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1. 9. 08:32

<잃어버린 얼굴>

 

일시 : 2016.10.11. ~ 2016.10.23.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작사: 장성희

작곡, 편곡 : 민찬홍

각색,연출 : 이지나

안무 : 김혜림, 김소희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김선영 (명성황후) / 박영수, 이창엽 (고종) / 정원영, 김태훈 (휘) / 조풍래 (민영익), 금승훈 (대원군) 

        이혜수(선화), 김도빈(김옥균)외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차지연이 임신을 하면서 <잃어버린 얼굴 1895>에 살짝 긴장감이 돌았겠다 싶긴한데

그 자리를 채울 배우로 김선영과 조정은을 예상했다.

그러다 조정은의 차기작이 몬테크리스토라는 기사를 보고 김선영이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자 뮤지컬 배우라

출산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던 김선영의 복귀가 반가웠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었는데...)

 

가장 사랑받는 서울예술단 레파토리를 꼽으라면,

아마도 <바람의 나라>, <윤동주, 별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이 세 작품이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건 역시 <바람의 나라>다.

(그 다음은 <윤동주...>고.)

예술단의 인기 레파토리에 김선영의 복귀까지 겹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후기를 남기는게 좀 뻘쭘해졌지만

여왕의 복귀는 아름다웠다.

차지연은 내적 외적으로 다 강해서 고종이 의도치않는 병풍이 되버렸는데

김선영는 고종이 눈에 들어오게 하는 명성황후였다.

차지연이 소나무 같았다면 김선영은 대나무 같았다.

그야말로 대쪽같은 느낌.

예전부터 나는 김선영 특유의 절제가 참 좋았다.

김선영의 명성황후에서도 그게 느껴져서 좋았다.

(빨리 다른 작품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선화역이 김건혜가 아니라 살짝 실망했었는데

신예 이혜수가 그 불안감을 충분히 종식시켜줬고

고미경, 금승훈이 든든히 받쳐주니 전체적인 무게감도 좋았다.

휘는 고민하다  김태훈으로 선택했는데 실패였다.

목소리톤을 너무 과하게 깔아서 휘가 왕인줄 ㅠ.ㅠ

 

너무 늦은 후기라 코멘트를 남길까 말까 고민했는데

작품과 상관없이 작품 속 대원군의 대사 때문에 쓰기로 결정했다.

"권력놀음이 그렇게 재미지더냐?"

 

그러게요.

이성과 기본을 내버릴만큼 재미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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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6. 17. 08:32

 

<국경의 남쪽>

 

일시 : 2016.05.31 ~ 2016.06.12.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원작 : 영화 "국경의 남쪽"(2006)

극직 : 정영

작사 : 정영, 이나오, 표상아

작곡 : 이나오

연출 : 추민주

출연 : 최정수, 박영수 (선호) / 최주리, 송문선 (연화) / 하선진 (경주) 외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재)서울예술단

 

난 서울예술단도, 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도 정말 많이 사랑한다.

그래서 일 년에 네 번 올라오는 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꼭 챙겨본다.

이 작품 역시도 일찌감치 예매를 해놓고 기대감을 품고 관람을 기다렸다.

차승원이 주연인 원작을 따로 챙겨보진 않았지만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보고 난 느낌은.... 음...

최대한 짧게 써야 겠다.

참 안타까운 말인데 지금껏 내가 본 서울예술단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이 가장 무색무취무미였다.

예술단 특유의 감성도 느껴지지 않았고 스토리도 촘촘하지 않았다.

아예 작정하고 서정적인 산파로 풀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겠다 싶더라.

그리고 뮤지컬보다는 연극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생각.

군무도, 넘버도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약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넘버 소화력도 좀 위태위태했다.

(솔직히 경주역의 하선진은 정도가 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예술단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금껏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로 잘 끌어 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다.

특히 젊은 여배우의 부재는 심각한 정도다.

그렇다고 매번 객원에만 의지할 수도 없고!

작품의 분위기 탓도 있긴 하지만 어딘지 전체적으로 노쇠해진 느낌.

아무래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단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마치 어린 시절 풋풋했던 첫사랑이 갑자기 확 늙어서 나타난 느낌.

 

그게 너무 슬프더라.

사랑하지 않으면 슬프지도 않을텐데

내가 예술단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병(病)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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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3. 29. 07:59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6.03.20. ~ 2016.03.27.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작,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 하선진, 송문선(이선화)

제작 : (재)서울예술단

 

조카들과 함께 봤다.

말년 휴가 나온 조카녀석 때문에 원래 예매했던 좋은 좌석은 이 녀석에게 양보하고

토월극장 3층에 올라가서 봤다.

토월 3층은 처음 올라가봤는데 1열 난간의 시야방해가 2층보다 훨씬 심각하더라.

그리도 군무와 조명을 조망하기엔 나쁘지 않았다.

주말 4회 공연의 시작이라 배우들의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겠다 생각했는데

"팔복(八福)"을 듣자마자 다른 생각 다 버리고 또 다시 몰입하게 되더라.

일단 무엇보다 조카들이 감동적으로 본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친숙한 윤동주의 시들을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받아들인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개인적으론 2막 도입부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왼편으로는 윤동주가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시를 쓰고 있고

무대 뒷편에는 "참회록'이 한줄씩 쓰여지는 장면.

첫공때는 오페라글라스로 윤동주의 표정을 보느라고 이 장면을 완벽히 놓쳤었다.

뭔가 이분되는 공간이 주는 서글픔이

그당시 지식인의 좌절과 아픔을 대변하는것 같아서 절절하게 다가왔다.

윤동주로 분한 박영수는,

아무래도 이 작품과 인물에 특별한 의무감 혹은 책임감이 가진 모양이다.

저러다 정말 기절이라도 하는건 아닐까 걱정될만큼 극강으로 감정을 이입시킨다.

덕분에 2막 후반부는 객석의 관객조차도 버겁고 무섭다.

폭풍같은 고요함이 휩쓸고 지나간다.

뜨거운 불길이 날카로운 얼음조각처럼 심장에 박혀온다.

또 다시 감당하기가... 힘들어지더라.

이번에도 역시 오래 삭힌 통증이 눈물로 흘러 나왔다.

배번 처음처럼 나를 무너지게 하는구나. 이 작품은...

조카들과 떨어져 관람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식민지시대를 산다는게 어떤 건지 나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나라를 지배한 그 나라에서

유학생의 신분으로 버텨내는 고난 역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

어떤 절망적인 감정을 덧붙인데도 다 부질없는 미사여구일 뿐이다.

작품 속에서 윤동주는 함께 갇힌 송몽규에게 말한다.

"몽규아! 먹어야 한다. 먹고 버텨야 한다!"

나는 한 번이라도 그래 본 적이 있었나!

버티기위해 차갑게 식어버린 한 덩어리 차디 찬 밥을 씹어 삼킨 적이 있었나...

 

부끄러운 호사(好事)가 한 둘이 아니다.

살아있으면 살아야 하는건데...

잉여(剩餘)도 이런 잉여가 없고

부끄러움도 이런 부끄러움이 없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죽는 날까지...

부끄러움이 없기를...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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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3. 24. 08:33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6.03.20. ~ 2016.03.27.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작,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오상준

연출 : 권호성

출연 : 박영수(윤동주), 김도빈(송몽규), 조풍래(강처중), 김용한(정병욱) / 하선진, 송문선(이선화)

제작 : (재)서울예술단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레파토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당연히 <바람의 나라>)

2012년 초연은 몰라서 못봤고

2013년 재연으로 올라왔을때는 뒤늦게 박영수 막공을 봤었다.

그때 이 작품을 고작 한 번 보고 끝내야 한다는게 얼마나 아쉽고 후회되던지...

그래서 서울예술단 레파토리가 공개될때마다 이 작품을 기다렸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삼연이 올라왔다.

게다가 이번 윤동주는 객원배우 없이 박영수 혼자 원캐로 채운단다.

원래 계획은 막공 하루 전인 토요일 낮공을 조카녀석들과 같이 보는거였는데

한 번으로 끝내면 분명히 후회될 것 같아서 뒤늦게 첫공을 예매했다.

공연기간은 짧고, 이번이 지나면 언제 또 다시 올라올지 기약도 없고...

2016년 들어서 왠만하면 재관람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이 작품이 백만년만에 재관람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었다.

 

결론은,

첫공을 봐서 참 다행이다.

첫공이라 다소 어수선하고 무대잡음도 많았지만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 동갑내기 세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무대도 2013년보다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고

영상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커튼콜에 무대 뒷편에 커다랗게 투사된 윤동주 시인의 모습은 사람을 숙연해지게 하더라.

박영수는 연기는 확실히 더 깊어졌고,

영화의 영향이 컸겠지만 송몽규가 초연, 재연때는 안썼던 안경을 썼고

전체적인 느낌도 훨신 더 단단하고 견고했다.

이시후의 뒤를 이은 강처중 조풍래는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막 북간도로 떠나는 장면에서 "정말 듣고 싶다, 네 시~~~!"라고 외치는데

그 울림이 너무 크고 깊어서 뭉클했다.

 

윤동주의 시와 산문으로 작품을 만들겠다는 아름다운 생각,

제일 먼저 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시와 산문을 이렇게 적절한 곳에 배치한 미학을 넘어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다.

게다가 한아름, 오상준 콤비가 만들어낸 넘버는 하나 하나  너무 아름답고

이 넘버를 배우들은 또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답고 간절하게 부른다.

비중의 크고 작음을 게의치 않고 한 장면 한 장면 미친듯이 춤추고 노래하는 단원들도 미치게 아름답고!

(심지어 객원 아역까지도)

이 작품은 어쩌자고 이렇게 시작과 끝이 다 감동이냔 말이다.

개인적으로 워낙 애정하는 작품이라

이젠 왠만한 티는 티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적어도 이 작품에 관해서는,

냐는 앞으로도 쭉 객관적이지 않을 생각이다.

 

아름답고 뭉클하고 간절한 작품.

<윤동주, 달을 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21. 08:12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5.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안무 : 김영미, 한효림

출연 : 김도빈, 송용진 (강채윤) / 서범석(세종), 최정수(무휼), 박영수(성삼문), 박혜정(소이)

        김건혜(강덕금), 김백현(가리온), 금승훈(최만리)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2015년 서울예술단의 마지막 가무극<뿌리 깊은 나무>까지 챙겨봤다.

지난번 <신과 함께>에서 김도빈 차홍이 인상적이여서 송용진을 버리고(?) 김도빈 채윤을 선택했다.

이시후 배우가 성삼문으로 돌아와주길 바랬는데 예상대로 예술단을 나왔더라.

근황이 궁금했는데 <레베카>에 출연한대서 반가웠다.

솔직히 <레베카>는 내 취향작이 전혀 아닌데

류정한과 이시후 배우때문에 두어번은 보게 될 것 같다.

어쨌든!

이시후의 부재로 초연때 무휼이었던 박영수가 성상문으로 자리이동(?)한 관계로

이번 재연의 무휼은 최정수 배우 혼자었다.

초연때 최정수 무휼을 못봐서 궁금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보고 난 느낌은...

초연때도 그랬지만 서울예술단의 색깔이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은 아니었지만

서울예술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넘버가 약하고 춤도 기존의 예술단 작품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그 단점들도 함께 동거동락한 단원들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만회가 된다.

(넘버는 채윤의 첫 곡과 세종의 노래 두 곡 정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론 무휼이 박영수, 성삼문아 최정수였던게 더 좋았겠다 싶었다.

박영수가 소년 혹은 무사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성삼문에는 좀 안 어울리더라.

서범석 세종은 역시나 대체불가의 존재감이었고

연기도, 목소리톤도, 넘버소화력은 물론이고 등장할 때마다 쏟아내는 아우라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이 작품의 8할은 서범석 아우라의 힘이 아닌가 싶다.

1막은 초연과 비교할 때 정리를 좀 했고 2막은 큰 변화는 없었다.

격구장 장면이 더 역동적이었던 같기도 하고...

이날 객석에 외국인들도 꽤 있던데

나오면서 살짝 엿들으니 음악과 의상, 무대가 인상적이라는 말을 하더라.

그들의 말에 나 역시 격하게 곰감했다.

이걸 서울예술단이 계속 지켜가고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

공연장을 나오면서 그 바람이 또 다시 간절해졌다.

그리고 더불어

2016년 서울예술단 레파토리가 격하게 궁금해졌다.

<바람의 나라>와 <윤동주, 별을 쏘다>가 포함된다면 참 좋겠는데...

바나는 가능성이 희박할테고 윤동주는 꼭 올려주면 좋겠다.

이 작품 정말 좋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21. 09:13

<바람의 나라-무휼>

일시 : 2014.05.11. ~ 2014.05.2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대본 : 김진 "바람의 나라"

연출 : 이지나

안무 : 안애순

작, 편곡 : 이시우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고영빈 (무휼), 지오 (호동) / 최정수, 이시후 (해명)

        박영수, 조풍래 (괴유), 고미경 (혜압), 김건혜 (이지)

        유경아 (연), 김백현 (마로) 외 서울예술단 단원

주최 : (재)서울예술단

 

개막 첫공연을 보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한 번 <바람의 나라>를 봤다.

결론은...

역시나 좋다! 그것도 너무나...

역시 <바람의 나라>고, 역시 "서울예술단"이다.

이 작품을 위해서라도 서울예술단은 내내 존속해야만 하겠다.

"감동"이라는 표현도 진부하고

대단하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솔직히 나는 연출가 이지나도, 배우 고영빈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바람의 나라>라면  무조건적인 신뢰와 열광을 기꺼이 바치련다.

고영빈이 이번이 마지막 무휼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는데 결사 반대, 절대 반대다!

이지나 연출도 무슨 소리냐며 그랬단다

몸관리 잘해서 50대에도 계속 무휼을 하라고...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고영빈은"무휼'이라는 역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이 놓고 싶다고 해서 쉽게 놓을 수 없다.

그에겐 무휼에 대한 책임이 있다.

왜냐하면 고영빈만큼 "무휼"을 표현해낼 있는 배우는 결코 없을테니까!

(내가 배우 고영빈을 극찬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2막 고영빈 무휼의 독무를 보고있으면

미친듯이 빠져들면서도 순간순간 경의롭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눈빛과 움직임, 그 섬세한 동작 하나하하나에 고독한 왕의 위엄이 느껴진다.

입으로 표현되는 대사나 노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무휼의 몸이 말해준다.

우아함과 위엄, 단단함고 고통,

이 모든게 절제된 몸의 표현 속에 다 들어있다.

진심으로 소름... 돋았다.

어떤 찬사도 고영빈 무휼에겐 너무나 부족하다.

 

일주일 전 첫공과는 정말 몰라볼 정도로 너무나 좋아져서 반가웠다.

이번에 다시 보니 과거 세 번의 공연보다 더 서정적이고 정적인 표현이 많았던 것 같다.

가령 이시후 해명의 경우,

김법래나 홍경수 해명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그게 이시후 배우가 해명을 이해하고 해석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홀로 조용히 모든 걸 인내하고 받아들이는 해명.

그래서 이시후 해명의 동작 하나하나가 그렇게까지 고적하고 적막했구나...

스스로를 묻어버린 사람의 죽음.

그걸 이해하니 해명이 참 많이 아프더라.

 

첫공과 머리모양의 달라진 괴유 박영수도 몸이 완전히 회복됐는지

전쟁신에서 그야말로 펄펄 날아올랐다.

더 단단해지고 강해진 표현에

초연의 김영철 괴유까지 떠오르더라.

(너무나 궁금하고 아쉬운 김영필 배우... 그의 괴유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어렵겠지!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낸 모든 스탭들과

고영빈과 함께 두번째 공연에서 괴유를 했던 배극 금승훈,

고영빈 무휼처럼 네번 공연 내내 마로를 했던 김백현,

해암 고미경과 연비 박석용을 비롯한 서울예술단 모든 배우들 때문에

또 다시 이 작품을 내내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언제 무휼의 바람이 돌아오려나!

이번에도 4년만에 부는 바람이었는데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는건 아닐까?

결코 비켜가지 않는 운명같은,

바람의 나라!

 

가야 할 곳은...

부도다.

 

 

사람들이 정해진 길로 가네

그래도 꿔어야 하는 꿈

그래야 세상이 허무하지 않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4. 08:35

<바람의 나라 - 무휼>

일시 : 2014.05.11. ~ 2014.05.2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대본 : 김진 "바람의 나라"

연출 : 이지나

안무 : 안애순

작, 편곡 : 이시우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고영빈 (무휼), 지오 (호동) / 최정수, 이시후 (해명)

        박영수, 조풍래 (괴유), 고미경 (혜압), 김건혜 (이지)

        박정은 (연), 김백현 (마로) 외 서울예술단 단원

주최 : (재)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보석같은 가무극 <바라의 나라>가 5년만에 돌아왔다.

정말이지 서울예술단은 공연기간은 짧아도 너무 짧아 이젠 화가 날 지경이다.

5년만에 돌아온 이 작품도 열흘 올라오는게 고작이다.

내 주변만해도 이 작품 목빠지게 기다린 사람이 수두룩한데

너무 비정한건 아닌가????

때론 그런 생각도 든다.

서울예술단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이 너무 커서 한없는 애정으로만 작품을 바라보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

그렇더라도!

우리나라에 이런 예술단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서울예술단이 표방하는 "가무극(歌舞劇)" 속에서 만나게 되는 춤은

이미 충분한 언어고 확실한 의사소통이다.

특히나 <바람의 나라> 2막 전쟁신에서 대사없이 이어지는 12분간의 장면은

이 작품의 압권이라 할 만 하다.

개인적으로도 세손가락안에 손꼽히는 장면이기도 하고.

전쟁신의 음악 BGM이 시작되면 배우 조풍래의 말처럼 사람이 이상해진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함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이 장면의 여운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

음악도, 춤도, 조명도, 조용한 움직임까지도 전부 다.

 

첫공이라 그런지, 아니면 작품의 명성에 대한 부담감때문인지

배우들의 몸놀림이 무겁다.

그래선지 오히려 전체적인 작품에는 힘이 많이 빠져버렸다.

5년의 공백을 아직까지는 뛰어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기대했던 이시후 해명과 박영수 괴유가 힘이 없어 솔직히 당황스러웠고

혜암 고미경과 연 박정은을 제외한 여배우들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

새타니도, 이지도, 세류도 가희도...

(보는 내내 도미경 이지는 정말 많이 그립웠다)

새타니와 해암의 듀엣곡 "저승새의 신부"는 이상스러울정도로 듣기에 불편했고 

호동의 신수도 여자가 연기하니 와이어 장면이 충분히 살지 못한것 같다.

호동은 나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했다고 말하기엔 뭣하고...

(몰랐는데 지오의 어투에 사투리톤이 베어있더라.)

개인적으로 호동은 "조정석", 혜명은 "홍경수"만한 배우가 없는 것 같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역시나 무휼 고영빈.

2006년 초연부터 2007, 2009년까지 총 4번째 무휼.

8년이란 시간동안 무휼의 몸을 잘 지켜온 고영빈이 진심으로 고맙더다.

무휼이란 역에 대한 고영빈의 애정이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사 하나하나에 다 느껴진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불러주실 때까지 계속헤서 무휼을 책임지고 싶다"

배우 고영빈도, 바람의 나라 무휼도 참 행복하겠다.

나도 계속 그럴거다.

<바람의 나라> 무휼을 떠올리면

다른 누구도 아닌 고영빈을 먼저 기억힐거다.

 

고백컨데 이날 공연은 기대만큼의 퀄러티를 보여주진 못했다.

오래 작업한 단원들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명성에 대한 부담때문이었는지

처음 맡은 배역을 온전히 감당해내지 못했다.

무용수들까지 몸이 아직 기억하지

이시후 해명이 조금 더 강건했으면

박영수 괴유가 조금 더 전사다웠으면 정말 좋겠는데...

무률, 해명, 괴유.

 

그래도 서울예술단이니 점점 더 좋아질거라 믿는다.

같이 으쌰으쌰하다보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기는 곳이 서울예술단이니까.

일주일 후 한 번 더 관람하는데

그때는 분명히 지금과 다른 느낌을 받을거라 생각된다.

그게 서울예술단의 힘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9. 07:46

<김종욱 찾기>

일시 : 2014.01.14. ~ 2014.02.28.

장소 : 쁘띠첼 씨어터

대본, 작사 : 정유정

작곡 : 김혜성

출연 : 이현, 박영수, 민우혁 (김종우, 남자)

        박란주, 홍지희, 유리아 (여자)

        이동재, 김민건, 박세욱 (멀티맨)

제작 : (주)뮤지컬 해븐, CJE&M(주)

 

뮤지컬 <김종욱찾기>는 내가 좋아하는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그래서 평소 관심을 뒀던 배우가 캐스팅이 되면 일부러 다시 챙겨보게 되는데

이번 시즌엔 서울예술단 F4 중 한 명인 박영수가 이 작품에 출연한단다.

요즘 박영수가 이렇게 열심히 외부작품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몇 년 안에 서울예술단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조금만 더 서울예술단에 있기를 바라는 중인데... )

솔직히 로멘틱코메디와 뮤비컬은 내가 좋아하는 류(類)는 아니다.

여배우와 멀티맨이 좀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어디까지나 순전히 "박영수"라는 배우 때문이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는 의미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참 미안하게도 내가 지금껏 본 <김종욱찾기> 중에서 제일 지루했다.

한동안 괜찮은 것 같았는데 박영수의 'ㅅ발음"은 다시 유난스럽게 두드러졌고

박영수일 때는 너무 과장스럽게 유치했고

김종욱일 때는 너무 느끼했다.

노래도 불안하고 연기도 어딘가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첫사랑 주식회사"라는 넘버는 배우 세 명이 다 각자 따로 놀아 무척이나 당황스럽더라.

게다가 옆에 앉은 관객의 과도한 웃음소리는...

소음에 가까운 수준이라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재미있게 보는것까지는 참 좋은데 그래도 주변사람 생각도 조금 해줬으면 좋겠다.

배우의 대사보다 이 여자분의 소리가 훨씬 더 크더라.

어쩌면 그런 이유로 집중이 잘 안 돼서 더 지루하게 느껴졌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박영수도, 홍지희도, 김민건도

작품과 배역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좋은 작품인데...

확실히 로코는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닌 것 같다.

 

* 그런데 박영수 너무 많이 말랐다.

   단순히 작품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겠지만 느낌이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무슨 일이 있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2. 08:31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쓰릴미 > 2차팀 공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세 쌍의 페어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박영수-임병근의 첫공.

좀 로딩이 된 후에 볼까 고민하다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

둘은 임병근이 몇 년 전 탈단을 하긴 했지만 서울예술단 동기다.

그래서 이 둘을 "예술단 페어"라고 부른단다.

처음부터 같이 연습했던 동갑내기 친구가 만드는 <쓰릴미>라!

작품 자체의 설정과는 아주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박영수가 "나"인 것도 임병근의 "그"인 것도 확실하고 정확하다.

재미있는 건,

이 둘은 예상되어지면서도 또 명확하게 예측을 하기 힘든 페어라는 거다.

뭔가 반항적인 소년의 이미지가 강한 박영수와

잰틀하고 선한 느낌의 임병근.

과연 이들은 어떤 나와 그를 보여주게 될까?

 

첫공이라는 위험수는 분명 있었지만 둘의 조합은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두 배우 다 눈빛이 너무 좋다.

2인극은 아무래도 무대에서의 액팅에 한계가 있어

배우가 보여주는 눈빛과 표정에 관객이 더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우들의 2인극을 보는 건 가히 고문에 가깝다.

감정없는 얼굴로 시종일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를 보고 있으면 난감하다.

이 둘은 뭐랄까?

치열함은 좀 떨어지지만

표정과 눈빛, 그리고 손끝의 디테일은 아주 좋았다.

설정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반에 박영수와 임병근의 템포가 서로 어긋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박영수의 템포가 조금 더 빠르다.)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템포가 비슷해지면서

후반부에서는 그 템포가 역전이 된다.

시종일관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박영수의 네이슨이

"난 뛰어난 인간이야. 결국 널 이겼쟎아!"라는 대사와 함게 리처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후반부 장면은 압권이다.

둘 사람의 몸기울기가 역전되는 장면도 잘 표현했고.

(분위기, 파워, 그 동안의 모든 시간들이 송두리째 역전되는 느낌이랄까!)

그동안은 잘 몰랐었는데 임병근의 양쪽 눈크기가 서로 다르다.

그런데 그게 리차드를 표현하는데 플러스효과를 준다.

살짝 야누스적인 느낌을 준다.

박영수도 쌍커플없는 두툼한 눈이 어눌하면서 소심해보여 배역 자체와 잘 어울렸다.

"넌 나를 배신할거야! 난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넌 내가 원하는 대로 절대로 하지 않은 걸!"

"contract" 장면 대사 중 박영수가 이 부분의 너와 나를 완전히 반대로 해버렸다.

결정적인 대사실수라 보면서 깜작 놀랐는데 정작 본인은 당황하지 않고 잘 넘기더다.

혹시 첫공이라 너무 긴장해서 틀렸다는 걸 몰랐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ㅅ" 발음이 부정확한건 아무래도 사투리톤 때문인 것 같고

연습벌레니까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

아무래도 "ㅅ"발음은 뮤지컬 배우들의 숙제인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이 녀석!

무대 위에서 너무 열심이라 "ㅅ" 발음 따위 기꺼이 무시할 수 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자신의 길을 우직하게 나아가는 보고 있으면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 이후의 모습을 더 믿고 기다리게 만든다.

이 녀석, 확실히 무서운 녀석이다!

 

첫공이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랬겠지만

아직까지는 소품과 무대 활용에 여유가 없다.

현재는 텍스트를 숙지하고 체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중반 이후에 보면 아마도 두 사람의 <쓰릴미>에 불꽃이 튀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지금 계속해서 "계획(The plan)" 중이고 "I try to think" 중이다.

분명한 건,

이 녀석들은 점점 진화할거란 사실이다!

확실히!

 

그래서 나는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

8월 이후 이 녀석들과의 재회가!

 

* 확실히 피아니스트는 신재영일때가 훨씬 느낌이 좋다.

   연주하면서 계속 배우들에게 시선을 놓치 않는 모습이 호흡을 함께 가지고 가려는 의도같다.

   이런 신재영도 두 사람의 첫공은 많이 궁금했나보다.

   다른 날 보다 유난히 열심히 관람(?)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13. 08:33

<윤동주 달을 쏘다>

일시 : 2013.05.06. ~ 2013.05.12.

장소 : CJ 토월극장

극본, 작사 : 한아름

작곡 : 오상준

미술 : 윤정섭

무대디자인 : 최수연

연출 : 권호성

출연 : 김수용, 박영수 (윤동주)/김형기, 이사후, 김백현, 하선진 외

        서울예술단원

 

이 작품...

참 나쁘다.

그리고 너무나 못됐다.

그래서 울컥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설움보다 더한 눈물과 참혹함으로 도무지 말을 할 수가 없다.

모든 장면이 고통스러웠고, 모든 장면이 황홀했다.

이 좋은 작품을...

이 좋은 내용을...

어쩜 그렇게 고작 일주일만 무대에 올릴 수 있으냔 말이다.

까닥하다가는 못 볼 수도 있었단 말이다.

정말 죽도록 달리고 달려서 겨우 에술의 전당에 도착해서 착석했다.

작년에도 입소문보다 짧은 3일이라는 공연기간 때문에 이 작품을 놓치고 말았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절대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이 나이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런데 어쩌나!

이 작품때문에 아직 나는, 내 마음은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달을 쏘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그리고 누군가 자꾸 내게 묻는다.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

"사람!"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정말이지 아름답고, 처연하고, 그리고 고결하다.

게다가 한아름 작가와 오상준 작곡가의 만남은 뭉클한 감동과 함께 파도같은 희열을 안겨준다.

이 작품은... 이 작품은...

도저히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

너무나 죄스럽고 너무나 송구스럽고 너무나 안타까워 

나는 여러번 고개를 숙였다.

또.로.록.

눈물이 떨어진다.

내가 감히 울어도 되나 싶어 나는 또 고개를 숙였다.

윤동주의 시가 이렇게 가슴을 치고 들어올줄은 몰랐다.

청년 윤동주로 분한 박영수의 입에서 낭독되는 시들은 그대로 절규였고,바람이었고, 희망이었다.

시가 모든 것이 될수 있다는 걸,

그 시가 또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아프게 아프게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았다.

"시(詩)"라는 단어가 이렇게 서럽고 아프고 눈물나게 참혹한 아름다움이라는 걸

예전엔 몰랐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던 윤동주의 시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알았다.

서시도.

비 오는 날의 인사도.

참회록도,

별 헤는 밤도...

다 아프고 아프고 아픈 시다.

 

뮤지컬 넘버들이 주는 감동은 정말 엄청난다.

윤동주의 솔로곡 "내가 잊었던 것들"과

이선화와의 듀엣곡 "얼마나 좋을까?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부르던 노래 "시는 무엇인가"

형무소에서 송몽규와의 듀엣 "먹고 버텨야 한다"

혼몽한 정신으로 마지막 절규처럼 부르는 마지막 넘버 "달을 쏘다"까지

모든 넘버들이 하나같이 깊은 울림과 떨림이 있다.

이런 작품.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윤동주가 후쿠오마 형무소에서 생채실험 주사를 맞는 장면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흑인영가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사이에 몽규와 동주가 나누던 짧은 대사는

무딘 칼로 살을 저며내는 아픔이었다.

오늘은 언제고, 내일은 언제지?

고통스러운 건 오늘이고, 평온한 건 내일이 아닐까?

내일도 고통스런 태양이 뜨면 어쩌지?

서서히 의식을 잃는 윤동주를 보면서

눈물흘리는 것도 죄스러워 나는 참고 참고 또 참았다.

윤동주를 연기한 박영수는

도대체 이 장면들을 어떻게 견뎌낼까?

아무래도 이 작품 끝내고 나면 이 녀석 참 많이 힘들어지겠구나...

안스럽고 안스럽다.

박영수라는 녀석!

탄탄한 기본기를 가진 엄청난  배우가 될 것 같다.

표정도, 연기도, 노래도, 딕션도, 목소리 톤도 배역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20대 청년 안중근의 풋풋함과 젊은 고뇌, 그리고 비탄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이 역할을 노련하게 표현했다면 과연 지금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묘한 필모그라피를 갖고 있는 배우다.

연기할 땐 김재범과 정상윤의 섬세함을 떠올리게 하고

노래부를 때는 임태경의 부드러움과 깊이를 떠올리게 한다.

ㅅ발음이 살짝 부정확한 것까지도 임태경과 유사하다.

그러나 연기나 감정표현 면에서는 확실히 임태경보다 훨씬 좋다.

아직 어린 배우라는 걸 생각하면 그의  미래가 무서울 정도로 기대된다.

또 다시 반복해야만 하겠다.

이 녀석을 주시하자!

 

오랜시간 함께 작업을 한 서울예술단원들이 만들어내는 합(合)은 아름답워서 황홀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어쩜 그렇게 정성껏 연기를 하던지!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정성껏 곱게곱게 씀다듬고 보듬어 주고 싶었다.

무대도, 영상도, 음향과 효과도 너무나 좋았다.

일주일이라는 공연 기간이

정말이지 이렇게까지 원망스러울수가 없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곁에 있어주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무사의 마음으로

시리고 차가운 저 달을 쏠 수 있게...

 

좀 더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

무사의 마음으로

무사의 맘으로 달을 쏜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저 달빛이

우습구나

쪼개지는 저 그림자

오늘도 내일도 나는 무사의 마음으로

너를 쏜다

시를 쓴다

삶이 쓰다

달을 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