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26. 08:3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이 작품과 관련된 떠들썩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관람 여부에 대해 솔직히 고민을 됐다.

그러다 취소마감 시간을 넘겼고

이왕 예매한거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았다.

아무래도 날이 날이니만큼 저석매진이 됐고

예상은 했지만 전후좌우 사방이 완벽하게 연인들로 가득했다.

연인들 틈에서 홀로 독거노인의 처량함과 측음함을 풍기며 꿋꿋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최종 결론은,

나쁘지 않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또 다시 역시 류정한이로구나... 를 절감하는 시간이었고

배우의 평정심이 작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드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어떠한 잡음에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확실한 control maker다.

일말의 흔들림없이 정면승부를 하더라.

작품에 대해서도. 배우라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더라.

이제 확신이 생겼다.

이 작품과 아주 편안하게 이별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

아쉬움도 후회도 이젠 안 남겠다.

 

지킬의 집요함과 하이들의 편안함.

그걸 하나하나 표현해내는 배우 류정한의 모습은 참 아름답더라.

서로를 견재하면서 버텨내는 지킬의 손, 하이드의 손을 보는 것도,

검은 눈 속에 순간순간 교차하는 두 자아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고통이자 황홀이었다.

"The way back"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내가 완벽히 무너졌고

(이 무너짐을 내가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confrontaton"은 누가 뭐래도 우리 나라에서는 류정한의 단연코 최고다.

두 개의 자아가 하나의 자아로 합쳐지는 모습...

이번에도 또 보고야 말았다.

표현이 하도 거침없다보니 기괴함미저 느껴졌다.

마지막 지킬이라는 다짐이 그를 무대 위에서 이렇게 거대하게 만들었구나...

후회를 만들지 않겠다는 간곡함이 장면마다 느껴진다.

그는...

완벽한 소진(消盡)으로 다시 깨어나고 있구나.... 

극진한 아름다움 앞에 나는 자주 떨렸고 자주 울컥했다.

 

됐다.

나의 지킬은 아걸로 완성이다.

류정한으로 시작된 지킬을 이렇게 류정한이 완성시켰다.

그거면 충분하다.

차고 넘치게 행복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10. 07:3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됐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류정한, 소냐, 조정은 캐스팅.

이 안정적인 캐스팅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오랫만에 아주 편안하고 여유롭게 관람했다.

재미있는건,

내가 이 작품의 동선과 조명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거다.

그게 때에 따라선 포커싱에 방해가 되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극을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지킬을 동선을 그대로 따라다니면서

이번엔 특히나 배우 류정한의 표정과 연기를 더 관심있게 지켜봤다.

확실히 예전보다 류정한의 지킬에선 하이드가

류정한의 하이드에선 지킬이 더 자주, 더 많이 느껴진다.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집요하게.

 

몰랐었는데 지금껏 내가 이 작품을 보면서

하이드가 느끼는 고통에 대해 내내 외면했다는걸 알았다.

아주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로 선과 악을 구별했고

거기에 지킬과 하이드를 곧이곧대로 대입시켰던거다.

(정말이지 보인는게 전부는 아니더라.)

하지만 절실함과 간절함, 절박함은 지킬에게서보다 오히려 하이드에게서 더 느껴졌다.

하이드에겐 시간이 부족했다.

위선자들을 단죄하기 위한 시간이.

그러니까 그건 일종의 시한부 생의 선고였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평온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단죄라는 것도 사실은 지킬에게서 비롯된 개인적인 복수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하이드란 존재는,

지킬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한 가련한 존재였던건 아닐까!

비로소 하이드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웠다.

하이드의 눈 속에 순간순간 보여졌던 지킬의 눈빛.

그 눈빛을 보면서 가둔 자와 갇힌 자의 절망을 외면하기가 앞으론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다.

 

악의 본질은,

지킬도 하이드도 아닌 "간절함"이었다.

그게 그들 모두를 파괴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26. 08:19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지난 2월 관람할 때 마지막 관람이라고 작정했었다.

그런데... 참 이 작품은 쉽게 외면되지 않는다.

뮤지컬 넘버도 환청처럼 자꾸 귀에 들리고,

장면들과 대사들, 스토리도 자꾸 아른거려 자체 막공이라는 다짐을 어기고 또 다시 디큐브를 찾았다.

이러면 안 되는건데...

그래도 다행인 건 인터파크 굿모닝티켓으로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했다.

(이거 아니었으면 다시 보긴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다>는 꼭 이층에서 봐줘야한다는데 지금껏 관람이 다 1층 맨 앞이었다.

그러고보니 매번 배우들의 발이 댕강 잘린 상태에서 봤다.

그래서 이번에 일부러 2층 맨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캐스팅은 두번째 관람때와 동일한 캐스팅!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스팅 조합이다.)

 

오랜 공연기간 때문인지 배우들의 피로도가 증가했다

소냐 아이다의 장점인 폭발적인 가창력 역시 충분히 터지지 못했고

"Dance of the rob"은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답답했다.

그래도 "Easy as life"은 힘을 완전히 빼고 부르니까 더 간절하고 애절했다.

라다메스 김준현은 후반부로 갈수록 목소리가 많이 갈라졌고

중간에 대사 실수도 두어번 있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은 확실히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람이 좋았던 건,

인물에 대한 집중도과 몰입도가 훨씬 더 편안하고 깊어졌다는 데 있다.

이건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과 느낌의 문제다.

뮤지컬 배우 김준현과 소냐를 보고 있으면

작품 속 주인공 라다메스와 아이다에 대해 그들이 각별한 감정과 애정이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의 "Elaborated live"는 늘 그랬듯 참 좋았다.

1막의 라다메스가 시작하는 "Elaborated live"는 2층에서 조명과 함께 보니까 이쁘면서도 아주 관능적이었다.

<아이다>는 꼭 2층 맨 앞에서 봐줘야 한다는데 그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엄청난 조명이고 엄청난 무대다.

빨래터와 시장, 천막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2층에서 보니까 확실히 멋있다.

"Anther pyramid"도 절도있는 군무와 조명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앙상블은 매번 감탄을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아이다의 넘버 중 한 대목을 진심을 담아 이들에게 헌정하고 싶다.

"내 몸은 찢겨져도 내 영혼 불타올라!"

(당신들! 정말 최고다!)

 

정선아 암네리스의 "My strongest suit"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꼽을 장면일 것 같고

성기윤 조세르의 느낌도 참 좋다.

야비하고 비열하면서도 완벽한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그런 존재감.

성기윤의 악역은,

정말 너무 멋있다!

"Like father, like son"의 팽팽함도 확실히 성기윤에게서 비롯된다.

표정과 말투, 톤까지 딱 조세르의 포스다.

두번의 관람에서 모델포스를 풍기는 김준현의 비쥬얼에 많이 놀았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 의상교체가 상당하다.

아마도 암네리스보다 더 많은듯.

그런데 그 옷들 전부가 정말 너무 잘어울린다.

(이 정도면 비인간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처음엔 라다메스가 상당히 마초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이 남자 점점 순수한 본성쪽이 부각된다.

세번째 관람에서는 젊은 순수의 절정을 목격한 느낌이다.

환생에 대한 희망을 저절로 꿈꾸게 한다.

그래선가?

두 사람이 박물관에서 서로 알아보는 앤딩은 살짝 아쉽다.

관객입장에서 두 사람의 시선을 감지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딱히 생각하고 있는 앤딩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다>

마지막 관람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서운하고 아쉽다.

<아이다>는 내겐 항상 특별한 작품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돌아오면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또 보게 될거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마지막 대사가 그대로 내 마음이다.

캄캄한 석관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두 사람.

또 다른 세상이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라다메스의 말에 아이다가 묻는다.

"그 세상에서도 절 찾으실 건가요?"

라다메스가 답한다.

"수백번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꼭 찾을거야, 아이다!"

 

나도 그래... 아이다!

나도 널 꼭 찾을거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17. 08:28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2005년 LG 아트센터 초연.

2010년 성남아트홀 120회 원캐스팅 공연.

그리고 2012년 <아이다>의 세번째 라이선스 공연이 시작됐다.

초연때부터 싱크로율 100%라는 말을 들었던 소냐가 드디어 <아이다>로 분했다.

(미안하지만 차지연 아이다는 일단 내 관심에서 벗어났다.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다지만 그래도 여전사같은 체격이 관객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좀 힘들다.

 그리고 모든 노래를 끈쩍끈쩍하게 꾹꾹 눌려 부르는 그녀 특유의 방식도 개인적으론 좀 별로다.)

게다가 일본 사계에서 라다메스를 했던 김준현까지...

공연 전부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

엘튼 존의 멋진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다니...

 

소냐 아이다.

일단 라다메스 김준현과 나란히 섰을 때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다.

이 사랑스러움은 아마도 김준현의 탁월한 기럭지 때문에 가능하리라.

(정말 역대 최고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라다메스다.)

캐스팅 발표후 소냐 스스로의 각오도 남달랐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니 역할에 임하는 태도와 집중력이 엄청났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게 그게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거다.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아이다를 훌륭하게 연기하는 소냐의 비장함과 각오가 자꾸 보여서...

1막에서 라다메스가 떠밀려 파라오가 돼야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말할 때

아이다가 초등학생을 꾸짖듯 라다메스를 다그치는 장면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냐의 아이다 표현은 참 좋았다.

한 나라의 공주에서 한 남자의 여자로 변하는 과정을 참 꼼꼼하게 잘 해석하고 표현한 것 같다.

아쉬운 건 노래뿐만 아니라 대사를 할 때도 숨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는 거.

소냐의 공연을 볼 때마다 항상 의아했다.

호흡이 짧은 것도 아니고, 성량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숨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까?

대사전달력도 좋고, 넘버 소화력도 참 좋은데

숨소리가 너무 커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건지도...)

김준현 라다메스!

이석준, 이건명, 김우형과 정말 다른 라다메스다.

개인적으로 김준현이 표현하고 보여준 라마메스가 참 마음에 든다.

초반엔 좀 깐죽거리고 능글능글한 마초같은 이미지였는데

(1막 중반까지 라다메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한 때 콱 쥐어박고 싶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한 여자를 사랑하는 확고한 남자의 모습으로 확 바뀐다.

노래가 불안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력과 이력이 있으니까 중반부를 넘어서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거란 생각이 든다.

김준현 라다메스는 앞자리에서 보는 걸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그 느물느물한 표정과 동작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다만 신체조건이 워낙에 좋아서 그런지 의상이 바뀔 때마다 순간 런웨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라다메스의 의상이 이렇게 눈에 잘 들어오긴 처음이다! (와우~~~)

이건 뭘 입어도 그냥 모델 필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my strongest suit다.

그래선지 "elaborate lives"의 느낌도 너무 좋다.

(노래까지 좋았으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 좀 기다려보자!)

 

정선아 암네리스는 뭐 말이 필요없고.

(그런데 살이 좀 많이 붙은 것 같다)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졌지만 연기적인 표현력을 훨씬 더 좋아졌다.

아이다가 공주에서 여자로 변할 때

암네리스는 여자에서 공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런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예전보다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I know the truth" 가 더 의미심장하고 아프게 느껴졌다.

(사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이 암네리스 공주 아닌가 말이다!)

이정열 조세르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약했다.

일부러 노래를 그렇게 부른 건지, 아니면 컨디션이 별로였던건지 좀 모호하다.

권위적인 야심가가 아니라 아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아버지 같다.

결혼식 장면에서의 의상은 살짝 어머니 같기도 하고... ^^

박철완 메렙도 나쁘진 않았지만

워낙에 김호영의 이미지가 강해서 지워내기가 솔직히 힘들긴 하다.

 

디큐브아트센터는 처음 가봤는데 무대가 성남보다 작아서 좀 갑갑한 느낌이다.

음향이 좋다는 후기가 많아서 기대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음향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주연배우 소냐는 공연 중에 마이크가 여러번 문제를 일으켰고

전체적인 음향도 그렇고 배우들의 소리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좀 작게 느껴져 웅장함이 덜했다.

그래선지 "another pyramid"도 조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성남아트홀보다는 덜 역동적이었다

수영장 장면에서 엎드려 있던 뜬금없는 마네킹(?)은 좀 안습이었지만

이어지는 패션쇼 장면은 언제봐도 정말 감탄이다.

네헤브카의 중요한 대사 "내가 아이다다'는 비장함과 결의가 묻혀버렸지만

전체적으로 앙상블의 열정은 대단했다.

여자 앙상블은 정말 민망하게 앙상한 몸이던데...

 

참 묘한 건,

<아이다>는 눈 앞에서 보고 있을 때보다

보고 난 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그 느낌이 훨씬 더 깊고 애절해진다는 거다.

따지고보면 참 황당한 이야긴데...

그저 단지 이야기일 뿐이데...

아이다!

정말 every story가 love story라는 게 실감난다.

 

* 박칼린이 <아이다>에 갖는 깊은 트라우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21. 06:12


또 다시 봤다.
Jekyll & Hyde.
이번 시즌 네 번째 관람이고 이 말에 '벌써'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상당히 많이 뻘쭘하다.
이번 시즌만도 10번 이상 본 사람이 수두룩할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자체 막공이라고 생각하고 예매했던 공연이다.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에 이어, 김선영의 마지막 루시 선언...
아마도 류지킬의 막공 루시가 김선영이었다면 굳이 예매까지 하는 수고를 보이진 않았을거다.
김소현 엠마를 피하고 김준현, 홍광호 지킬을 피하고나니 남들에게 필사적이었던 조승우 지킬이 김선영 루시때문에 어부지리가 됐다.(음하하 ^^ 묘한 쾌감이 있다.)

OD 컴퍼니에서 차기작으로 계획되어 있던 <라만차>를 엎고 8월까지 이 작품을 계속 가기로 했다니 장사가 소문보다 훨씬 더 잘되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8월 이후로는 지방공연이란다.
역시 지킬은 OD 최고의 효도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어째 좀 뒷끝이...)

조승우가 영화 촬영으로 5월 초에 빠지면서 
그럴싸하게 새로운 지킬을 뽑겠다며 대대적으로 오디션을 본 모양인데 
공개된 캐스팅은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이다>를 마친 김우형의 지킬 복귀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최현주가 <몬테크리스토>를 마치고 새롭게 엠마로 투입된다.
그러니까 오디션은 일종의 쇼였던 셈...
세상에 짜고 치는 고스톱은 많다.
조승우도 빠지는 마당에 안전하게 가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10년의 관록 OD이고 신춘수인데,
한 명 쯤은 정말 완벽히 새로운 new face가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조승우 지킬!
첫 대사부터 오래 누적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폐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넘버들을 부를 땐 클라이막스에서 아주 많이 낮춰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낮춰부르는게 이젠 거의 정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동작 하나 하나에,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거운 피로감이 뚝뚝 넘쳐나게 흐른다.
보는 입장에서 참 안스럽고 조마조마해서 몹시도 불편하고 그래서 더불어 혼곤하게 피곤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불편한 피로감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줬다는 사실이다.
This is the moment를 부르기 전에 지킬이 집사 풀에게 던지는 대사 한 마디.
"우리 아버지의 한참때를 기억해?"
나 역시 확실히 그리고 똑똑히 기억한다.
조승우 지킬의 한창 때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즌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연기에 있다.
솔직히 넘버들은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너무도 많이 "허약"해졌지만 (이 단어 정말 절실하다....) 
그의 연기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이 가장 감탄스럽다.
Jekyll에 가까운 Hyde,
Hyde에 가까운 Jekyll의 모습은 작품 자체를 완벽하게 반전시킨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나는 Jekyll의 고집과 집념이 너무나 Hyde스러워 때때로 신물이 났다.
대사 톤도 오히려 Jekyll일때 빠르고 강팍했고, 
Hyde는 느리고 진중해 오히려 따뜻했다.
점점 Hyde에 지배당하는 Jekyll을 보는 건 연민이고 아픔이고 괴로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그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개인적으로 아주 의미있게 생각하는 두 장면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1막 후반부의 절절한 4중창)
이번 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날 절규에 가까운 조승우 지킬의 연기를 보면서 솔직히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 순간만큼은 조승우 Jekyll이 통제하고 있었던 게
비열하고 잔혹한 Hyde가 아니라 확실히 "나"였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이제 다시 조승우 Jekyll은 보지 말자 다짐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아프고 불쌍해서
깊은 연민과 달래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내 몸 마디마디가 다 쓰라리고 아팠다.
누군가 직접 내 몸에 대고 거친 망치질을 하고 있는 느낌!
만약 또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어쩔 수 없이 거칠고 강팍한 통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영 루시!
뮤지컬계의 여신이라고 불려지는데 솔직히 그 찬사조차도 그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2004년 겨울인가 2005년 봄인가 그녀가 처음 루시로 캐스팅 됐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녀는 무대 위에서 아주 수줍었고 어색했으며 그리고 춤도 뻣뻣했었다.
오히려 한참 어린 소냐 루시가 무대 위에서 더 여유로웠고 관능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선영 루시가 엄청난 관능미를 발산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의 루시는...
뭐랄까? 아주 깊은 은밀함과 처연함으로 가득하다.
dangerous game에서 소냐는 극도의 관능미가 느껴지지만
선영 루시는 극도의 보호 본능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든 그녀를 하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절박한 간절함.
꼭 거미줄에 걸린 여리고 순한 생명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었다.
내가 본 그녀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무대 위에서 그녀가 소위 삑사리라는 것을 내는 걸...
(그때도 Jekyll & Hyde 무대이긴 했다)
그녀는 신앙에 가까울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연기했고,
늘 아름다운 고음을 완벽에 가깝게 거뜬히 표현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빨간 모자는 정말 안습이다...제발~~~!)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다.
그녀에게 슬럼프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안정적이라는 게 어쩌면 변화없고 평이하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안정감은 노련함과 완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김선영이라는 배우는,
배역의 중요도나 포지션이 아니라
그녀 자체로서 이미 빛이 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다.
(이런걸 "미친 존재감" 혹은 "아우라"라고 표현해야겠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녀 역시도 류정한처럼 배우로서의 그녀 삶에서 루시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난 여전히 기대하고 기다린다.
또 다시 어떤 시작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빛을 발할지를... 
 

 
조정은 엠마는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최현주 엠마가 들어오면 솔직히 좀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최현주라는 배우가 워낙에 발성이 좋고 하모니와 발란스를 잘 맞춰서...
혹시 그녀가 들어오면 지킬, 어터슨, 엠마, 덴버스경의 4중창이 다시 웅장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체 막공이라는 이날의 다짐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데... ^^
어터슨 이희성은 여전히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 같고
주교 김태문과 프룹스 이용진도 웃음 코드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여전히 도플갱어같은 머리 스타일이고...)
예전보다는 공연이 전체적으로 점점 가벼워지는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지킬 한 쪽으로만 무게감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어째 불안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Jekyll & Hyde>는 명물허전이다.
보면 볼수록 지킬을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찾게 된다.
Jekyll 자신의 고백처럼 딱 그런 공연이다.

"이젠 멈출 수가 없어요. 중독처럼..."

그래서 정말이지 이제 그만 선전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 06:33

이런 젠~~장!
나는 완전히 작살났고 일격에 숨통이 끊겼다.
어떻게 이렇게 차가운 불 일 수 있고, 뜨거운 얼음 일 수 있느냔 말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고 들은 건 절대로 현실이 아니다.
도대체 이 어메이징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하고 다스려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든 추스려보겠다고 주섬주섬 감정을 주워담는 내 모습은 왠만한 슬랩스틱쯤 거든히 초월하고도 남는다.
어쩌자고 내게 이런 짓을 했느냐고...
각인(刻印) 위에 새로운 화인(火印)이 더 크고 깊게 새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뮤지컬 배우 류정한을 통해서 체화(體化)하는 중이다.
그렇게 숱하게 봤던 <지킬 앤 하이드>를...
나는 또 다시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느꼈다.
그리고 류정한의 막공은 지금까지의 봤던 모든 지킬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할 만큼,
확실히 강렬하고 엄청난 위력를 발휘했다.
그의 최후는 완전히 새로웠고 그리고 확실히 치명적이었다.


젠장! 오래 가겠다. 지금 이 느낌.
모든 것이 마지막이다.
심지어 공연의 모든 대사조차도 그의 마지막과 관련있는 것처럼 빙의된다.
덴버스가 그 물꼬를 튼다.
"오늘이 마지막이네, 헨리!"
뭐야? 덴버스경!
당신도 오늘이 그의 마지막 날이란 걸 알고 있었던거야?
(이런, 젠장! 난 지금 멀리 떠나버렸고 그리고 확실히 아프다.)



"This is the moment"
피겨요정 김연아에게만 "clean"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의 마지막 "This it the momont"는 정말 황홀할만큼 clean 했다.
기억하는가?
노래가 끝나고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박수소리를...
오늘 공연은 이 끝없는 박수소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당히 지연이 되겠구나
확실히 예상했던 그대로...
더불어 MR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MR이었다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으리라...)
"This is th moment" 부터 1막 마지막 "alive 2" 까지
난 이 사람이 내 숨통을 직접 자신의 손 안에 쥐고 있는 게 아닌가 몇 번씩 의심했다.
어느새 입 안에는 침이 가득하고 숨소리는 가빠지고 동공은 최고조로 열린다.
숨을 쉬는 것도 침을 삼키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아까울만큼 집중해버린 처절한 결과다.
(외형상으로 보자면 내 모습은 완벽한 반편이거나 혹은 약물중독자, 둘 중 하나다.)
마지막 "This is the moment"를 마친 그도 감회가 밀려왔던 모양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이 될 모든 한 장면 한 장면에 최고조의 집중력과 열정을 발휘했다.
느꼈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러니까 그는 지금 자신의 일부를 그곳에 영원히 남기고 있는 중이었다.
더불어 함께 공연한 무대 위 배우들도 그의 마지막 공헌에 헌정하듯 최선의 호흡을 보여줬다.
소냐 루시의 떨리던 목소리와.
(그녀, 정말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
정은 엠마의 의연한 눈빛.
그리고 20 여명의 조연들과 앙상블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완벽했던 그 모든 것들...



<천국의 눈물> 때문에 내한한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자 프랭크 와일드 혼이
류정한의 "confrontation"을 직접 보고" Kick-ass" 를 연발했다지만,
아마 그가 마지막 "confrontation"을 봤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동안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잃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불혹을 넘긴 동양의 한 뮤지컬 배우가 타국으로 보쌈되는 광경을 처절하게 목격했을지도...
Kick-ass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류정한이 보여준 지킬과 하이드의 마지막 대면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치열했고 강렬하고 처절했고 그리고 비장했다.
급기야 보는 사람의 혈관을 지배해 온 몸을 휘어잡더니 근육 하나하나를 통제하고 마비시킨다.
(이건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Transfromation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허접한 글에서 그의 마지막 지킬 넘버를 하나하나 들먹이며
어디가 어땠고, 어디가 폭풍 감동이었고, 어디가 끝장이었는지를 되집어 말하는 건
참 주제 넘고 의미없는 일이지만 이것 하나는 꼭 말하고 싶다.
그가 확실히 떨고 있었다는 걸...
순간순간 감회와 회환에 젖어 조용히 무대 위에서 떠는 그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러나 그는 떨림마저도 아름답게 통제하더라.
떨쳐버림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그 떨림에 집중함으로써...
그는 이 마지막 무대에서 그의 지킬을 완성시켰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혹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완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8년이란 시간동안 그는 노랫말 그대로 육신과 영혼을 다 걸어서
이 작품에 던졌고 바쳤음을 나 역시 충분히 봐왔고 그리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완성"이라는 찬사보다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최고"였다고 고백하는 게 더 정직한 진심이리라. 
마지막까지 참 마법같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커튼콜 마지막 등장에 모두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던 무대 위 함께한 배우들의 모습과
거의 전석 기립으로 그의 모든 연기과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모든 관객들의 모습도.
그리고 촉촉히 젖은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의 모습도...
이제 그는 그렇게 배우로써 또 한 페이지를 끝마쳤구나,
진심으로 느꼈다.



그를 보면서 아름다움이 이렇게 장렬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확실히 그의 마지막 지킬은 여러 의미로 장렬했고 아름다웠다.
그는 그렇게 그의 마지막 지킬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류정한의 지킬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킬이 공연되는 한,
모든 지킬의 무대 위에는 류정한이라는 예술가가 남긴
8년의 모든 열정과 모든 고뇌와 모든 땀과 모든 수고가
영원히 머물며 좁은 구석구석까지 펄떡이며 살아 있을 걸 안다.
그러니 그의 지킬은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아니, 결코 끝날 수 없다.
따라서 내가 느껴야 할 감동과 두려움 역시 결코 끝날 수 없다.
불멸의 무대로 돌아온 그를,
이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환.영.해.야.한.다.

  

공식적으로 류정한의 모든 지킬의 행보는,
그의 선언처럼 이제 끝이 났다.
그리고 아쉬움과 그리움은 고스란히 빈자리가 되어 남겨졌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지킬들아!
아무도 이 자리를 탐내지 마라!
비록 빈 자리일자라도 이 곳은 그대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결코 그대들에 의해 채워질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류정한의 무대를 관음하는 황홀경을 아는 사람은
그 자리의 유일한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
그 자리는 영원히 영구결번된 그 상태 그대로
오직 한 명에게만 헌정(獻情)될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25. 06:20


묵은 김장김치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참 묵혔다가 쓰게 됐다.
좀 여운을 길게 곱씹다가 이렇게 됐다고나 하자.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 <지킬 앤 하이드>
티켓전쟁에 뛰어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쩌다 눈 먼 자리가 생겨 클릭에 성공했다.
조승우, 조정은, 소냐.
2006년인가 2008년인가 조지킬을 본 이후로 참 오랫만이다.
시간이 좀 됐긴 하지만 조지킬은 참 섬세하고 디테일에 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주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2011년 정말 백만년만에 보게 된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일단 절친 조정은과의 호흡은 썩 괜찮았다.
류정한과는 약간 새침데기같던 조정은 엠마도 조승우와는 아주 러블리한 연인 모습이다.
오랜 친구 사이라는게 오히려 둘 사이를 편안하게 했던걸까?
좀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 확실히 오랜 우정은 어색함 따위가 파고 들 틈을 주지 않는다.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이 절친들이 같은 작품을 하게 되는 날을...


1달 전보다 조연들의 연기는 다행스럽게도 많ㄴ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랫만에 소냐의 루시를 본 것도 뭐 나쁘진 않았지만
예전보다 노래 부르는 중간중간에 나는 숨소리가 더 커져서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
그래도 역시나 <지킬 앤 하이드>는 사람을 참 긴장되게 만든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도, 무대 밖에서 보는 사람도.
그게 또 참 특별한 매력이면서도 즐거움이다.
공연을 다 본 후엔 왠지 곰 세 마리간 한꺼번에 어깨에 올라와 있는 듯한 묵직한 느낌! 
 



새로운 넘버 "I need to know"의 재발견!
내가 아무리 류정한을 편애에 가깝게 싸랑해주신다지만
류정한은 솔직히 이 노래를 잘 소화하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랩같은 이 정체불명의 노래거 차라리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승우 버전의 "I Need to know"는 절대적으로 꼭 들어가야 할 넘버다.
이게 이렇게 멋진 노래였나?
솔직히 좀 놀랐다.
그 많은 가사를 탐욕스럽게 아귀아귀 밀어넣은 넘버를
조승우는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너무나 잘 소화하더라.
(이게 바로 디테일에 강한 조승우의 일면이다)
강약과 완급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조승우의 감각은 역시나 탁월했다.
과거에 비해 노래의 대담성은 약간 떨어지고 음이 낮춰부르는 부분도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확실히 성숙도의 면에서는 업그레이드 됐다.
어쩌면 이 배역에 대한 조심성과 신중함이 더 많이 생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복귀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았겠지만
그가 주저없이 선택한 작품인만큼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에겐 확실히 깔맞춤의 작품이긴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승우 "지킬"의 장면은 이사회 씬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숱한 지킬들 중에서
이 장면에서 가장 치열하고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사람이 조승우인것 같다.
물론 브래드 리틀의 물고 뜯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조승우 역시도 멋진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의도적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무대 위에 등장인물들을 끌고 가는 모습이 참 노련하다.
조승우는,
"지킬'일 때는 빠르게 (그러나 결코 급하게는 아니다)
"하이드"일 때는 오히려 완만하게 인물을 표현한다.
각각의 성격과 대비되는 완급의 표현은 그래서 더 인물을 살아있게 만든다.
그의 노래는...
지금까지 보면서 소위 말하는 삑사리를 들은 기억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조승우는 최고조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불안하다 싶으면
삑사리를 당황스러움보다는 낮춰 부르는 안정성을 택한다.
때로는 괜찮지만 어떤 때는 이 부분이 불만일 때가 있다.
충분히 질러 줄 수 있는 부분에서 낮춰 부르는 것 같아서..



 
이번 공연에서 조승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dangerous game이 대담해졌는데
조승우 버전은 특히나 그 정도가 더 대담하고 과감하다.
소냐의 끈적거리는 목소리에 조승우의 과감한 치마 들추기 액션(?)까지 더해져
상당히 dangerous한 수준의 애로틱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러니 댄저석이 난리가 나지...) 
좀 심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하이드"를 떠올리면 그럴 수 있겠다 인정된다.
이번 공연에서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조승우 특유의 디테일의 힘이 더 배가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진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나 alive는 예전보다 힘이 덜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연기적인 부분이 그 틈을 잘 잡아주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제일 좋았던 조승우의 "하이드"는,
"confrontation"
조승우는 과감하고 당황스럽게도 정면승부로 이 장면을 표현한다.
오른손으로 표현되는 "지킬"과 왼손으로 표현되는 "하이드"
우상(右上) 좌하(左下)로 번갈아가며 표현되는 confrontation은 거의 불문율처럼 답습된 장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승우의 정면승부는
내게는 파격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담했고 감각적이었다.
예전에 브래드 리틀 내한공연때도 정면에서 머리를 내리고 올리는 것으로 두 인물의 대결을 표현했었는데
낯선 느낌때문이었는지 어색하고 조금 우수워 보였었다.
그런에 이번 조승우의 정면 승부는 아마도 내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거기에다가 "하이드"는 왼손뿐만 아니라 양손을 전부 사용하는 대담성까지 갖췄다.
이런 과감한 표현이 두 인물의 숙명적인 대결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이 장면이 2011년 <지킬 앤 하이드>의 백미라고...
"하이드'에 얼떨떨해하는 내게 "지킬" 역시 지지않고 마지막 한방을 남긴다.
"어서요, 존! 지금이예요!, 날 좀 풀어줘요!"
튀어나오려는 하이드를 누르며 어터슨에게 부탁하는 지킬.
그 모습을 표현하는 조승우의 연기는 감탄스러울만큼 안스럽고 강인했다.
엠마의 품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쉬는 깊은 숨...
그 숨소리 하나로 모든 사건의 해결과 종말이 표현된다.



조승우.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배우다.
나는 이 사람의 디테일에 언제나 감동받는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빠지는 게 두려워서, 보게 되면 단연코 빠져버릴 게 분명하기에
그의 무대를 여러 번 피해갔는지도...
덕분에 지금 걱정히 하나 늘었다.
그러니 이제 어쩌면 좋으냔 말이다.
이렇게 보고야 말았으니...
또 다시 파격적인 정면승부를 향해 
또 다시 파격적인 정면승부를 하고만 싶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7. 05:59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돌아온다.
2004년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공연될 때마다 관람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뮤지컬 붐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 되시겠다.
나도 꼽아보면 지금까지 거의 20번 정도 관람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우형을 제외한 모든 지킬을 다 봤었다.
초연의 조승우, 류정한 그리고 서범석, 민영기, 홍광호, 심지어 브레드 리틀까지...
이번 2010년 <지킬 앤 하이드>는 10월말 제대하는 조승우 지킬이 과연 언제쯤 공연을 시작할지와
그리고 새로운 캐스팅의 활약이 관건이 될거다.
일단 기본적인 티켓 파워는 꼭 조승우가 아니더라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겠지만
조승우가 투입이 되고 나면 엄청난 잭팟이 터질테고,
(나는 조승우 지킬을 볼 생각을 접었다. 도무지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의 귀신같은 클릭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그들의 클릭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분명 있다. 그게 뭐지???)
여기에 일본 사키에서 온 김준현 지킬이 어느 정도까지 제 몫을 해줄지가 궁금하다.
조정은의 엠마는 기대 이상일 거라고 충분히 예상햘 수 있고
첫 뮤지컬 대뷔인 선민의 루시는 자신의 색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다.
신춘수 대표는 갸날프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루시로 보여주고 싶다는데 
성공여부는 무대에 서봐야 알 것 같다.
쇼케이스 노래를 들어보니 발음도 부정확하고 노래에 너무 기교를 많이 넣는다.
그래서 분명 한국어로 부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팝송처럼 들린다.
아무래도 내겐 김선영 루시가 정답인듯 싶다.



샤롯데에서 2010년 11월 30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4개월동안 장기간에 걸쳐 공연될 <지킬 앤 하이드>
공식적으로도 자신에게 마지막 지킬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류정한의 모습도 꼭 지켜보고 싶다.
무대 위에서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류정한.
그는 아무래도 그의 마지막 지킬을 떠나보내기 위해 엄청난 파워로 무대를 채우리라.
이 작품 이후의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은
또 다른 기점을 맞게 되지 않을까?
김선영 루시 또한 이번 공연을 자신의 마지막 루시일거라 말했는데
그런 모습들이 난 아름답다.
왠지 물러날 때를 잘 아는 사람들 같아서...
아마도 자신들의 자리를 새로운 후배들이 채우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으리라.
류정한의 바람처럼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두 사람이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과 루시말고 다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에게도 관객에게도 많이 특별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김소현eh 이번 공연으로 엠마와 아듀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목소리에 이제 너무 나이가 느껴진다.
(이건 노련함과는 또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한가지 이미지에 너무 고정된 것 같다.
크리스틴이나 엠마...
고정관념을 깨고 싶지 않는 건지, 깰 수 없는 건지 솔직히 늘 궁금하다.


                 <지킬 : 김준현>                       <엠마 : 조정은>                   <루시 : 선민>

새로운 <지킬 앤 하이드>의 캐스팅.
쇼케이스에서 부른 김준현의 "지금 이 순간"을 들어봤는데 더 많이 집중해야 할 듯.
물론 일본 사키에서 주연으로 공연할 정도면 노래와 연기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할 수 있지만
사키와 한국의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그도 알테니까...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앤더슨 형사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 무대.
모든 남자 배우들의 꿈의 배역인 지킬이 된 김준현.
느낌도 남다르겠지만 책임감도 엄청 느껴지겠다.
더구나 <지킬 앤 하이드>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의 귀와 눈을 가졌다고 믿는 마니아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다.
또 다른 스타 탄생이 예고될까?
아직은 모르겠다.
결국은 늘 그랬듯 스타 탄생이 되긴 하겠지만...
미친 가창력이라는 소리를 듣는 홍광호 지킬.
1번 관람했긴 하지만 그는 섬세함이 부족하고 같은 공연 속에서도 기복이 심하다.
개인적으로 발라드와 CM송을 섞어 놓은 것 같은 그의 창법은 나와는 잘 안 맞는듯...
그래도 그에게는 두번째 지킬 무대니까 아무래도 많이 좋아지길 할테지만
"미친 가창력"이라는 찬사에 너무 믿음과 자신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는 그가 조승우 지킬의 카피본 같다)




류정한 지킬, 김선영 루시, 조정은 엠마.
개인적으로 내가 보고 싶은 캐스팅이다.
이들 외에 조연들도 궁금하긴 한데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아서 궁금하다.
2008년도에는 솔직히 주교 역할이 좀 실망스러웠었다.
물론 지킬의 역량에 의해 끌고 가는 작품이긴 하지만
조연이나 앙상블의 하모니 역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지킬을 맡은 배우가 무대위에 동료들에 의해 작살이 날 수도 있다.
(과거에 그런 장면을 목격해서...)
10월 26일 티켓팅이 시작되면 그야말로 예매전쟁이 시작될테다.
제발 이번만큼은 한 번으로 끝내자고 스스로 부탁하면서
귀신같은 클릭질을 위해 틈틈히 연습이나 해야겠다. (^^)


                                      <김선영, 조정은 "In his eyes">


                                        <김준현 "This is the moment">


                                         <선민 "Someone like you">

 
                                    <소냐 " The New Lif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31. 05:50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명성황후>를 만들었던 에이콤에서
도마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뮤지컬 <영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 기다렸던 뮤지컬 <영웅>을 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안중근으로 분한 배우 류정한은 말했다.
"그 분이 나에게 빙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그의 진심은 절실했으리라.
바람 또한 간절함 그 이상의 무엇이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무대 위에서 그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에게 빙의된 안중근의 모습을...



어쩌자고 이런 뮤지컬을 했느냐고...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어떻게 견뎌내려고 하느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그예 안중근이 되어버렸냐고
안중근이 되어 조용히 눈물 흘리는 그를 향해
이제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실제로 무대 위 그의 육신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안중근의 몸으로, 안중근의 맘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을 실행으로 옮겨가면서
숱한 고뇌와 번민들로 160분의 시간동안
그는 실제로 눈에 띄게 점점 야위어갔다.
이토을 저격할 결심을 하며 안중근은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내야만 합니다!"
그 결단의 절박함과 간절함에 내 육신 또한 마디마디 아리고 저리다.
"해내야만" 한다니...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해내야만 한다니...
대사 하나하나가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날이 선 칼날이 되어 송두리째 가슴팍을 향해 꽃힌다.



안중근 : 류정한 / 이토 : 조승룡 / 설희 : 김선영 / 링링:



전,후막 70분 모든 장면이 다 충격이고 슬픔이고 통곡이다.
자작나무 숲의 단지동맹에서 
어미가 만들어준 눈물같은 수의를 입고 
사형을 집행받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깊고 깊은 통곡으로
보는 내내 스스로 너무 힘들고 아파 죽을 듯이 힘들다.
특히 안중근의 법정 장면은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며 견뎌야만 했다.
(솔직히 고배건데 너무 많이 힘들고 그 이상으로 아팠고 절절했던 장면이다)

<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민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2.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3. 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요
 4.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요.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8.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9. 교육을 방해한 죄요
10.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요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14.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요
15. 일본 천황 폐하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진심으로 "누가 죄인인가?"를 나 역시 감히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겨질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한 그의 인간적인 고통과 심정...
그들의 기억속에 부디 자신이 잊혀지게 해달라고 천주께 기도하는 모습.
만일 자신이 성공하게 되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면,
당신께 기도드릴 수 있는 짧은 순간을 허락해달라는 바람.
아프다... 아프다... 잔인하게 아프다...



자작나무 숲에서의 단지동맹처럼
그들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는 빛이 되었음을...
어쩔 수 없이 나는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라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들이 기억되고 내내 영원한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가 감히 이런 걸 바래도 되는 건가.....)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지혜.
서로서로 인정하며서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라고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꿈꿨을까?
비록 내 몸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고향에 남겨진 이들만이라도 평안하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꿨을까?
그들이 꾼 꿈으로 인해
지금 내가 여기에 이곳에
이렇게 서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게 되길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길 소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길 기원한다.

아마도 나는
오랫동안 눈과 맘이
아리고 저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린고 저린 칼날같은 예리함을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심장 깊이 꽃아 두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며...>



* 사진의 일부는 뮤지컬 <영웅> 공식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