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7. 08:16
전날 시간이 늦어서 갈라타 탑 전망대에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피에르로티 찻집의 석양을 포기하고 다시 갈라타 탑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꼭 그곳에서 석양과 야경을 보겠다 다짐하면서...
예전에는 입장료 없이 올라갔었다는데 지금은 11TL의 관람료를 받는다.
6시 넘어서 도착했을 땐 이미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탑 주변을 뺑 둘러싸고 있었다.
이러다 또 못보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입장료를 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까지 올라갔다.
다시 좁은 원추형 계단을 꽤 올라가니 드디어 탑 전망대다.
이곳은 저녁 8시까지 관람객을 받는다.
그 시간 이후부터 엘리베이터는 나이트클럽과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로 바빠진단다.
특히 갈라타 탑에서 밤마다 공연되는 벨리댄스가 유명해서
아예 여행상품으로 나와 있는 것도 많다.
춤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잼뱅이인 관계로 pass!
(내 입장에서 벨리댄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현실적은 몸놀림이다!)



갈라타 탑 전망대는 360도 돌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아나로그적인 방식인 두 발로 직접 걸아서 돌아야 한다.
폭이 좁고 관람객은 많아 좌우, 앞뒤 간격 모두 촘촘하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다른 여행객에게 길을 잘 내줘야 한다.
자리잡고 비키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략 난감해지므로...
갈라타 탑에서 보는 이스탄불의 정경은 아름답고 시원하고 경쾌하다.
중간중간에 view point에 주변을 설명해주는 안내판도 있다.
우뚝우뚝 솟은 자미의 미나레의 갯수를 세면서 혼자 이름을 맞춰보기도 했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즐기는 중 ^^)
오스만 제국 최고의 술탄 쉴레이만 대제에게 봉헌된 쉴레이마니예 자미!
골든혼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자미의 미나레를 세본다.
모두 4개의 미나레.
쉴레이만 대제가 이스탄불을 수도로 삼은 네 번째 술탄임을 뜻한다.
그리고 10개의 발코니는 자신이 오스만 제국의 10번째 술탄임을 상징하는 의미고...
이런 숨은 그림같은 이력을 알아가는 것 역시 이스탄불의 매력이고 즐거움이다.
마치 소풍날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자니 해가 진다.
점점 어둑해지면 갈라타 탑 아래 또 다른 이스탄불의 모습이 태어난다.
하나 둘 불빛이 밝혀지는 자미와 거리의 상점들.
그리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물들이는 석양의 붉은 빛깔.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신비감보다는 친근함에 가깝다.
손에 잡힐듯한 풍경과 빛깔이 꼭 내게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내 시선이, 내 생각이, 내 느낌이
이 모든 것들을 창조했구나!
어쩌면 풍경의 진실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터키는 내게,
참 거칩없이 아름다웠다.
그리움 그 이상의 마음때문에 나는 지금 버겁다.
내가 보지 못한 뭔가가 아직 그곳에서 나를 잡아 끌고 있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6. 13:09

간송미술관에서 "정선화파전" 보고
잠시 들렀던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유택 <심우장>
한용운 선생이 마지막 눈을 감은 곳.
그 한 켠에는 사람이 여전히 살고 있다.
(예전엔 후손이 직접 살았는데 바라다보이는 일본대사관이 도저히 보기 싫어 관리인을 두고 이사를 갔다고...)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신비하게도 지붕을 피해 뻗어나간 소나무
마치 소나무 한 그루가 한용운 선생의 정신을 호위하고 있는 것 같아
왠지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사람의 발걸음을 거부하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 맞이하는 고택의 다정함.
처마밑에 앉아 있는 느낌이 따뜻했다.
아이의 사진을 찍고 있는 이국(異國 )의 가족
그 모습까지도 낯설지 않게 품는 마음.



만해 한용운의 절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곳의 흔적들.
액자에 곱게 담겨져 있던 그의 친필들,
그리고
나를 향하는 그의 얼굴은 단호히 묻는 것 같다.
"바르게 살고 있는가!"를....



두런두런,
아이와 함께 무릎걸음으로 앉은 어머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
살짝 엿듣고 싶은 욕심도...



내려오는 길에 만났던 골목길들, 대문들, 시멘트 담벼락들.
어릴 적 깨복쟁이 시절을 생각나게 해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추억들.



"성북동 아름다운 나무"라는 푯말이 붙어 있던,
밑둥 부분이 붙은 연리지.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아 절로 웃음이 가득.

성북동!
골목 골목마다 비밀을 품고 있는 동네.
운이 좋다면 걸음 속에서
우연히 지나간 시간을 만날 수도 있는 곳.



"심우장"의 편액은 위창 오세창이 쓴 것이란다. 
‘심우(尋牛)’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선종(禪宗)의 열 가지 수행 단계 중 하나로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일제시대에 호적도 올리지 않고 배급도 받지 않은 채
이곳 심우장에서 영양실조로 66세의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당시 이곳 일대 20만평의 땅으로 그를 회유하기 위해 찾아온 청년은
뺨을 맞고 돌아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럴 수 있는 사람!
지금 이 시대에 아직 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11. 06:25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오늘은 시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이 시를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예요.

함석헌 선생님은 1901년 평안도에서 태어나서 1982년 타계하실 때까지 시인으로, 종교인으로, 사회활동가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일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삶이라는 거...

어쩌면 우리는 전혀 알 수 없기에 유토피아적으로 느끼는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

어떠세요?

처음 읽었을 때 제겐 파동이 오는 것 같았습니다.

잔잔한 새벽, 고요한 수면 위에 던져지는 아주 작은 돌맹이의 파동....

맘에서 시작되서 머리가 쨍~~해질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리고 슬펐고, 그리고 사랑스럽고 희망찼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더불어 할 수 밖에 없었
구요...

저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꿈꾸게 했던 귀한 시여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

 

보너스 팁 하나!

혹 대학로를 가시게 되면 보물 찾기 한 번 해 보시겠어요?

KFC 아래쪽 보도를 걷다보면 공연 포스터와 노점판매대 사이에서 이 시를 적은 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대학로에서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하셨다면...

이 시가 적힌 비를 보시고 상대방에게 한번 웃어주세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런 미소가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사람을 가진 당신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대학로에 있는 함석헌 시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