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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07 주말의 단상(短想)
  2. 2011.05.16 코엑스 아쿠아리움
그냥 끄적 끄적...2013. 1. 7. 08:39

안국동에서 교보문고까지

해금가방 하나와,  책 두권, 그 밖에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어깨어 메고

꽁꽁 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가며 좀 걸었다.

햇볕이 비치는 곳은 그래도 어느 정도 녹아 발걸음을 질척이게 한다.

그늘진 곳에 더께처럼 내려앉은 눈은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오히려 견고해지고 단단해졌다.

망치로 가게앞의 눈을 내리치는 아주머니를 지나치며 나는 조금 멈칫했다.

거침없이 망치를 내리치는 손길이 너무나 강인하고 단호해서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뭔가를 깨부술 수 있다면,

그럴 힘과 그럴 의지가 있다면

삶이 조금은 순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간다.

어쩌면 조성민도 생(生)을 집요하게 깨는 작지만 필사적인 저 소리를 들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완강히 버티던 것, 그것을 스스로 놓아버린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며 또 다시 먹먹하고 아득해진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어떤 선택은,

때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 그것도 아주 강력하고 집요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걸. 

죽음에 대한 유혹과 두려움을 꼭 그 방법으로 극복했어야 했느냐고...

그래서 이제 이겼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쩌면 이 질문은 고(故)최진실에게 해야 옳은건지도 모르겠다.

검은 물 속으로 스스로 가라앉기를 선택한 사람들!

그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자기파괴 욕구!

자살도 일종의 욕망이다.

욕망은 때때로 사람을 비참하고 처참하게 만든다.

그걸 바라봐야 하고,

그걸 끝내 감내해야 하는 사람의 삶은 또 어떤까?

아이들에 대해선...

제발이지 아무말도 하지말자!

염려도, 위로도, 걱정도 하지말자!

이 모든 언급 속에서 두 아이들을 지켜낼 방법은 침묵 밖에는 도저히 없는 것 없다.

잊어줌이 때로는 절실하게 필요하고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는 걸 기억하자!

모두의 기억 속에서 비행운(飛行雲)으로 남았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비행(非幸)의 꼬리는 이제 끊겼노라 그렇게 믿으면서...

 

교보문서에서 3시간을 꼬박 서서 읽은 김애란의 <비행운>

(다리는 많이 아팠지만 오랫만에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참 이상하다!

때때로 독(讀)이라는 내 일상은 마치 하나의 기원에서 서로 얽혀있는 맥락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는 이 가족의 비행운을 모질게 끊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바람을 활자 하나하나에 새겨고 또 새기고 싶었는지도...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사람들,

죽음으로써 살고 싶었던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흔적만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아닐까?

The other side...

평생 만나지 못할 평행선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자리를 비우지도 못하고 나란히 따라만 가는 그런 삶.

그러다 어찌어찌 만나게되면 타인보다 더 서먹해서 어쩔 줄 몰라할거면서...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삶.

그런 것도 있는 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수없이 다독였다.

김애란!

이 젊은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현실적이라 서늘했다.

 

심난하고 먹먹한 마음은

가방 속에 들어있던 정경란의 <복어>를 읽으면서 구체화된다.

이 책을 손에 잡을 걸 조금은 후회했다.

신내림같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일가(一家)의 자살.

폭력보다 더 폭력적인 그리움을 남기고 가버린 사람들.

그건 날카롭게 날이 선 칼날이 깊고 오래 파고드는 통증 같으리라.

(어쩐지 이 책을 읽기가 조금 머뭇거려진다)

사람은 두 가지 종류의 대상을 향해 말을 한단다.

그 사람을 향해서,

그게 아니면 그 사람의 부재를 향해서...

 

부재로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사람들.

그 존재의 공백이 혼통 휑하다.

바람이 드나든다.

하얗고 긴 꼬리가 그려진다.

 

파란 하늘 위로

주소지불명의 비행운이

지.나.간.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하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1. 5. 16. 06:25

리모델링을 했는지 몇 년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공간 구성이 달라진 건 아니지만
조명이나 전체적인 색감이 예뻐졌다.
약간 비릿했던 냄새도 전혀 없고...
해저터널은 처음 봤을때만큼 신비롭진 않았지만
역시 다른 생명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건
여전히 놀라운 신비이고 경이다.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
생명은 그렇게 진화되고 그렇게 나이를 먹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 움직임의 동선을 연결하면 물고기들의 나이테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식인물고기 피라냐가 빛깔이 이렇게 예뼜던가!
그 황금빛 움직임이 오랫동안 눈길을 잡아 끈다.
빵빵하게 부풀어른 작고 노란 복어를 보면서
그 모습을 따라하는 조카들의 웃음이 꼭 하늘처럼 푸르고 맑다.
몽유같은, 혹은 유령같은 눈을 가진 작은 물고기들은
어쩌면 24시간 꿈을 꾸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길조라는 쌍두거북의 모습은 어쩐지 섬득하고 측은하다.
두 개의 생각을 한 몸에 담고 산다는 건
결코 당사자에겐 길조가 아닌 혼돈일텐데...
길게 목을 늘리고 물 속을 헤엄치는 거북을 보면서
길조의 위대함보다 자유의 소박함이 백 배쯤은 더 황홀해보이더라. 
이것도 다 이기적인 내 생각에 불과할 뿐이겠지만...



아이들의 움직임과 물고기들의 움직임은 공통점이 많다.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다는 거,
그리고 묘하게 질서가 있다는 거,
그런 모습이 천진한 웃음소리처럼 깨끗하고 청량하다는 거.
그렇겠지!
하나하나 계산하면서 동선을 그리진 않을테지.
그 자유로움을 보는 건 한없는 부러움이고 찬사였다.
그게 전부 진실은 아닐지라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유연한 움직임이 마냥 부럽기만 한 건 어쩔 수 없다.



거대한 수족관은 보는 사람을 몽유상태로 이끈다.
혹은 아름다운 최면이라고 해두자!
꿈꾸는 자유를 나는 이 작은 생물들을 오래오래 들여다보면서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그게 또 진심으로 부러웠다.
그들의 한때는 정말 좋았으리라...
그 기억이 아마도 지금 저들의 물길을 만들고 있는지도.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기다리고 있나.
어떤 기억으로 나는 내 길을 꿈꾸고 있나.
무겁고 거추장스런 물길만 끌고 있는 나는
그래서 늘 고단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