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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4 달동네 책거리 79 : <노서아 가비>
  2. 2009.10.23 달동네 책거리 67 : <친 구> 2
달동네 책거리2010. 1. 4. 05:45
 <노서아 가비> - 김탁환 

 
노서아 가비: 사랑보다 지독하다


유난히 추운 날씨와 어머어마한 폭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뭐가 됐든 따뜻한 OO거리가 절실해지는 그런 날씨죠.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먹거리를 놓고 따뜻한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따뜻한 책을 읽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 그다지 신빙성은 없으나 왠지 그럴싸하게 들리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몇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됐던 파리의 조선 궁녀 이야기 <리심>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신비로운 조선의 궁녀 리심을 이야기 속에서 재창조했던 팩션소설가 김탁환의 따뜻하고 재미난 책 <노서아 가비>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진하거나 혹은 달콤한 한 잔의 커피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 디자이너 김탁환, 그가 커피 디자이너인 조선 최초의 여자 바리스타를 <노서아 가비>에서 창조해냈습니다.

잠깐 소설가 김탁환에 대해 소개하자면 직장인처럼, 심지어는 고시공부하듯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으로 유명하죠.

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지 50매 분량의 글을 그것도 꼭 아침에 쓰기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소설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종종 말하기도 하죠. 스스로 소설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10년 동안 40여권의 책을 쓴 작가 김탁환!

그는 글씨기도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대작을 꿈꾸며 열심히 숫돌에 칼날을 가는 게 아니라면 다작을 하는 게 소설가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작의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글들은 거기다 재미까지 상당합니다. 박진감도 넘치고 재기발랄하고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풍부하죠.

그야말로 “이야기꾼”입니다.

그런 그가 <노서아 가비>에서는 경쾌한 여자 사기꾼을 등장시켜 유괘 상쾌 통괘한 사기극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노서아 가비>의 시작은 그러니까 황현의 <매천야록>에 있는 기록에서부터입니다.

고종황제의 아관파천 시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가(그렇다면 그가 어느 쪽 사람인지 감은 잡히시겠죠?) 몰락한, 그 몰락을 견디지 못해 실제로 왕이 마시는 노서아 가비에 치사량의 아편을 넣은 김홍륙이란 사내에 대한 기록.

이 실제 사건이 소설 <노서아 가비>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고종황제는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커피(노서아 가비)를 처음 접하게 됐고 그 이후로 엄청난 커피 마니아가 됐다고 합니다. 그 덕에 불면의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 고종에게 숙면의 희망은 아무래도 요원한 일이긴 했을 겁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의 야만의 칼날을 피해 제 나라에서 이국의 공사관에 몸을 의탁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고종, 그 처지를 생각하면 커피로 인해 불면이 됐노라 말해야 그나마 덜 비참하지 않았을까 혼자 처량한 상상마저도 하게 됩니다.

고종의 러시아 공사관 피접 시절 그가 마실 러시아 커피를 내리던 여성 바리스타 따냐!

역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러시아어와 전각(篆刻) 기술에 능했던 따냐(최월향=안나).

그녀 나이 19세, 그녀의 가족은 청나라 연행길 수행 역관이었던 아비가 천자의 하사품을 가로채 달아나다 불의의 죽음을 당했다는 전갈을 듣습니다.

외동딸이 노비가 되는 걸 막기 위해 그 어미는 청나라로 딸을 피신시키죠.

이제부터 최역관의 딸 최월향이 따냐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혹한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생존 방법은 “사기”였습니다.

조선인 사내 이반(=김역관=김종식=정도령)과 함께 유럽의 귀족들에게 러시아 숲을 팔아치우는 사기로 돈을 벌던 따냐는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2세의 대관식에 통역관으로 위장해 참석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조선 사신들(민영환)이 러시아 귀족들에게 치욕을 당하는 걸 모면하게 해 주죠.

어쨌든 그게 인연이 되어 조선으로 되돌아온 그들은 한 명은 역관으로, 한 명은 바리스타로 러시아 공사관, 고종의 곁에 들어가게 됩니다.


혹시 “사기꾼의 철칙”을 아시나요?

“...... 사기꾼은 진실해서는 아니 되고 정직해서는 아니 되며 일이 끝난 후 같은 곳에 머물러서도 아니 된다. 쓸모가 없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한다. 이것이 항상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여야 하는 사기꾼들의 철칙이다 ......”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따냐는 이반에게서 “국상”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이미 이반과 자신의 게임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됩니다. 따냐는 뱃속에 이반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하더라도 쓸모가 없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하는 것이 사기꾼의 삶이기에 고종 황제의 독살함으로써 조선 전체를 러시아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이반의 마지막 대박 계획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죠.

따냐의 이런 행동은 아비를 죽게 한 이반에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도, 고종과 조선이라는 조국을 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자신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사기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그 어느 인정에도 기울지 않고 정확히 사기꾼의 논리에 따르는 것, 그것이 거대한 협잡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기꾼의 자세라며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아이는 아이고 사기는 사기죠."


고종은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경웅궁으로 환궁을 하게 되고 따냐에게 계속 자신의 커피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또 유쾌하게 고종의 제안을 거절하죠.(참 쿨하기도 하시지!!)

따냐를 향한 사랑만은 진심이었노라 말하는 이반은 결국 수레에 사지가 묶여 찢기는 거열형을 당하게 되고 그렇게 조선인 최초 여자 바리스타 따냐는 다시 조선을 떠납니다.

러시아를 거쳐 뉴욕에 정착한 따냐는 “따냐의 문학까페”를 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어쩐지 전 이 부분에서 혼자 유쾌하게 웃고 말았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땅, 그 광활한 러시아를 무대로 유럽 귀족들에게 30여개의 숲을 팔아치웠던 은여우 따냐가 이제야 최고경지인 무림고수들만의 사기의 세계로 발을 들어놓은 것 같아서 말이죠.

모든 문학은 일종의 “사기 행각”과 다름이 없기에...

새로운 세상에서 펼쳐질 조선 바리스타 따냐의 뉴욕 사기극이 이제 막 시작될 것 같아 왠지  어설픈 상상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책”이란 깊고 깊은 타짜의 세계, 그 세계가 매번 제게 중독과 금단현상을 반복하게 만드니 아무래도 참 고약하긴 합니다.

그래도 <노사아 가비>를 읽는 동안은 전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웠노라 고백할 수밖에는 없네요.

어떠세요?

희대의 개화기 사기극 한 편!

유쾌 상쾌 통쾌하게 시작하는 한 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 한 모금을 입 안에 담고, 한 손에는 진하고 독한 러시아 커피(노서아 커피) 한 잔을 펼쳐보는 풍미.

이제 두 향기를 혼합시키는 바리스타의 마지막 브랜딩 작업은 오롯이 당신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0. 23. 06:03
 

<친구> - 스탠 톨러

 
친구


오늘은 금방 읽힐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생각거리를  만드어 주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구요.

바로 <친구>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처세나 경제 관련, 자기 계발 부분엔 영 문외한인지라 이런 내용의 책은 손에 잘 잡지 않는 편이었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읽기 시작했죠.

그런 책들은 단지 선택된 소수의 사람의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딴 나라 이야기 같다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한권씩 읽어가면서 분명히 깨달은 건 그 책들 역시 내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책은 제겐 일단 다 재미있고 신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요.

(예전에 제 꿈은 종로서적 직원이 되는 거였습니다. 맘껏 책을 읽을 수 있을 거고, 싸게 책을 살 수 있을 거란 정말 순진한 생각을 했던 때 였죠^^ 이젠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버렸습니다. 아시겠지만 제 유토피아였던 종로서적이 오래전에 없어진 이유로...... 서점이 도산될 때 마다 마치 제 일부도 함께 도산하는 느낌이예요....)


시애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조"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며 하는 일마다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죠. 지금도 프로젝트를 거의 성공시켜 22만 달러의 성과금이 지급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호사인 사랑스런 여자친구도 있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처음과 다르게 왠지 어긋나는 것 같고 동료들은 매 프로젝트마다 성공하는 그를 은근히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는 축하를 나눌 친구도, 동료도, 애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성공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조는 우연히 '맥스 플레이스'라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시애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경쟁사회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란 어떤 의미일까요?

'행운의 절반은 나의 노력으로부터 오고, 행운의 다른 절반은 친구로부터 온다'

어쩌면 너무나 교과서적인 내용의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교과서라는 건 기본을 알려주기 위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쟎아요.

이 책은 냉혈인간 조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길,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 하나하나와 진정한 관계를 맺는 소중한 과정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주 교과서적으로요. ^^ (이 말이 전 맘에 듭니다. 이 책에서는요...)


이 책은 친구란 "커피"와 같다고 말합니다. 같은 원두의 커피라 해도 어떤 비율로 브랜딩 하는 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결코 누구라도 혼자서는 충분히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내 잃어버린 멘토를 찾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하죠.


믿었던 직장에서 쫓겨난 조는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그는 과거의 모든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다시 만나게 되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만나게 될 것임을 저 또한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항상 “멘토”만을 바라고 기다렸던 건 아닐까?

누구가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를 좀 발견해주고 그리고 나를 좀 만들어 주길...

한번도 내 자신이 멘토가 될 생각은 진심으로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만한 재능이나 능력, 배려심도 아주 심하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멘토를 기다리는 사람이기보다는 멘토가 되기 위해 애써보는 사람이 되보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 품게 됩니다.

멘토와 멘티의 계속되는 멘토링...^^

모두를 위한 괜찮은 꿈이 될 것 같아요...


문득 제 멘토이자 친구이기도 한 분이 생각나네요.

올해 벌써 50이 되신 분인데 제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입니다.(나이를 지금 따져보고 저 순간 놀랐습니다.... )

함께 차 마시면서 4~5시간 정도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죠.

그 분과 이야기를 하면 제 자신이 참 풍요로워 지는 걸 느낍니다.

전 그 분에게 어떤 멘티였을까요?

형편없는 수다쟁이로 기억하고 있지만은 아닐 거란 확신이 드네요.

왜냐면 그분은 제 멘토시니까요?


모든 친구의 시작은,

“믿음!”
바로 거기서부터가 처음 시작일테니 말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