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7. 8. 08:37

 

<스위니토드>

 

일시 : 2016.06.21. ~ 2016.10.03.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본 : 휴 휠러 (Hugh Wheeler)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Sondheim)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셔퍼 (Eric Schaeffer)

출연 : 조승우, 양준모 (스위니토드) / 옥주현, 전미도 (러빗부인) / 이지혜, 이지수 (조안나) 

        이승원, 김성철 (토비), 서영주(터핀판사), 윤소호(안소니), 조성지(피렐리), 서승원(비들) 외

제작 : OD 컴퍼니

 

손드하임 최고의 명작 <스위니토드>가 드디어 돌아왔다.

2007년 초연 이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충격적인 스토리에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기괴한 불협화음, 

날카로운 톱니바퀴 굴어가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귀를 찌르는 파열음.

그리고 코러스의 묵직한 템포로 시작되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라임도 아주 절묘했었다.

증오와 광기로 가득한 피의 복수를 담고 있지만

장면 곳곳에 코믹한 대사와 넘버로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작품.

심지어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마저도 유쾌한 넘버로 전환시킨 손드하임의 기발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다.

"섬뜩하고 잔인하게 독창적이다"라는 찬사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안의 악마성을 끄집어낸 작품 <스위니토드>

 

바랬다.

뭐가 됐든 초연의 기괴함만은 그대로 유지되기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을 읽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미있어요.

모던해요,

대중성이 강해져서 좋아요.

조승우-옥주현의 케미는 장소팔-고춘자가 연상돼요.

설마...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스위니토드>가 맞나... 싶었다.

어찌됐든 불안감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음...

일단 너무 가벼워지고 과하게 코믹해졌다.

무대도 너무 많이 달라졌고 오캐스트라의 연주도 훨씬 유해졌다.

시작부분에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도 없어졌고

날카로운 파열음도 훨씬 유순해졌다.

곧바로 연결되는 첫넘버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뉘앙스가 2007년도와 너무 많이 달라서 대놓고 혼자 당황스러워했다.

 

        2016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2007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솔직히 말하면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승우의 스위니토드는 "헤드윅"과 "돈키호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도 조승우의 놀이판이라는 느낌.

늘 그렇듯 조승우는 무대가 내 집인것 처럼 편안했다.

복수가 그에겐 하나의 놀이이자 유희같았다.

복수의 이유보다는 복수 그 자체가 더 선명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억하는 스위니토드와 나란히 세워졸 수 없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나는 보면서 내내 초연이 그리웠다.

입으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사람들도 노골적이라 민망했고

토비가 토드를 죽이는 장면의 액션도 너무 과하더라.

(칼~~~ !하고 외치는데 독립투사로 빙의된 줄 알았다)

2007년 엔딩에서 죽은 사람들이 한 사람씩 손을 씼는 장면이 빠진 것도 많이 서운했다.

피렐리도 너무 과했고,

토비는 몇 번을 봐도 모자란 아이처럼 보이진 않더라.

전미도는 러빗부인을 아주 맛깔스럽게 잘하긴 했는데 확실히 이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함정이다.

토비와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 아줌마는... 을 연벌하지만

아무리봐도 연인처럼만 보여서...

(초연의 홍지민 러빗부인이 정말 갑이었지 싶다)

 

오랫동안 기다렸었는데

다시 돌아온 스위니토드는

스위니토드 인듯, 스위니토드 아닌, 스위니토드 같은 작품이 되버린것 같다.

그냥 계속 2007년의 장면과 음악만 소처럼 되새기고 있다.

이러다 정말 소(牛)가 될지도...

 

  

The Ballad of Sweeney Todd (2007)

 

등골이 오싹할 얘기

시퍼런 눈빛의 한 남자

그의 면도날을 본 신사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지

뻔한 길은 마다했어. 바로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런던 최고의 이발소

명 짧은 이들로 불볐지.

좀 빨리 죽으면 뭐 어때? 다 깨끗한 자태로 죽을텐

그의 손에,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칼을 들어라, 스위니

저 하늘 향해

위선자들 피로 넘쳐 나리리.

텅빈 방에 혼자 앉아 고독을 즐기는 듯 했지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의자 하나와 몇 개의 이발도구

청결의 전령사였지, 바로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웃음 뒤로, 친절 뒤로, 아무도 모르게 움직였지

섬세하고 강한 솔실, 완벽하게 계획했어

뚫어질 듯 강렬한 눈빛

그림자뒤로 반짝였지.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