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7. 31. 08:34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배우 임태경.

과거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 그가 들려줬던 연주때문일까!

이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나는 왜 여전히 놓치 못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과거의 그 모습을 놓아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나는 그의 첫뮤지컬이었던 <불의 검>도 비교적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의 연기는 형편없이 어색한 초등 연기였다.

그러나 그가 노래를 부르면 민망한 발연기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의 반전이 있었다.

"그대도 살아주어"에서의 청명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음으로 갈수록 깨끗해지는 그의 소리는 확실히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받았던 충격.

그의 연주는 나를 일으켜세우는 힘이었다.

"You raise me up" 이라는 그의 격려를 들으며

비로소 나는 다시 "Nella fantasia"를 조금씩 그려갈 수 있었다.

확실한 위로였고, 다시 없을 믿음의 격려였다.

그때 알았다.

그의 연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이게 내가 아직까지도 그를 놓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로딩이 많이 늦은 편이라 중반부까지도 사실 불안해서

<몬테크리스토>는 아예 작정하고 후반부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내 선택은 확실히 옳았다!

물론 그의 연기가 탁월했다거나 환상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인물은

오직 메르세데스와 아버지, 그리고 선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은 쓸 줄도 모른다.

글을 모르면 고귀할 수 없다리거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적당히 망가질 줄도 아는 조금은 순박한 인물이여야 하는데

임태경의 에드몬드는 여전히 황태자스러운 고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박철호 파리스와의 감옥 장면이 잘 살지 못했다.

이미 너무나 우아해서 파리스의 교육 따위는 필요없는 귀공자처럼 보였으니까...

이 장면에서 에드몬드와 파리스와는 약간은 과장된 쫀쫀한 텐션을 보여줬어만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박철호 혼자 용쓰는 느낌이랄까!

루이자의 해적선에서도

한 인물이 두 인물 처럼 표현했어야 했는데 별 차이가 없다.

이 장면은 에드몬드가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이 되겠다고 작정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여전히 너무나 우이힌 황태자 포즈다.

과연 언제쯤 나는 배우 임태경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걸 보게 될까?

"황태자"라는 영광스런 호칭은 적어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에겐 하나의 족쇄다.

(제발 과감하게 깨버리길!!!)

윤공주와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함께 부르는 것보다 "언제나 그대 곁에" 처럼 앞뒤로 주고 받는게 훨씬 듣기 편했다.

"지옥송"은 여전히 고음에서 터져주지 못해 좀 답답하다.

("지옥송"은 임몬테보다 오히려 조휘 몬데고가 훨씬 좋았다.)

류정한은 이 장면에서 마이오네트를 조정하는 주술사 같았는데

임태경은 그런 카리스마는 확실히 약하다.

조금은 사악하고 비열하면서 섬득한 복수의 칼날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놈의 기품을 끝끝내 놓치 못한다.

그래선지 2막의 복수 장면도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

음밀하고 은산하게 진행되다 결국엔 통쾌하게 마무리 되길 바랬는데...

(갈듯 갈듯하다 결국 못간다. 왜 그럴까?)

걱정했던 액션 장면은 상대 배우들과 합도 잘 맞았고, 몸을 쓰는 건 예전보다 아주 좋아졌다.

단지 그 장면 뒤에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주셔서 그게 좀...

(이해한다! 불혹을 넘겼으니 그도 힘들긴 했을 거다!)

"ㅅ" 발음의 정확도와 "O자 다리"는 이제 눈감아주기로 했으니까 넘어가고

전체적으로 표정과 눈빛은 놀라울만큼 좋아졌다.

이러니 사람 참 애매할 수밖에...

솔직히 모르겠다.

8년이면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배우로서 그에 대한 결론을 못내리겠다!

게다가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의 그의 연주에 대한 희망은 도저히 못버리겠다.

그는 내겐 지독한 현재진행형의 딜레마다!

 

이번 관람에서는 조휘 몬데고에게 가장 많이 놀랐다.

초연과 재연때는 최민철 몬데고가 훨씬 좋았는데 이번에 완전히 역전됐다.

몬데고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사랑은 세상에 다시 없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다.

연민과 안스러움이 느껴지는 몬데고!

조휘의 표현 속에는 악해질 수밖에 없는 몬데고의 이유와

사랑을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숨겨야만 햤던 지독한 목적이 보인다.

그래서 그의 "지옥송"이 임몬테보다 짧지만 오히려 더 처절하고 강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조휘는 매작품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전하는 배우다.

차기작 <NDP>의 클로팽을 기대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김상아 루이자는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백주희보다 느낌이 좋았고

(그래도 역시 춤은 약하다.)

자코프와 알버트도 예전 캐스팅보다 훨씬 좋았다.

예전 자코프는 대본을 아주 성실히 또박또박 읽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번 자코프는 그래도 연기를 하더라.

알버트는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서은광이라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외형은 살짝 개그맨 양상국을 닮았다.

너무 상꼬마 같은 이미지라 "자네같이 잘생긴 청년이..."라는 몬테의 대사에 혼자 팡 터졌다.

(물론 속으로!)

"오, 여자!" 넘버는 확실히 신현묵 알버트보다 좋다.

뮤지컬 첫데뷔라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 참 이쁘더라.

(보면서 살짝 이모 미소 번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관람은 작품 자체보다 배우들의 표현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JCS>와 <두 도시 이야기>의 여파겠지만

예전만큼 이 작품의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확실히 <몬테크리스토>와 <레미제라블>은 원작이 갖는 힘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범접하기 힘든 고전의 위대함!

이건 절대 무시될 수 없을 것 같다.

 

고전(古典)은 언제나 나를 고전(苦战)케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8. 08:31

<황태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황태자 루돌프> 두번째 관람.

사실 첫번째 관람인 박은태, 옥주현, 조휘 캐스팅보다 임태경, 김보경, 민영기 캐스팅을 정말 많이 기다리고 기대했었다.

그래서 좌석도 일찌감치 중앙블록 맨 앞 좌석을 예매하면고 얼마나 뿌듯해했던지...

작년에 임태경의 <모차르트>를 보면서 이 사람 이제 정말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 싶었었고

김보경은 <미스 사이공> 때 연기도, 노래도 너무 좋아서 무조건 신뢰감이 갔다.

게다가 지금까지 실망감을 안겨 준 적 없은 민영기까지...

이런 환상의 캐스팅은 어찌됐든 꼭 봐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must see! must see!

 

게다가 요즘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고 있는데.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 읽지는 않았지만 뮤지컬보다 대단하다. 정말 장엄하고 엄청난 역사서다.)

이 작품과 꼭 맞는 문구를 읽고 기대감이 조금 더 상승되기도 했었다.

 

'혁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에 '진보'라는 이름을 부여하라. 또한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에 '내일'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라. '내일'은 아무도 항거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자기의 과업을 수행하며, 그 일은 오늘부터 시작된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루돌프 : 임태경, 마리 베체라 : 김보경
 
루돌프 황태자, 마리 베체라

임태경의 루돌프는,

그의 뮤지컬 데뷔작 <불의 검> 가라한을 떠올리게 했다.

어색한 발음과 감정을 아주 철저하게 배제하고 너무나 성실하고 꼼꼼하게 읽어주던 대사들.

대사 타이밍도 살짝씩 어긋나고 노래도 예전보다 힘겨워보였다.

(이날 유달리 컨디션이 안 좋았던걸까?)

제일 자연스러웠던 연기는 기침 연기더라.

대사가 워낙에 많은 작품이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워야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고 배역인데

이렇게 순수하고 풋풋한 초기 상태의 모습을 보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이제 당신은 더이상 풋풋하고 신선한 데뷔 배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ㅅ" 발음이 어색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넘어간다치고,

모든 대사를 어쩜 그렇게 감정 없이 같은 톤과 뉘앙스로 일관되게 또박또박 읽어 주던지...

(개인적으로 연주가 임태경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도 너무나 좋아 한다.

 그런데 이날 공연을 보고 솔직히 현재 맨붕 상태에 빠져있다.)

무도회 장면에서 그가 "마리 배째라"라고 발음할 때 실수겠거니 했는데

신문사 장면에서도 똑같이 "마리 배째라"라고 해서 좀 놀랐다.

혹 "마리 배째라"라 옳은 발음이라고 해도

"마리 베체라"라고 해줬어야 했다.

(어감이 웃기잖아~~)  

아버지와의 대립 장면에서는 격하고 간절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애매한 소리 지름....)

특히 "내일로 가는 계단(The steps of tomorrow)"에서는 솔직히 조금 심했다.

자신의 모든 게 달라지는 아주 중요한 순간의 대사고 노래인데 정적이고 단호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라리쉬부인이 노래를 부를 때

회전무대가 돌아가면서 다른 배우들은 스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데

루돌프 임태경은 혼자 일관성있게 평상시 속도로 움직여 디테일까지 무너졌다.

(이 부분과 아버지와의 대립 장면은 박은태의 해석과 표현이 정말 멋지다!)

마리와의 듀엣곡 "something more"와 "I was born to love you"는 무난하긴 했지만

그의 강점인 섬세한 발란스를 느끼기는 조금 부족했다.

기대했던 솔로곡 "How will I know"와 "An ordinary man", "The measure of a man"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내가 유독 임태경이라는 배우에게 너무 엄격한건가!

혼자 자문도 해봤지만,

어쨌든 이 날 컨디션 최악이라도하더라도

(컨대션의 조절과 극의 몰입도, 이 둘은 철저히 배우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김보경 마리는 옥주현 마리와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옥주현이 모성애가 느껴지는 마리였다면

김보경 마리는 귀엽고 순수하고 그리고 고집쟁이 외골수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나쁘지 않은 표현이었다.

솔로곡 "Only love"는 참 좋았다.

그런데 이상한건 임태경과의 듀엣은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좀 놀랐다.

음색의 차이도 그렇게 고음처리도 그렇고 뭔가 살짝 발란스가 안 맞는 느낌이다.

공교롭게도 루돌프와의 듀엣보다는

타페 수상과의 듀엣 "Only heroes dare"와

프란시스 공주와의 듀엣 "Can I say goodbye?"가 훨씬 좋다.

민영기 타페 수상과 신영숙 라리쉬의 "Fear and desire"는

정말 너무 박빙이라 관객 입장에서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무림의 고수 두 명이 자신의 최고 기량을 가지고 최후의 싸움을 하는 느낌이랄까?

"나 정말 노래 잘하지!~~"

"내 노래 정말 죽이지~~"

덕분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보는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는 느낌이다.

류창우는 프란츠 황제를 너무 유약하게 표현한 것 같다.

타페 수상에 의해 완전히 장약된, 무기력한 황제같다.

민영기가 너무 쎈건지, 아니면 류창우가 너무 약한건지 참 애매하다.

조연과 앙상블들은 여러모로 참 안정적이고 인상적이다.

맨 앞에서 관람해서인지 "The tra-la-la ice skating song"은 좀 위태위태해보였다.

(무도회 장면도 그렇고, 스케이팅 장면도 그렇고 치맛바람 장난 아니다 ^^)

 

누군가 그러더라.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를 섞은 루돌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공감이 된다.

안재욱의 연기력, 임태경의 섬세함, 박은테의 격정을 섞는다면 정말 최고의 루돌프이지 않을까!

살짝 고민중이다.

임태경 루돌프와 옥주현 마리 캐스팅을 볼지 말지가.

음색상으로는 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자꾸 발목을 잡는 게 있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1. 08:14

<쌍화별곡 (Song of Two Flowers)>

시 : 2012.09.11. ~ 2012.09.30.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출연 : 김다현, 박완 (원효) / 김호영, 김순택 (의상)

        정선아, 이진희 (요석공주, 선묘낭자)

        정영주, 이성훈, 이종성

대본 : 이희준

작곡 : 장소영 

작가 : 이희준

연출, 안무 : 이란영

무대디자이너 : 오필영

제작 : 핀엔터테인먼트

 

연극 <꿈>에 이어 또 다시 원효와 의상 이야기다.

그리고 또 김다현이다!

갑자기 배우 김다현의 작품욕(?)이 범상치 않다.

<M.Butterfly>, <라카지>에 이어 <쌍화별곡>에 연달아 출연중이고, 이 작품 지방공연(대구, 부산)이 끝나면 또 다시 곧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락 오브 에이지>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쉼없는 행보다.

확실히 군대를 가기 전과 후의 김다현은 좀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더 과감해지고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할까?

꽃다현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은근히 배역에 한계가 있는듯 했는데

지금은 그걸 많이 깨고 있는 중인것 같다.

무대를 책임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열심히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동안은 배우 김다현이 표현하는 다양하고 광대부면한 캐릭터를 기대해도 돼지 않을까?

(진보적인 진화는 항상 아름답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창작된 뮤지컬 <쌍화별곡>

이 작품은 서병구와 함께 뮤지컬 안무의 쌍두마차로 활약중인 이난영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그래서 작품에 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1막 첫 장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신라 화랑들의 군무장면 말고는 눈을 확 끌어담기는 안무는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불의 검>이 많이 생각났다. 왜일까?)

음악은 "나가수"로 더 유명해진 장소영이 맡았다.

어찌됐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개인적으로 장소영의 뮤지컬 작곡 실력은 뛰어나다.

"형제는 용감했다"나 "피맛골 연가"처럼 이 작품도 뮤지컬 넘버들이 다양하면서 재미도 있다.

오히려 왠만한 후크송보다 금방 귀에 담기고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희준의 가사도 참 좋다.

그리고 무대와 조명, 의상 빼놓을 수 없겠다.

요근래 본 창작 뮤지컬 중에서 제일 괜찮은 무대 구성과 장치였다.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해진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괜찮은데

이게 한 곳에 모이면 이상하게 뭔가 조화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

김다현도 다분히 라카지의 앨빈 느낌이 중간중간 강하고 들고

노래와 진행방식은 어쩐지 "피맛골 연가"와 "불의 검"을 떠올리게 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눈여겨 봤던 김순택의 모습을 오랫만에 무대에서 확인한 것도 개인적으론 즐거움이었다.

지금 약간 슬럼프인것 같은데 이 작품이 바닥을 차고 일어선느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연기가 노래를 따라가지 못해서 늘 안스러웠는데

의상역에서는 그래도 가능성이 보여준 것 같다 다행이다.

정선아는 좀처럼 실망이라는 걸 시키는 않는 배우라는 걸 또 다시 확인시켜줬고

노래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겼다.

오랫만에 무대에 선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 이성훈은 솔이 역과 설총역을 또 너무 기막히게 잘 해줬다.

빌리때로 생각했지만 이 녀석 참 대단한다.

이 녀석이 무대 배우를 계속 하게 된다면 아마도 범상치 않게 크지 않을까?

아이인데 어른 찜쩌먹을 만큼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노래도 빌리때보다 훨씬 더 잘 불러 놀랐다.

이 녀석의 미래...

많이 기대된다.

그런데...그런데...

유니버설 아트센터 2층의 음향은 정말 최악이다. 

대략 난감에 할 말이 없다. 

 

극을 너무 가볍게 끌고 간 게 조금 아쉽다.

좋은 뮤지컬 넘버들이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 때문에 오히려 빛을 잃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깨어있으라", "새벽이 오네", "일체유심조, "무애가", "그 누가 위로해주나", "금강삼매경론"

생각나는데로 꼽아봐도 좋은 넘버가 이렇게나 많은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피맛골 연가>보다 느낌이 훠~~얼~~씬 좋아서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원효와 의상, 

신라시대의 지성이었다는 두 사람의 고민과 우정 꿈이 보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성애 느낌이 강해서 당황스럽다.

(다분한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됐으면 좋겠는데...

song through musical의 장점만을 더 부각시키고

너무 과하게 산재되어있는 코믹 요소들을 과감하게 쳐내면 좋겠다.

넘버가 너무 아깝다...

이 작품이 어떻하든 잘 살아남아서 정말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작품이

깨어있어 차갑고 단단한 겨울밤을 뚫고 새벽을 맞이할 수 있길...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살아있는 날 결코 길지 않으리니.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문득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깨어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7. 06:17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주하는 임태경을 참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 그가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때
그냥 "팝페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연주는 임형주의 연주와는 분명 다르다.
열심히 임태경의 연주에 푹 빠져 있을 때 그의 뮤지컬 데뷔 소식을 들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로 만든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으로 이소정과 함께 공연한다는...
참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였지만
뮤지컬 첫도전이라는 풋풋함과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뭐 그닥 나쁘지 않았었다.
"그대도 살아주오"는 또 얼마나 절절하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전히 감동을 받고 위로와 휴식을 받지만
뮤지컬 작품을 보면서는 좀처럼 감동을 받거나 동화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엔 애써 찾아보지 않았고
몇 번 본 후에는 급기야 이 사람 예전처럼 연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기고 말았다.
(스위니토드, 로미오와 쥴리엣, 초연된 모차르트 ...)
뮤지컬이야 안 보면 그만인데 예전같은 그의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일단 지독한 불만이었다.
목소리를 다리와 바꾼 인어공주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기엔 그의 연주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웠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모차르트>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수요일 낮공연 할인(R석 40%)이 아니었다면 분명 찾아보진 않았을거다.

거기다가 4인 4색(임태경,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을 내세우는 전 캐스팅을 섭렵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띵동! 당첨(?)된게 임태경 캐스팅이었다.
(뭐 그닥 선택이라고 할만큼 폭이 넓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 때는 임태경과 박은태 두 캐스팅을 챙겨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박은태 모차르트가 더 마음에 와 닿았었다.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발성과 약간 이상한 딕션, 대사할 때의 성량만 해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성남 공연은 일단 무대 세트와 음향,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좋아졌다.
초연때는 뭔가 빈틈이 많이 보이는 무대라 전체적으로 휑했었고
모든 대사들은 동굴 속에서 웅웅 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성남 무대는 충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빈틈이 보이진 않았다.
특히 조명은 참 좋았다.
그리고 모차르트 임태경!
백만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에게 감동받았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아마도 임태경이 모차르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하고 허덕였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더라.
어색했던 감정표현과 동작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웠다.
3월에 있었던 그의 단독 콘서트가 변화의 계기가 됐을까?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와 발전이 나는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 드디어 배우가 되려나 보다...
어쩌면... 어쩌면...
이제부터 임태경는 연주가 임태경과 뮤지컬 배우 임태경의 두 길을 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그가 평형과 균형, 그리고 조화를 드디어 뮤지컬 무대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의 모차르트 연기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스러웠다.
정확한 음과 성량, 발음으로 연주하던 넘버들 역시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매장면마다 딱 어울리는 호흡과 감정까지...


내가 초연 캐스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가!
재공연되는 작품에 은근히 초연멤버가 그대로 나오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초연멤버가 많이 캐스팅된 날로 선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실재로 초연보다 재공연이 형편없었던 경우도 꽤 있긴 했다.)
임태경, 신영숙, 서범석, 이경미 초연 캐스팅과
이정열, 에녹, 임강희, 커버이긴 했지만 박혜나 콘스탄체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박혜나 콘스탄체와 에녹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
캐스팅보드에 혼자 의상없는 사진으로 올라가있던 박혜나는
정선아 콘스탄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주눅들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당돌할만큼 너무 잘해내서 놀랐다.
에녹은 다소 과장된 슈카네더였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 슈카네더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군무장면에서 동작을 하나 표현해도 눈에 띄게, 더 크게, 더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에녹이라는 가수출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주인공이 될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에녹의 밉지 않은 과장된 연기는 열의와 열정, 그리고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서범석의 레오폴트는 여전히 깊은 인상과 진정성을 안겨준다.
좀처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배우 서범석!
이 사람의 모든 무대는 언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초연때 나는 이 작품이 서범석때문에 "레오폴드 모차르트"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이정열의 주교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란넬의 임강희는 초연 배혜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켜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모차르트>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작품이 나왔다.
다시 그 먼 곳까지까지 찾아가 보게 되진 않겠지만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아마도 꽤나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충만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라 아직도 멍하다...)
그리고 임태경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의 다음 행보를
나는 조금씩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웠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5. 05:54

변화와 변신이 반갑고 기대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제발 변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간절함이 예술이라는 부분과 만나게 되면 더 큰 바램으로 남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됐구나...
이 사람의 연주를 알게 된지.
몸과 마음이 지치고 너덜거렸을 때,
여기서도, 저기서도
그리고 무엇으로도 감히 위로되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의 연주는 분명 나를 버티게 했었다.
그래서 매번 이 사람이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나는 조마조마했다.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됐던 목소리가
조금씩 변화되는 걸 감지하면서 내 신체의 일부러 조금씩 잘려지는 것처럼 아득하기도 했었다.

그랬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고단함을 잊고 nella fantasia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You raise me up 이 됐었다.
그래서 그의 뮤지컬 행보가 나는 조금 속상했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목소리 변화가 조금씩 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였나?
음악인으로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면 잘 보게 되지 않았다.
<불의 검>, <스위니 토드>,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4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많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불의 검>
산마로라는 배역에 딱 맞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역시나 임태경은
배우로서보다는 연주가로서 더 울림이 깊고 아름다운 것 같다.
치료의 힘이 있는 연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때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은 온통 그의 연주만 들었었다.
사오정 귀가 될 때까지...

몇 년 전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이후 정말 오래 기다렸었다.
온전히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을...
그리고 드디어 3월 11일, 12일 이틀간 
연주자 임태경이 LG 아트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한단다.



<Classic Recital - 독일과 이태리 가곡의 밤)

1. Frühlingsglaube (슈베르트 "봄의 찬가")
2. Aufenthalt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3. Du bist die Ruh (슈베르트 "그대는 나의 안식")
4. Ich liebe dich (베토벤 "그대를 사랑해")
5. EDie Erlkönig (슈베르트 "마왕")
6. Serenade (슈베르트 "세레나데")
7. Die Forelle (슈베르트 "송어")
8. Adelaide (베토벤 "아델라이데")

- intermission

1. O del mio dolce ardor (오 나의 감미로운 사랑)
2. Dicitencello vuie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3. Ideale (이상)
4. La spagnora (스페인 아가씨!)
5. Guest stage - Piazzola "Libertnago"
6. O sole mio
(오! 나의 태양!)
7. Mattinata (아침의 노래)
8. Funiculi-funicula (푸니쿨리 푸니쿨라)

- 앵콜
1. Tu ca nun chiagne
2.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첫째 날,
독일가곡(슈베르트, 베토벤)과 이태리 깐초네 위주로 준비한 classic recital은 그야말로 고전적이었다.
(고전적이란 말이 나오면 나는 오규원 시의 "총총총/ 고전적으로 내리는 비"란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무대 위에 덩그라니 혼자 서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면서.
그리고 그 다음 든 생각은 포만감같은 묘한 기대감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이 큰 무대를 꽉 채우겠다는 당당함이 느껴져서...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진행된 이날의 연주는...
그래... 참 좋았다.
녹음을 위해 설치한 마이크 때문에 3층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게 몹시도 안타까웠을 정도로...
1인 4역의 음성으로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EDie Erlkönig(마왕)"
비올리스트 김성진과 피아노가 함께한  "Ich liebe dich"
그리고 기타 반주 하나로만 불렀던 마지막 앵콜송 "She was beautiful"은
아마도 오랜 여운으로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슈베르트는 참 풍성하고 따뜻한 작곡가인 것 같다. 그리고 거대하면서 동시에 잔잔하기도 하고...)
어쩌면... 어쩌면...
그의 연주가 회복되고 있는 중인가보다.
그래서 편안한 안도감이 조금씩 생기게 됐는지도...



<Crossover Concert>

1. Nella Fantasia
2. Le temp de cathedrales
3. Smile
4. Your love
5. Moon river
6. Brass band instrumental
7. Sway
8. Fly me to the moon
9. Besame mucho
10. Je suis malade

- intermission

1. The winner takes it all
2.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
3. I was born to love
4. Orchestra instrumental
5. Desperado
6. 그대 내 품에
7. 운명
8. This is the moment
9. Who wants to live forever

- 앵콜
1. You raise me up
2. Caruso

3월 12일 두번째 Crossover conert.
어찌보면 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로 선곡됐다.
이 레파토리들을 그가 못 부를 가능성은 솔직히 전무하다.
"그.., 유리 가면을 쓴다"
임태경은 공연의 컨셉을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반전(反轉)을 전하고 싶었노라고...
이 곡들로 정말 반전이 가능할까???
(rock 버전의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는 확실히 깜짝 놀랄 정도로 반전이긴 했다)
첫 곡 nella fantasia 부터 마지막 앵콜송이 끝날때마다
그의 반전보다 나는 관객들의 엄청난 반전에 놀랐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해졌다.
50, 60대 아주머님들이,
10대 청소년이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듯 소리 치며
심지어 스탠딩까지 하게 만드는 이유가?
내겐 공연의 반전 컨셉보다 관객의 반전이 더 놀랍고 의아스럽다.
이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남편과의 대화 단절? 다 큰 자식들의 소원해짐?
아니면 내 자식같은 애뜻한 심정?
그것도 아니라면 여고생으로의 귀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낯선 모습에 나는 아직까지 당황중이다.

어찌됐든,
임태경이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가슴 뛰게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챙겼는지 눈에 보였다.
연주인으로서 그가 이런 무대를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도...
솔직히 나는 그가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연주인으로만 무대 위에 서길 바란다.
속 좁은 견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의 두번째 정식 앨범 역시도
가능하면 빨리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제...발...

* 참 좋았던 그 날의 연주들

- EDie Erlkönig (3월 11일 공연)
- Dicitencello vuie (3월 11일 공연)
-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앵콜송)
- Je suis malade (3월 12일 공연)
- Who wants to live forever (3월 12일 공연)
- You raise me up (3월 12일 앵콜송)
- Caruso (3월 12일 앵콜송)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