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0.10 <밤의 화가들> - 최예선
  2. 2010.10.09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강세형
읽고 끄적 끄적...2014. 10. 10. 08:01

원래 "읽고 끄적 끄적"에 포스팅을 할 때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쓰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제 고작 몇 페이지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포스팅하는 이유는...

개기월식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10월 8일에 개기월식이 있을거라는걸 몰랐었다..

퇴근해서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 다시 습관처럼 하늘을 봤더니 달이 반쯤 가려져 있더라.

아... 개기월식이구나...

느닷없이 맞딱뜨린 달의 변화 앞에 처음엔 좀 멍해졌었다.

그리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계속 달을 쫒았다.

1시간 예정했던 산책길이 어느새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달의 변화가 이정표였고, 시간이였고, 유일한 길이었다.

게다가 적월(赤月).

 

길어진 밤산책 후

최예선의 <밤의 화가들>이란 책을 펼쳤다.

사람들은 여전히 내게 묻는다.

혼자 사는거 외롭지 않느냐고..

외로움을 느낄만큼 혼자 산 기간이 긴게 아니라 조금 민망하지만

내 선택은 그런 것 같다.

혼자 사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 사는 고요함을 택한거라고.

그 고요가 아직 나는 평온하다.

 

<밤의 화가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보는 책 그리고 감각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 중 밤과 관계된 그림들이 이렇게 많았다는걸...

그림을 보면서 내가 놓친 시간들은 실루엣과 뉘앙스로 남아있다.

꼭 밤처럼....

 

그런 순간이 있다.

아니 있다고 믿는다.

딱 그 장소여야만 하고,

딱 그 시간이어야만 하고,

딱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순간들.

그것 역시 실루엣에 불과할 뿐임을

그림을 한 장 한 장 감각하면서 다시 느꼈다.

 

흐려지는 기억을 붙잡으려 살을 붙이는 일,

그건 간절함이 아니라

조작되고 왜곡(歪曲)된 환상일 뿐이다.

그 환상에 빠져버리면

현실은 함께 환상이 된다.

 

그러니 잊지말자!

내가 여전히 살아야 하는 세상은

환상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존 싱어 사전트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

빌렐름 함메르쇠이 <스트란드가드 30번지, 실내>

빈센트 반 고흐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9. 15:05

라디오 방송 작가라고 했다.
강세형.
예전에는 한창 라디오를 벗삼았드랬는데
이제는 그것도 과거의 일이 됐다.
이종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일요일 공개방송을 꼭 찾아 들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웃겠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오래된 이야기긴 하다.
요즘 아이들은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모를텐데...



꼭 그랬다.
심야의 라디오 방송은 프로그램이 끝날때 조용한 음악이 깔리고 에세이같은 걸로 마무리를 했다.
저런 건 다 누가 쓴지?
어릴 땐 궁금했었는데...
이 책의 글들도 그렇다.
딱 심야 방송에 어울리는 조금은 감상적이고 달달하면서도 공감가는 이야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말하는,
내가 네가 되기도, 네가 내가 되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
때론 복잡한 머릿속에 이런 이야기들이 쉼표가 되고 위로가 된다.
그리곤 꼭 한 마디 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고...
어디 한 번 해볼까?



에젯밤 늦은 시간,
하루에 지친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나만큼 고된 사람도 없을거라고
부유하지 못한 태생을 한탄하면서 걷다 순간 멈추섰다.

앞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두 분의 할머니.
자세히 보니 한 분이 훨씬 더 노령이시다.
어머니와 딸이었을까?
아니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였을까?
두 분 모두 머리가 이미 새하얗게 변해서 걸음걸이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친구간의 밤마실쯤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서 걸어가는 분의 팔을 꼭 잡고 천천히 걸을을 옮기는 조금 더 구부정해서 몸피. 
뒤따라가던 나는
저벅저벅 앞서지도 못하고 최대한 천천히 걷는다.
언제가  TV에서 봤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내 서방보다 그 사람 어머니랑 더 오래 살게 될지 그때는 몰랐지!"
고부였다가 어느새 동기간처럼 되어버린 두 할머니의 모습이
나는 참 아름다워서 그만 샘이 나고 말았다.
문득 그 장면이 겹쳐져서였을까?
성큼성큼 앞서가지도 못했던 게...

예정되어 있는 일생 속에
내 옆을 함께 할 사람이
꼭 남편이 아니어도,
꼭 죽고못사는 사랑하는 그이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고 나면 그래지지 않을까?
주금진 얼굴, 주름진 손으로 만지며
"그래도 니 얼굴은 새색시마냥 참 곱다!"
듬성듬성 성긴 입으로 웃으며 말해주는 사람.
그 입에 말캉한 찬거리를 하나둘 넣어주긴 또 다른 한 사람.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걸음이 빨라지지 않았던 건...
하늘에 달도 보이지 않던 서운한 밤이었는데
그만 덜컥 행복해지고 말았다.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걷는
백발의 할머님 두 분 때문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