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3. 14. 06:03

EBS 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에 괜찮은 게 참 많다.
이 프로그램도 그 중에 하나.
뭐 일부러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우연히 채녈이 틀어져있으면 고정하고 보게 되는 프로다.
19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기계와 자본이,
20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지식이 가치를 창출했다면
다가올 상상력의 시대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바로 가치 창출의 원천이란다.
즉, 미래는 곧 상상력의 시대인 Dream Society 의미다.
미래를 이끄는 사람은 에디슨, 라이트 형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처럼
기존의 틀을 무참히 깰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굳이 미래가 아니라도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위력을 보면 초토화라는 걸 절감하게 된다.
더이상 "상상력"은 엉뚱하고 발칙한 생각이 아니라 살고 죽고의 생존법칙이자 최고의 경쟁력이 됐다.

Part 1 상상 그리고 미래
Part 2 상상 그리고 뇌
Part 3 상상을 배운다


자녀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 번 쯤 읽으면 재미있고 흥미로울 그런 책이다.
우주 엘리베이터, 타임머신, 생명 연장 아파트, 접는 자동차, 애완형 자동차,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했던 "입는 로봇". 도시 빌딩형 농장...
이 모든 것들은 더 이상 영화나 공상과학물의 소재가 아니라,
버젓히, 그것도 상당히 진척된 단계까지 도달한 현실의 내용물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참 많이 놀랐다)



상상력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어 덕분에 상식이 좀 늘어났다.
(이런 책들 이쁘다 ^^)
교도소를 리노베이션 해서 통해 특급 호텔로 변신시킨 미국 보스톤의 리버티 호텔 
구글로 찾아봤더니 상당히 멋스럽고 고풍스럽다.
그리고 내부는 교도소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이용했다.
직원들도 간수복을 입고 근무하고
호텔방도 감방 이름을 따서 만들었단다.
일인실은 독방이라고 부르는데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꽤 유명한 호텔이라는데
상상력을 통한 발상의 전환이 참 재미있다.



영국의 핸드메이드 비누 회사 러쉬(Lush)
이 회사의 비누는 보는 순간 군침을 삼키게 한다.
실제로 매장에서도 빵집에서 바케트 빵을 자르듯 비누를 짤라서 판단다.
자연주의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다는데
장식용이나 방향제로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정말 맛있고 달콤하게 생긴 비누들 ^^



일본 마에다 건설의 "판타지 영업부"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마징가Z 지하 기지 만들기 프로젝트, 은하철도 999 우주레일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는 기업이 있다면
믿어질까?
딱히 이런 판타지스런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두바이만 보더라도 리더의 상상력이
한 나라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상상력이라는 거...
참 어마무지한 위력과 신비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니 미래가 상상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어찌됐든 이 모든 것을 위해선 "상상력"이 중요하고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선 공감각자가 되라고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상상력이 가장 필요한 사람으로 지적된 사람이 바로 "부모"다.
아이와 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놀 때는 아이에게 온전히 주도권을 주고
부모는 거기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란다.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뜻!
아이가 충분히 관찰하고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라는 의미다.
(하긴 우리나라 부모들은 언제나 급하고 바쁘다)
칭찬하고 격려하고 허용하는 부모가 상상력이 큰 아이를 만든다.
그리고 그 말도 안 돼는 상상력에 의해
게임의 룰은 바뀐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라는 입장이 아닌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1. 31. 06:33
방송작가가 여행을 다녀와서 책을 냈다.
별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특별히 재미난 내용도 아니었던지 그닥 인기있는 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날 잘 알지 못하는 연예인이 자신의 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방송에 들고 나서 소개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팔린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책이 팔려나갔다.
그는 말했다.
로토에 맞았다고...
내가 생각해도 이건 확실히 대박이다.
그 남자는 그 로토맞은 돈으로 또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한 겨울의 아이슬란드로...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있고, 찬란한 오로라가 하늘에 떠 있는 그곳으로...



<나만 위로할 것>
책은 참 이기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그러나 여행은 그런거 아닌가?
나만 위로하기 위해서 떠나는 지극히 이기적인 과정...

...... 나의 도시는 내게 영감을 주었고 내가 살아야 할 이유와 목표도 주었다. 가끔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이나 전원에 있으면 나는 지루했고, 뭔가 하지 않는 것이 한없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나는 전형적인 도시인이었고 내 도시를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병을 얻었다. 그날 이후 나는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 무서웠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고,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들을 바라볼 때마다 불안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자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광활한 평야와 사람과 문명이 없는 텅 빈 풍경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 풍경에는 끝없이 줄지어선 차들도, 화려한 조명들도, 그리고 저마다 다르거나 고집 센 사람들도 없었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건 광활한 대자연을 말하는 것 아닌, 말 그대로 스스로 고립된 텅 빈 곳을 동경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런 곳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강원도의 고한부터 러시아 시베리아 호수, 미국 중부의 사막, 아무도 없고 바다거북만 살고 있는 퍼스의 해변, 눈이 허리까지 내리는 핀란드의 숲, 그리고 낮게 부는 바람소리만이 전부인 아이슬란드...... 이런 곳에서 나는 평온을 만났다. 작동되지 않던 뇌는 제대로 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됐고, 입만 열면 허황된 꿈을 읊어대던 입은 침묵하게 되었다. 그동안 어긋나 잇던 206개의 뼈들이 다시 재조립되는 기분이 들었다 ......


솔직히 책을 통틀어 마음에 드는 대목은 이 부분 뿐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글들.
저자는 추위속에서 앞니마저도 잃었다는데
책을 통해 읽는 추위는 아무래도 현실적이지 않다.
고립된 텅 빈 곳...
그 곳을 찾고 싶은 열망과 깊은 향수.
이기적인 제목과 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알랭 드 보통이 아니라면 공항으로 여행가겠다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프랑스가 아니라면 작가에게 이런 제안을 한 나라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나 꿍짝이 잘 맞는 조합이다.
책 속에 사진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공항 한복판에 놓여진 커다란 하얀 책상, 노트북, 그리고 물병과 컵.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알랭 드 보통.
그가 공항의 안내인인줄 알았던지 여행객들은 그에게 길을 묻는다.
(여기나 거기나 작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진가보다. 그래도 알랭 드 보통인데....
 하긴 누가 상상이나 할까? 세계적인 그 알랭 드 보통이 지금 공한 한복판 책상에 앉아 있으리라고...)
2009년 여름, 뜻밖에 알랭 드 보통은 히드로 공항 관계자의 초청을 받았단다.
공항의 첫 "상주작가"가 되어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
제안을 수락한 그가 일주일동안 공항에서 한 일은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을(노동자들), 그리고 공항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리처드 베이커의 사진이
이 이례적인 여행서의 재미와 특별함을 더한다.



...... 만약 화성인을 데리고 우리의 현대 문명을 관통하는 다양한 주제들 -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리의 신앙에서부터 자연 파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상호 관계성에서부터 여행을 로맨틱하게 하는 마음과 태도에 이르기까지 - 를 깔끔하게 포착할 수 있는 어떤 장소에 데려가야 한다면,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공항밖에 없을 것이다. 온갖 소란과 교차 속에서 아름답고 흥미롭게 펼쳐지는 공항 풍경은 현대 문명의 상상력의 중심에 자리한다 ......

1. 접근
2. 출발
3. 게이트 너머
4. 도착

공항만큼 사람을 설래게 하는 시작이 있을까?
어쩌면 모든 마법같은 신기루의 시작은 바로 이곳에서부터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먼 곳으로의 여행의 구체적으로 실감나는 것도.
쉬는 날이면 일부러 공항을 찾는다는 사람의 심정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는 설래고 싶었으리라.
비록 그게 여행객의 표정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노곤함을 보는 일이 될지라도
공항은 언제나 꿈꾸게 한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공항은 현대 문명의 사상력,
그 중심에 확실히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1. 27. 06:13
장래희망이 화가인 남자 조카 녀석.
지난달에 제 49회 전국학생미술대제전에 참가했는데
결과가 통보됐다.
"은상" 수상!
초등학교 3학년인 이 녀석 정말 그림을 너무 잘 그린다.
상상력도 무지 풍부하고...



"환경지킴이 로봇" 이란다.
12월 2일 부터 12월 21일까지
능동에 있는 육영재단 어린이 회관에 전시도 된다.
꼭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가봐야겠다.
요즘에 "딸바보"라는 말도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조카바보"가 확실한 것 같다.
내 눈엔 조카가 그린 그림이 대상보다 훨씬 잘 그린 것 같으니... ^^
조카가 품는 화가의 꿈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잘 커나갔으면 좋겠다.
이쁜 놈! 화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20. 05:51
SBS 인기 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의 연출자란다.
소설을 쓴 이재익.
그리고 이 책이 벌써 그의 다섯번째 소설책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고 "질주", "목포는 항구다"의 시나리오 작업도 했단다.
고교시절에는 록 그룹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이기도 했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장르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어요. 소설가들은 본인이 쓰고 싶은 걸 정해서 쓰잖아요. 시나리오는 일단 계약을 하고 나면 원래 장르가 무엇이었든지와 상관없이 멜로, 호러, 논픽션, 자유자재로 각색이 돼요. 소설을 쓰며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벽들이 허물어지고 나니까 장르에 대한 두려움이나 선호도 사라지더라고요. 이번 소설집에도 판타지, 호러, 멜로 등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습니다.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에요."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의 글은?
역시나 전방위적이고(?) 우주적이고(??) 다채롭다.




모두 다섯편의 소설을 담았다.
<카시오페아 공주>, <섬집 아기>, <레몬>, <중독자의 키스>, <좋은 사람>
판타지에 호러, 맬로도 있고 적당한 로맨스도 나온다.
금방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내게는 일종의 killing time 소설이었다.
작가 자신도 본인은 문학적인 평가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쓰고 싶은 걸을 쓸 뿐이라고...
어쩌면 꽤나 거창해야만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전 체하는 마음에 한마디를 해준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소설은 아니다.
단지 손에 잡혀서 읽기 시작했고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은 소설이다.
첵의 뒷표지의 말처럼 몽환적이거나 환상적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내겐 오르한 파묵이나 주제 사라마구의 글들이 환상적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익이라는 작가의 전방위적인 상상력은 인정하고 싶다.



일종의 영화 시놉 같은 느낌이랄까?
영화 시나리오도 다수 썼다니까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감각적인 소재들을 식상하기 않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들어가긴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장면 어디 영화에서 본 것 같다는 데자뷰를 자주 겪게 된다.
어쩌면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소일삼아 설렁설렁 두어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
그렇지만 이 사람의 다른 책은 미안하지만 다시 찾아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만원의 책으로 10만원의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는데
솔직히 나는 본전치기도 못한 것 같아서...
돈주고 산 책으면 좀 억울했을 같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19. 06:28
필립 리브.
처음 듣는 작가의 처음 듣는 책이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또 다시 영웅 이야기의 시작이려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
그런데 의외로 재미 있는 관점을 가진 소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아서왕 이야기를 묘하게 비튼,
그것도 10살 여자 아이의 시각에서 본 이야기다.
...... 아서는 그저 폭군의 시대를 살았던 한 명의 폭군일 뿐이었다.
중요한 건 이야기였다 ......

아서가 신화와 전설의 용사가 된 건,
그 자신의 노력과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입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에 의해서였다면?
이 책에서 아서의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었던 "마르딘"이라는 음류시인은 말한다.
“사람들은 보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만 보고, 진실이라 말하는 것만 믿는다.”
그러니까 아서왕 이야기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미화된 것에 불과할 뿐 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서를 단지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이 모든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는 거다.



지금껏 읽어왔거나 혹은 봤었던 아서와 이야기는
영웅적이고 정의로운 소위 "완소남" 혹은 "엄친남"  캐릭터였는데.
이 책의 아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누구보다 속물스럽다.
마법이니, 환상이니 하는 것들을 가차없이 팽개치고
인간에 속성을 발가벗기듯 그대로 들어다 보는 재미가 은근히 있다.
그야말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혼란의 시대, 탐욕의 군주 아서!
실제로도 아서가 대량학살을 자행한 잔혹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다.
실제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말도 있고...
어쨌든 역사를 한 번 비틀어 꽤나 재미있는 성장 소설 한 편이 만들어졌으니
아서로서도 나쁘진 않겠다 (^^)

책에선 아서왕 보다 "그위나"라는 계집아이의 삶이 오히려 더 파란만장하고 역사적이다.
아서의 이야기를 만드는 "마르딘'에 의해 선택(?)된 아이.
계집아이였다가 남자였다가 다시 여자가 되는 아이.
그 아이의 눈을 통해 보는 아서와 그 시대의 이야기는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럽다.
전설의 검 "칼리번"이 아서왕의 손에 들어오는 장면은 아주 유머러스하고 황당해 웃음이 난다.
이렇게 만들진 이야기가 반복되고 또 끊임없이 들려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결국 이야기를 몽롱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고 믿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다.
어쩌면 정말 아서왕이 그런 인물이고 그 시대가 그런 시대였는지도...
누가 알겠는가?
만나보지 않고 살아보지 않았는데...
썩 좋은, 괜찮은 소설이라고 말하긴 아무래도 좀 어렵지만
어찌됐든 작가적인 상상력만큼은 꽤 괜찮은,
재미있는 성장소설이다.
인간의 속성이 결국 "아서왕"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영웅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의 속성 속에서 영원히 잠들어 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진 이야기,
단지 그것만이 필요할 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18. 06:50
어떤 면에서 보면 자국 프랑스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새로운 책 2권이 나왔다.
처음엔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는 그 장편이 출판됐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주인공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그의 책을 전담에서 출판하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단다 ^^)
그건 아니고,
베르나르의 약간은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상상력을 모아놓은
단편, 중편 17편이 담긴 책이다.
베르나르라는 작가는 나에게는 참 극과 극을 오가게 하는 작가다.
<타나토노트>, <개미>, <파피용>, <신> 같은 작품들은 참 대단하다 싶은데
<인간>, <나무>, 그리고 신작 <파라다이스>는 뭐랄까,
좀 평이하고 솔직히 쉽게 돈 벌려고 쓴 책이란 생각도 든다. (죄송 ^^;;)
이런 상상력이 베르나르의 그 숱한 베스트셀러들의 모태가 된 거라
본인 스스로는 끔찍히 사랑스럽겠지만 나는 그닥......
그의 책에서 "깊이"를 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특히 중, 단편들은
왠지 속이 빈 껍데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아 좀 당황스럽다.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석유, 석탁 연료 사용이 불법화 된 세계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
페달 자동차와 투석기를 이용한 좀 과격하고(?) 황당한 장거리 이동 방법,
스스로 생식과 복제가 불가능해진 불임의 인간들이
어느날 남자는 꽃처럼 꽃가루로 사정을 하고 그 꽃가루를
나비가 여자의 생식기에 묻힘으로써 탄생되는 새로운 아기들.
좀 엽기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급기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인간들은 유행을 창조하고 몸을 장식하게 된다.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진 시대의 획기적인 과학 창조물 난생인간.
거대하고 강력한 상표의 힘으로 전 지구가 민영화가 된다면?
영국, 미국, 프랑스 라는 국가명이 사라지고
애플국, MS국, 나이키국, 아디다스국이 생겨
전쟁이나 국경 논쟁도 상표 유지를 위해 발생하게 된다면?
그런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런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과거"라고...
그런데 나는 베르나르가 만들어낸 이 세계만큼은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좀 불쾌하고 불편했다면 나의 상상력이 현저하게 부족한걸까?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책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한 것은,
안에 있는 삽화들이 전부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터 5명에 의해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책이 출판된 나라마다 이렇게 했다면,
베르나르는 참 정치적(?)이고 사업가적인 수완이 상당한 작가라고 하겠다.
어쩌면 그런 비작가적인(?) 수완이
2010년 3월 22일 초판 1쇄 발행된 <파라다이스>를
불과 18일만인 4월 8일에 
초판 18쇄를 발행하게 만들었을지도...
아마도 베르나르에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하는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내게 얻은 유일한 화두 하나!
"완벽한 농담은 여러 차례 버려 낸 강철 검과 같다.
 찌르고 자르고 베기도 한다. 그것도 단 번에..."

그리고 이 화두는 내가 베르나르에게 바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3. 12. 05:45
또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다.
역시나 범죄 스릴러,
특이한 구성이라면 이 책은 처음부터 아예 범인을 명확히 드러낸다.
솔직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에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할 끝에
범인이 밝혀져야 하는건데...
누가 범인인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 묘하게 점점 의심을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 3의 인물"을 추궁하게 되는 나.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당신이 여자고 얼마 후면 꽤 괜찮은 남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자.
어느날 남편이 될 사람이 당신에게 말을 한다.
"결혼하고 나서 만약 1년 안에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헤어지자!"
보통 일반적인 여자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헤어져! 헤어져! 내가 뭐 아기 낳는 기계냐?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
확실히 이 남자의 결혼의 이유, 조건, 목적은 "아기"다.
이 남자에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폐기가능한 대체상품일 뿐이다.
유효기간이 끝났으니 당신은 이제 폐기처분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남자는 대략 이런 살벌한 상황을 아내될 여자에게
지금 예고하고 있는 중인거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는 생기지 않고 (당연하지! 여자는 불임이니까...)
아내는 남편을 살해한다.
독극물을 정수기 필터에 바르고 집을 비운 아내.
그런데 이 일은 아내는 1년 전에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아내는 남편이 정수기 물을 마시지 못하게
철저하게 가정적이고 헌신적인 아내의 역할을 수행한다.
냉장고엔 생수가 떨어지지 않았고
남자는 한 번도 직접 물을 끓여 스스로 커피조차도 만들어 마시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남편이라면 죽어도 싸지만(^^)
1년의 과정을 되짚어 나가는 설정은 재미있고 그리고 꽤나 구성이 치밀하다.
물론 너무 작위적인 느낌도 들긴 하지만
하가시노 게이고가 소위 먹히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일단 재미 하나는 확실히 있으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그러나 한 가지는 꼭 기억하자.
범죄 소설에서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는 결코 재미있어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2. 10. 06:20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 허버트 마이어스, 리처드 거스트먼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맨 처음 책을 손을 잡게 되면 잡는 순간 느낌이 오는 책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오르한 파묵의 모든 책들이 그랬고(정말로 그의 모든 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알랭 드 보통, 주제 사라마구가 그랬습니다.

(솔직히 더 많이 있긴 한데. 뭐 하자는 플레이가 될까봐 그만 하렵니다...)

이 책 <크리에이티브 마인드>는 책 표지부터 저한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던 책입니다.(이런 순간엔 마치 내가 책으로 빙의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면 믿으시겠어요?)

어쩐지 자꾸 저를 부르는 것 같아 단번에 집어 들었습니다.

사실 다른 책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저의 생각을 급선회시킨 짜릿한 장본인 되시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지 무지 무지 무지 재미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들 역시 엄청난 창의력을 가진 디자이너로 세계 유수의 상들을 싹들이 한 우리 기준에서 생각하면 선택받은 극히 적은 소수인들입니다.

한마디로 사람 주눅 들게 하는 인간들이란 뜻이죠.

이 책에서 우린 그런 무시무시한 인간들을 자그만치 20명이나 만나야 합니다.

근데 매력적인 건 책장을 넘길수록 이 무시무시한 인간들이 마치 바로 내 옆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처음엔 무지 부담스러웠죠.(이들이 좀 대단한 사람들이라 말이죠... 저 실제가 아님을 알면서도 당황하고 몸 둘 바를 몰라하고 있더랬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까, 글쎄 제가 이 사람들한테 완전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 더 이야기해달라고 떼를 쓰는 마음으로요.(이거 빙의 맞죠? 정신분열인가?)


요즘엔 사실 "창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실정이긴 합니다.

얼마나 창조할 게 많으면 정당에서도 창조를 이름으로 내세우며 목에 핏대를 세우시겠어요?(것도 영 창조적이지 않게시리... 모냥 빠지게....)

예술계는 물론이고 과학ㆍ기업ㆍ정치에 이르기까지 이 말을 쓰지 않으면 오히려 어색할 지경이기까지 하죠. 서점에만 나가봐도 창조, 창의력 관련 서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아예 대형 서점엔 '창조력 계발'이라는 부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정돕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대개 창조적인 인물들의 삶과 업적을 정말 그야말로 열심히 추적해 나열하는 수준이죠.

그러면서 평범한 우리 인간들 엄청 기운 빠지게 만드는 예기치 못한 역효과를 만드는 불상사까지 낳기도 하죠.


이 책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육성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스트, 기자, 연출가, 극작가, 작가, 경영인, 건축가, 영화감독, 작곡가, 디자이너, 유리조형가, 화가, 퍼스널컴퓨터 발명가, 박물관장, 조각가, 사진작가....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일을 즐긴다”는 아주 단순한 명제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었구요.

그들은 또한 말합니다.

창조적인 사람은 개방적이라고요, 그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거죠. 공동 작업이 얼마나 창조적일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전체”가 창조되는 짜릿함을요.


요즘 제가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입니다.

공동 작업의 엄청난 “창조성”을요...

예전엔 혼자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혼자 잘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타인을 탓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습관으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이 책 아주 못쓰겠습니다. 과거의 안 좋은 모습을 고백까지 하게 만드니...)

다행인 것은,

요즘은 함께 일하는 즐거움에 대해 깨달았다는 겁니다.(완전 기특한 버전...)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얻어지는 증대 효과도 전 정말 느끼고 있거든요.

이 책의 표현 데로 정말 짜릿한 흥분이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아무래도 이 책을 불렀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책에는 영혼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보면서 저는 짧은 <독서노트> 같을 걸 기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제 노트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그리고 문장 전체를 그대로 받아 적은 부분들도 참 많이 있습니다.

힘이 되는 구절들과 만나는 건 일종의 축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창조성”은 사람의 본성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고 합니다. 그걸 어떻게 발견하느냐는 누구도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단지 내가 나의 창조성을, 타인의 창조성을 꺾는 그런 사람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의 소개된 “스티븐 홀”이라는 건축가는 말합니다.

“창조성은,

예술 활동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상상력은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살아있는 걸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9. 14. 05:54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드디어 베르베르의 9년 동안의 역사가 끝이 났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3부작, 각각 2권씩 모두 6권의 이야기가 말이죠.

(1부 <우리는 신>, 2부 <신들의 숨결>, 3부 <신들의 신비>)

미카엘 팽송, 에즈몽 웰즈, 조제프 프르동... <개미>, <타나토노트>, <신들의 제국>, <신>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오랜 여행도 이젠 정말 마지막이 된 셈입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던 책에 대한 완벽한 페러디이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표절 내지는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불교의 석가모니, 그리고 성경의 모든 중요 모티브들까지 전부 포함하고 있는 집합체이자, 역사와 철학, 종교, 심지어는 심미주의적인 미학적 요소에 과학적 신비주의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백과사전적 종합서적이라 할 만합니다. 

얼마 전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우리나라를 방한했습니다.

한국에 완간된 소설 <신>의 100만부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네요.

다음달에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신작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주인공 남자가 한국인 “김예빈”이라고 합니다. 그 이름은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지금까지 열심히 출판해낸 출판사 “열린책들”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니 이것도 한국적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을 "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해준 나라"라고 말하며 고마워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 세계적으로 약 1천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그의 책은 한국에서만 500만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자국인 프랑스에서보다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오히려 더 많은 열혈독자를 가지고 있는 베르베르. 그의 상상력 무엇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극하고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문득 그의 작품이 매번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때마다 궁금해집니다. 그게 도대체 뭔지가......


올림프스 산이 올려다 보이는 신들의 세계 “아에덴”

이곳에 144명의 신 후보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1호 지구를 모방한 18호 지구를 가지고 Y 게임이라는 걸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직 게임의 우승자 한 명에게만 더 높은 단계인 두 번째 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죠.

각 경기 전에는 올림프스 12신들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고, 강의 후에 후보생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민족을 계속해서 진화, 발전시켜가면서 그 민족을 18호 지구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 남겨야만 합니다.

탈락자는 가차 없이 신들의 세계에서 그대로 제외되고 사라져 버리죠.

어둠뿐인 18호 지구에 드디어 최초 생명체가 탄생됩니다. 그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시 문명을 건설하고, 독창적인 영웅을 등장시켜 역사를 발전시키면 당연히 거기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에 의한 반란과 혁명이 시작되고, 세력 확장을 위한 국가들 간의 치열한 전쟁 또한 수반되는.......

1호 지구의 역사 그대로가 지금 18호 지구 안에서 반복되는 걸 보면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여러 번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은 똑같은 잘못을 매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며 그렇게 이어지는 잘못들은 바로 우리의 근원 깊은 곳에 프로그램화되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바로 D.N.A의 형태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다른 비밀 또한 숨겨져 있습니다.

D는 지배와 분열, 파괴의 힘을 N은 중성과 영, 무지향의 힘을 그리고 A는 협력과 융화, 사랑의 힘을 뜻하죠.

이 세 가지 힘에 의해 인간의 역사는 만들어지고, 문명이 발전되며, 지배력 확장을 위해 세계대전 같은 전쟁을 유발하게 된다는 진실......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복잡한 그 구조의 끝에 저장되어 끝없이 전해지고 있는 DNA.

그리고 숫자로 대변되는 세계들의 연속성,

1은 광물의 세계로 현실을, 2는 식물의 세계로 꿈을, 3은 동물의 세계로 소설, 4는 인간의 세계이자 영화, 5는 깨달은 인간의 세계이며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6은 순수한 천사들의 세계, 7은 신들의 세계, 8은 무한한 신 제우스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이제 그들은 지금 그 제 9의 존재에 대한 조우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그러나 Y 게임의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두 번째 산을 올라 “9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탐험들, 모든 수수께끼들을 풀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미카엘은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되어 “9의 존재”를 만나게 될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최종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미카엘은 최고의 신 제우스에게 몇 번의 재경기를 요청하고 그때 마다 번번이 패하고 되죠. 몇 번을 반복해도 우승자는 라울 라조르박에게 돌아갑니다.(과거 그가 인간이었을 때 죽음탐사대인 타나토노스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이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그에게 벌이 내려집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경기를 벌였던 18호 지구에 유배되는 형벌을요. 그것도 신 후보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불사의 존재로 말입니다.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베르베르의 이야기 전개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죠.) 미카엘은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로써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러나 다시 돌아간 아에덴은 더 이상 신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9의 존재”의 명령에 따라 폐교를 선언한 제우스, 이제 더 이상 신들조차도 불사의 존재가 아닌 필사의 존재로 추락합니다. 평화롭던 신들의 세계는 혼란이 야기되고 당파가 생기더니 급기야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터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다시 탐사대가 되어 5명의 탐사대와 함께 두 번째 산으로 오르는 미카엘.

드디어 만나게 된 “9의 존재”인 “어미니 은하”.

그리나 그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10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10의 존재 “아버지 우주”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당연히 “11의 존재”일거라고 예상했던 우리는 여기서 잠시 당황합니다.

“11의 존재”가 아닌 “111”의 등장에...

제가 여기서 밝힐 수 있는 건 “111의 존재”가 어쨌든 끝이긴 하다는 겁니다.

“111”은 지금껏 지나왔던 숫자적인 세계의 해석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이자 일종의 상형화된 기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1”과 비질을 하듯 좌우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커다란 눈.

이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유일무이한 “111의 존재”

당신은 뭐라고 생각되십니까?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을 가진 베르나르 베르베르.

때로는 너무나 유치한 상상력으로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적인 블랙 유머로 날카롭게 세상을 찔러대는 사람. 꽤나 박학다식하면서 더불어 다재다능하기도 한 사람.

매년 한 편씩의 작품을 쉼 없이 발표하는 그는 자신의 이런 왕성한 상상력과 창작력의 원천을 “불안”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어떤 문제를 접할 때 늘 대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만, 행동으로는 나설 수가 없으니 글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전하는 것입니다. 전 아마도 평생 차분해지지는 못할 것이고, 그것은 곧 계속 글을 써야한다는 뜻입니다. 출판해주는 사람, 읽는 사람이 없더라도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천상 글쟁이로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기도 하네요.

그리고 그가 지금 한 말 속에는

“111의 존재”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단서도 하나 들어있습니다.

혹시 뭔지 찾으셨나요?

정.답.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9. 6. 19:26
결말이 궁금했었다.
미카엘 팽송은 제우스가 말한 "제 9의 존재"를 조우하게 되는가?
평생 글쟁이를 자처한 베르베르스럽다.
5권까지을 읽었을때 18호 지구로 내려온 미카엘에게
뭔가 한번의 반전이 이루어지겠구나 싶었는데
두 번의 반전을 만나다.



<개미>이 과학자 에즈몽 웰즈와
<타나토노트>, <신들의 제국>의 미카엘 팽송을 끝까지 등장시키고
그 외의 자신의 다른 소설 <인간>, <파피용>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그가 써 온 모든 이야기의 표절이자 페러디였던 세계.
이제 베르베르식 글쓰기의 한 세대가 막을 내리는 셈인가!
그의 기발함에 유머러스함에 찬사를 보낸다.



8의 세계의 신인 제우스가 말한 두 번째 산 너머의 "9 세계"
Y 게임의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 곳,
별이 된 미카엘,
그가 본 9의 세계는  다름 아닌 "어머니 은하"였다.
그리고 "어머니 은하"가 말하는 또 다른 세계 "10"
"아버지 우주"의 세계.
켜켜히 쌓인 세계들의 연속
그리고 "10의 세계"에 이어지는 최종적인 마지막 세계
"111의 세계"



결국 그 곳은 책의 한 페이지였다.
"111의 세계"란 사실은 켜켜히 쌓인 책장들을 도형으로 나타내 세워놓은 모습이었다.
편평한 세계, 극도로 납작한 평행 육면체의 우주.
어떤 책....의 한 페이지!
즉, 우리가 말하는 우주라고 하는 것은 책의 한 페이지, 바로 그것이었다.
누군가의 시선과 상상력으로써 활성화시켜 주기만 한다면
그 우주는 불멸의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는 명제.
"독자"가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의 우주는 어디서든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단다.



기발하다.
그래서 오히려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질만큼...
어쨌든 이제 미카엘 팽송과 에즈몽 웰즈는 모두 끝이 난건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서전도 마찬가지로....
그런데 묘한 건,
어딘가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혹시 모르지, 
나란 사람도 사실은 어느 책의 한 페이지에 봉사하는 허구적 존재에 불과한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