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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6 터키 9 : Green Tour 1 (셀리메 수도원, 으흘라라 계곡)
  2. 2010.06.04 <절집기행> - 심석구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6. 05:54
카파도키아는 워낙에 넓은 지역이라 며칠 동안 둘러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장기여행자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tour를 이용하는게 효율적일 수 있다.
(3일을 머물면서 나 역시도 위르굽이나 아바노스 쪽은 아예 보지도 못하고 왔다)
Green Tour는 카파도키아의 서북부 지역의 명소를 둘러보며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tour다.
root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이날 root는 "우치히사르 -> 셀리메 수도원 -> 으흘라라 계곡 ->데린쿠유 지하도시 -> 피죤벨리" 였다. 
미니버스 2대에 나눠타고 세계 각지에서 온 30여명이 함께 움직였다.
우치히사르 아래 로컬 기념품 가게에 잠깐 멈춘 버스가 도착한 곳은 셀리메 수도원(Selime Monastri)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큰 수도원이었단다.
(터키인들 거대한 바위를 주거지로 이용하는 데는 단연코 세계 1위일거다)



나름대로 용도에 따라 구획도 잘 나눠져 있고 각각의 바위굴과도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놀랐다.
잘 살펴보면 단순하고 소박한 색깔과 문양의 벽화들을 볼 수 있다.
셀리메 수도원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한적하고 고요했다.
어둠과 빛의 대비, 그리고 공존이 가장 극명했던 셀리메 수도원.
눈부신 햇빛에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바로 어둡고 고요한 수도원이다.
수도원으로 사용됐던 당시 사람들은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둠과 빛을 보며 신을 생각했을까?



으흘라라 계곡(Ihlara Vadisi)
거장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작은 강을 따라 트레킹하면서 눈이 엄청난 호사를 누렸던 곳.
전체 길이가 12km나 된다는데 계곡을 따라 5,000 개의 주택과 100 여개의 교회, 수도원이 있었단다.
전부 비잔틴 시대에 은둔생활을 하던 수도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저 놀랍고 두렵기만한 종교의 힘!)
초입에 있는 아아찰트 교회를 방문했는데 역시나 성화의 눈과 얼굴 부위는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나마 예수 승천 벽화는 훼손이 덜 한 편인데 아마도 높은 곳에 위치해서가 아닌가 싶다. 



Green Tour에서 가장 좋았던건 단연코 으흘라라 계곡  트레킹.
꽤 오랜 시간을 걸었지만 더 걷고 싶을 정도였다.
아름다운 하늘빛과 끝없이 이어지는 절벽들,
나무와 돌담들.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
더 놀라웠던 건 그 높은 절벽 끝에 거짓말처럼 예쁜 마을이 있었다는 거다.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마을때문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기억.
주변의 자연에 그대로 흡수되어 있는 마을을 보면서
이곳만은 우리나라처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산산조각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만큼 눈에 오래오래 담아두고 싶은 모습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으흘라라 계곡 구석구석을
내 두 발로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생겼다.
그러니 부디 그때까지 이 모든 풍경들이 나를 기다려줬으면... 
제발!



으흘라라 계곡.
이곳에 비상구 하나 남겨두고 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4. 06:36
의외의 책을 만나 의외의 기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책 <절집기행>이 그랬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꼭 벗꽃 흩날리는 나무 아래
시간을 놓고 넉넉한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다.
행복하다.
읽음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베낭 없이도 나는 11 곳의 천 년 고찰들을 차례로 거닐었고 
11 분의 천 년 고승들과 시간을 거슬러 대면했다.
모두 소담하고 아늑했으며 더없이 다정들 하셨다.



1. 하늘에서 꽃비 내리고, 흰 피가 솟구치니 더욱 다정하구나 
  소금강산 백률사(栢栗寺) - 경상북도 경주시 동천동
   신라 최초의 순교자 이차돈 (異次頓, 506~527)

2. 모든 것에 걸림이 없는 사람이라야 한 길에서 나고 죽음을 벗어나노라.
   봉화산 수도사(修道寺) -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원정7리
    무애행(無碍行)과 이타자비행(利他慈悲行) 원효(元曉, 617~686)

3. 못물이나 강물을 마실 수 없으면서, 어찌 큰 바다를 삼키겠는가
   조계산 선암사(仙巖寺) 대각암(大覺庵) -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
    대장경 간행으로 일관된 삶 대각국사 의천(義天, 1055~1101)

4. 선은 고요한 곳에도 있지 않고, 시끄러운 곳에도 있지 않으며,
   조계산 송광사(松廣寺) -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돈오점수와 정혜결사의 횃불 보조(普照) 지눌(知訥 1158~1210)

5. 더듬이 끝에 '無' 하나를 앞세우고 가는 달팽이
   속리산 법주사(法住寺) - 충청북도 보은군 내속리면 사내리
    한국 불교 선종의 중흥조 태고((太古) 보우(普愚, 1301~1382)

6. 가는 것은 어렵지 않네 내, 아주 감세 
   봉미산 신륵사(神勒寺) -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천송리
    고려 말 비운의 선지식(善知識) 나옹(懶翁, 1329~1376)

7. 연꽃과 같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바다 위에 핀 연꽃 한 송이.
   간월도 간월암(看月庵) -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
    조선 건국의 정신적 스승 무학(無學, 1327~1405)

8. 차 한 잔 들게나그려
   두륜산 대흥사(大興寺)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다선일미의 은자 초의(草衣, 1786-1866)

9. 아침에 우짖는 까치, 부처의 소리를 토하는구나
   덕숭산 수덕사(修德寺) -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근대 선불교의 중흥조 만공 월면((滿空 月面 , 1871~1946)

10. 눈이 저렇게 오니 풍년이 들겠구나
    백암산 백양사(白羊寺) -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선농일여(禪農一如)의 청정비구 선승 만암(曼庵)

11.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 하였습니다
    설악산 오세암(五歲庵) -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젊은 불교의 기수 만해(卍海) 한용운 (1879~1944)

               <송광사>

<법주사>

책 장을 넘기면 느닷없이 만나게 되는 시들.
그것들은 전부 글을 쓰고 싶다며 깝죽대던 과거의 내 시간속에 등장했던 시들이었다.
오규원의 "빈자리가 필요하다"
장석남의 "덕적도"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창기의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
시들은 안녕하지만 시간 속에서 시를 쓴 누군가는 이제 더이상 이 세상 속에 없다.
그리고 시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되어 남아 있다.
천 년 고찰에서 천 년 고승들을 만나는 자리에
이들도 기꺼이 동반자가 되어 안내했다.
새로운 삼위일체의 향기 속에 느껴지는 풍요로움.
몹시 탐나던 표현들은 때론 내 것인양 훔치고 싶었다.
...... 잘 그린 수묵화의 침묵같은 고요
       지나는 바람 한 자락까지도 소홀함 없이 쉬어가도록 애쓴 풍경
       가는 빗방울이 연못의 수면 위에서 까치말 뛰듯 놀고 있었다.
       자신의 도피처를 자신 안에 갖지 못한 자만이 느끼는 비장감
       버릇 같이 치미는 향수 ......

꼭 내가 찍은 것 같은 흑백사진들.
서툴면서도 다정하고 천진한 표정의 아이같다.
어설픈 "나"인것도 같은 사진들.


                                                                <수덕사>

                                                                   <백양사>
                              
역사와 이력을 만나는 글이 아니라
느낌과 향기를 만나는 에세이 한 권.
시장통에 앉아 서둘러 국밥 한 그릇을 말아먹고 훌훌 옷자락을 떨어내며
예정없이 흐르는 걸음처럼 느긋하고 소박하다.
긴 여행끝이라도 피로함을 느껴지지 못할 만큼...
아! 나는 여기서 잠시였지만
충분히 쉬었구나.
넉넉한 빈 자리를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길은
오랫만에 행복했고 그리고 평안했다.

<빈 자리가 필요하다 - 오규원>

빈 자리도 빈 자리가 드나들
빈 자리가 필요하다
질서도 문화도
질서와 문화가 드나들 질서와 문화의
빈 자리가 필요하다

지식도 지식이 드나들 지식의
빈 자리가 필요하고
나도 내가 드나들 나의
빈 자리가 필요하다

친구들이여
내가 드나들 자리가 없으면
나의 어리석음이라도 드나들
빈자리가 어디 한구석 필요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