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4. 9. 06:01

 

 <서툰 사람들>

 

일시 : 2012.02.11 ~ 2012.05.28.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 정웅인, 류덕환, 조복래 (장덕배) / 예지원, 이채영, 심영은 (유화이) / 김병옥, 홍승균 (멀티맨)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장진이 만든 코믹 소란극 <서툰 사람들>

<장진 희곡집>을 읽어서 그랬겠지만 정말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다. 

상황과 이야기 전개, 인물의 성격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희곡으로만 읽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정웅인, 예진원 캐스팅이라니.

두 코믹의 대가가 무대 위에서 서로 지지 않고 맞부딛칠 걸 상상하니 어찌 아니 즐거울소냐!

그런데 잠깐!

이 작품의 주인공의  나이를 생각하곤 설마... 하는 걱정이 앞섰다.

26살 도둑 장덕배와 26살 집주인 유화이.

배우들 나이도 나이인만큼 아마도 주인공들의 나이를 30대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혼자 예상했는데 

여지없이 내 예상이 무너뜨렸다. 

하기 30대라면 이런 대화가 오고가기는 좀 어렵겠지 싶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연극 초반부 유화이(예지원)이 자신의 집이 너무 높다며 "내 다리~~~~"를 울부짖을 때

난 유화이 어머님이 따님 집에 방문하신 줄 알았다.

어! 극본엔 안 나오는 어머님이 이번엔 나오시나보다... 혼자 생각했다.

한참 뒤에야 어머님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유화이인 것을 알고 혼자 무지 식겁하고 말았다.

확실히 예진원을 26살로 설정한 건 무리수가 많이 따른다.

어려보이려고 머리도 컷트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사진 속 모습이 훨씬 어려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혼자 무리수가 아니라 정웅인도 역시도 무리수라 그런 면에서 궁합은 잘 맞는다.

 

연극은 기대만큼 재미있었다.

끝나고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그러더라.

"광대뼈 터지는 줄 알았어!" 라고.

아마도 두 배우의 역량이 그만큼 크게 작용했으리라.

(개인적으론 극본이 더 재미있었지만) 

두 주인공이 나이가 있어서인지

김추락, 서팔호, 유달수 역을 한 홍승균이 상대적으로 어려보여 나름대로 코믹했다.

유화이역의 예지원은 목이 괜찮은지 모르겟다.

매번 소리를 지르면서 그렇게 과하게 울부짖으면(?) 그 성대가 남아날까?

목소리톤 자체는 예전 <미드썸머>때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냥 자신의 목소리 그대로 유화이를 연기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일부러 설정을 그렇게 했는지 어떤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그게 좀 아쉽다.

(계속 듣고 있자니 귀가 점점 피로해져서...)

정웅인 장덕배는 연기도 성실하고(?) 애드립도 시기적절하게 잘해서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았다.

특히 다리 찢기~~~ 완전 예술이시다.

마흔이 넘은 연세에 일자로 다리를 찢는다는게 가당키나 하는냐 말이다.

보기에도 별로 유연해보이는 몸매도 아니신데...

(정말 오랫만에 진기명기 목격했다. ^^)

 

원작과 다르게 두 주인공이 점점 남녀관계로 다가가는게 부각이 되는 건 아쉽다.

원작은 끝까지 친구인데,

연극은 곧 불꽃이 튈 분위기다.

이 상태라면 <서툰 사람들> 2탄격인 <서툰 연인들>이 탄생해도 무방하겠다.

설마? 혹시? 아니겠지...

뭐 생각해보니 장진이 그런 희곡 한 편 써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유화이, 장덕배.

장진의 영원한 뮤즈들~~~

(좀 이상한가!)

 

* 사족 한 마디!

  류덕환 장덕배와 예지원 유화이 페어는 솔직히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두 배우의 어마어마한 나이 차이가 과연 연기력으로 온전히 커버될 수 있을까?

  띠동갑을 넘어 16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게 뭐 또 다른 웃음코드로 작용할 수 있긴 하지만 어쨌든 두 배우의 동갑 연기는 도저히 상상이 안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2. 3. 30. 05:54

문학적 기발함은 일종의 신의 축복일까? 아니면 부단한 습득에 의해 형성될 수 있을까?
맨 처음 장진이 SBS에서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나타났을 때도
"와! 저 인간 엄청나네~~~' 하며 혀를 내둘렀더랬다.
뭐랄까, 일종의 부러움이었고 동경이었을 수도 있다.
갖지 못한 재능에 대한 탄식!
그의 영화들이 개봉될때마다 극장을 찾으면서도 이런 심정은 여전했다.
정만 난 놈이구나!
게다가 센 놈이구나!
동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을 때 우연히 장진 희곡집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4월 초에 <서툰 사람들>을 볼 예정이기도 했다. 
한번쯤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대출책에 한 권을 추가했다.
지금 재판된 책은 장진이 얼굴이 크게 나와있지만 내가 읽은 2008년도 출판된 책은 붉은 색 표지였다.

모두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미 영화와 연극으로 본 작품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소설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었다.
장진 희곡의 특징은 소위 지문이라고 하는 해설부분이 별로 없다는 거다.
인물의 행동을 설명이나 배경을 설명보다 오로지 대화가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한다.
간혹 실제 사람들의 대화에 내가 끼어 앉아있는 환상마저 느껴진다.
희곡집이 판타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읽으면서 재미있게 경험했다.
이제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영화 감독은 안 하겠노라였던가???) 했던가!
투자자의 본전을 생각하며 돈계산을 하는 걸 이제 하고 싶지 않노라 했던 것도 같다.
한창 활발히 활동할 나이에 그의 깡다구 서린 결심이 문득 부러워진다.
배가 불렀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장진이니까 그나마 가능한 일이다 싶기도 하다.
게다가 영화판 아니더라도 장진이 활약할 무대는 무궁무진하다.
난 놈에 센 놈 아닌가 말이다!
연극판에서든 영화판에서든 좋은 배우를 찾아내는 매의 눈은 또 어떤가!
덕분에 정재영, 류덕환, 신하균 같은 좋은 배우도 알게 됐다.
"킬러들의 수다" 원빈은 또 어떻고!
지금은 <리턴 투 햄릿>과 <서툰사람들>이란 작품에서 조복래라는 새로운 광대를 발굴(?)하기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장진의 문학적 동반자라 할 수 있는 유화이와 장덕배가 정말 어딘가 살고 있는 실제 인물같다.
지금은 예지원이 만들어낸 유화이, 정웅인이 만들어낼 장덕배를 궁금해하며 기다리고 있다.
기발함은 엄청난 에너지다.
아마도 장진은 쉽게 늙지 않을거다.
시나리오 작가, 감독, 제작자, 각색가, 그리고 배우까지 ...
그의 다재다능한 에너지가 부럽다.
이 무시무시한 놈이 진심으로 부럽다.
젠장!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27. 06:23

<리턴 투 햄릿>

일시 : 2011.12.09. ~ 2012.04.08.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장 진
연출 : 장 진
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주)연극열전
출연 : 김원해, 서주환, 김지영, 장현석, 김대령, 조복래, 이엘, 강유나


연극열전 4번째 시리즈 그 첫번째 작품인 <리턴 투 햄릿>
영화감독 장진의 연극 연출 복귀작으로 화재가 된 작품이다.
갑자기 연극판에서 부지런하기로 작정했는지
장진 연출은 이 작품 외에도 <서툰 사람들>이라는 연극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역시 장진은 장진이다.
개인적으로 장진식 유머와 위트를 좋아한다.
재치있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이 있다.
결코 과하지 않게 그러나 인상적으로.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젊은 배우와 젊은 연출가의 참신한 작품을 보게 돼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어찌보면 대학 워크샾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묘한 참신함과 신선함도 느껴진다.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주가 된 작품이라 자칫 가벼워질 수도 있었는데
그 아교 역할을 배우 김원해와 조복래가 확실하게 붙잡아준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된다.
건축 디자이너(?)인 양진석이 과연 김원해가 하듯 무대 위에서 조율과 포용을 아우를 수 있을지가...
뭐 본인이야 더 캐릭터 분석하느라 고민에 고민이겠지만 말이다.



무대 뒤 분장실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은
관객에겐 엿보기라는 관음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모든 공연 예술은 일종의 관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의 색다른 해석은
대한민국의 지금을 풍자하고 까발리는 썩 괜찮은 도구로 활용된다.
햄릿의 비극성에 빗댄 대한민국의 희극성이라고 할까!
실제로 관등성명 운운하는 장면은 김문수 도지사의 어이없는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줬고
늘상 봐서 이제 오히려 식상한 대한민국의 청문회 장면 역시 이 연극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니 재밌다.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 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개 특허 줘야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분법적인 편가르기 역시도 익숙한 대한민국의 정치판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급기여 성질을 부르며 퇴장하는 모습까지도...
역시 장진식 코드와 유머로 작품을 꽉 채웠다.
다만 마당놀이 형태가 너무 길어졌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너무 오래 계속되다보니 밑천이 드러난다는 느낌!
특히나 젊은 배우들의 사투리는 점점 민망할정도로 어색해진다.
엑센트로 느껴졌던 부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진다.
공연시간도 꽤 길어지면서
젊은 배우들과 노련한 배우들과의 집중력과 연기력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도 단점!
처음엔 분명 참신하고 재미있었는데
그 참신함이 자칫하면 지루함으로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나 결론은 너무 신파적이고 교육적(?)이라 의외다.
(이건 장진식 스타일이 아닌 것 같은데...)



2012년 내 첫 관람작이 된 <리턴 투 햄릿>
어찌됐든 부담없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연극임에는 분명하다.
연극을 지루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작품.
더불어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이 연극을 보고 있으면 코믹공화국 대한민국이 보인다.

개인적으론 끝까지 좀 더 실랄하게 까발리고
좀 더 노골적으로 보여줬으면 더더더 좋았을 작품!
(그랬으면 너무 추했을라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