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5. 24. 06:38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젊은 작가다.
두편의 장편소설 <스타일>, <다어어트의 여왕>을 읽으면서 솔직히 좀 놀랐었다.
칙릿소설이긴 하지만
그렇고 그런 흔한 이야기로 도매급으로 평가하기에는 분명 색다른 뭔가가 있다.
특히나 <다이어트의 여왕>은 섬득함까지 안겼다.
그녀의 단편집이 나온다고 해서 궁금했다.
장편과 단편의 매력이 얼마나 다른지 알고 싶었고
어쩐지 그렇게 긴 이야기를 참신하게 만들 수 있는 작가라면
단편에서는 더 번득임이 드러날 것 같아서...



아주 보통의 연애
육백만원의 사나이
청첩장 살인사건
가족 드라마
강묘희미용실

미라
고양이 샨티

 


8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다 흥미롭고 간절하다.
현대인의 단상들을 보는 것 같아 안스럽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취향이라는 이름의 정체된 현대인의 일상.
그 포장된 세상의 우울함과 텅빈 모습이 왠지 허전하고 막막하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들의 가짜 이해가
난데없는 오해보다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왜 그렇지 않을까?
때때로 절실하게 공감되는 문장들을 만날 때마다
백영옥이라는 작가가 참 오래, 그리고 참 깊고 넓게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은근히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이 사람은 또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착실하게 작가로서 이루고 있구나 싶어서...
다 보여주지 못한 건 내 잘못이며 전부 보길 원치 않은 건 그의 잘못이므로
이것은 우리 모두의 실패일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실패다.
그러나 그 실패 속에서 홀로 처절하고 끈질기기에 그 모습 또한 열정적으로 아름답다.
꼭 공감을 얻어야만 하는가!
영수증과 사랑에 빠진들 뭐가 문젤까?
고양이가 연적이 되든, 죽기 위해 육백만원의 사나이가 되든
그건 특별한 게 아닌 보통의 일상이다.
취향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고 날마다 흔하게 하는 선택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그녀들의, 그들의 보통의 선택이
눈물나게 아름답다.
그러니 당연히 응원을 보낼 수밖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26. 13:37
<다이어트의 여왕> - 백영옥


다이어트의 여왕 


<스타일>의 작가 백영옥이 쉬크하고 엣지(?)한 두 번째 칙릿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일단 재미 하나는 정말 제대로 있습니다.  뻔한 내용을 가지고, 그것도 제목에 책의 내용을 아주 노골적으로 다 드러내고서도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썼다는 사실은 한없이 부러운 일이죠.

전작처럼 “요리사”가 등장합니다.

약간 차이가 있다면 <스타일>에서는 주변 등장인물이었는데 <다이어트의 여왕>에서는 드디어 주인공으로 등장을 했네요.


정연두!

28세 꽃다운 나이로 신장 173cm (여기까지는 참 부러운 대목입니다), 몸무게는 85kg, 조금은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는 레스토랑 <퍼플>의 셰프.

어느 날 그녀는 3년 동안 사귄 애인 하정민(56kg)으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습니다.

뭐, 실연의 고통을 굳이 폭식으로 달랜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이별 통보 후 그녀의 몸무게는 0.1톤에서 7kg 모자란 93kg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전 그녀의 “요리사”라는 직업과 “허기”(어떤 의미에서 “체중”)에 대한 논리가 참 정당하게 다가왔습니다.

“요리사는 절대로 배고프면 안 돼! 그러면 음식에 너무 관대해져. 그런 사람이 만든 음식에 디테일이 있을까? 좋아! 나 뚱뚱해. 근데 그건 내 직업병이야. 난 직업윤리를 가진 요리사이고, 무엇보다 내 직업병이 자랑스러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방송작가 친구 김인경의 강력한 권유로 <퍼플>도 그만두고 1억원 상금이 걸려있는 서바이벌 리얼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8주간의 합숙소 생활을 시작합니다.

“비만은 질병이자 전염병이다”

첫날부터 14명의 육중한 경쟁자들이 들은 첫말은 전혀 달콤하지 않은 살벌한 말이네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미혼모 박순옥, “단비”라는 이름에 맞은 사람이 되어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찾겠다는 182cm, 121kg의 42세 최고령 참가자 최단비 여사, 운동할 때조차도 구두를 포기하지 못하는 악녀 캐릭터의 구두디자이너 송준희 등등....

눈물 많고, 사연 많고, 다른 무엇보다 특히나 살 많은 14명의 참가자들.

그들은 이제 A, B 두 팀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미션의 결과가 나오면 패한 팀에서 스스로 탈락자 1명씩을 선정하게 되죠.

이 상황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선 공개적으로 팀원을 비난하고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팀원에게 설득해야만 합니다.

“언어”와 “감정”의 전쟁터인 셈이죠.

어쩐지 “입”이라는 신체 부위가 범상치 않게 다가옵니다.

“요리사의 입”과 “작가의 입”

왜 작가들이 미각과 탐식에 열광하는지, 그리고 그와 관계된 인물들을 창조하는데 열광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작가의 발설 혹은 폭로의 욕구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신체기관이 바로 “입”일 테니까요.

입의 말을 손으로 대신 말하면서 미(美)를 탐하는 작가와 손의 감각보다 입의 감각으로  미(味)를 탐하는 요리사....

이쯤이면 썩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폭로와 발설, 비방과 힐난의 긴 8주간의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최종 우승자가 결정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연두가 1억원의 여왕이 됐을까요?  8주간 총 48kg 살을 뺀 기적을 만든, 늘 모자를 쓰고 다녔던 최고령 “최단비” 여사가 최종 우승자로 뽑힙니다. 그리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다시 진짜로 시작됩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정연두는 “최고의 스타. 정연두 셰프 입성! <다이어트의 여왕>이 마련하는 최고의 만찬을 즐기세요!”라는 광고간판과 함께 레스토랑 <퍼플>의 부주방장이 되어 다시 주방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매스컴의 효력으로 레스토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고요.

그런데 이런!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벼락 스타가 되어버린 정연두 그녀에게서 점점 이상징후가 보이는 시작하네요.

점점 후각이 예민해지더니 급기야 야채도, 고기도, 그 무엇도 먹지 못하게 됩니다.

자신의 몸이 내는 비명소리를 피하기 위해 그녀는 수면제와 알약에 의지하며 요리를 하죠. 손님들에게 음식에 대한 클레임이 들어오는 횟수도 점점 늘어납니다.

음식물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녀의 몸은 이제 늘 허기에 지쳐있습니다.

“한 번도 배고픈 적 없던 나는 늘 배가 고팠다. 너무 배가 고파서 칼을 쥔 손가락 열 개를 베어 뼈까지 와작와작 다 씹어 먹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내 몸을 베어 먹어버린다면, 그것으로 체중이 늘어날까? 하루 종일 주방에 서서 나는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써는 대신, 상상 속의 내 몸을 씹고, 분해하고, 으깨며, 요리했다. 나는 내 살을 잘라 사람들에게 먹이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이 몸속에 존재하는 지방과 살덩이들을 다 제거하고 싶었다.”

그녀는 스스로 고백합니다.

내 위치는 분명 바뀌어 있었다고....


93kg -> 79kg -> 52kg -> 47kg -> 41kg

173cm의 신장을 가진 그녀의 몸피는 계속 말라갑니다.

미각까지 상실한 그녀는 결국은 <퍼플>에서 쫒겨나기에 이르죠. 맛을 느낄 수 없는 요리사가 만든 음식에는 결코 진실성이 담기지 못할테니까요. “신경성 식욕부진증”, 그녀는 이제 거대한 “거식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미각을 잃은 세 치 혀가 내뱉는 말은 이제 그녀에게 공허할 따름입니다. 그녀의 “혀”는 드디어 “가짜”가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찾아온 요요현상에 대한 두려움.

그녀의 텅 빈 위는 금기야 그녀의 모든 생활까지도 텅 비게 만들어 버립니다.

게다가 하나씩 소위 까발려지는 참가자들의 진실들.

쇼에 참여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송준희, 우승자 최단비 여사는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남자모델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인터넷에 유포되는 모델시절의 사진들, 그리고 정연두의 사진들과 무수한 댓글들....

그녀를 포함한 모든 괴물들의 적나라한 모습들.....

그녀는 어느덧 뚱뚱했던 시절의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그 시절의 미덕들, 긍정성, 명랑함, 사랑과 동경같이 빛나는 것들을요. 그뿐만 아니라 처음엔 수첩을, 다음엔 핸드폰을 그리고 삼 년을 지켜보던 고양이와 직장, 몇몇 친구들까지도 말입니다. 뒤돌아보니 어느새 그녀는 모두 다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식이장애클리닉을 찾은 그녀에게 의사는 거식으로 인한 “가성치매”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그러면서 말하죠.

“정연두씨는.....말하자면 이 병을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모든 거식증 환자들처럼, 낫고 싶지 않은 거죠. 먹지 않는 것이 엄청난 능력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정연두씨는 기억이 돌아오는 것보다, 다시 뚱뚱해지는 게 훨씬 더 두려운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사람은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보다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훨씬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이해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라고 하네요. 바보 같고, 멍청하고, 때로 죽이고 싶을 만큼 어리석은 자신의 모습까지도요.

성공적인 치료로 50kg 진입을 앞두고 있는 정연두는 말합니다.

“이제야말로 나는 진짜 내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었다. 바뀐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선 타인의 시선 역시 필요하다는 것, 거울 없이는 자신의 앞모습은 물론이고 뒷모습까지도 우리는 결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는 중이다.” 라고....

결국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잃었던 미각을 찾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잃었던 귀를 잃었던 시선을 찾는 게 훨씬 더 필요했던 거죠.

드디어 그녀도 말하네요.

“이제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기꺼이! 온 마음을 열고서 말이다....”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한 그녀, 정연두.

어느날 조카와 함께 찾은 서점에서 한 사람을 목격합니다.

그녀가 그렇게 살을 찌우기 위해 노력했었던 그 남자, 하정민이 불과 몇 개월만에 후덕한 아저씨의 모습이 되어 서점 안을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그의 모습을 목격한 그녀는 생각합니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었던 정민이 비로소 편안하고 온전한 연애를 시작한 건지도 모른다고..... 뚱뚱해졌지만 활기차 보이는 그를 보면서 이제야 끝나지 않았던 정민과의 연애가 진짜로 끝나게 됐다는 걸 그녀는 알게 됩니다.


“허기”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삶의 “결핍”이라고 하네요. 때문에 우리가 사랑에 배고프고 관심에 목마른 것도 모든 거식증 환자들의 허기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배고픔”과 “허기”를 적당히 잘 조절하고 지배(?)하는 것!

어쩌면 그게 내 삶의 여왕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까요?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 “폭식”과 “거식”의 경계선을 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14명의 참가자들이 모인 만찬의 자리.

모든 비밀들이 하나하나 폭로된다고 해도 이제 그녀는 다시는 어떤 것도 잃지 않을 것 같습니다. 훨씬 끔찍한 것은 폐쇄된 공간에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서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여자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날씬한 또 다른 진짜 내가 살고 있다고 믿는다네요.

그래서 조금만 몸을 움직이고, 조금만 덜 먹으면 뚱뚱한 몸은 어느덧 낡은 코트처럼 벗겨지고 그 속에 원래의 내 모습이 들어날 거라고 생각하면서.... 몸 어딘가에 달린 지퍼만 찾아 쭉 열면 지금까지의 헌 몸은 사라지고 환상적인 새 몸이 눈앞에 펼쳐질거라고....

그러나 이런 “환상” 속에는 여지없이 “독”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환상”은 부디 “환상”속에 남겨두고 우리는 열심히 치열한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라고 이 책은 말해주네요.

세상의 모든 결핍에 대응할 준비, 이쯤이면 당신은 되셨겠죠?

자, 이제부터 현실로 출발합니다.


"Are you ready~~?"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3. 06:35
 <스타일> - 백영옥


스타일
 

"Hyorish"와 “신상녀” , "Rainism"

한때 우리나라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스타일>이라.... 참 스타일 안 따라주는 제가 말하기엔 뭣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쉬면서...

(사실 저의 스타일이라 함은 “럭셔리”는 꿈도 못 꾸는 “없셔리”에, 실용이라 박박 우기는 “싼티” 패션인 관계로.... 근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이러기 정말 힘듭니다...)

 

혹시 “칙릿(chick-lit) 소설”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이라는 단어와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영미 문화권에서 시작된 젊은 여성을 겨냥한 일명 “꽃띠 문학”을 지칭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칙릿 소설의 시작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이라고 하네요.

그 후에 정말 물밀듯이 쏟아졌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워커홀릭>, <쇼파홀릭>...

유행에 뒤처지면 혈압 무지 올라가는 우리나라도 문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 <달의 바다>, <아내가 결혼했다>, 오늘 소개하는 <스타일>까지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어 있답니다.

공통점을 꼽자면 일단은 무지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내용 자체는 좀 가벼운 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문학적 흐름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네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여자 온달 신드롬”의  현대판 해석이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론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killing time"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에 적당한 내용이라는 뜻이죠.(절대 시간 낭비의 개념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기본적으로 간을 낭비하는 만드는 책은 세상에 없다는 주의거든요.)


패션지 「A 매거진」 여기자인 서른 한 살 이서정.

그녀는 직장 생활 8년차로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에 애인 하나 없는, 현재 고민사항은 44 싸이즈 스키니진을 입고 그 체험담을 써야 하는 실로 엄청난 과업 성취를 주문받은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뭔 놈의 여자들은 전부 44에 환장을 했는지 본의 아니게 44 싸이즈의 강한 압박에 그녀는 괴로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죠. (패션 잡지에 대해 너무 실감나게 그려 대단하다 했더니 실제로 작가 백영옥은 그쪽 일을 한 전과(?)가 있네요.)

거기다 전설적인 요리 평론가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 받은 상황입니다.(제 발에 제가 넘어진 꼴로다.....)

음식칼럼 하나로 유명 레스토랑들을 초토화시킨 이 비밀스런 요리평론가는 매번 바뀌는 메일 주소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서정은 '닥터 레스토랑'의 이름은 커녕, 나이도, 주소도, 성별조차 모르고 있는, 일명  벽 보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팡당한 시츄에이션에 그야말로 내던져 있습니다.(아~~ 죽일 놈의 밥벌이여~~~!!)

거기다 현대 직장 여성의 최대 관심 중 하나인 남자도 역시 등장해 주십니다.

애매모호한 선을 오고가는 직장 선배 김민준, 그리고 오래전에 선을 보기로 한 자리에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퇴짜를 맞힌 의사였던 박우진이라는 남자까지...(이 남자 은근 신비주의 풍깁니다.)


<스타일>은 한마디로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욕망에 대한 가벼운 터치의 소설입니다.

패션, 영화, 음식, 명품, 다이어트, 사랑, 등 다양한 소재들을 숨가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쏟아내고 있죠. 그 속에 유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욕망들 또한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스타일>에 등장하는 이런 다양한 욕망과 욕구들은 또 다른 욕망들과 만나면서 때론 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화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휘둘려야만 하는 현실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의 갈등, 명품에 대한 소비 욕망과 빈곤층에 기부금을 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 44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입고 싶은 마음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계속해서 이런 다양한 욕망들과 갈등하게 되죠.(뭐 이런 것도 갈등꺼리가 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갈등꺼리가 된다고 그것도 충분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등의 가장 오래고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오해와 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소문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해 상처를 받고, 오해가 쌓여 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인적인 루머와 외적 욕망, 피상적 인간관계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죠. 모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말입니다.

주인공 이서정은 그러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엔 현실 도피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녀는 결심하죠. 자신의 삶과의 화해를...

자신이 주변 상황들과 인물들에 대해 화해를 시도하자 이서정의 현실도 더 이상 그녀를 고달프게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사람들과의 진짜 관계가 시작된 셈이죠.

진짜 관계라...

비록 stylish한 유행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관계일지라도 그 속에 진실을 담게 된다면 어쩌면 유행 그 이상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요?

서정도 진실 된 삶이 사실은 진실이 사라졌다고 믿은 자신의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진짜 인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있어야 할 바로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일명 죽이는 요즘의 “style”이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뭐 “Hyorish"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 분명 ”stylish"한 소설임에는 맞는 것 같네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또 드라마로 만들어 지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발 빠른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주말부터 방송을 시작했네요 

  김혜수, 이지아, 류시원 주연...
  이들이 어떤 stylish한 드라마를 만들어갈 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31. 06:27
오랫만에 읽은 칙릿 소설
<스타일>로 제 4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던 젊은 작가 백영옥
그녀의 발칙한 두번째 칙릿 소설 <다이어트 여왕>을 읽다.



분량이 상당한데도
하루만에 읽힐 만큼 일단은, 무지 구체적으로(?) 재밌다.
백영옥이란 작가,
특한 재미를 끌어내는 상당히 부러운 재능의 소유자임을
인정하게 된다.



정연두....
잘 여문 초록의 완두공 같은 이름을 가진 이 여자는
3년 동안 사귄 애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는다.
키173cm에 몸무게 98.3kg
그녀 앞에 놓인 현실.



그녀는
방송작가인 친구의 집요한 부탁으로
상금 1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
셰프로서의 일도 그만둔데 3개월의 합숙소에
14명의 육중한 팻걸들과 생활하면서
알게 되는 더 육중한 삶의 이야기들.... 



이 책이 단지 여자들의 그야말로 살 떨리는
살과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노골적인 사람들의 질투와 선망
그것으로 인한 가면과 거짓에 대한 이야기.
때론 진한 배신감마저 느껴지게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다이어트의 본질이 이렇기도 하고....



문득,
이 소설도 누군가 탐을 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
<스타일>을 처음 읽었을 때도 영화나 드라마로 곧 만들어지겠구나 했는데
1년 후 이지아, 김혜수, 류시원이라는 쟁쟁한 스타들로 구성된 드라마가
이제 곧 SBS에서 시작한단다.
<다이어트 여왕>
이것 역시도 딱 그러기에 좋은 소설
그러나
책 곳곳에
예리하게 날 선 요리사의 칼날같은 대사들이 나온다.
탐욕과 탐식.....
탐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칼날에 손끝이 베이지 않으려면
순간순간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는 사실.

여왕의 자리는 외롭지 않다.
그저 환상일 뿐.
환상은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혼자이게 만드는
극단의 공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13. 05:56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오랜만에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뒷맛은 좀 씁쓸하네요.

김별아의 <미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신경진의 <슬롯>, 백영옥의 <스타일>에 이어 제 5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소설입니다.

사이코패스, 약물중독, 조울증, 공황장애, 정신분열 등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을 굳이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기는 여러분의 정신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하는 수리 희망병원입니다.

네, 꼭 직접적으로 말해달라면 정신병원, 맞습니다.

맨 정신으로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느냐 반문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 모두를 싸잡아 정신병동이라고 하면 멀쩡하다고 우기고 싶은 우리네 신세가 좀 거시기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두 남자를 소개해야겠네요.
부디 함께 건강한 친목을 도모하시길(특히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문제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25살 동갑네기 두 사람은 바로 류승민과 이수명 되시겠습니다.

일단 6년의 정신분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분야에는 그래도 나름 베테랑에 해당되는 이수명, 18살에 가위로 목을 찔러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가위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이발조차 거부하는 일명 장발의 “미쓰리”,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로 유산문제에 얽혀 이복형제에 의해 강제로 병원에 수용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페러글라이딩 조종사 류승민.

뭐 그닥 정이 가는 커플 조합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이 문제적 인간 둘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입니다.

이수명은 그런데로 수리병원의 환경에 적응하며 소위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 속합니다. 그런데 501호 동거인 중 한명인 승민이 입원 첫날부터 탈출을 시도합니다.

매번 그렇게 실패를 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자꾸 사고를 치네요.

게다가 급기야 수명까지 자꾸 얽혀 경고만 늘어갑니다.

경고 네 번이면,
그 다음은 바로 OUT!  (젠장! 저 인간 미친 거 아냐????)

거듭되는 탈출의 시도, 그 끝은 보호실에서 갇혀 반인반수가 되어 돌아오는 약물폭격입니다. 초점 잃은 눈동자, 부글거리는 하얀 침,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두 다리와 함께...

승민은 궁금합니다.

저 또라이는 왜 저렇게 계속 탈출을 시도하는 건지....

그러다 알게 되죠.

승민이 원하는 건 단지 살고 싶다는 소망 그 한가지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에게 산다는 건 자신의 인생에서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요.

승민은 망막세포 변성증으로 조만간 눈이 멀 운명입니다. 그는 자신의 눈이 완전히 멀기 전에  마지막으로 페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소망만 있을 뿐입니다.

볼 수 없다는 두려움보다 다시는 날 수 없다는데 대한 분노가 더 컸던 승민.

자신이 좋아하는 그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

그것은 승민의 본능이자 의지였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조용히 적응하며 살려고 하는 수명은 결국 결심을 합니다.

저 또라이를 탈출시켜야 겠다고....

승민을 탈출시키면 자신은 보호실에서 입에 개거품을 물고 깨어나겠지만 그래도 시도하기로 작정합니다.

치밀한 계획까지 세웁니다. 열화와 같은 동료 및 일부 직원의 도움으로....

원래 계획과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승민 뿐만 아니라 수명까지도 수리 희망병원에서 탈출에 성공합니다.

병원에 들어온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에 말이죠.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

승민은 감춰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기 위해 수리산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헤어집니다.

다음날 승민의 행방은 묘연하고 수명은 수리산 아래에서 그대로 붙잡힙니다.(딱히 도망칠 생각도 없었지만....)

자살방조죄에 폭행감금(탈취한 차의 운전수)의 죄명을 추가로 달고요...


정신병동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갇혀서 미쳐가는 자가 미쳐서 갇힌 자에게 말합니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라고...

어쩐지 이 질문, 참 섬뜩합니다.

그 질문을 들은 미쳐서 갇힌 자가 생각합니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저 자식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나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오래전 “여기”와 “거기”의 경계를 놓아버린 유령!

꿈을 꾸는 게 무서운 사람도, 현실을 사는 게 무서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꿈속의 유령이든, 현실 속의 유령이든,

모든 건 “도망침”의 한가지일 뿐이라고 이 두 사람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까 요는,
어쨌든 삶은 살아내야 하는 거란 사실입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

비록 그 결말이 뻔하더라도, 부딪치고 신나게 깨지고 맞서고 치열하게 살아내라고요.

한 사람에 의해 다른 또 한 사람이 이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더 이상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을 사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더더욱 도망치지 않게 될 한 사람.

이 사람... 아무래도 우리가 응원 좀 해줘야겠죠?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소설 <내 심장을 쏴라>가 시작됐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 정유정!

어떻게 정신병동에 대해 이렇게 리얼하게 쓸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네요. 여러 차례의 정신병동 취재와 자료 조사, 그리고 일주일간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생활한 체험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제 글은 머릿속뿐만 아니라 발끝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게 실감됩니다.

늘 그렇듯 괜찮은 책은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

이 소설도 <식객>, <미인도>를 만든 전윤수 감독에 의해 지금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캐스팅이 완료되는 연말쯤부터 촬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두 명의 문제적 인간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는 숱한 환자들을 과연 누가 연기하게 될지 개인적으로 무지 궁금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열심히 캐스팅 섭외하고 있습니다.....ㅋㅋ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