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2. 29. 06:05

초연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뮤지컬 <Story of My Life>
재공연 후 두번째 관람이다.
첫번째 관람은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엘빈.
초연때보다 노래를 많이 낮춰 불러서 솔직히 놀랐다.
아무래도 류정한 말고 다른 배우들에겐 버거웠던 음역대었던 모양이다.
좀 낯설긴 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아름답다.
재공연 관람 첫번째 고려 대상은 이창용 앨빈이었다.
그 다음 카이 토마스가 궁금하긴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고영빈 토마스로 봤다.
(나중에 카이 토마스를 보려고 했는데 어느 틈에 출연진에서 빠져있더라)

두 번째 관람은 완전히 새로운 페어!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
미안한 말이지만 정동화는 관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뮤지컬 <셜록홈즈>에서 조강현의 목소리와 연기에 놀라서 뒤늦게 이 작품에 합류한 그의 토마스가 정말 너무 많이 궁금했다.
28살이면 아직 시작 아닌가?
연습이든, 재능이든 분명히 뭔가가 있는 배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외모에서도 그렇고 언듯언듯 류정한 토마스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확실히 표현은 서로 다르다.
류정한 토마스가 잰틀하고 때때로 귀여운 작가였다면
조강현은 토마스는 약간은 성마르고 예민한 그래서 안스러운 작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같은 배역을 배우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류정한, 조강현 두 배우가 해석하고 표현한 토마스 모두 나는 좋았다.
세련되게 노련한 류정한의 토마스와 
조심스럽지만 강단진 조강현의 토마스 모두.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조강현의 토마스에서는 외모부터 언듯언듯 류정한의 모습이 스친다.
미니미 혹은 아바타의 개념이 아니라 선배의 장점을 받아서 재창조한 느낌이랄까?
노래 부를 때 생소리를 내는 걸 다듬는다면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배우다.
감정과 표정도 참 좋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의외의 인물은 정동화 앨빈이다.
지금껏 나는 이창용이 앨빈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정동화가 바꿔놨다.
전작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보면서도 그의 연기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SOML에서 정동화가 표현한 앨빈은 감동적이었고 따뜻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석준 앨빈처럼 과장이 심한 찌질한 어른아이가 될수도 있는데
(이창용은 바르고 성실한 순수청년 이미지에 가깝다)
정동화 앨빈은 과장스럽지도 그렇다고 철없지도 않았다.
그래, 딱 유령같았다고 해두자.
공포감을 뺀 유령, 일종의 수호천사 같았다.
(정말 천사 클라렌스였을까?)
표정과 행동, 그리고 어투까지 감동적이었다.
진심으로 정동화 앨빈때문에 몇 번 울컥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다.
이 두 사람의 페어를!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격하게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SOML>이 너무나 좋다.
이번에 관람하면서도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설마 울게 될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또 눈물이 나더라.
어쩌면 그 눈물은 불같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이 너무나 탐나서 할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토마스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앨빈 또한 될 수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면서 불같은 질투에 휩싸일 수밖에...

토마스와 앨빈처럼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챕터 하나하나씩을 뽑아 들면서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면 좋겠다.

이야기에 이야기에 이야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1. 05:41

 

“ 2007년 토니상 작품상 포함 8개부문 수상,11개부분 노미네이트”
" 2008년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쇼 앨범 상"
" 2009년 한국 뮤지컬 대상 남우 주연상, 남우 조연상, 앙상블상 수상, 9개부분 노미네이트"
" 2010년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외국 뮤지컬상, 남우 조연상 수상, 4개부분 노미네이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세운 기록들이다.
우리나라에 초연됐을 당시에 과연 성공한 작품이 될 수 있을까 궁금했었는데
<헤드윅>만큼이나 매니아층을 만들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2011년 이제 와서야 재공연 되는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다.
김무열(멜키어), 조정석(모리츠)은 뮤지컬계에서 이 작품 덕분에 완저히 입지를 굳건히 굳혔고
김유영(벤들라) 역시도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는 중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891 독일이 배경이다.
섹스, 자위, 임신, 낙태, 동성애, 자살 등의 파격적인 내용때문에
1900년대 처음 공연됐을 당시에 공연을 금지시키기까지 했단다.
"에이, 뭐 얼마나 그렇다고..."
라고 생각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casting : 윤현민(멜키어), 정동화(모리츠), 벤들라(송상은),
             게오르규(최재림), 성인 남자(송영창), 성인여자(이미라)


2011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가장 큰 특징은 new face의 등장이라는 점이다.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워낙 초연의 임팩트가 강해서 관객들의 기대치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그래서 아이돌이나 뮤지컬 바닥에서 인지도 있는 누군가가 캐스팅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캐스팅 발표는 파격적일 정도여서 놀랐다.
멜키어 역을 맡은 야구선수 출신의 윤현민은 <김종욱찾기>에 이어 이번이 고작 두 번째 작품이고
심지어 벤들라 역의 송상은은 첫 뮤지컬 데뷔다.
모리츠 정동화는 꽤 여러 작품에 출연하긴 했지만
이 작품만큼 인지도를 가지는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어쨌든 아직까지는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배우는 아니다.
유명세로 따지자면 "남자의 자격"으로 이름이 알려진 최재림이 단연 으뜸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가장 큰 매력이
 잘 짜여진 계획된(?) 즉흥성을 보여주는데 있다는데 그런 면에서 일단 캐스팅은 압권이다 싶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선 객석에 입장하기 전
촬영기기 및 녹음기 반입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검색대를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대석 관객은 소지품을 전부 맡기고 한 장소에 모여 단체로 입장한다.
<쓰릴미>에 이어 두번째 무대석 관람이었는데
배우들의 표정을 온전히 볼 수 없지만
현장감과 생동감, 긴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꽤 괜찮았다.
내 바로 옆에 앉은 배우가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쳐다보는 것도 독특한 관음이더라.
(순간 고민이 되긴 했다. 대놓고 볼 것인가 시크하게 볼 것인가...ㅋㅋ)
그래도 멜키어의  전위적인(?) "The Mirror-Blue Night"을 정면에서 볼 수 없다는 건
무대석의 가장 큰 단점이랄 수 있겠다.
아크로바틱을 연상케 하는 격동적인 안무와
무대 위에서 직접 연주되는 신나는 비트의 음악을 바로 옆에서 듣는 건 엄청난 짜릿함이고...
"블라블라블라"나 "totally fucked"에서는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더라.
(엄청난 몸치에 박치인데도 불구하고...)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음악 역시도 신선하고 역동적이고 파격적이고 다양하다.
첫 곡 " mama who born me"부터 확실히 사람을 홀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열심히 감정을 잡으면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순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그렇다.
관객 입장에서 보기엔 확실히 신나고 역동적이지만
배우 입장에선 엄청난 집중과 에너지가 필요한 작품인 것 같다.
특히나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성인 남자, 여자 역의 송영창, 이미라에게 박수를 보낸다.
젊은 배우도 하기 힘든 멀티맨을 어쩜 그렇게 다 다른 감정과 특징으로 연기 하던지...
젊은 배우들이 이들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열심히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송영창은 주인공 벤들라로 첫 뮤지컬 무대에 서는 딸 송상은과 함께라서 느낌이 참 남다르겠다.)


워낙 초연의 배우들이 훌륭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신인의존도가 너무 높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 충족감이나 깊이, 배우들의 표현은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초연만큼의 성공은 좀 힘들 것 같다는 게 솔직한 느낌.
직설적인 대사와 적나라한 묘사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작품이지만
지금 시대는 이것보다 더 적나라한 상황을 수시로 접할 수 있으니
그다지 파격이라고 할 수 없겠다.
(그래서 공연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멜키어 윤현민의 노출 연기는 좀 놀랐다.
그것도 무대석 우측에의 목격은.... 쩝!

멜키어, 벤들라, 모리츠.
이 아이들
참 안스럽다.

 


 
<Spring Awakening OST>

01. Mama Who Bore Me
02. Mama Who Bore Me (Reprise)
03. All That's Known
04. The Bitch of Living
05. My Junk
06. Touch Me
07. The Word Of Your Body
08. The Dark I Know Well
09. And Then There Were None
10. The Mirror-Blue Night
11. I Believe
12. Don't Do Sadness/Blue Wind
13. The Guilty Ones
14. Left Behind
15. Totally Fucked
16. The Word Of Your Body (Reprise)
17. Whispering
18. Those You've Known
19. The Song Of Purple Summe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3. 06:16


오랫만에 연극 한 편을 봤다.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연극 <웃음의 대학>을 쓴 일본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작품으로 역시 코믹이다.
연출은 내가 좋아하는 이해제,
출연 배우들도 탐나는 배우들이라 미리부터 예매했던 작품이다.

기간 : 2010.07.23 ~ open run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출연 : 서현철(아버지), 추귀정 (어미니), 
         큰 딸 (이세은). 작은 딸 (김유영)
         남자친구 (송영창), 남자친구 아들 (박준서)
         이발소 직원 (조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무지, 엄청, 유쾌하고 황당하게 재미있는 연극이다.
보는 내내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를 계속 틀어놓은 시트콤처럼...)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사람을 쥐고 흔들면서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이, 모든 대사가, 모든 행동이 전부 다.
그런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
사실 코믹물은 억지스런 짜맞추기 같아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 연극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 상상을 해보자.
내가 부모인데 28살 꽃다운 나이의 큰 딸내미가
어느날 결혼을 하겠다며 애인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인다.
가족들이 "청년 사업가"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사실은 "청년 사업가"가 아니라는 거다.
그 오해의 부분이 차라리 "사업가" 라는 부분이라면 천만 다행일텐데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는 거다.
딸의 남자친구는 73세의 파파 할아버지.
딸의 할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분으로 엄연한 경로 우대증 소지자시다.



어찌어찌해서 아빠와 여동생에게는 이 사실을 밝혔는데 문제는 엄마!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거짓말에 거짓말 꼬리 잡기가 되고 만다.
노령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와
한참 젊은 예비 장인(?)에게 "아버님!, 아버님!"을 연발하며 점수를 따기 위한 필살기 중이시다.
(섬뜩섬뜩한 귀엽성이 있더라. ^^)
설상가상으로 노인의 아들까지 찾아와 이야기는 더 꼬인다.
아들은 엄연히 남편이 있는 그 집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와 사귀는 분으로 착각하고
구렛나루를 휘날리며 "엄마! 엄마!"를 연발한다. 
급기야 건장한 아버지는 이웃집 게이 남자로 둔갑해 버리고
이발소 종업원의 멀쩡한 눈은 졸지에 사시가 되버린다.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서로 받아치는 대사들은 탄력성 있고 하나하나 똑똑 튄다.
(원래 거짓말이라는 속성이 그렇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스러울정도로 능청맞다.
늙은 남자친구 역을 맡은 송영창이 예비 장인을 향해 날리는 필살기는 은근히 귀여운 게 중독성이 있다.
큰 딸 역의 이세은은 첫 연극 무대 데뷔인데 사실 좀 놀랐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틈에서 대략 묻어가겠거니 했는데
딕션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철없는 표정연기가 일품이더라.
작은 딸 김유영은 <스프링 에웨이크닝> 이 후 두 번째 작품인 것 같은데 신인같지 않은 안정감이 있다.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
거짓말의 퍼레이드는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더 부풀려지고 한층 업그래이드 된다.
story-maker 역할이 바로 그녀인듯 싶다.
커튼콜때 그녀의 코에서 튕겨나온 땅콩은 내 손에 정확히 맞았다. (브라보~~)



연극에서 누구보다도 돋보였던 사람은 역시 아버지 역의 서현철.
예전에 <판타스틱스>라는 뮤지컬에서 유랑극단 대표로 나왔을 때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던지 연신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이번 연극은 서현철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케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소위 "물 만난 고기"라고나 할까?


말투와 표정, 행동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 재미있고 유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것도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맨발에 파자마 바람, 헝클어진 머리로 편안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쓰나미같이 벌어지는 가공할만한(?) 상황.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스런 상황을 이렇게 유머와 위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다.

출연하는 배우들 7명 모두가 아주 똑 떨어지게 연기를 잘 한다,
과장스럽긴 해도 그 과장이 어디까지나 이 연극속에서는 오버처럼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다시 보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큰소리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너와 함께라면>
분명히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연극 한 편을 봐서 아직까지도 흐뭇하다.
끈적끈적해서 불괘지수 높아지는 이 여름에
시원한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그런 연극 한 편을 만나다.
<너와 함께라면>

Posted by Book끄-Book끄