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2. 12. 08:43

개인적으로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즐겨 읽는다.

김별아 <미실>,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백영옥 <스타일>, 임성순 <건설턴트>

이 소설까지 지금껏 6권을 읽었는데 모두 다 재기발랄하면서 참신하고 또 치열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이 책은 좀 늦게 읽은 편이다.

전민식이라는 작가도 잘 몰랐지만 왠지 제목이 썩 내키지 않았다.

공연도 그렇고 책도 그렇고 일단 동물들이 등장하면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그렇다고 어릴 시절 동물한테 기암한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암튼, 살짝 망설이다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뭐지?

무지 재미있고, 무지 심각하고, 무지 심난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명랑소설쯤으로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으수록 점점 묵직해온다.

정말 이런 현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에 해당하는 족보있고 뼈대있는 견공을 산책시키고 보수를 받는 직업.

하루 몇 시간의 산책으로 오피스텔을 얻고,

명품 옷과 구두를 신으며 사는 그런 사람.

에이. 설마...

상상도 이쯤 되면 이건 정말 거짓말을 넘어 순도 100% "구라"다!

라고 치부하기엔 씁쓸하다.

솔직히 부럽다.

귀하신 개님을 산책시키는 일만으로 대기업 연봉을 받는 임도랑이라는 인물이.

 

 

그런데 이 소설.

참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그야말로 전부 싹쓸이로 담아냈다.

삶은 유혹과 선택이다.

순간순간 부딪히는 크고 작은 모든 유혹들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사람을 만든다.

선택에 있어 옳고 그름은 사실 결정적인 역할을 못한다.

옳고 그름보다는 오히려 필요에 의한 절박함의 작용이 더 막강하다.

이 책을 잀으면서

나는 선택과 결정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럴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도, 어떤 결정도 하지 않고 싶다.

아주 아주 진심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6. 1. 06:38

사실 이 소설을 읽은지는 꽤 됐다.
2009년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를 읽으면서도,
수리마을 수리정신병원 사람들에 완전히 넋을 잃고 빠졌었는데...
덕분에 작년에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연극으로 올려졌을 때도 놓치지 않고 챙겨 보기까지 했었다.
<7년의 밤>
정유정은 전작 <내 심장을 쏴라> 이후 일체의 작품 발표 없이 이 소설 집필에만 몰두했단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괴물"이다.
섬득하고 무섭고 치밀하고 그리고 수시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분량이 꽤 되는데도 손에 잡은 순간 끝까지 읽어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다.
"괴물"을 응시하는 내 눈길 속의 엄청난 몰입과 긴장감이란...
이런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냔 말이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 단연 최고다.
정말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끝없이 숨막혀봤다.

지난 3월말 출판된 이 엄청난 괴물은 벌써 7만부를 돌파했다.
읽으면서도 계속 영화판에서 눈독을 들이겠구나 생각했는데
판권구매 제안서를 보낸 영화사만도 15곳에 넘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5월 12일 위더스 필름이 그 행운을 잡았다.
계약금 1억원에 5%의 런닝 개런티!
지금까지 한국소설 가운데 판권료가 가장 높았던 작품은
1억 5천만원에 판권이 팔린 공지영의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었는데 
(그것도 한창 한국영화가 잘 나갔을 2001년도에)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러닝 개런티까지 포함하면 기존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셈이란다.
2편의 장편을 쓴 신진 작가에게는 확실히 이례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원작에 대한 확신이 엄청나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리고 이부분은 완전 동감이다.)
얼마전에 가상 개스팅 이벤트도 있었던 모양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주인공은 최현수 역에 송강호, 김윤석,
사이코패스 오영재 역에 이성재가 1위를 했단다.
이대로만 캐스팅이 된다면 꽤 괜찮은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개봉되면 당장 달려가서 볼 1인 ^^)


개인병원 물리치료사였던 작은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작은어머니는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우라는 요구를 받았다.
일가족은 도망치듯, 산본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작은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산다는 게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
내 사촌들은 나와 화장실조차 함께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쩌다 집 안에서 마주치면 비명부터 질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얼어붙었다.

끝나지 않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내 인생은 세령목장을 나서던 밤에 이미 끝났는데.
내 이마에는 원죄라는 쇠뿔이 박혔고 아저씨는 나로 인해 떠돌이가 되었다.
세령호사건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내 삶도 변하지 않는다.

동네 여자 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뭉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 사람.
급기야 세령호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 최현수.
7년 전의 사건으로 세상의 도망자가 되어 철저히 숨어사는 아들 최서원.
문득문득 영화 <황해>가 떠오른다.
평범한 소시민의 어떻게 범죄에 내몰리는가를 보여준 그 영화가...
살인자로 세간의 지탄을 받는 최현수보다
아내와 딸에게 교정이라는 명목하에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 오영제의 모습이 
나는 더 섬뜩하고 공포스럽다.
7년 전 그 밤!
오영제의 폭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최현수의 교통사고도 없었으리라.
그리고 목격자도 없었을거고 
차곡차곡 파괴되는 삶도 없었으리라...

사건 속에 사건이 끝없이 맞물리면서
진실 속에서 또 다른 진실들이 밝혀지고 또 밝혀진다.
사이코패스의 그릇된 부성(?)은 복수라는 이름하에 한 아이의 삶을 7년간 수장시켜버린다.
(이런 삶이라면 도저히 삶이라고 명명하지 못하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정말 진실일까?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과연 정말 끝난 게 맞는걸까?
책을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서늘하다.
내 과거도 어딘가에서 지금 계속되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내 삶이 전부 끝없이 이어지는 몽유같다.
이 이야기는 확실히 나를 죄여온다.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5. 05:45
1억원 고료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총 281편으로 국내 장편 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 기록을 세웠단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종 3작품 중에서 선택된 작품이 <컨설턴트>다.
소설을 쓴 작가 임성순은 1976년생 젊은 작가고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으로 멋진 잿팟을 떠뜨렸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한때 실서증(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을 앓기도 했다는데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쓰지 못하는 괴로움과 절망을...
그 절망을 이기고 <컨설턴트>를 쓴 임성순은
이 소설이 "회사"를 주제로한 3부작 중에 1부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2부 <문근영은 위험해>와
공리주의가 진정한 선(善)인가를 묻는 3부 <전락>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을 계획이란다.
(기대해보자. 이 두 권의 책 역시도...)
작가는 대학시절 곽경택 감독, 안권태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했단다.
역시나 책 속에서도 영화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어쩌면 어느 틈에 슬슬 영화화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의사결정구조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도 그것이 정확히 누구의 책임인지를 말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이의 '정상적인' 결정 때문에 다른 이는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굶어 죽는 일까지 생기게 되죠. 얼핏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과연 자연스러운 죽음인가를 따져 묻고자 했습니다."
책을 출판하면서 작가 임성순은 말했다.



컨설턴트!
직업란에 기입하기에 소위 뽀대나는 직업이다.
왠지 모호하면서도 마치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 세대에 이 "뽀대"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PC통신 시절 추리소설 동호회에 소설을 몇 편을 썼던 주인공은
군대를 제대하고 어찌하다 이 뽀대나는 직업을 갖게 된다.
(선택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음모다.) 
구조조정 컨설턴트인 그가 컨설팅하는 일은
소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살인 청부다.
처음엔 본인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거액의 돈을 주면서 넘겨받은 등장인물과 상황으로 주인공이 죽는 소설을 쓰는 단순한 창작(?)이었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이 소위 "킬링 시나리오"가 되버린 거다.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기사로 확인하면서 물론 주인공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죽어 마땅한 이유" 한가지쯤은 있다.
당연히 주인공은 점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에는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 또한 한 몫을 한다.
여기에 또 당연한 대사 역시 빠질 수 없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블러드 다이아몬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조롱이며 동조다.
차례차례 구조조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에 내 이름을 옮겨본다고 해도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책 속의 주인공은 그래서 끝까지 익명이다.
따지고보면 수억명이 바글거리며 피튀기게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나란 존재 역시 익명이다.
그러니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굳이 만고의 진리인 give and take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익명의 내 행동이 익명의 누군가를 가차없이 사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는 뭔가에 의해 내가 "조종"되고 있었다는 거다.
뭐 특별할 것 없는 현실의 모습이다.



세계는 다이아몬드 구조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은 결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뭔가 지탱해줄 삼각형들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다시 세상의 그림을 삼각형으로 만들......
그리고 그건 다양하다.
정말 다양하고 세상에 그런 존재들은 너무나 많다.
다이아몬드의 구성원들은 침묵한다.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대가로,
죽음은 자신의 죄가 아니다. 처벌받을 이유도, 책임질 일도 없다.
무엇보다 그 대가를 그들 역시 향유하고 있으니까.
피는 달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이 문장을 읽는데 섬득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나는 공포소설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낚시질을 당한다고 해서 맛잇는 미끼를 뭐든 덥석덥석 물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다간 정말 회로 떠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사실 모두 공모자며
모두 종범(從犯)이고
모두 교사범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13. 05:56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오랜만에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뒷맛은 좀 씁쓸하네요.

김별아의 <미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신경진의 <슬롯>, 백영옥의 <스타일>에 이어 제 5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소설입니다.

사이코패스, 약물중독, 조울증, 공황장애, 정신분열 등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을 굳이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기는 여러분의 정신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하는 수리 희망병원입니다.

네, 꼭 직접적으로 말해달라면 정신병원, 맞습니다.

맨 정신으로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느냐 반문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 모두를 싸잡아 정신병동이라고 하면 멀쩡하다고 우기고 싶은 우리네 신세가 좀 거시기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두 남자를 소개해야겠네요.
부디 함께 건강한 친목을 도모하시길(특히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문제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25살 동갑네기 두 사람은 바로 류승민과 이수명 되시겠습니다.

일단 6년의 정신분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분야에는 그래도 나름 베테랑에 해당되는 이수명, 18살에 가위로 목을 찔러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가위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이발조차 거부하는 일명 장발의 “미쓰리”,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로 유산문제에 얽혀 이복형제에 의해 강제로 병원에 수용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페러글라이딩 조종사 류승민.

뭐 그닥 정이 가는 커플 조합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이 문제적 인간 둘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입니다.

이수명은 그런데로 수리병원의 환경에 적응하며 소위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 속합니다. 그런데 501호 동거인 중 한명인 승민이 입원 첫날부터 탈출을 시도합니다.

매번 그렇게 실패를 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자꾸 사고를 치네요.

게다가 급기야 수명까지 자꾸 얽혀 경고만 늘어갑니다.

경고 네 번이면,
그 다음은 바로 OUT!  (젠장! 저 인간 미친 거 아냐????)

거듭되는 탈출의 시도, 그 끝은 보호실에서 갇혀 반인반수가 되어 돌아오는 약물폭격입니다. 초점 잃은 눈동자, 부글거리는 하얀 침,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두 다리와 함께...

승민은 궁금합니다.

저 또라이는 왜 저렇게 계속 탈출을 시도하는 건지....

그러다 알게 되죠.

승민이 원하는 건 단지 살고 싶다는 소망 그 한가지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에게 산다는 건 자신의 인생에서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요.

승민은 망막세포 변성증으로 조만간 눈이 멀 운명입니다. 그는 자신의 눈이 완전히 멀기 전에  마지막으로 페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소망만 있을 뿐입니다.

볼 수 없다는 두려움보다 다시는 날 수 없다는데 대한 분노가 더 컸던 승민.

자신이 좋아하는 그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

그것은 승민의 본능이자 의지였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조용히 적응하며 살려고 하는 수명은 결국 결심을 합니다.

저 또라이를 탈출시켜야 겠다고....

승민을 탈출시키면 자신은 보호실에서 입에 개거품을 물고 깨어나겠지만 그래도 시도하기로 작정합니다.

치밀한 계획까지 세웁니다. 열화와 같은 동료 및 일부 직원의 도움으로....

원래 계획과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승민 뿐만 아니라 수명까지도 수리 희망병원에서 탈출에 성공합니다.

병원에 들어온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에 말이죠.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

승민은 감춰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기 위해 수리산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헤어집니다.

다음날 승민의 행방은 묘연하고 수명은 수리산 아래에서 그대로 붙잡힙니다.(딱히 도망칠 생각도 없었지만....)

자살방조죄에 폭행감금(탈취한 차의 운전수)의 죄명을 추가로 달고요...


정신병동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갇혀서 미쳐가는 자가 미쳐서 갇힌 자에게 말합니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라고...

어쩐지 이 질문, 참 섬뜩합니다.

그 질문을 들은 미쳐서 갇힌 자가 생각합니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저 자식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나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오래전 “여기”와 “거기”의 경계를 놓아버린 유령!

꿈을 꾸는 게 무서운 사람도, 현실을 사는 게 무서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꿈속의 유령이든, 현실 속의 유령이든,

모든 건 “도망침”의 한가지일 뿐이라고 이 두 사람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까 요는,
어쨌든 삶은 살아내야 하는 거란 사실입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

비록 그 결말이 뻔하더라도, 부딪치고 신나게 깨지고 맞서고 치열하게 살아내라고요.

한 사람에 의해 다른 또 한 사람이 이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더 이상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을 사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더더욱 도망치지 않게 될 한 사람.

이 사람... 아무래도 우리가 응원 좀 해줘야겠죠?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소설 <내 심장을 쏴라>가 시작됐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 정유정!

어떻게 정신병동에 대해 이렇게 리얼하게 쓸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네요. 여러 차례의 정신병동 취재와 자료 조사, 그리고 일주일간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생활한 체험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제 글은 머릿속뿐만 아니라 발끝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게 실감됩니다.

늘 그렇듯 괜찮은 책은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

이 소설도 <식객>, <미인도>를 만든 전윤수 감독에 의해 지금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캐스팅이 완료되는 연말쯤부터 촬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두 명의 문제적 인간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는 숱한 환자들을 과연 누가 연기하게 될지 개인적으로 무지 궁금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열심히 캐스팅 섭외하고 있습니다.....ㅋㅋ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11. 12:25
2009년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무지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
그러나
재미로만 읽을 수는 없는 내용..



초반 도입부만 인내심을 가지고
잘 넘어가면
뒷 부분부터는 술술 잘 읽히는 책
궁금증과 그 다음 이어질 이야기가 책을
계속 손에 잡게 만든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끼?"
작가는 이 질문에서 이 소설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끝없이 탈출을 꿈꾸는
정신병동에 갇혀 있는 사람들
그들만의 세상....
무엇에 의해, 혹은 누구에 의해 그들이 그곳에 갇혀있는걸까?

당신은,
세상으로 귀환할 준비가 진정으로 되어 있는가?
스스로 혹은 타인에 의해 갇혔더라도
탈출을 시도할 땐 분명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
실종이든, 복수든, 자유든....
목적없는 탈출은 재수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 <식객>, <미인도>를 만든 전윤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단다. 
  누가 이 특별한 두 주인공의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
  싸이코패스 라이터 류승민. 스키조(정신분열) 이수명
  과연 누가 그들을 연기하게 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