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12 <조선왕을 말하다> - 이덕일
  2. 2010.06.24 <충신> - 마르크 함싱크
  3. 2008.12.05 달동네 책거리 8 : <원 행>
읽고 끄적 끄적...2010. 7. 12. 06:10
내가 늘 관심있게 읽는 역사학자 이덕일의 새 책을 읽다.
조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이덕일.
그의 글들은 재미도 있지만 숨겨진 역사의 비밀과 은밀함을 함께 공유하게 한다.
왠만한 소설보다도 훨씬 재미있는 책들을 꾸준히 집필하고 있는 분.
특히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는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두 책은 각각 2권으로 되어 있어 분량도 상당한데
아주 재미있고 즐겁게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선사뿐만 아니라 고조선에 대한 책들도 출판했다는데 
역시나 좋은 평가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이덕일은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진 우리 역사 바로잡는 역사서 만들기에 노력중이다.
 


1부 악역을 자처한 임금들 - 태종과 세조
2부 신하들에게 쫓겨난 임금들 - 연산군과 광해군
3부 전란을 겪은 임금들 -선조와 인조

4부 절반만 성공한 임금들 -성종과 영조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왕는 모두 8 분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시각은 대부분 두 가지 관점이었단다.
하나는 성리학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당파적 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국왕들을 바라볼 때 사료에 담겨 있는 관점의 영향을 제대로 걸러내지 않으면
과거의 틀어서 벗어나기 어렵단다.
그리고 사료는 어차피 철저히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된 것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실수와 과오를 역사에 남기고 싶겠는가!



어떤 임금은 성군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치세에 성공하고
어떤 임금은 패악과 부덕의 주인공이 됐을까?
이 책은 우리가 그냥 헤드라인처럼 알고 있었던
조선의 대표 왕들에 대한 평가에 의심과 고찰을 하게 한다.
태평성대와 후대를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던 태종
성군과 현군으로 알려진 세조의 이야기는 놀랍기까지 하다.
패륜의 대명사였던 연산군과 광해군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사대부에게는 패륜이었을지 모르지만 치세동안에는 백성들에게
좋은 임금이었다는 사실들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큰 전쟁 속에 피폐해진 왕실의 위엄을 버텨내야했던 선조와 인조의 배경을 읽으면서
그들이 왜 굴욕적인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공감하게 된다.
"비운"이라는 말은 어느정도 스스로 만들어간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 외에도 출신의 미천함(영조의 어미는 무수리 출신 궁녀였다)이 꼬릿표처럼
평생 따라다녔던 영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탕평책 등을 실시하면서
오랜 당파로 물든 조선의 고질병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썩 성공적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실피했다고 말하기도 힘든다.
스스로 자신의 적자 세도세자를 뒤주 속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검소한 생활을 자진하면서 오랜 치세의 기간을 보내 백성들에게 성군으로 불렸던영조.
그가 뒤를 이을 정조에게 권력을 이양하기 위해 애쓴 노력은 눈물겹다.
동궁에게 순감군 지휘권을 부여해서 정조에게 군사력을 장악할 수 권한을 줌으로써
결국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사도세자의 아들에게 다음 권력을 이양한다.
왕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철저히 양반의 나라였던 조선에서
왕의 싸움과 사대부 양반네의 싸움은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 만큼이나 힘들고 살 떨린다.

왕의 권력이라는 거.
그리고 더불어 지금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거.
역사 앞에 당당했으면 좋겠다.
왕으로만, 대통령으로만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닐테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24. 06:29
영조 시대가 배경인 팩션 소설을 읽다.
저자 마르크 함싱크(Marc Hampsink )는 1973년 부산에서 출생,
7살에 벨기에로 입양돼 유럽에서 완벽하게 외국인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그는 모국에인 네덜란드어 외에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한문 등
총 13개 국어를 그것도 능통하게 구사할 줄 아는 멀티링구어란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어는 없다...쩝!)
이 책은 한 가지 언어로 쓰여진 게 아니라
마르크 함싱크가 구사할 수 있는 온갖 언어로 쓰여졌다고 한다.
(아마도 표현의 묘미에 더 적합한 언어를 선택했겠지만)
그래서 원고가 번역가의 손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경악을 했다고...



글의 서두에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이 글은 영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저자의 일,
즉 보험 조사에서 시작됐단다.
보험 의뢰기 들어오면 그것이 가치가 있는지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란다.
극동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대략 18세기 경에 쓰인 <진암집(晉菴集>이라는 책 역시
그런 절차를 밟기 위해 작가의 손에 들어왔다.
책의 저자는 조선의 21대 왕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진암 이천보였다.
그런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시기 조선에서 벌어진 비밀스런운 사건이
이 책 속에 도사리고 있었던 거다.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천보가 67세의 나이로 천수를 누리고 조용히 병사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 외의 다른 기록들은 모두 끔찍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기록되어 있단다.
그리고 이천보뿐만 아니라 당시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도 그 자살 행렬에 합류했고...
250년 전 삼정승의 잇따른 자살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러니까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다.



어느 늦여름 밤.
조정의 최고 권력인 영중추부사, 좌의정, 우의정이 비밀스런 회동을 한다.
깊어진 세자의 병과 증세에 대한 의논을 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어느날, 어의 한 명이 집에서 죽은 체로 발견된다.
죽은 어의는 바로 세자의 병이 무엇인지 단서를 가지고 있던 유일한 목격자였다.
총명하고 어진 세자를 고통과 광기로 내몰게 한 병의 정체는 도대체 무었이었을까?
급기야 아비의 노여움까지 받아 좁은 뒤주 속에 갇혀 죽는 운명까지 이르게 한 병의 정체는?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이 책에는 세자의 지병이 성병, 즉 매독이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그 배경엔 다름 아닌 화완옹주의 사가에서 출입한 한 여승이 연계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권력에 욕심을 낸 화완옹주가 자신의 동생을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사가의 여자를 끌어들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이쯤 되면 좀 독하지 않는가?
권력의 향기라는 게...

이야기는 아주 참신하다거나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다만 이 모든 이야기를 이국의 이방인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작가는 한국어도 모를 만큼 한국에 대해 무지한 완벽한 외국인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이국의 눈엔 동양의 역사는 어느 정도 신비로 보이겠겠지만
우리의 옛 역사와 관련된 명칭과 단어들을 찾느라 여러 날 고심했을 것을 생각하니 숙연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수고를 생각하고 읽으면 
이야기 구성도 꽤나 치밀하고 꽉 차있다.
다만 인물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약점이 있긴 하지만
한 번 손에 잡고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이다.
작가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오히려 놀라움을 느끼게 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5. 22:17

정권 교체기의  영원한 아이콘 “정조”

<원행> - 오세영


 


“팩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가 오세영.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의 문학형태인 팩션(fact + fiction = faction )

지금이야 완전히 자리 잡은 문학장르가 됐지만 1993년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팩션이라는 용어는 아직 낮선 용어였습니다.

<원행>이란 소설은 2006년도에 출판됐고, 전 작년에 읽었는데 우리 도서관에 2월 신작도서로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정권교체기가 되면 항상 “정조”라는 아이콘이 등장을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조선의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그의 강력한 개혁군주 이미지를 닮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요..

2년 전 쯤 인가?

이 “정조”라는 아이콘이  문화 아이콘으로 대대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구요.(드라마 이산의 시청률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

“화성에서 꿈꾸다”라는 창작뮤지컬이 제가 정조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라면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에서 정조의 본명이 이산이라는 것도, 사도세자의 본명이 이선이라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요.

현재 수원 화성은 다 아시는 것처럼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고, 매년 대대적인 정조 수원행차(을묘원행) 시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작년에 다녀왔는데 한번 권해드리고 싶네요)


정조대왕이 10년만 더 치세를 했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달라졌을 거란 말이 있습니다.(정조는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독살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당연히 거센 변혁의 모후엔 기존 보수세력의 거센 반발이 있었을 거구요

시파의 수장 체제공과 개혁 물결의 교두보 적약용, 벽파의 수장 심환지 그리고 세상을 뒤엎을 역성혁명을 꿈꾸는  문인방(옥포선생), 이 4인과 정조와의 8일간의 암투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다음 장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약간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아마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정조는 실제로 목숨을 위협하는 수많은 자객 속에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를 단련(?)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협에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자신을 살해하러 온 자객을 그냥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살해한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는 왕의 자리에 서려있는 피냄새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뇌했던 군주였습니다.

이 책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한  8일간의 수원 화성 행차를 통해 수구세력(벽파)을 제압하고 왕권을 더욱 확고히 하여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을묘원행은 표면상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축하한다는 의미였지만, 그 속뜻은 사도세자의 추모였다고 하네요(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는 동갑이었습니다)

정조가 즉위하고 처음으로 한 말은,

“내가 누구더냐?”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만조백관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겠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상왕이십니다~~~”

이어지는 정조의 섬뜩한 한 마디....

........................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아비를 죽게 한 이들 앞에서 그가 남긴 한마디의 섬뜩함...

항상 정조를 생각하면 전 이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그러나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벽파들의 서늘해졌을 등줄기와 앞으로 닥칠 복수에 대한 공포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에도 있지만 정조는 스스로 달이길 원했다고 합니다.

임금은 달이요, 백성은 흐르는 구름이라 생각하고 구름이 달을 가린다고 해서 어지러워지거나 미혹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하네요.

(역시 “달”은 여러 가지로 이미지가 참 좋네요 ^^)


정조의 또 다른 매력은....(지극히 제 개인적인 매력)

후궁이 단 4명밖에 없었다는 사실...(할아버지 영조는 엄청난 후궁과 자식을 거느리고 있었죠. 영조와 정순왕후와의 나이 차이는 40살 정도였다고 하니....  부러워하시는 분들 계시는 것 같은데..... ^^)

그것도 3명은 주위의 강압(?)에 의한 간택후궁이었고 스스로 승은을 입힌 후궁은 의빈성씨 한명이었다고 합니다.

의빈성씨는 할머니, 즉 정순왕후 처소의 궁인에서 소위 일약 신데렐라가 된 셈이죠. 거기다가 정조의 지극한 총애를 입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조강치처 효의왕후에 대한 마음도 극진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정조 11세, 효의왕후 10세 때 서로 혼인) 함께 어려움을 겪은 조강지처이기에 후사가 없었어도 그 지위를 박탈하거나 소위 구박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정말 알면 알수록 멋진 남자 정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정조보다는 주변 인물, 특히 적약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조를 너무 아끼고 좋아하다 보니 정조 중심의 글이 되버리고 말았네요 ^^ ( 죄송~~~)


여기서 보너스 팁 하나~~~

청계천에 다들 한번쯤은 가 보셨죠?

청계천에 가시면 정조의 화성행차 모습을 그린 <정조능행반차도>라는 그림이 청계천변가를 따라 쭉 그려져 있습니다.(종로쪽 방향으로..)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는 행차에서는 비가 와도 절대로 가마를 타지 않고 직접 어머니를 호위하며 갔다고 하니 그 효성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죠..

그림을 보시면서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가는 정조의 모습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참고로... 찾기 무지 어렵습니다~~~~

(일단 그림이 너무 길고, 그래서 등장인물등 너무나 많이 나와 주시고,  거기다 아주 결정적으로다 그림속의 인물들이 전부 그놈이 그놈인 것 같아서.... ^^)


보너스 팁 하나 더~~~
이덕일이라는 작가가 쓴 <조선왕 독살사건>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유난히 독살설이 많았던 조선의 왕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정조”도 여기에 속해 있구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하며...

이상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