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번트 신드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6.23 레인맨 (2009.06.21. PM : 3:00)
  2. 2009.03.23 달동네 책거리 37 : <향 수>
보고 끄적 끄적...2009. 6. 23. 06:38
1988년 개봉했던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을 기억하는가?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감독상 등
주요 4개 상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여년 전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아직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킬링필드>처럼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게 아닌
내 돈을 내고 최초로 봤던 영화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의 위대함이여~~ ^^)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잘생긴 얼굴보다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어린 눈에도 엄청나 보였던 기억.
"저 사람 정말 자폐아 아니야!!"
솔직히 감동을 받았던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대로 이해나 했을까....)
그 영화의 몇 장면들은 아직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아  형 "레이먼드 바비드"와
인터넷 주식 트레이더 동생 "찰리 바비드"
어느날 찰리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형의 존재를 알게 된다.
만약, 내게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형제가 어느날 나타난다면....
그것도 같은 부모밑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탈렌트와 영화배우로 유명한 임원희. 이종혁의 뒤를 이어
멋진 연극배우 김명민과
감초역의 코믹 연기의 대가 뮤지컬 배우 김성기.
그 둘이
레이몬드와 찰리를 연기했다. 



씁쓸했던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두 사람이 공연했을 때와
공연료 차이가 달라졌다는 사실 (30000 -> 25000)
대중의 힘이라는 게 가격까지도 조정하는구나 싶어
왠지 연극인들이  설움에 공감하게 된다.



<햄릿>, <에쿠우스>, <나쁜 자석>
그리고 그는 기억하기 싫겠지만 첫 뮤지컬 <카르멘>까지 (그건 좀..... @@::)
내가 아는 김영민은
연극 위에서 그대로 꽃이 되는 사람이다.
그의 몰입력은 신비감까지도 불러일으킨다.
그런 그의 무대를 오랫만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랬다.
그리고 그 설램에 대한 보상을 그는 역시나 해줬다.
그의 눈물...
그 간절함과 미안함과 절실함.
어쩌면 내리는 빗소리보다 내겐 더 큰 빗소리로 남겨졌는지 모른다.



내겐 적격인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기억되는 뮤지컬 배우 김성기1
<사랑은 비를 타고>의 소심쟁이 노총각 형,
<벽을 뚫는 남자>에서 열연했던 일인다역 (그의 알콜중독 의사는 꺄아~~~),
<미녀는 괴로워>에서의 성형외과 의사에 이어, <자살 여행>까지...
그의 코믹연기는 그야말로 물이 오를데로 올라
마치 실생활도 그렇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
왠지 빈 듯한 헐렁함 속에 꽉꽉 채워진 치밀함
그에게서 발견할 수 잇는 매력 포인트!



매표소 앞에 붙어 있는 홍보물.
역시 대중의 힘은 어디든 강력하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곳 공연장까지 이어지길
얼마나 바랬을까.....
(그러나 역시 대중은 대중이다!)



2시간 가량의 연극을 보면서
혹시, 
나도 <레인맨>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
시간이 자나도 레이몬드는 동생 찰리를 잊지않고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매 순간순간을 전부다 기억하고 있었다.
찰리는 발음이 명확해지기도 전에 그 형을 떠나 보냈다.
(형의 자폐 증세가 동생에게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한 아버지에 의해...
그 아버지 역시 사랑하는 장남 레이몬드는 눈물로 병원에 맡겼다)
찰리의 불명확한 발음은 레이몬드를 레인맨으로 만들었다.
그 레인맨은 찰리의 힘든 순간을 함께 해준 유일한 친구였다.
자신만이 만날 수 있는  상상의 친구.
자신이 만든 <레인맨>
그렇게 알고 있었던 찰리....



형과의 재회로 찰리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관계까지도 회복한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한 가정을 꾸미기까지도...
혹 마음속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 찾아보라!
어쩌면 바로 거기서
당신의 관계 회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연극 사이사이  흐르던 비틀즈의 노래와 빗소리
그리고 소극장에서 처음 만난 회전 무대
무대가 돌아가는 소음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레인맨>과 완전한 소통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23. 21:51

<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페이퍼북)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 매혹적인 작가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요?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작품 모두 하나같이 다 문제작이긴 하지만 <향수>라는 책을 읽었을 때의 그 강렬함이라니...

작가가 만든 “신세계”의 미궁에 제대로 빠져버렸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실까요?

이 책,

사연도 참 많습니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은,

1991년 12월 국내 초판 됐고(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 파란 표지의 그 오래된 초판, 바로 그 거랍니다) 1995년, 2000년 두 차례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영화 개봉과 더불어 다시 신판이 출판되면서 폭발적인 판매 기록을 보였죠. 초스테디셀러에 등극한 이 소설은 지금까지 30쇄 이상 재판됐다고 합니다.

(영화 예술의 힘! 작년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려놓는 걸 보면서 또 다시 절감했죠)

그런데 이 사실도 아세요?

이 책이 “19금 이야기”의 선정 도서가 됐었다는 사실도요.

책의 후반부쯤에 나오는 사형집행장에서의 집단 난교 부분과 마지막 충격적인 결말들이 이런 영예(?)를 안겨준 셈이죠.

그것도 출판된 지 한참이 지난 후에 이런 에피소드가 생긴 걸 보면, 책은 정말 살아 있다는 환상을 여전히 품게 합니다.

“환상”이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작가에 대한 극단적인 환상을 심어주는 사람이기도 하죠.

전세계의 집요한 매스컴의 추적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면서 숨어있는 사람.

대인공포가 있다는 소문, 동성연애자라는 소문, 그리고 흉한 장애가 있다는 소문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사람들과의 만남도 싫어해 문학상도 거절하고 인터뷰도 거절하며 철저하고 은둔하고 있는 작가!

그는 자기 작품에 대한 관리 전체를 형에게 맡긴 채 현재 프랑스 남부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에 잠금장치까지 하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동료 작가도 없고 심지어 자신의 신상에 대해 발설한 사람이면 친구와 부모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절연해 버릴 정도라고 하니 오래된 사진 한 장으로만 알려진 그를 세상에 불러낸다는 건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네요.

그러나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지금 <향수>보다 더 매혹적인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거라고...

(사실 그의 새로운 책의 출판을 전 아주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책 <향수>의 줄거리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예요.

질긴 생명력으로 생선 내장 더미 위, 아무 냄새도 갖지 못하고 버려지듯 태어난 아기 그르누이.

그의 삶의 목적, 그건 사람의 “냄새”를 내 몸에 갖겠다는 강렬한 탐욕이었습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탐욕”이라는 의미는 그러나 그에겐 적절치 않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가 품은 “탐욕”은 소유에 대한 집착보다 오히려 생명에 대한 무심한듯하지만 강렬한 집착에 가깝기 때문이죠.

“생명”이라는 거,

“향기”를 품지 않는 생명이란 죽음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그르누이는 그의 살인 행각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가장 가까운 동반자로 만들어 버리기까지 하죠.

그를 피해 달아나는 향기가 그에게 무사히 채집되기를 나 또한 간절히 바라는 마음.

향기를 채집하는 그의 섬세한 행동 하나 하나가 성스럽고 예술적으로 느껴지는 그 순간,

이제 그의 옆에 제 2의 그르누이의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25명의 향기가 채집되기까지 저 역시도 그의 동조자가 되어 가만가만 숨을 죽입니다.

어쩌면 결말 혹은 끝장을 보고 싶다는 저의 또 다른 탐욕인지도 모르겠네요.

그의 향기에 취해 그를 탐하는 무리에 둘러싸이게 되는 마지막 결말.

악마적인 황홀경에 빠져 그의 향기를 먹어치우는 무리 속에 나 자신이 없다고 과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함께 한 사람들은 이미 무언의 합의를 끝낸 듯 합니다.

그건 “구원”의 행위였다고......

그의 향은 우리를 구원했고 그리고 우리는 그를 각자의 몸 안에 조각내 피난시킴으로 구원을 해줬다고......

이제 남겨진 사람을 우리는 누구라고 불러야 할까요???.......


서번트 신드롬 (savant syndrome)!

지능은 보통사람들보다 떨어지지만 음악연주나 달력계산, 암기, 암산 등 어떤 특별한 부분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됩니다.

프랑스어로 이 말은 배우지 않고(바보 idiot) 터득한 기술(석학 savant)이라는 뜻이죠. 특히 발달장애나 자폐증 같은 뇌기능 장애를 가진 이들이 그 장애와 대조되는 천재성이나 뛰어난 재능을 보일 때 이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 석학증후군 이란 말을 하게 됩니다.

영화 <레인 맨>에서 톰 크루즈의 형으로 나왔던 더스틴 호프만이 바로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자폐인을 연기했었죠. 

말하자면,

그르누이도 서번트 신드롬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흔히 천재성은 그 “광기”로 인해 인생 전체를 “파괴”하기도 하죠.

“Utopia”가 아닌 “Destopia”의 탄생.

철저하게 파괴함으로써 이상향을 만들겠다는 “Destopia”

<향수>

그 위험한 Destopia의 세계.

그 세계가 섬뜩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매혹적이었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네요.


만약, 

당신에게 아직 향기가 있다면....

조심하길 진심으로 당부합니다.

조각난 그르누이가 혹 당신을 탐할 수도 있으니.....


                                                      <유일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사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