, 세력 확장을 위한 국가들 간의 치열한 전쟁 또한 수반되는.......

1호 지구의 역사 그대로가 지금 18호 지구 안에서 반복되는 걸 보면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여러 번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은 똑같은 잘못을 매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며 그렇게 이어지는 잘못들은 바로 우리의 근원 깊은 곳에 프로그램화되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바로 D.N.A의 형태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다른 비밀 또한 숨겨져 있습니다.

D는 지배와 분열, 파괴의 힘을 N은 중성과 영, 무지향의 힘을 그리고 A는 협력과 융화, 사랑의 힘을 뜻하죠.

이 세 가지 힘에 의해 인간의 역사는 만들어지고, 문명이 발전되며, 지배력 확장을 위해 세계대전 같은 전쟁을 유발하게 된다는 진실......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복잡한 그 구조의 끝에 저장되어 끝없이 전해지고 있는 DNA.

그리고 숫자로 대변되는 세계들의 연속성,

1은 광물의 세계로 현실을, 2는 식물의 세계로 꿈을, 3은 동물의 세계로 소설, 4는 인간의 세계이자 영화, 5는 깨달은 인간의 세계이며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6은 순수한 천사들의 세계, 7은 신들의 세계, 8은 무한한 신 제우스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이제 그들은 지금 그 제 9의 존재에 대한 조우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그러나 Y 게임의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두 번째 산을 올라 “9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탐험들, 모든 수수께끼들을 풀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미카엘은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되어 “9의 존재”를 만나게 될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최종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미카엘은 최고의 신 제우스에게 몇 번의 재경기를 요청하고 그때 마다 번번이 패하고 되죠. 몇 번을 반복해도 우승자는 라울 라조르박에게 돌아갑니다.(과거 그가 인간이었을 때 죽음탐사대인 타나토노스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이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그에게 벌이 내려집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경기를 벌였던 18호 지구에 유배되는 형벌을요. 그것도 신 후보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불사의 존재로 말입니다.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베르베르의 이야기 전개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죠.) 미카엘은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로써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러나 다시 돌아간 아에덴은 더 이상 신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9의 존재”의 명령에 따라 폐교를 선언한 제우스, 이제 더 이상 신들조차도 불사의 존재가 아닌 필사의 존재로 추락합니다. 평화롭던 신들의 세계는 혼란이 야기되고 당파가 생기더니 급기야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터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다시 탐사대가 되어 5명의 탐사대와 함께 두 번째 산으로 오르는 미카엘.

드디어 만나게 된 “9의 존재”인 “어미니 은하”.

그리나 그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10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10의 존재 “아버지 우주”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당연히 “11의 존재”일거라고 예상했던 우리는 여기서 잠시 당황합니다.

“11의 존재”가 아닌 “111”의 등장에...

제가 여기서 밝힐 수 있는 건 “111의 존재”가 어쨌든 끝이긴 하다는 겁니다.

“111”은 지금껏 지나왔던 숫자적인 세계의 해석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이자 일종의 상형화된 기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1”과 비질을 하듯 좌우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커다란 눈.

이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유일무이한 “111의 존재”

당신은 뭐라고 생각되십니까?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을 가진 베르나르 베르베르.

때로는 너무나 유치한 상상력으로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적인 블랙 유머로 날카롭게 세상을 찔러대는 사람. 꽤나 박학다식하면서 더불어 다재다능하기도 한 사람.

매년 한 편씩의 작품을 쉼 없이 발표하는 그는 자신의 이런 왕성한 상상력과 창작력의 원천을 “불안”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어떤 문제를 접할 때 늘 대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만, 행동으로는 나설 수가 없으니 글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전하는 것입니다. 전 아마도 평생 차분해지지는 못할 것이고, 그것은 곧 계속 글을 써야한다는 뜻입니다. 출판해주는 사람, 읽는 사람이 없더라도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천상 글쟁이로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기도 하네요.

그리고 그가 지금 한 말 속에는

“111의 존재”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단서도 하나 들어있습니다.

혹시 뭔지 찾으셨나요?

정.답.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17. 05:49
<도가니> - 공지영 

 

도가니

 

아직도 너무나 열혈청년(?)인 이 시대의 슈퍼우먼 아줌마 작가 공지영!

(왠지 공지영이란 작가 앞에는 이런 버라이어티한 소개말이 꼭 붙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가 또 한 권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참 많이, 그리고 쉬지 않고 각종 책을 출판하는 그녀의 저력(?)은 일단 누구라도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2008년 11월 26일부터 2009년 5월 7일까지 Daum에서 연재됐던 인터넷 소설 <도가니>는 다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출판돼 지금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때 “공지영 신드롬”이란 말이 있었더랬죠.

마초적이며 돈키호테같은 그녀의 글들을 잘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고인이 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공지영 신드롬”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기만 알고 편한대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아무렇게나 사는 걸 반성하게 만드는 착한 소설이라는 뜻이 담긴 이 말을 긍정적으로 이해한다”라고...


이 소설의 출발은 2005년 TV에서 방영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광주의 한 장애인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고발이 바로 이 소설의 시작이죠.

우리게 알게 되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은 진실과 거짓,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범한 자 혹은 평범한 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분명 흥분이나 감격 같은 게 마구 들끓는 “도가니”같은 사건들을 수없이 만나게 되는 거구요.


늘 안개에 쌓여 있는 몽환적이고 희미한 도시,

그래서 가끔 현실조차도 몽롱하게 흐려보이는 도시, 무진(霧津)!

안개 속에 농밀하게 섞여있는 비밀스러움, 숨김, 비도덕적이고 불쾌한 냄새들. 책의 표현대로 야만의 냄새를 풍기는 무진의 한 청각장애인학교로 한 남자가 부임합니다.

아내의 인맥을 붙잡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불쾌감 가득한 무진시 자애학원에 기간제교사로 내려온 강인호.

학교발전기금으로 작은 거 5장을 당당히 요구하는 행정실장(그것도 다른 사람이면 큰 거 한 장을 받아야 하는데 당신 아내 덕에 그 반만 받겠다는 엄청난 은혜를 내리면서 말이죠), 청각장애인 위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수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33명의 교사들, 그리고 첫날부터 느껴지는 학생들의 눈에 담긴 노골적인 노기와 분노들.

불과 한달전 한 여학생이 운동장 끝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어제는 어린 남학생이 달리는 기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한 곳.

그 아이의 주머니에선 교장 이강석과 생활지도교사 박보현의 이름이 적힌 피묻은 쪽지가 발견됩니다.

그러나 두 사고 모두 짙은 안개로 인한 실족사로 처리되죠.

중2 담임으로 부임한 강인호와 반 아이들과의 첫 만남,

분노로 가득한 학생들 중 한 아이가 망설이다 필담으로 말합니다.

“우리는 누가 그애를 죽였는지 알고 있어요....”

그리고 퇴근길에 여자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명확하지 않은 비명소리....

학교 관계자는 강인호에게 말합니다.

“우리와 얼굴 생김새는 같지만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쓰는 이방인, 다른 민족”이라고요.

그러면서 거짓말도 그들 민족의 풍습이라고 덧붙입니다.

자, 이 학교에 뭔가가 있긴 한 것 같네요.

강인호. 이 사람은 이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 거의가 다 그렇듯 그저 몇 달만 이곳에서 버텨내면 서울에 번듯한 학교의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 선택을 해야겠네요.

모로는 척 외면할 것인가, 아니라면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그런데 중요한 건, 상황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건 분명한 “개입”의 의지를 표명한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결정을 했든 혹은 상황에 의해 그렇게 됐든 간에 말이죠.


자애(慈愛)학원!

학교의 이름과는 달리 이 학원의 실상은 기숙하고 있는 학생들을 철저히 자해(刺害)하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것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소리치지 못하는 청작장애인들을 상대로 야만적인 성추행과 성폭행이 자행되는 그런 곳이죠.

참 더럽고 추잡한 이 충격적인 이야기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학원의 원장 이강석, 행정실장 이강복(두 사람은 쌍둥입니다), 그리고 생활지도교사 박보현, 이 세 사람은 학교의 학생들을 초등학생 때부터 성폭행해온 인물들입니다.

청각장애가 지적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에겐 심지어 한 번 관계할 때마다 과자를 사먹으라며 천원씩의 돈을 주기도 했죠.(완전한 형태의 매춘이죠)

심지어 어린 남자 아이도 예외는 아닙니다.

강인호와 무진시 인권운동센터 서유진은 몇몇의 사람들과 함께 자애학원을 고발하고 매스컴에 알리는 듯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합니다.

법정에 선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진술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구체적이며 너무나 끔찍하기만 하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그렇게 점쟎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분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이건 누군가의 음모라고.....”

누군가의 음모?

이 표현만큼 현실성 없고 막무가내인 말도 없을 겁니다. 이 단어 자체가 그저 “소설”이죠.

그런데 이 소설같은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음로론”이라는 그럴싸한 테두리를 달고서요...

음모론까지 나왔으니 또 누군가는 눈에 불을 켜고 상대방의 해묽은 약점을 들춰내기 위해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내겠군요.

“내가 널 이렇게까지 해집어 놨는데 어디까지 버티는지 한 번 보자”

이 소설 <도가니> 속엔,

지금 자행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추잡한 일들이 전부 들어 있습니다.

불쾌하고 더럽고 추잡한 인간의 모든 행태.

단순히 장애인의 성적학대, 성폭력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인간의 야만성에 대한 이야기죠.

소유한 자의 야만성, 소유하지 못한 자의 야만성.

밟는 자의 야만성, 밟히는 자의 야만성.

숨기는 자의 야만성, 드러내려는 자의 야만성.


작가 공지영은 이 소설을 쓰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거짓말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사람들이 전부 진실을 말해야 무섭지 않는 세상이 될텐데 진실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그게 몹시 게으르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로 자주 너무 늦게 도착하게 되죠.

진실을 참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결국 하나씩 지쳐서 포기하게 되고 급기야는 잊는 방법을 선택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에게 “인권”을 외면했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습니다.

“인권”이라는 거, 어쩌면 스스로가 가진 인간의 “야만성”을 억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지...

“학원 원장의 인권과 장애아들의 인권이 같은 줄 알았어요?”

어쩌면 우리 내면의 일부도 이 말에 분명 동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라면 이제 어떻게 하렵니까?

모른 척 외면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개입하시겠습니까?

당신의 선택에 따라,

이 책의 결말은 확실히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펄펄 끓어오르는 <도가니>가

지금 여기서 당신을 선택을 기다립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15. 19:31
<냉정과 열정사이>를 함께 섰던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두 작가가
<냉정과 열정 사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함께 소설을 펴냈다.
(여태껏 알고 있던 공통집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글쓰기라 은근히 파격적이기까지 했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이전의 이야기라고 할까?

<좌안> 그리고 <우안>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서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마리와 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내가 늘 이쪽에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당신이 저쪽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강은 시간과 함께 하류로 나아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우안(右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좌안(左岸)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데도 나는 좌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릅니다.
인간의 수만큼 많은 강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강변에 서서 당신이나 만날 수 없는 가족,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였을까?
그럴 수도 있고 결코 아닐 수도 있다.
기억을 잃어도 끊어지지 않는 관계
결코 연인이 될 수 없지만 늘 함께인 관계
soul mate라는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어쩌면 영원히 이해되지 않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든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두자.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두 책.
그리고 두 명의 남녀 베스트셀러 작가!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섬세한 감성과 내면표현은 참 쉽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녀가 표현하면 일탈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랑에 헤매는 마리라는 여자,
그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일탈도
그래서 내겐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다가온다.
불쌍함이나 도덕적 잣대를 들어대기보다는 긍정하고 인정하게 되는 심정.
에쿠니 가오리가 창조한 인물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내 내면의 투영으로 인한 소박한 응원도 있었으리라.

츠지 히토나리!
작가로 활동할 경우에는 츠지 히토나리라는 본명으로
가수, 영화감독으로 활동할 경우 츠지 진세이라는 이름을 쓰는 남자
그랬었나?
왠지 그의 글들이 예전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기억속 이 사람은 참 따뜻하게 감성적이었는데....
<우안>의 츠지 히토나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서술자같다.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느낌.
왜 그는 큐에게 충분히 다가가려 하지 않았을까?
4권의 책을 읽고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우안>을 쓴 그에게 큐라는 존재는
혹 <좌안>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건 아닐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10. 06:06
이상하지?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지 않은 작가 중 한 사람인 공지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들은 모두 읽게 된다.
(참 모순인긴 한데....)
그녀의 글이 싫은 건,
문제의식은 있지만 어쩐지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
약간 무책임한 까발림성 폭로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가 인터넷 포탈 싸이트 다음에 연재했던 소설을
책으로 출판했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소설 <도가니>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은 펄펄 끓으며 모든 것을 녹여내는
도가니보다 더 처절하고 비참하다.



이 시대를 나처럼 살아가고 있는 염연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그리고 어쩌면 너무나 당연히 무시되고
한쪽으로 치워지는 장애우들.
소리치지 못하는 청각과 입을 가진 어린 생명
그들에게 향하는 온갖 추잡한 행위들, 시선들, 폭언들...
마치 내가 그들을 더럽힌 그 손의 주인인 것 같아
죄스럽고 부끄러웠다.

공지영...
그녀가 나를 더 처절하고 부끄럽게 만들어줬다면
그랬다면 오히려 내가  덜 죄스러웠을텐데...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무겁다.
그리고
그 한장의 무게가 너무 힘겹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12. 18:4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신>
총 6권 중 현재 4권까지 읽었다.
<뇌>,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개미>
이 사람의 내 놓는 책들은 전부,
그것도 너무나 가뿐히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
할 수만 있다면 이 사람의 머릿속을 해부하고 싶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지????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거야????
간혹 외계 생물체 같다는 생각도 든다.
미스터리 써클 ^^



그리고 그의 분신에 해당하는 "미카엘 팽송"
이 인물이 이야기를 창조하는 건지,
이야기가 미카엘 팽송을 살아있게 만드는 건지.
이제는 모호하다.
미카엘 팽송 본인 역시도 참 좋겠다.
이렇게 오랫동안 주인공으로 남아 있어서...
(자식! 넌 복 받은겨~~~)



처음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었을 때 받았던
그 기발한 상상력의 충격!
지금와선 약발이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재능 하나는 정말 끝나주지 싶다.
뭐 좀 질질 끌고 가는 단점이 자주 보이기는 하지만....
<신>도 딱 4권에서 끝냈으면 얼마나 좋아.
아직 끝장을 보지도 않고
속 좁게 불평부터 하고 있는
이 못씁 소견머리하고는...쯧쯧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11. 12:25
2009년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무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
그러나
재미로만 읽을 수는 없는 내용..



초반 도입부만 인내심을 가지고
잘 넘어가면
뒷 부분부터는 술술 잘 읽히는 책
궁금증과 그 다음 이어질 이야기가 책을
계속 손에 잡게 만든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끼?"
작가는 이 질문에서 이 소설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끝없이 탈출을 꿈꾸는
정신병동에 갇혀 있는 사람들
그들만의 세상....
무엇에 의해, 혹은 누구에 의해 그들이 그곳에 갇혀있는걸까?

당신은,
세상으로 귀환할 준비가 진정으로 되어 있는가?
스스로 혹은 타인에 의해 갇혔더라도
탈출을 시도할 땐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실종이든, 복수든, 자유든....
목적없는 탈출은 재수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 <식객>, <미인도>를 만든 전윤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단다. 
  누가 이 특별한 두 주인공의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
  싸이코패스 라이터 류승민. 스키조(정신분열) 이수명
  과연 누가 그들을 연기하게 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8. 06:34
<천년의 금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김진명의 신작
역시나 이 책도
서점가나 인터넷상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다.



개인적으론
김진명의 소설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살수>, <황태자비 납치사건> , <도박사>,  <킹메이커>, <신의 죽음>, <한반도>, <바이 코리아>
그리고 문제가 됐던 <나비야 청산가자>....
(무지 많이도 쓰셨다... 게다가 대부분 2권 이상이다. ^^;;)
팩션이란 느낌도 명확하지 않고 그렇다고 치열하지도 않고...
다만 김진명이란 작가의
소재 발굴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말하고 싶다.



때론 그 소재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소설 <천년의 금서>
잃어버린,
아니 중국과 일본의 끊임없는 역사왜곡에 의해
망각을 강요당하고
마침내는 망각하게 된
"韓(한)" 이라는 말과 그 기원이 됐던 나라를 쫒는 역사 소설이다.



이긴 자에 의해 기록기에
모든 역사는 결국 픽션이라고 하는데...
고대에 중국을 훨씬 뛰어 넘는 문명을 가졌던 나라  
오성의 집결을 관측하고
조수간만의 차이를 정확히 예측했던 나라.
그 나라를 찾아내 韓의 기원을 밝히는 소설.



시작부분의 살인 사건은
솔직히 이야기의 개연성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
단지 충격을 주겠다는 의도로만 읽혀진다.
결말도 좀 단순하고...
소재에 반짝임이 아무래도 좀 아깝다.
단지 내 선입견일지라도......

어쩌라..
모든 독서는 이기적인 것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2. 06:51
 <잘가요 언덕> - 차인표



잘가요 언덕 



연기자 차인표가 책을 출판했다고 해서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사진 넣은 스타일리시한 책이거나, 종교서적, 혹은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 후원을 목적으로 만든 책일거라고...

와~우!

그런데 이건 아니었습니다.

잘 쓴 책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약간은 어눌하기도 하고 심지어 유치한 부분까지 있긴 하지만, 꽤 괜찮은 책이라는 걸 분명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사람,

“시대”에 대한 빚이 있는 걸까요?

예전에 <크로싱>이라는 탈북자 관련 영화를 찍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연기자 차인표는, 안티도 없고 가정도 예쁘게 꾸려나가고,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는 모범적인 연예인의 대표적 인물! 더 나아가 차인표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

그런데 이 사람이 책을, 그것도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저는 이 소설을 엉덩이로 썼습니다.” 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전 그가 책을 쓰면서 느꼈을 부족함과 절실함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걸 채워낸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나 신인 작가분들이 한 권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는데 저는 연예인 프리미엄으로 너무 쉽게 책을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함도 함께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배려심 담긴 말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도 참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자녀가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아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다 읽은 후엔 아들, 딸의 손에 꼭 직접 들려줘서 자녀들도 읽게 만들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쓴 차인표도 제일 먼저 자신의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했다네요)

내가 잊고 살았던 것, 그리고 점점 잊혀져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내 세계의 축복받음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까지 예쁘고 착한 소설로 만들어준 작가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호랑이 마을, 붉은 소나무 마을, 잘가요 언덕, 엄마별, 순이, 용이. 훌쩍이....

느끼셨겠지만 지극히 동화적인 배경이고 그리고 지극히 동화적인 인물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동화의 세계라는 건 다름 아닌 일제의 흔적이 지나가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하죠.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랑이 마을에 어느 날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찾아옵니다.

촌장을 만나서 마을의 걱정거리인 호랑이(6발이)를 잡아줄테니 움막을 짓도록 허락해달라고 하죠.

사실 그 두 사람이 잡으려고 한 호랑이는 육발이가 아니라 백호였습니다.

어머니와 갓난쟁이 여동생을 집어 삼킨 호랑이 백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품은 아픔은 참 깊고 집요합니다.

평화로운 순간을 만나면 우리는 그 시간과 공간이 그 상태로 영원히 멈추길 희망합니다.

그 안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따뜻함이 너무나 간절해서 말이죠.

이보다 더 좋을 필요도 없으니 뭐든 다 비켜가길 바라는 마음...

그러나 이 산골 마을에도 일제의 날카로운 손끝에 의해 여지없이 할큄을 당합니다.

“조선인 여자인력 동원 명령서”

촌장의 손녀 순이가 그 희생자로 지목됩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웠던 동화의 세계는 이제 잔인한 “역사”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직접 아프게 읽어내시길.....)


<나눔의 집>을 알고 계시나요?

일본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할머님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는 곳.

그 곳의 할머님들은 말씀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죽은 뒤에 우리들에게 저질러졌던 범죄가 하나 둘 잊혀지는 거” 라고요...

이제 이곳에 남아 있는 분은 모두 7분이라고 하고, 이 분들도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으시죠.

어쩌면 우리는 그 분들이 두려워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이 모든 걸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뭘 잊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될지도요.

이 책에서 순이는 말합니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많은 분들을 오래오래 따뜻하게 기억하는 게 이 땅 위에 지금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걸 저 또한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전쟁은 남의 일이라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은 말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으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입니다.

다시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는 걸 소망하는 시대가 되게 하지 말라고...


이 땅을 떠난 모든 엄마는,

엄마별에 모여 살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직접 안아줄 수 없어서 따뜻한 별빛으로 대신 안아주는 거라고요, 언젠가 아이들이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게 될 거라고요...

감히 믿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모든 분을 또한 그곳에 계실 거라는 걸요.

“엄마별”을 찾는 방법,

까만 하늘 위에서 엄마별을 찾지 못하는 용이에게 순이는 말합니다.

“엄마별은 가장 따뜻한 색”이라고...

그리고 용서를 하면 그 별을 볼 수 있을 거라고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용이보다 더 엄마별을 못 찾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엄마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서를 해야만 할까요? 혹은 얼마나 많은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소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언젠간 이런 말을 할 수 있기를요...

“따뜻하다... 엄마별...” ·


*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19. 23:00
 
<책 읽어주는 남자 > - 베른하르트 슐링크


오늘도 역시 특별한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자극적이고, 관능적이며 모호하고, 몽환적인 책, 심지어 무기력하기까지 한 책.
먼저,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이력이 참 재미있습니다.
판사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
논리적이고 너무나 현실적인 직업의 판사, 그리고 비현실과 상상 세계의 탐험자인 작가... (우리나라에도 어느 날 이런 조합이 한 번 나타나주면 참 좋겠습니다)
올 2월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가 바로 이 책을 가지고 만든 영화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은 책 표지가 “케이트 윈슬렛”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예전에 출판된 책의 표지는 지금과는 많이 다릅니다.
빨간 배경 한 켠에 그림이 보이네요. 한 남자의 손. 여자의 벗은 몸에 손을 올리고 있는 성장한 남자의 손. 책의 뒷면으로 가면 그림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꽤 오래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표지가 좀 더 강렬한 빨간색이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림은... 약간 카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그 손은,
그러니까 한 여자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막 그녀의 첫 페이지를 넘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왠지 떨리네요. 마치 주인공의 간절함처럼...


한 남자가 있습니다.
세 번, 이 남자는 “한나”라는 이름의 한 여자와 일생동안 세 번 관계됩니다. 그것도 아주 깊게 그리고 은밀하게 마지막엔 지배적으로 말이죠.
첫 번째는 15살 어린 소년이었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귀가하는 길에 소년은 느닷없는 구토 증상을 경험하죠. (이 부분, 참 재미있습니다. 예전 책엔 “황달”이라는 병명으로 나오는데 지금 책은 “간염”이라고 나오네요. 해석의 오류였을까요?)
오물로 더럽혀진 소년을 데리고 들어가 깨끗이 씻겨 집까지 데려다 준 사람이 바로 36살의 그녀, “한나 슈미츠” 입니다.
도덕성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처럼 이야기되고 있지만,
어쨌든 15살 소년은 36살 한나를 통해 육체적인 성에 눈 뜨게 됩니다.
결과는 뻔하죠, 꼬마(그녀가 그를 그렇게 부릅니다)는 도무지 그녀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급기야 학교 공부도 소홀하게 되죠.
그런 소년에게 한나는 말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려면 다시는 찾아오지 마!”...
그들에겐 어떤 의식 같은 절차가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나누기, 같이 누워 있기
그녀는 항상 그에게 책을 읽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모든 의식의 시작은 “책 읽어주기”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죠.
수영장에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소년을 본 그녀는 다음날, 사라져 버립니다. 살고 있던 집을 비우고 승진시켜주겠다는 전차 회사도 그만둔 체 갑자기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녀의 실루엣은 그대로 소년에게 남겨집니다.

다시 그녀를 보게 된 건,
나치 강제 수용소와 관련된 법정에서였죠.
그녀는 가스실행 인원 선별 작업을 수행하던 여자감시원 중 한명으로 기소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든 피고인들이 문서와 보고서는 한나가 썼다고 주장합니다. 그녀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심지어 스스로 시인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종신형을 선고받죠.
그러나 그는 알게 됩니다.
그녀가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는 걸...
그는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자, 이제 그도 더 이상 자유로울 순 없게 된 셈이네요.
법정에서 한나는 판사에게 되묻습니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라고...
어쩌면 그는 판사를 향한 질문을 자신에게 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나에게 향하는 손가락질에 개입하지 않고 그 손가락질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스스로 수치심의 고통을 선택한 것처럼 말이죠.

세 번째 그녀와의 대면,
그는 지난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녹음해서 보냈습니다. 그러나 단 한번도 편지를 보내진 않았죠. 심지어 그녀가 편지를 보냈을 때조차도 그는 답장을 쓰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교도소장이 그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녀의 사면을 알리면서 18년 동안 갇혀 지낸 한나의 사회적응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죠.
한나에게 우편물을 보낸 유일한 사람이 바로 그였으까요.
마침내 사면되는 날 아침, 한나는 스스로 목을 매 자살을 합니다. 그녀가 남긴 유품들을 정리하던 그는 오래된 신문 기사를 발견합니다.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실린 신문 기사를 말이죠.
교도소장이 말합니다.
“그녀는 당신과 함께 글 읽기를 배웠어요....”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나는 그를 통해 읽고 쓰기를 배움으로써 드디어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성장한 셈이죠.
그가 한나를 통해 비로소 성년이 된 것처럼...
그렇다면 이 책,
사랑에 대한 책일까요?
전 사랑 보다는 지독한 그리움에 대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한 강렬한 그리움. 그 날카로운 대한 기록이라구요.
때론, 누군가에겐 패배가 승리가 될 때가 있습니다.
평생 한나의 실루엣에 휘감겨있던 그.
이제 그는 고향에 돌아온 셈이네요.
약간의 위장도 이젠 필요하지 않을 테죠.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자유를 손에 쥐었으니까요. 그녀의 자유 그리고 그의 자유 모두를 말입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선택했다”
그의 고백입니다.
이쯤 되면, 당신의 표정 또한 궁금해지네요....


*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는, 케이트 윈슬렛에게 2009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줬습니다.

그런데 이 배역에 많은 사연이 있었다는 사실 아세요?

원작자는 처음부터 케이트를 주연으로 원했는데 당시 한창 촬영중인 영화가 있어 그녀 스스로 캐스팅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티븐 달드리 감독과 <디 아더스>에서 함께 작업했던 니콜 키드먼에게 그 역이 돌아갔고 촬영이 시작됐다고 하네요. 그러나 그녀의 임신으로 촬영은 중단되고 말죠.

그 사이 전작의 촬영을 다 마치고 쉬고 있던 케이트 윈슬렛에게 다시 한나 역이 돌아가게 된 거라고 합니다. 결국 그녀는 이 역으로 아카데미의 꽃이 됐구요.

소년을 연기한 데이비드 크로스 역시도 사연이 있네요.

촬영 시작 당시 그는 미성년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닥칠 후폭풍을 염려해서(의외로 미국이란 나라 보수적이쟎아요...) 영화에 등장하는 베드신은 그의 18세 생일에 급히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화 시사회 후 몇몇 장면들에 대해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원작을 보면, 처음엔 강한 거부감이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처음 생각과는 분명 달라져 있을 거예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대체 어떤 내용이 기다리고 있길래 달라지게 되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6. 05:57
<연금술사> - 파올로 코엘료

연금술사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윤대녕의 소설 제목입니다.
<연금술사>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전 이 소설 제목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연금술사>가 무슨 오래된 고전 소설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나라에 미지의 문학처럼 여겨졌던 중남미 문학의 붐을 만들어냈던 소설.
그리고 작가는 참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직업, 그리고 다양한 방황(?)과 다양한 구도(?)의 길을 만난 사람입니다. 산전수전에 소위 공중전까지 전부 겪은 셈이죠.
처음에 이 사람의 책을 읽었을 때 분명 게이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문체가 여성스러웠던 건 아닌데 어쩐지 섬세하고 다정한 것이 따뜻한 양모를 뒤집어쓰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따스함의 전달 혹은 적당한 안식이라고 말할까요???
제가 알기론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은 전부 9권입니다.
그의 첫 책을 비롯해 11권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고 가장 최근 번역작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개인 산문집입니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27년 동안 열심히 작가의 길을 가고 있네요.
이 사람의 경력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직업을 가지는 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울만큼 다양합니다.
그것도 한번 스치는 직업이 아니라 소위 한 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이죠.
그런 사람의 마지막 정착지가 작가인 셈이네요.
1947년 출생, 이제 60 고개에 접어든 나이니까 혹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입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의 내용은 몰라도 이 구절은 이제 하나의 명언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단서가 있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단,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잘 아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이죠.

이 책,
 
첫 페이지부터 은밀함을 품고 있습니다.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사용할 줄 아는 연금술사 J에게....
어쩌면 그냥 스쳤을지도 모르는 이 문구가 이 책의 맨 앞에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는 동안은 이 “J"가 되기로 작정을 했죠.
주인공 산티아고의 순례의 길을 함께 따라갑니다.
“J"인 나는 꿈을 해몽하는 집시가 되기도 하고, 늙은 왕이 되기도 하고, 크리스털 가게 주인이 되기도 하고, 영국인이 되기도 하고, 낙타몰이꾼이 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 남겨둔 그의 여인이 되기도 하고, 연금술사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산티아고 자신의 모습이 되기도 하죠.
함께한 순례의 길은,
자아의 신화, 위대한 업 혹은 만물의 정기, 그리고 하나의 언어로 명명되어지는 “사랑”에 대한 비유와 상징의 보물 찾기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이 책,
“소통”과 “조화” 에 대한 충고였던 셈이네요.
크리스털 주인의 꿈은 메카로의 성지순례였습니다.
산티아고 덕에 부자가 된 그는 떠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합니다.
그는 말하죠.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혹시 이 모습이 내 모습, 혹은 당신의 지금 모습은 아닌지......)
가게 주인은 꿈의 길 그 끝에서 마지막을 보게 될 사람입니다.
그가 만약 진정한 연금술사를 꿈꿨다면 아마 다르게 말을 했겠죠.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일에는 결국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래 앓고 난 사람처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나요?

어쩌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는 길을 되집어 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따뜻한 봄날,
당신의 영혼에 파이팅을 외칩니다.
이제 꽃으로 피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