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16. 08:21

<Beastie Boys>

일시 : 2014.07.11. ~ 2014.09.14.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대본 : 이헌재

각색, 연출 : 성종완

작곡 : 홍정의, 김은영

음악감독 : 김은영

안무 : 정도영

출연 : 이규형, 정동화, 김종구 (이재현)

        김지휘, 이지호, 배두훈 (이승우) 

        김보강, 정민, 라이언 (김주노)

        안재영, 엄태형, 고은성 (강민혁)

        이현, 주민진, 김도빈 (알렉스)

제작 : 네오 프로덕션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 창작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퀄리티가 높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특히나 리딩 공연 당시에서 입소문이 정말 좋았었다.

그래서 정식공연의 프리뷰 첫공연을 아무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그 시절 우리 모두에게는 공통된 뭔가가 있었는데 그건 천박함이었습니다."

승우의 대사부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심저어 뭔가 있겠다 싶은 기대감까지 생겼다.

그런데 첫곡이 시작되면서 그 정체불명의 넘버와 정체불명의 안무에 점점 당황스러워졌다.

아주 난처했다.

성종완 연출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음악적으로 좀 자신이 있다. 홍정의 작곡가가 뮤지컬은 처음 하시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작곡을 많이 하셨기때문에 트렌디한, 기존의 뮤지컬 문법과는 조금 다르지만 팝에서 느낄 수 있는 높은 퀄리티를 만나실 수 있을 것 같다. 음악의 장르도 굉장히 다양하고, 연출이나 대본은 몰라도 음악은 굉장히 만족하실것 같다."

성종완 연출의 자신감은 그러나 재앙이었다.

대본과 연출도 문제지만 넘버가 제일 문제다.

기존의 뮤지컬 문법과 달라도 너~~~무 다른 넘버다.

얼마나 다른지 심지어 임펙트도... 전~~~혀 없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기억에 남는 넘버가 하나도 없더다.

분명히 2012년 리딩 공연은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싹 달라졌을까?

남자들의 원초적인(?) 욕망과 야망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타일리쉬한 섹시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단지 몹시 불쾌하고 추잡한 들이댐만 느껴져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차라리 승우의 대사처럼 철저하게 천박하거나 난잡했다면 그나마 좋았을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는 영화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했는데

막상 뮤지컬을 보고 난 후에는 그 마음마저도 싹 가셨다.

영화에까지 나쁜 영향이 미칠까봐 걱정스러워서....

 

시때 때도 없이 난무하는 욕설들과 산만한 에피소드들.

전 곡을 새롭게 개편했다는 넘버들은 어딘지 대중가요를 짜잡기한 듯한 느낌도 든다.

이헌재 작가가 말하는 "공감"도 못했고

성종안 연출이 말하는 "좋은 음악"도 못느꼈다.

그래도 "배우의 열연"은 느껴지긴 했다.

단지 그게 배우들의 합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규형 배우의 연기는 제일 탄탄하더라.

다른 배우들과 발란스도 잘 맞추고...

네오느와르(Neo Noir musical)이라는 홍보문구에 뭔소린가 찾아봤더니

"느와르의 요소를 현저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느와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주제, 내용, 미술 등을 갖추고 있는 장르스타일" 이란다.

괜히 찾아봤다.

더 모르겠다.

그냥 단지 평생 쓸 일 없는 "호스트바 용어"만 알게 됐다

 

프리뷰 이후 열화와 같은 관객 반응에 수정을 계속하는 것 같고

심지어 16일에 계획된 프레스콜도 22일로 연기했단다.

노력은 기특한데 과연 얼마나 발전적으로 변할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정동화의 복귀작이라 프리뷰 말고 정동화 회차로 한 번 더 보려고 했는데 한 치의 망설임없이 취소했다.

(티켓수령할 때 받은 50% 할인권도 사용하게 될지 미지수고...)

그리고 발코니석.

목을 최대한 빼도 무대 거의 안보인다.

싼 가격을 들먹이며 우긴대도 2/3가 넘는 시야장애는 관객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12. 07:52

<Gloomy Day>

부제 : 19260804

일시 : 2013.06.05. ~ 2013.06.23.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곡, 음악감독 : 김은영

극본, 연출 : 성종완

출연 : 윤희석, 김경수 (김우진) / 안유진, 곽선영 (윤심덕)

        이규형, 정민 (한명운)

 

창작 뮤지컬 <글루미데이>

프리뷰 두번째날 저녁 공연을 봤다.

요즘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을 보면 매번 놀라게 된다.

소재 자체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뮤지컬 넘버도, 배우들의 연기도.

무대와 조명도 참 좋다.

특히 편곡은 늘 감탄하게 된다.

솔직히 김우진과 윤심덕의 뻔한 신파를 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이런 작품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보고 난 느낌은...

사람을 묘하게 gloomy하게 만든다.

뒷골을 잡아채는 묘한 우울함때문에 처음엔 이 작품의 호불호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우직한 소처럼 다시 되새김질을 해보니

그 gloomy의 정도가 꽤나 매혹적이다 .

이 작품,

과거의 사건을 지금의 시대로 멋지게,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되살려냈다.

실제 사건과 픽션의 절묘한 조화!

게다가 작품 속에서 여러가지 편곡으로 7~8번 나오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가히 백미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편곡, 정말 예술이다,)

처절한 울리는 피아노와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 연주는 이 작품을 설명해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러다.

멋지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특히 윤심덕이 김우진에게 총을 겨눈 뒤 부르는 "사의 찬미"는

자기파괴적이면서도 교활하고 집요하다.

모든 걸 포기한 듯 하면서도 어딘지 뒤에 진실을 감겨놓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곳을 곽선영은 정말 잘 표현했다.

(브라보!)

 

윤희석의 김우진은,

초반엔 대사도 잘 안 들리고 노래도 많이 약했지만, 나약하고 무력한 식민지 지식인의 느낌을 잘 살려줬다.

연기나 대사 타이밍은 아주 좋았다.

김우진이란 인물,

자칫 잘못하면 참 무미무취한 인물로 전락할 수 있었을텐데...

윤희석의 김우진을 보면서 조금 아쉬운 건, 

조금만 더 그로테스크하고 예민하게 표현했다면 후반부 느낌이 훨씬 강렬했을 것 같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 ^^)

마치 현실이 아니라 환상에 빠져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 사람처럼 보여지는 건 영 못마땅하다.

한명운이 김우진에게 느꼈다는 "life force"라는 걸

나는 작품 앞, 뒤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가지 우울한 식민지 지식인의 느낌, 딱 그랬다.

혹시 life force 운운했던 건 그저 한명운이 던진 미끼였을까?

그래야 한명운의 의도(대본)대로 모든 일이 벌어질테니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미지의 인물 한명운을 표현한 배우 이규형.

실제로 무대에서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인데 정말 놀랐다.

그저 까불까불하고 코믹한 연기를 주로 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겐 일종의 반전이었다. 

본인보다 훨씬 키가 큰 윤희석을 완전히 압도하더라.

딕션과 연기, 노래도 너무나 명확하고 정확하다.

일본식 영어표현도 어색하지 않았고 표정과 손끝 표현도 정말 좋았다.

양복과 페도라도 썩 잘 어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한명운을

나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김우진과 윤심덕이 탄 배에 같이 탑승했던 실제 인물이긴 하더라.

(어쩌면 두 사람과 전혀 일면식이 없는 인물이었는지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아 남아서 대체 얻고 싶은 게 뭐야?"

한명운이 질문에 김우진은 답한다.

"우리의 진짜 세상!"

진짜 세상?

그런데 정말 그런 게 있기는 한건가?

이곳(배)을 벗어나면(바다로 몸을 던지면)

정말 신세계라는 게 있기는 할까?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선구자가 되는 걸까?

그 어떤 편견도 없고,

그 어떤 경계도 없는 그런 곳을 찾아 떠난 선구자!

하지만 그런 곳은 노래가사 그대로  "이 세상에 없는 곳"이 아닐까?

그래선가?

내가 내내 gloomy 했던 게!

 

고민된다.

다른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고싶은데

보고난 뒤에 더 gloomy 해질까봐서.

그러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는 gloomy한 예감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