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7.25 덕수궁과 정동길
  2. 2009.11.26 사진작가 배병우전 - 2009.11.22. 덕수궁 석조전
찍고 끄적 끄적...2011. 7. 25. 06:25
일본에서 12년째 살고 있는 언니가 2년 만에 한국에 왔다.
비보잉 공연을 보고싶어하는 조카.
그래서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비보잉 공연 <Return to Street>을 보여줬다.
공연 후에 정동길을 걸어 덕수궁을 산책!
오랫만에 고궁을 걷기도 했고
그리고 오랫만에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나이가 들면?)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잡으면 잡을수록 어색해지는데
조카들은 그냥 막 셔터를 눌러도 이쁘게 나온다.
사진기 앞에만 서면 어색해지는 나는 이게 아무래도 늘 신기하다.


보수의 손길이 역력한 덕수궁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많은 느낌을 준다.
고종과 명성황후의 안타까운 최후의 모습들을 생각케하는 건축물을 보는 건
왠지 측은하고 안스러워 눈길조차 조심스러워진다.
고종의 아픈 흔적들은 참 슬프고 서럽구나...


개인적으로 비오는 덕수궁을 걷는 운치를 참 좋아하는데
늦은 오후의 덕수궁은 또 다른 신비감을 준다.
빛의 움직임을 따라 그 반짝임이 달라지는 모습을 쫒는 건
꼭 비눗방울을 쫒는 석류알같이 톡톡 터지는 상큼함이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도심 속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그리고 그 공간 속 시간을 느리게 걷는 사람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26. 06:34
친구와 함께 찾아간 배병우 사진전.
멋모르고 따라간 덕수궁 석조전이었는데
참 크고 아름답고 가슴 떨리는 세상을 보고 왔다.
아직도 선명한 코발트 블루의 하늘 빛이며 하나하나 실감나던 나무들의 몸피
그리고 한 폭의 수묵 담채화같던 사진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졌던 몽환적인 사진들.
사진을 보면서 이런 말들을 들을 수 있구나...
깜짝 놀란 경험이었고 경이였다.



12월 6일까지 덕수궁 석조전에서 계속 될 배병우 전시회
(예전 어릴 때는 덕수궁이 참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랫만에 가 보고 놀랐다)
창덕궁 비원의 모습과 스페인 알함브라궁전,
그리고 그의 대명사에 해당하는 소나무들
여수 앞 바다의 수묵화 같은 다도해의 모습들까지...
사진 앞에서 오랫만에 꿈 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빛과 색.
그곳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믿음까지...
사진을 보면서 이런 걸 느낄 수도 있구나 조금 알게 됐다.




두 번째 사진은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인 가수 엘튼 존(Elton John)이 구입했다는 소나무 사진이다.
엘튼 존이 이 사진을 보면서 말했다지!
"바로 나를 위한 작품"이라고...
그가 1만5000파운드(약 2767만원)를 내고 작품을 구입한 후 
총 5장인 이 작품은 마지막 한 장만 남기고 모두 구매완료됐다고 한다.
덕분에 남은 사진은 4만2000파운드(약 7750만원)로  값이 더 올랐다고 한다.
(마지막 1장 남았다는 사진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작가 배병우는 처음에는 바다 사진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다 자연스럽게 소나무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한다.
그렇게  굳어진 것이 20년의 세월...
동해안의 낙산사에 들렀을 때 소나무를 보고 그는 깨달았다고한다..
"낙산사 앞에 섰을 때 소나무가 가슴에 들어왔다.
그렇다! 소나무가 한국의 자연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이때부터 그는 전국의 소나무들을 카메라 앵클에 담기 시작했다.
약 2년 동안 지리산, 속리산, 강원도 등 유명하다는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거의 다 가보고
그가 멈춘 곳이 바로 경주의 소나무!

그의 소나무를 바라보는 내 심정은
"두려움"과 "섬득함"이었다.
오래 바라보면 그대로 접신이 될 것만 같은 신묘한 느낌.
"작두 위에 올라설 것 같아!"
대면하는 사진 앞에서 나는 조용히 고백했다.



이 작품을 보고 사진같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래고 긴 세월이 담긴 좋은 벼루와 먹을 가지고
오래 오래 갈아 진한 먹물을 만든 후에
하나 하나 세밀하게 물과 돌을 일일이 그려낸 듯한 느낌.
그 담백함 속에 똑똑 뛰어 오르는 생기들, 생명들, 온기들...
흐르는 물 속에 손을 뻗어 담으면
그대로 손이 온통 젖어버릴 것 같다.
평온한 아득함.

옆에 앉아 있던 조카놈이 말한다.
"바다 위에 까만 조개가 가득하네"
조카놈도 이 사진들 속에서 꽉 다문 입술의 생명이 보였던걸가?
저 숱한 돌들이 실제로 하나하나 작은 조개가 되어
일제히 입을 벌리고 내게 말을 하는 것 같다.
조용한 침묵으로 말을 거는 사진들.



스페인 일함브라 궁전 측에서
배병우에게 제안했다지.
아무 때나 당신이 찍고 싶은 때에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라고...
그는 2년 동안 참 열심히 날아가 일함브라 궁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진들 속에서 만나는 파란색은
늘 내가 꿈꿨던 그런 색이었다.
"울트라 마린"
훔쳐오고 싶었던 그 빛들...
정말 그러고 싶다.
훔쳐내고 싶다. 그것도 강렬하게...



창덕궁과 비원의 비경들.
이 사람은 이런 고요함 속에서
쳐녀지의 눈을 축복처럼 느끼며 작업을 했겠구나...
문득, 부렵다는 시샘도 든다.
그의 사진은...
감히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정당당하고 확실히 이기적이다.
그리고 이 극심한 이기의 벽이 나는 너무나 존경스럽다.



사진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만난 차가운 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두 분의 시선과 그림자에 
내 눈이 멈추다.
어쩌면 사람이 앵글 속에 담고 싶어 하는 건
짧은 순간 속의 묻혀질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붙잡아 두고 싶었기에...
기억하고 싶었기에...
잊고 싶지 않았기에...

당신은 뭘 기억하고 싶으냐고...
누군가 조용히 묻는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